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60
한성이 먼저 들린 곳은 카지노였다.
자금을 든든하게 채워놔야 경매장에서 힘깨나 쓸 수 있으니까. 경매장에 기존의 영웅만 있으면 한성이 경계할 게 없지만, 이계인이 잔뜩 있다.
여러 차원에서 DP를 끌어모으는 대상인은 기본이고 무기를 수입하거나 소환수를 수출하는 상인도 DP는 엄청나게 많다. 아마 한성이 근래에 벌어들인 것 정도는 새 발의 피도 안 될 것이다.
“어디부터 가볼까.”
“저기! 저기 가요!”
하얀이가 한성 옆에 딱 붙어서 일명 ‘빠칭코’를 가리켰다. 무언가 게임 같아서 재미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하고 싶으면 가서 해, 난 다른 곳으로 가게.”
“좋아! 좋아요. 여기서 용돈을 잔뜩 늘려야겠어!”
하얀이는 결연한 표정으로 주먹을 꽉 말아 쥐곤 빠칭코를 향해 달려갔다. 아직 미성년자이지만, 영웅인 하얀이는 성인의 신분이고······, 이곳은 어차피 이계의 도시다.
인류의 규범과는 상관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한성은 어슬렁거렸다.
어디부터 털어야 할까.
포커 게임, 블랙잭, 바카라, 룰렛 등등. 익숙한 게임부터 전혀 모르는 게임까지 많았다. 90%는 이계인이었으며 간간이 영웅이나 용병들이 보였다.
한성은 문득 멀리 VIP라는 팻말을 봤다.
이곳은 보통 배팅금액이 100 DP 정도. 몇 배를 불린다고 해도 수천 DP 정도에 불과할 거다. 많이 걸 수 있는 것도 10만이 고작이었다. 그런 건 당연히 배율이 낮다.
한성은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 막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왜 그런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와우.”
최소 배팅금액이 50만이었고 보통 100만이다.
룰렛은 최대 35배고 블랙잭이야 2.5배 정도가 최고. 포커야 하다 보면 끝도 없이 올라가는 게임이다.
이런 곳은 막지 않아도 알아서 들어오다 나갈 수밖에 없다.
일단 가볍게 룰렛으로 가볼까?
“와아아아! 좋았어! 8배! 8배 걸렸다!”
“축하해요! 휘이익!”
이미 눈 밑이 푹 꺼진 폐인이다. 이계인은 아닌 것 같았고 착용한 장비들을 보니 용병이었다.
50만 걸었다가 8배였으니 400만 DP를 단번에 번 것 같았다.
룰렛이라는 건 100% 운이다.
전략적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결국 운.
한성은 100만 단위의 10개의 칩을 지니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DP를 칩으로 바꾼 것이다. 보통 다른 이들이 이런 식으로 한다면 패가망신을 당한다고 욕먹겠지만, 한성을 아는 이들이 보면 양심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카지노는 영상 촬영이 안 돼서 아쉬웠다.
‘이런 거 하나 찍어줘야 하는데.’
한성에게 카지노는 섬네일 하나 기가 막히게 뽑을 수 있는 곳이니까.
한성은 슬쩍 아까 소리쳤던 용병 옆으로 이동해서 100만 DP 칩을 가장 좋아하는 ‘3’이라는 수에 걸었다. 100만 DP가 최대 배팅금액이었으니,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연민과 동정이 섞인 놀람이었지만 말이다.
“에잇, 그렇게 걸면 안 되지! 저 보십쇼. 이렇게 치밀한 계산과 오랜 경험을 통한 감. 그리고 타고난 ‘기세’가 있어야 한단 말이오.”
“아, 예.”
“자네 처음인가?”
“네, 여기서는요.”
“그렇구만, 잃으면서 배우는 거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많은 금액을 걸면 좋지 않아. 기세를 봐야 해. 따는 기세! 그것을 타고 쭉쭉 올라가다가 빡! 그러아 운이 좋으면 대박 터지는 거지!”
한성은 방금 8배를 땄던 용병의 간섭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금방 베팅은 끝나고 룰렛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것까지 단 한 번에 걸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서너 번 정도 하면 한 번은 걸리겠지, 싶은 거다.
하지만.
한서의 운은 한성의 예상보다 심각했다.
또르르.
휠이 멈췄고 작은 볼이 몇 개의 칸을 뛰어넘었다.
톡.
토톡.
톡.
“······.”
