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64
“지금 피해 상황은?”
한성이 허공에 말하자 헤일렌이 각국 피해 관련 그래프를 올렸다.
첫 번째 재앙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완벽하게 막지는 못했어도 나라가 무너지거나 수만 명 이상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계의 도시를 소환하고 그것의 사용법을 알리면서 능력자가 많아진 것도 한몫 했다.
한성은 시선을 정면으로 옮겼다.
그곳엔 수십 개의 홀로그램이 있었다. 절반 정도는 누군가의 얼굴이었고 절반 정도는 아무도 자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며칠 째 잠을 자지 못해서 눈이 퀭했고 씻지도 못해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미국, 서부 평원 상황은 어떤가요.”
한성의 말에 아무도 없던 미국 백악관을 연결한 홀로그램에 누군가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 네, 반경 5km 정도 되는 거대한 균열을 막고 있는데, 개구리 마물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마물은 아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이명과 제임스 딘. 그리고 이창석 영웅이 필두로 잘 막고 있기에 피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아니었다.
백악관의 누군지 모를 직원 중 한 명이다.
한성도 잠깐 와 있는 거다.
이곳은 전 인류에 닥친 재앙을 막기 위해 소집된 [재앙 레벨 9 비상 통제실]이었으며, 전 세계의 계획이 수립되고 전달되는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 높낮음은 없다.
말단 직원이든 대통령이든 누구나 상시 대기해야 한다.
그때였다.
– 코드 그린! 이한성 영웅님, 여기 영국인데 피터로 보이는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한성은 홀로그램을 확대했다.
그곳엔 피터로 보이는 누군가 영국 외곽에 있는 연구소에 침입하는 게 보였다.
“맞군. 당장 내가 가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계속 놓치지 않게 추적하겠습니다!
이한성은 피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첫 번째 재앙에선 이곳에만 있었고 두 번째 재앙이 있을 때도 이곳에만 있었다. 한국에선 한별을 보냈고 프랑스의 균열엔 앤 샤를을 보냈다. 미국에선 미국의 영웅이 들어갔다.
총 세 곳에 영웅을 투입했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재앙은 끝났다.
그리고 남은 건 총 여덟 가지 재앙.
하지만 이제 일어난 재앙은 4가지 재앙이 한 번에 일어난다.
첫 번째는 ‘이’가 들끓고.
두 번째는 파리였으며,
세 번째는 가축이 전염병으로 죽는다.
네 번째 지독한 전염성 종기가 퍼진다.
이 네 가지가 세 번째 재앙에서 여섯 번째 재앙이다.
이게 한 번에 일어나는 것.
그리고 듣는 것만큼 간단한 게 아니다. ‘이’라는 것은 피부를 파먹고 혈관에 구멍을 낸다. 그것은 영웅이라도 마찬가지다. 마력으로 보호해도 오래 막을 수가 없다.
파리는 사람만 했으며, 가축이 죽는 것은 인류의 식량 문제가 아주 커다란 피해를 준다. 게다가 그 전염병은 격리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종기는 사람을 죽이고 죽은 시체를 이용해 다른 종기를 뿌린다.
그것은 끔직한 재앙.
그런데 이전의 영웅들로는 막을 수가 없다.
벌레들과 전염병.
이것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그중 하나가 피터였다. 그래서 한성은 이때를 위해 피터를 기다려왔다.
“길이현씨, 이곳을 잘 맡아주세요.”
한성 뒤쪽엔 거의 폐인이 되어가고 있는 길이현인 고개를 들곤 알겠다며 대답했다.
팟.
한성은 한 점으로 사라졌다.
휘리릭.
한성이 등장한 곳은 피터가 발견되었다고 한 영국 외곽의 작은 연구소 위였다.
“음?”
그 순간, 한성은 깨달았다.
한성은 초끈이라는 특성과 정보 열람의 도움으로 이 연구소에 누가 있는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호, 이런 우연이.”
이런 걸 보고 또 운이라고 해야 할까.
이 연구소엔 제현 그룹의 장남이자 회장이었던 길장현이 있었고 마틴 소유의 연구소였다. 그 말은 이곳에 신인류의 실험체가 있다는 것.
또한, 안에선 꽤 격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까지.
