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76
세계적 곳곳에 솟아난 게이트는 빠르게 진압되기 시작했다. 인류는 오랜 평화에 찌들어 있었지만, 이 정도로 무너지진 않는다.
그간 쌓아온 저력은 충분했고 속세를 벗어나 오랜 시간 수련에 힘쓰던 초인(超人)인 십선(十仙)과 십악(十惡) 등이 직접 나서기 시작한 덕분도 있었다.
선과 악.
둘은 반대 진영에 서 있지만, ‘악’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다. 악신과 계약하고 악의 힘을 사용하지만, 그들도 지킬 것은 있다는 뜻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선 중에서도 이때를 기회 삼아 자신의 이익과 영향력을 챙기는 이들이 있었으니까.
이럴 때 보면, 선과 악의 경계선은 참 애매하다.
한성은 그들이 모든 게이트를 없애기 전에 움직였다.
게이트 부술 때 주는 업적을 놓칠 수 없었다.
“오늘은 게이트 없애기를 할 거예요!”
“할 거예요오!”
한성이 드론 카메라를 앞으로 끌어들이며 말했다. 그의 목에는 하얀이가 반 인간 폼으로 올라가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에게도 인사해 볼까요?”
한성은 카메라를 아래로 내렸다.
그곳에는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와 싸우는 친구들이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한성에게 안겨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던 진훈. 그런 진훈을 보고 뭐에 화가 난지 모를 한별.
멀리서 오랜만이라며 달려들던 친구들까지.
한성은 이들이 17살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곤, 괜히 아빠 미소가 떠올랐다.
세르게이와 나디아는 중상을 입었지만, 포션과 힐러의 치료에 금방 치료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성은 친구들에게 팀 결성을 제의했다.
“잘 보이죠? 이번에 결성한 팀 [위로]입니다.”
– 이야 싸우는 거 봐라. 저게 어디 봐서 후보생이냐.
– 미쳤는데, 현역 영웅도 저 숫자로 게이트 하나 못 막지 않냐.
– 그런데 이 게이트를 없애겠다고?
– 근데 위로는 또 뭔 개소리야.
– 위로가 뭐지?
– 야! 위로 이 채널 이름이잖아! 한성님 튜브.
– 이야······ 친구들까지 이용하는 한성 인성.
“이용하는 거 아닙니다!”
“이용하는 거 맞습니다아아!”
한성은 하얀이를 살짝 째려보곤 게이트를 가리켰다.
게이트를 부수는 것은 SS등급 정도 되는 영웅 정도만 가능하다. 하지만 한성은 [신화의 태동]으로 완연한 역사 등급의 격을 얻게 되었고 희미한 ‘전설’을 걷는 중이었다.
SS등급에는 못 미치지만, S등급 최상급보다는 높은 경지.
이것만으로는 게이트는 완전하게 부술 수 없다.
하지만 한성이 누구인가.
“제 격으로 이걸 부순다는 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제가 만든 아이템이 있다면?”
한성은 품에서 검은 마력석. 그러니까 마족의 몸에서 나온 마력 덩어리를 꺼냈다. 이게 쌓이고 압축되고 세월이 쌓이면 ‘마석’이 된다.
게이트를 부술 때, 마석만 한 건 없다.
하지만 한성은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이거 보이죠? 제가 미리 만들어 놓은 아이템입니다.”
검은 마력석에 황금빛 회로가 잔뜩 그려져 있다. 마치 심장이 박동하듯 금빛 회로가 깜빡였고 주변엔 검은 마기가 풀풀 풍겼다.
한성은 하얀이와 함께 멀리 떨어진 상태로 검은 마력석을 들었다.
“애들아! 뒤로 물러!”
한성은 그렇게 소리치고 외쳤다.
“파이어 인 더 홀!”
휘리릭. 날아간 검은 마력석은 게이트에 닿았다.
툭.
콰아아아앙!
대지를 진동시키는 거대한 폭발에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다. 검은 마력석은 일정 공간을 응축시키며 게이트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드득.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게이트가 응축된 공간에 씹혀 들어갔다. 하나씩, 하나씩. 게이트 전부가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게이트가 전부 사라졌을 때.
작은 공간은 일대의 공기를 쑥 빨아들였다가 터졌다.
콰아앙.
그 바람에 한성의 머리칼을 휘날렸다.
한성은 폭발 장면을 배경으로 두고 말했다.
“게이트가 폭발한다. 연쇄 폭발마 이한성이 돌아왔습니다.”
미간에 손을 얹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캬ㅋㅋㅋㅋ이게 뭐야.
– 병맛이 돌아왔다!
– 그 와중에 게이트 진짜 사라짐ㄷㄷㄷ
– 폭발마ㅋㅋㅋㅋㅋㅋㅋ 어디갔다 지금 오시나!
– 사랑해요! 이한성! 잘생겼다 이한성! 우윳빛깔 이한성!
– 근데 그 와중에 잘생김ㄷㄷ 진짜 성형하고 온 건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야.
오래전부터 봐 오던 구독자는 반가워했고.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구독자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대부분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한성은 그 관심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건 짜릿함이다. 쾌감을 주는 마약이다.
한성은 다음 게이트를 부수기 위해 움직였다.
* * *
일주일 전.
한성은 친구들이 회복하는 동안 검은 땅에 왔었다.
명계에 있던 성시연과 헤일렌. 그리고 안톤의 딸인 세르비체를 위한 비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성시연과 헤일렌은 한성이 맡긴 계획을 완벽하게 해냈다.