장내는 침묵으로 뒤덮였다.
저 용병이 한성에게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았다면 다들 그냥 넘어갔을 거다. 오히려 운이 좋다고 축하해줬겠지. 수천 번 하다가 한 번쯤은 걸릴 수 있을 테니까.
물론, 그런 확률도 거의 없긴 했지만.
그런데 어떤 청년이 오더니 처음이라고 해놓고선 100만 DP를 숫자 하나에 걸었는데, 그게 걸려 버렸다.
볼이 도착한 곳은 숫자 3.
단 하나의 숫자에 걸었으니 배팅금액의 서른다섯 배.
한성은 단 한 번의 베팅으로 3,500만 DP를 벌 수 있었다. 참고로 룰렛은 베팅한 금액까지 돌려준다. 한성은 1,000만 DP에서 4,500만 DP가 되었다.
“어? 운이 좋았네요.”
한성은 한 3초 정도 가만히 있다가 어색하게 놀란 연기를 했다.
그리고 딜러가 한성에게 밀어준 45개의 칩을 챙기며 슬쩍 빠져나왔다.
“그럼 이만.”
역시 행운이 만렙이다.
여기서 한 번 더 35배를 따면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으니, 블랙잭과 바카라를 몇 번 돌고 포커로 가야겠다.
그 정도면 적당하게 끝낼 수 있을 거다.
최소한 카지노에서 쫓겨나진 않겠지.
적당히 하자. 적당히.
* * *
한성이 한참 카지노에서 한가하면서도 쉽게 DP를 벌고 있을 때, 남극에서는 길성현이 이계의 도시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의 젖살 가득한 모습은 없었다. 거칠면서도 굵은 선을 지니게 되었고 그의 눈빛에서는 많은 고난을 겪으며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가 담겨 있었다.
“소환수 판매.”
“어떤 걸 파시겠습니까?”
“딥블루 투나, 붉은 머리 백곰, 헤일로의 유령선······, 그리고 신수, 푸른 늑대.”
“오오! 신수, 푸른 늑대군요. 요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소환수이지요. 딥블루 투나도 마찬가지고······.”
“계산.”
“아, 네. 알겠습니다. 저희 VIP님께서 굉장히 바쁘신 모양입니다. 하하. 총 가격은 450만 DP입니다.”
길성현은 쌓인 DP를 바라봤다.
그도 사고 싶은 게 있었기에 남극에서 나가는 것을 미뤘다. 마침 이 남극에도 이계의 도시가 생긴 덕분이었다.
길성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밖을 나선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1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역사 이상의 격을 지녀야 겨우 버틸 수 있는 곳이다. 신격이 있어야 사냥 가능하며 온갖 초월종과 지배종이 있는 극지(極地).
처음엔 한성 때문에 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북극의 프로스트 리치를 잡고 다른 곳으로 간 한성을 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누구 때문에 이곳까지 와서 그 개고생을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달라졌다.
이곳에서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지만, 그만큼 빠르게 강해졌다. 수많은 죽음의 위협은 그에게 업적이 되었고 하나의 격을 이뤘다.
그리고 지금은 온전한 신격이라는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경지에 올랐다. 재능, 특성, 이능.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죽음에 도전하고 이겨내는 것.
업적을 쌓아 격을 올리는 것.
그것만이 강해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갈 때가 됐다. 마계로.”
길성현과 함께 하던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전부터 함께 마계로 향하기로 했었다. 그중에는 위명을 지닌 유명한 영웅도 포함되어 있었다.
길성현은 마계로 가기 위해 DP를 모았다.
그냥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동료 중에 공간 관련 이능으로 온전한 신격에 올라, 마계로 통하는 게이트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비가 필요했다.
온전한 신격.
강하다.
하지만 마계는 또 다른 천외천이라고 불릴 정도로 드높은 신격에 다다른 존재가 많았다.
그때 마침 이계의 도시가 생겨났고, 그들은 한 명씩 반드시 사야 할 물건이 있음을 깨달았다. 누구는 소환수였고 누구는 무기였으며 누구는 업적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DP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DP를 가지고 경매장으로 모였다.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이 오늘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물건이다.
이것을 구매해 완드를 만든다면 드높은 격을 지닌 존재와도 맞설 힘을 얻을 거다.
“100만 DP”
길성현은 바로 입찰했다.
역시 노리는 사람은 많았다.
