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38
그에게 세상은 잔인했다.
미국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이었다.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고 배고파도 먹을 수가 없었다. 따듯한 바닥은 기대해 본 적도 없다.
알콜과 약에 취해 매일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는 홀로 자살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에게 미안하다고 외치며 목을 맨 어머니.
그렇게 미안했으면, 최소한 그런 식으로 죽었으면 안 됐다.
그때부터 그는 홀로 길거리를 떠돌게 되었으니까.
왜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을까.
매일이 고통인 세상에서 말이다.
죽고 싶었다. 차라리 그렇다면 몸과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 굳이 살아갈 이유도 없었으며 이 고통을 겪을 이유도 없었다.
고작 15살이 된 그를 써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평화로운 세상도 아니었다. 도시 곳곳엔 몬스터가 득실거리고 전쟁 고아들로 길거리엔 잠잘 곳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어 죽는 아이를 열 명씩 본다.
그게 일상이었다.
복지는커녕 일자리도 없고 매일 죽음을 걱정하며 한 끼를 위해 맞으며 도망쳐야 하는 삶인 거다.
그러다 그가 찾은 건 몸을 파는 것이었다.
웃겼다.
이런 세상에서도 괴상한 취미를 가진 괴물은 많구나. 그런 괴물에게 단 한 끼를 위해 몸을 파는 자신도 끔찍했으며, 그런 끔찍한 놈을 사는 자도 끔찍하구나.
아아, 끔찍한 세상이구나.
하긴, 그때 알았어야 했다.
이런 놈이 그 돈을 제대로 줄 리가 없었다.
거대한 체구를 지닌 중년의 남성은 그의 하반신을 부쉈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감각마저 없었다. 그는 그렇게 뒷골목에 버려져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죽고 싶지 않다.’
매일 죽고 싶다고 외쳤다.
하지만 원래는 살고 싶었던 거다.
출혈에 몸은 차갑게 식어서 이젠 추위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졸릴 뿐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눈앞을 지나간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빵 하나 던져주면 그게 최고의 행복이었던 삶이다.
쓰레기통에서 손가락 한 마디의 초콜릿을 발견하면 횡재한 날인 거다.
“그냥······ 죽는 게 낫겠네.”
고통이 사라지고 눈이 반쯤 감기자 웃음이 났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삶을 사는 것일까.
행성 몇 개는 멸망시킨 악역이었을까.
그는 눈을 감았다.
– 불쌍한 아이여.
죽음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인가.
불쌍하다고?
불쌍할 게 뭐 있나. 다들 그렇게 사는 세상이다. 전쟁에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으니까. 아니, 더 살지 않고 지금이라도 죽는 게 다행인 거다.
웃기는군.
죽고 싶다고 했다가, 살고 싶다고 했다가, 이제 죽는 게 다행이라고 한다.
사람이 이렇다.
– 화가 나지 않느냐.
화? 그런 게 있을까.
그저 순간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았다.
누군가에게 분노를 돌릴 여유도 없었다.
– 그들이 너를 한순간이라도 봐 줬다면 너는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았겠지.
그건 맞다.
겨우 빵 한 조각에 행복을 느꼈다.
지나가다 홀로그램 패널을 보면 이런 빵 따위는 수만, 수십만 개를 살 수 있는 위스키 한 잔을 넘기는 것을 보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돈을 쏟아 붓는 사람도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은 누군가를 도울 조금의 마음도 없었던 걸까?
아니, 그들도 스스로 노력을 해서 번 거겠지.
그들은 죄가······ 없다.
– 참 우습구나.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아니면 스스로의 나약함에 변명하는 것이냐.
변명? 이제와서?
죽음의 코앞에서 그런 두려움은 없다.
– 그들이 너를 먹여 살려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봐라, 아주 최소한의 기회는 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소한의 기회.
그래, 그건 필요했다.
만약 그런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너와 같은 상황이다. 부자들은 너와 같은 이들을 착취한다. 그들이 너희의 땅을 빼앗고 너희의 죽음으로 돈을 벌지.
수많은 사람이 그러긴 했다.
전쟁 고아를 돕겠다면서 기부금을 걷고 물건을 판다. 그리고 그 돈으로 건물을 올리고 맛있는 음식과 술로 파티를 연다.
그 돈은 자신에게. 그리고 모든 전쟁 고아에게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꼴을 보면 화가 난다.
그것은 우리 같은 사람을 도우라고 준 돈이 아닌가?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이런 곳에서 능력자가 나타나면 데려다 교육해 부려먹고 세금은 또 평생 걷어가지 않나!