운이 좋으면 피터에게 손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도움이다. 협박이 아닌 도움.
* * *
진훈은 큼지막한 마물 사체 위에 앉았다.
“하아. 하아.”
숨이 거칠다.
벌써 4일째 마족과 마물을 막고 있다. 그런데도 하늘의 균열은 열리지 않고 있다.
싸움, 배고픔, 추위. 그리고 끊임없는 마물의 공격.
모든 게 진훈을 힘들게 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버텨야 했다.
쏴아아아아.
그때, 멀리서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진훈은 투신의 탑 정상에 오르면서 온전한 신격의 끝을 봤고, 마계에 들어오면서 신격이 한층 성장하여 드높은 신격에 살짝 발을 담궜다.
당연히 그 정도로는 마계의 드높은 신격.
마왕이나 악마에게 비빌 수 없다.
“······악마인가.”
마왕은 마력기관을 지니고 있는 마족의 왕이었으며, 악마는 태초부터 악(惡)이었던 순수한 악(惡)의 결정체. 당연히 두 존재는 다르지만, 마왕이 악마가 되고 악마가 마왕이 되기도 하는 이상한 교차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존재감은 악마였다.
쏴아아아.
진훈의 살갗이 삐죽 섰다.
강하다.
이곳에서 계속 죽여왔던 수만의 마족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 그게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훈은 눈을 감았다.
조금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는 걸 잘 안다.
화악.
악마의 존재감이 이 주변을 장악했다.
그러자 진훈도 황금빛 마력을 뿜었다.
오랜 시간 전투로 인해 지친 몸이었지만, 그의 금빛 마력은 결코 죽지 않은 상태였다.
“······.”
진훈은 눈을 떴다.
이미 악마는 코앞에 도착해 있었다.
순간, 진훈은 사라졌다.
악마의 뒤로 이동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악마도 그 정도 속도는 어렵지 않게 낼 수 있었다. 진훈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악마는 진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콰아아앙!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부딪친 것인지 거대한 파동이 바닥에 널브러진 사체를 소멸시켰다.
하지만 거대한 존재감은 그대로였다.
“오랜만이구나.”
몰랐다.
그런데 저 한마디를 듣고 알았다.
진훈은 황금빛 마력을 더욱 거칠게 뿜었다.
오래 생각했다.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형도 오랜만이네.”
진훈의 앞에 검은 기운으로 뒤덮여 있던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인간이었을 때의 모습이었지만, 악마의 특징인 검게 물든 동공은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진훈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좋다.
오히려 아버지인 무황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진훈은 아버지의 황금빛 마력을 받았고.
진솔은 어머니의 악(惡)을 받았다.
우우웅!
분명 오랜 만에 보는 형제의 대화였지만,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원수를 마주한 느낌이랄까.
사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둘이 사이가 나쁘거나 원한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생각이 다를 뿐.
그래서 분노는 크지 않다.
하지만 진훈이 형인 진솔을 이겨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더 할 말 있어?”
진훈이 물었다.
그러자 진솔이 씨익 웃으며 마기를 뿜었다.
콰아아아앙!
둘이 부딪쳤다.
말이 없었다. 그저 싸울 뿐.
진훈의 황금빛 마력과 진솔의 검은 마기가 하늘에 닿았다. 주변을 뒤덮었고 마물과 마족의 사체는 이미 저만치 날아가 보이지 않았다.
바닥엔 크레이터가 생기고 둘을 중심으로 황금빛과 검은빛이 섞여 하나의 토네이도를 만들어 냈다.
“크윽.”
진솔의 주먹이 진훈의 가슴에 박혔다.
뼈가 모조리 나가 버렸다. 하지만 진훈은 눈 하나 깜작하지 않았다. 그저 폐에서 공기 빠져나가는 소리만 있을 뿐.
우두둑.
진훈이 다시 달려드는 사이, 그의 뼈는 아물었다.
콰아앙!
진훈의 주먹은 진솔의 주먹에 막혔다.
강하다.
역시 무황의 아들이었으며 진훈의 형이었다.
아스모데우스이자 케루빔의 아들. 마계에서도 이름 높은 악마였으며, 세력을 구축하지 않고 홀로 강자를 위해 돌아다니기로 유명했다.
푸확.