주변에 많은 이계인부터 다른 도시에서 동시에 입찰하는 영웅, 용병, 거부가 있다. 남극의 경매장은 작지만, 물건은 전 세계가 동일하다.
어떤 곳에서 사든, 이계인의 특성으로 곧바로 물건을 안전하게 이동하여 수령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500만 DP를 넘어섰습니다.
– 모든 힘을 소모했고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여의주지만, 그 격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방법만 있다면 회복 속도를 올릴 수도 있겠지요.
– 700만 DP가 나왔습니다.
– 신화 등급입니다. 신화 등급이 고작 700만 DP라니요. 아하, 800만 DP! 역시 그렇지요. 금액은 계속 올라갑니다.
길성현은 정말 열심히 모았다.
이것 하나만을 노린 건 아니다. 아무리 많이 모아도 사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에 몇 개의 후보를 뽑아 놓고 DP를 쌓아놓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이걸 살 수 있다면 모든 DP를 소모해도 좋다.
이것만 있으면······!
– 1,300만 DP가 나왔습니다.
– 대단합니다!
“1,500만 DP”
이게 모든 전부다.
신화 등급 재료이지만 이미 소모된 여의주다. 1,500만이면 충분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 1,800만 DP 나왔습니다.
– 더 없으십니까?
– 탕탕탕! 낙찰입니다.
– 축하드립니다. 종천의 구도자, 이한성님.
“뭐!?”
길성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매장 중앙 홀로그램엔 그 꼴 보기 싫은 이한성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한성에게 빼앗기다니.
게다가 저렇게 헤프게 웃는 것도 더 기분 나쁘다.
“젠장! 쟤는 또!”
길선현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분노를 삭혔다. 주변에 동료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곳은 경매장이니까.
그래, 저놈은 DP가 많지.
서울 근처에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땅을 잔뜩 사 놨는데, 운이 좋게도 그곳에 이계의 도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매달 1,000만 이상의 DP를 번다는 소문이 들렸다.
“젠장.”
아쉽다.
저게 있으면······.
하지만 괜찮다. 앞으로도 좋은 물건은 많다.
오늘을 위해 개처럼 몬스터를 잡아다 팔았다. 그리고 오늘은 그 노력의 결실을 수확하는 날이다. 저런 놈 하나 때문에 기분 나쁠 필요는 없다.
– [게헨나의 홍염(신화)]
– 500만 DP부터 시작합니다!
– 800만 DP 나왔습니다.
“1,000만 DP!”
길성현은 한 번에 높게 불렀다.
기세를 제압하는 거다.
1,000만이면 살 수 있는 물건이지만, 800만에서 1,000만으로 올렸다는 기세가······?
– 1,500 DP 나왔습니다!
– 더 없습니까?
– 낙찰입니다!
–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종천의 구도자. 이한성 영웅님.
그게 끝이 아니었다.
– 축하드립니다! 이한성 영웅님!
– 축하드립니다! 또 이한성 영웅님이시군요.
– 또 한 번 축하드립니다! 오늘 경매장 전체를 쓸어가실 모양이신데요?
“······.”
길성현은 DP 가격을 들지도 못했다.
뭘 시작도 해보기 전에 끝난다.
어이가 없었다.
DP가 얼마나 있는 거지?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것인가.
“······하나만, 하나만 사자.”
길성현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쥐고는 하나만 노렸다. 지금까지 나왔던 물건에 비해 떨어지고 900만 DP면 살 수 있는 물건이다.
원래는 사면 안 되는 물건이다.
차라리 상점에서 사는 게 더 나을 정도로.
하지만 길성현의 입은 본능대로 움직였다.
“1,500만 DP!”
길성현의 외침에 주변 동료가 살짝 놀랐다.
저걸 1,500만이나 주고 산다는 건 멍청한 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저기 홀로그램 속에 앉아있는 미친 거부가 또 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더 없으십니까?
– 1,500만 DP입니다.
– 더 없으면 낙찰하겠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남극에 계신 길성현 영웅님!
“······?”
길성현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저 위에 홀로그램엔 그 멍청한 얼굴을 한 길성현을 비추고 있었다.
“아, 안 돼. 아아아아악!”
길성현은 한성이 북극을 떠났을 때 이후로 가장 큰 분노를 느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어떻게 된 게 이한성 저놈과는 사사건건 이렇게 부딪히는 것인가!
길성현은 다시 DP를 모으기 위해 축 처진 어깨를 이끌고 경매장 밖으로 나서야 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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