국가가 있는 이유는!
이런 이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 아닌가. 필요할 땐 나의 자식이고, 짐이 될 땐 내다 버리는 게 나라란 말인가!
– 그들을 벌하고, 너와 같은 이들을 구할 용기는 없느냐?
구해······?
벌을 줘 그들을 뜯어 고친다라······.
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 힘을 주겠다.
힘? 힘은 돈과 권력을 만든다.
그리고 복수와 구원을 행할 수 있다.
만약 그런 힘을 가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 계약하겠나?
좋다.
그 어떤 대가라도 바칠 준비는 됐다.
힘을 주십시오.
그들을 벌할 힘을!
– 계약은 성립되었다.
미국의 음침한 뒷골목.
죽어가던 ‘피터’는 그렇게 힘과 함께 부활하였다.
“감사합니다. 크툴루여.”
위대한 옛 것.
그는 ‘그레이트 올드 원’과 계약했다.
* * *
“이 여자 뭐야?”
한성은 헤일렌이 보내준 보고서를 보곤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옆에서 보던 길이현도 그것을 보고 상당히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썼다.
“상당히 버릇없는 여자군요. 뒷조사할 거면 모르게 하던가. 이건 알아도 상관없다는 듯이 여기저기에 흔적을 다 남겨 뒀어요.”
“······흠.”
“마이크로 딘은 꽤 큰 기업이지만, 제현 그룹 선에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출혈이 크겠지만, 이런 기업은 이대로 둬선 안 됩니다. 감히 한성님의 뒷조사를······.”
“마음에 들어.”
“······네?”
“내 팬인가.”
“······? 화나지 않으십니까?”
“그럴 수 있죠. 팬이라면 뒷조사도 좀 하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어차피 뒷조사한다고 뭐 나올 것도 없고. 다 튜브에 있는데.”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뒷조사한 연락처로 메시지도 보냈네요. 이건 뒷조사가 아니라 앞에서 대놓고 한 조사잖아······. 아주 좋아.”
한성은 진심으로 좋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길이현은 혼란스러웠다.
한성을 오래 알고 지냈다고 생각했다. 그의 모든 걸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몰랐다.
‘이런 관심까지 좋아하다니!’
그 튜버에 그 팬이라고 말이다.
”나랑 아주 잘 맞겠는데?”
길이현이 황당함으로 한성을 보고 있을 때, 한성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찬찬히 훑어봤다.
올드 원이라, 원작에서는 상당히 이상하게 묘사되긴 한다. 아주 오래전 지구에 도착해 모든 생명체를 창조하고 세계 전체를 점령했을 정도로 강력한 종족이라고 하는데, 어떤 작품에서는 ‘잡몹’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계관에서는 하나의 완연한 ‘신격’이다.
‘상당히 까다롭긴 한데.’
못 잡을 건 없다.
“일단 이 건은 넘기고.”
당장 급한 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드래곤 슬레이어의 월드 리그 우승.
“오랜만에 손 좀 풀겠네.”
마법 물품을 만들어야겠다.
괜찮은 재료는 확장 가방에 잔뜩 있다. 지금까지 잡은 몬스터나 신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 신화 등급까지는 힘들더라도, 그 바로 직전까지는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거다.
사실 이 정도면 우승을 못 하기가 더 힘들 것이다.
“하얀이는 뭘 하고 있으려나.”
세이건의 딸과 마법 물품 만든다고 홀딱 빠져 있는 것 같던데, 겨우 그거 때문에 아빠를 잊고 있다니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할 일을 정리하던 한성이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 혹시 이 근처에 ‘골든 에시앙’ 심사단 있을까요?”
“······골든 에시앙도 아십니까?”
“에이, 그걸 모르려고.”
길이현은 ‘그걸 아는 게 더 이상한 겁니다!’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건 어쩌시려고······.”
“어쩌긴 심사 좀 받고 블랙 카드 하나 뽑아야겠어요.”
“아······.”
블랙 카드 만드는 걸 신용 카드 하나 발급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블랙 카드.
상위 지배계층 중에서도 서로의 급을 나누는 신분증이다. 오래전 한성이 한별의 신분 카드를 빼돌리려고 했을 때도, 한별이 블랙 카드를 지닌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일단 가볍게 노블레스면 좋구요.”
“······가볍게요?”
물론, 상위 계급 체계에서 가장 떨어지는 계급이긴 하다. 관종의 신이자 음지에서 손에 꼽는 거부인 이한성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겠지.