둘이 다시 부딪쳤다.
콰과과과.
바닥이 무너지며 사체와 돌무더기가 떨어져 내렸다.
그 파장은 하늘에까지 닿은 상태였다.
진훈은 몰랐지만, 그 파장에 의해 하늘의 균열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
“훈아.”
콰아아앙!
진솔이 불렀지만, 진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먹을 뻗을 뿐.
“어머니는 이곳에 있어야 해.”
“그게 무슨 개 소리야!”
진훈은 황금빛 마력을 더욱 내뿜었다. 밝은 황금빛에 눈이 부실 정도였고, 그 정화의 빛은 악마인 진솔의 마기를 태워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진솔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진훈에게 더욱 다가갔다.
“나를 봐. 천사였던 어머니에게 태어났어.”
진훈이 태어나고 몇 년이 지나서야 케루빔은 아스모데우스가 되었다. 진솔과 진훈 모두 어머니가 천사인 케루빔일 때,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훈은 아버지의 피 덕분에 인간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진솔은 악마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성장하면서 점점 악마화가 되었다.
왜 그랬을까.
원래 천사였고 타락했다고 알려진 케루빔.
치천사였으며 천사의 군단을 지휘했던 대천사.
“······.”
“간단해.”
진훈은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진솔이 막자 발을 뻗었으며 그것은 허공을 갈랐다. 그 파장에 진솔 뒤에 있던 땅이 수백 미터나 갈라졌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 악마였던 거야. 타락이 아니라 돌아왔던 거라고.”
진솔은 진정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악마인 상태로 둬야 한다며, 스스로 마계에 와서 무황을 막았고 진훈을 막았다.
“그래?”
“난 확신한다. 동생아.”
“그런데, 왜 이성이 없지?”
“이성이 없는 게 아니야. 악마였을 때의 모습이 나온 거지.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끼야아아아아!
멀리서 마족들의 울음이 들렸다. 다시 한 번 마족과 마물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진훈이 마계로 들어와서 이곳을 찾기 전보다, 이곳에서 버티고 있을 때 그들의 습격이 잦았다. 그래서 확신했다. 이곳을 지키라는 한성의 말이 맞았구나.
그래야 이곳으로 그가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는 거구나.
“버틸 수 있겠어?”
진솔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마기를 뿜었다.
그의 신격의 향연은 하늘을 뒤덮었고 진훈을 짓눌렀다. 진훈은 어마어마한 압력에 목이 후들후들 떨렸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계의 도시에서 구매한 훈련장의 경험 덕분에 압력을 버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진훈의 영혼과 육체를 짓눌러 수련하는 느낌을 줄 뿐이었다.
“하, 하하.”
진훈이 갑자기 웃었다.
웃겼다.
어떻게 장남이라는 놈이 저런 철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단순히 둘째에게 자격지심이 있는 장남의 철없는 생각인가? 아니면 악마가 되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인가.
처음이 악마였든 천사였든.
어머니는 천사였다.
그리고 지금의 인격은 예전 어머니의 인격을 억누르고 잡아먹고 있다.
그런데 뭐?
이게 원래의 어머니니까 가만히 둬야 한다고?
“미친 새끼.”
“······?”
진솔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의 저 나약한 심성으로 욕 한번 못할 줄 알았다.
“개찐따 머저리 새끼. 네가 그래도 장남이냐?”
“너, 너 무슨······.”
진훈은 속이 다 시원했다.
욕은 안 좋은거라 배워서 하지 않았었다. 처음에 성시연과 변한 안혜림이 욕을 할 때도 그냥 모른 척 했다. 그러다 한성이 장난식으로 욕을 하거나 적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뽑아내는 것을 보면 웃겼다.
그러면서 거부감이 없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개찐따 친형을 보니까 욕이 절로 나온다.
그러자 진솔의 마기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진훈은 웃음이 났다.
질 거 같은 거대한 힘이다. 그런데 한 번 제대로 싸우고 싶었다. 그래서 한 번 더 질렀다.
“에라이, 엿이나 먹어라. 개자식아.”
진훈과 진솔이 부딪히며 거대한 파동이 하늘을 휩쓸었다. 둘이 치고 박고 욕하며 개싸움을 하는 도중, 하늘의 균열이 열렸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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