하지만 이제 막 영웅 아카데미를 졸업한 사람이지 않나.
아무리 이한성이 특이한 존재라도, 이것까지 알고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기득권층에서도 아주 극소수만 아는 정보였으니까.
“그게 끝이 아닙니다. 올해 안에 ‘언터쳐블’까진 얻을 겁니다.”
이 세계관엔 신분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것을 나누는 기준은 ‘무력’, ‘금력’, ‘권력’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무력’을 우선순위로 둔다. 사실상 ‘무력’만 있다면 금력과 권력을 얻는 건 어렵지 않은 세상이니까.
‘하긴 생각해보면 이한성님이라면, 자격이야 충분하고도 넘치지.’
최상위 신분은 [언터쳐블(untouchable)]
그야말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무소불위 신분. 세계 정부 최고위급 간부와 위원회. 그리고 소수의 가문의 장들만 지닌 신분이다.
그 어떤 국가 기관과 영웅 협회에서도 그들을 제지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는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의 대통령. 정연의 한구본과 ‘무황’인 진강철이 있다.
두 번째는 [오리지널 노블레스(Original noblesse)]
현대판 귀족이라고도 하며, 각국의 대통령과 세계 7대 길드의 길드장이 대표적인 노블레스 신분이고, 십악(十惡)과 십선(十善). 혹은 몇몇 초인과 다국적 대기업의 총수 정도만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세상에 몇 없는 언터쳐블의 바로 아래이기에 사실상 대외적으로 최고 계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 번째는 [노블레스(Noblesse)]
노블레스는 말 그대로 귀족의 자제와 관련 가문의 사람에게 전해지는 신분이다. 쉽게 말하자면 재벌 2세나 3세 정도 되는 신분. 물론, 이들이 말하는 재벌은 보통 재벌이 아니다.
이마저도 세계에서 발가락 안쪽에는 들어야 한다.
한별이 이 신분증을 지니고 있었다.
그 밑으로 [히어로], [머셔너리], [시티즌] 등의 분류. 그 안에서 각 ‘색’ 별로 계급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위계(位階)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차피 영웅을 상징하는 ‘히어로’ 계급 정도는 되어야, 각국의 정보 관련 협조를 받고 임시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 아래는 사실상 구분하지 않는다.
“······바로 가시겠습니까?”
생각해보면 길이현도 ‘노블레스’ 신분증을 가지고 있는데 이한성이 ‘언터쳐블’을 얻는 것도 크게 이상할 건 없어 보였다.
물론, 완전한 ‘언터쳐블’은 조금 힘들 수도 있다.
본신의 무력은 최소 기준점이 된다. 그리고 북극에서의 활약을 보면 자격이 있는 것 같지만, 개인의 세력을 보면 조금 떨어진다.
정연의 한구본이야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세계 최강의 가문 중 하나이고 진강철이야 투신의 탑 일인자였으며 수십 년 동안 전 세계를 수백 번이나 구원한 이였으니 그동안 구축한 그의 인맥과 세력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할 것이다.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같은 신분이긴 하지만, 그들이야 임시 신분이다.
워낙 강대국의 대통령이라 ‘명예직’ 같은 거랄까.
몇몇 언터쳐블도 그들과 비슷한 힘을 지닌 이들뿐이다.
‘그래도 오리지널 노블레스까지는 어렵지 않겠지.’
길이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한성을 골든 에시앙이 자리 잡은 곳으로 안내했다.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뭘 하려는 거지?’
이미 이한성의 힘은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당장 이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 * *
크툴루.
크툴루 신화라고도 일컫는다. 크툴루는 ‘그레이트 올드 원’이며 ‘올드 원’과는 적대적 관계다. 물론, 이름이 비슷하다고 오해하는 사람은 많다.
피터가 새로운 육체와 강해진 영혼을 지니고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올드 원을 찾는 일이었다.
강대한 신격과 계약했지만, 계약하자마자 강한 힘을 지닐 순 없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적대 관계였던 올드 원을 깨우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일어나라.”
피터는 검게 변한 동공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언어에는 세상의 규칙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마치, ‘용언’이나 ‘역행 마법’. 혹은 어둑시니의 ‘왕명’처럼 말이다.
“나의 오랜 적아.”
피터의 말에 LA 중앙에 있는 올드 원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광분에 차 격동하는 힘과 누군가를 찾아 부수겠다는 원한이 한데 섞여 폭발하면서 말이다.
동시에 피터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피의 복수와 구원을 시작할 차례였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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