아니, 상상 이상의 성과였다.
“와, 엄청 난데?”
발록 신체의 일부였다.
한성은 그저 살점만 원했다. 그 정도만으로도 원하는 걸 충분히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록의 뼈, 혈관, 살점, 신경 다발 등 모든 요소를 지닌 신체 일부가 있었다.
게다가 보관도 잘 되어 있다.
‘백’ 상태였기에 이대로 밖으로 나가면 점점 흩어지니 이 안에서 작업해야 했다.
“사실 이걸로 구울을 만들려고 했어.”
“구울?”
성시연이 물었다.
“응, 그렇게 되면 ‘격’을 지니게 되는 구울이 나올 수 있으니까.”
“구울이 격을? 그게 가능해?”
한성은 헤일렌을 바라봤다. 헤일렌의 능력치는 쭉쭉 올랐지만, 업적을 얻을 수 없었고 그러니 격도 없다. 그녀가 가질 수 있는 거라곤 높은 능력치와 이능들.
“‘백’이라면 가능하지.”
근데 이걸로 구울을 만들기는 아깝다.
이거면 완전한 모양의 발록을 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육체의 부재.
이 정도 상태의 백이라면 ‘발록’을 키워낼 수 있다. 하지만 육체가 없으면 결국 명계를 벗어날 수 없다. 언제까지나 성시연이 명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무정란(無精卵)이 필요해.”
“······배고프냐?”
성시연은 진심이었다.
“뭔 소리야. 그거 말고 바실리스크가 간혹 낳는 무정란이 있어. 거기에 백을 넣으면······ 비늘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발록이 육체를 가질 수 있을 거야.”
알 수 없는 변종이 탄생하긴 할 거다.
하지만 바실리스크 정도의 알과 발록의 ‘백’이면 웬만한 S등급 영웅도 찜 쩌 먹을 수준의 존재가 나올 거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구하냐.”
“······뭐, 경매장을 일단 뒤져보고 없으면 바실리스크 둥지에 들어가든지 해야지.”
“그게 가능해?”
“몰래 훔치면 좋지만, 들키면 하얀이가 나서는 수밖에.”
바실리스크 정도 되면 하얀이의 피어에 겁먹고 도망가거나 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도망갈 시간은 벌 수 있을 거다.
일단은 ‘백’을 다시 키우는 일부터 해야겠다.
아, 그 전에 세르비체부터 살리고.
한성은 숙성이 완료된 비약을 들고 안톤과 함께 31번 구역으로 향했다.
* * *
안톤은 세르비체가 누워있는 침대 옆으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한성은 시간을 주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이 치료가 시작되면 세르비체가 죽을 수도 있다. 아니면 백치가 되어 영영 깨어나지 못하거나.
안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한성은 세르비체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능력치 : [근력 54] [속도 62] [민첩 64] [체력 55] [감각 66] [마력 70] [정신력 34] [지능 65] [매력 54] [행운 11] 잠재력 : 535/920
고유 능력 :
고속 영창(B/A), 마력 증폭(미개화/S)
특수 능력 :
차력(借力)(미개화/S), ■■■(미개화)
특성 :
마력 조종(A/SS), 화신체(A/S), ■■■(미개화)
운이 어마어마하게 안 좋다.
11이면 언제든 객사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하······ 내 매력은 얼마나 쓰레기였던 거지.’
그뿐이 아니다.
[화신체]라는 특성은 ‘신격’이 깃들이 최적의 몸이라는 것이고 [차력]이라는 것은 신의 힘을 빌리는 최고의 이능이다. 두 개를 모두 갖춘 사람은 정말 드물다.
그러니 알리스라는 귀족 마족이 세르비체를 노렸던 거겠지.
게다가 마력에 관한 재능도 뛰어나다.
‘이러니 안 살릴 수가 없지.’
잘 커서, 괜찮은 신격과 계약한다면 정말 주인공급의 활약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안톤이 종속되어 있기에 종장에서는 악(惡)에 편에 설 것이다. 세르비체는? 아버지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알리스의 화신체가 되었던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할까?
안톤은 오벨리스의 종속이다.
오벨리스는 싸움이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는다. 최후의 전쟁에서도 오벨리스는 진영과 상관없이 강한 상대와 싸우는 것에만 집착했으니까.
그렇기에 무조건 전쟁에 참여할 거고, 진영은 당연히 악(惡)이 될 거다.
‘확신할 순 없다.’
희망을 걸어볼 순 있다.
“이제 됐네.”
안톤이 뒤로 물러섰다.
한성은 세르비체에게 다가가면서 안톤에게 물었다.
“세르비체도······ 악의 신격에게 종속되게 둘 겁니까?”
“······절대 그럴 일 없네.”
“나중에 서로 검을 겨누는 순간이 온다고 해도?”
안톤이 모를 리 없다.
악의 신격과 선의 신격은 부딪힐 수밖에 없다.
아직은 평화로운 세상이다. 하지만 악의 신격이 현신(現身)한다면 모든 종속된 자들은 인간 혹은 선의 신격에게 칼을 들이밀어야 한다.
그것은 검은 땅의 역사가 말해주는 진실이다.
“그런 일은 내가 만들지 않을 거네······ 내가 내 목숨을 포기한다 해도.”
안톤은 괴로웠다.
신이라는 건 존재하는가.
신격은 신인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운명이라는 건 불공평하다는 거다. 안톤은 세르비체를 구하기 위해, 이 검은 땅에서 딸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악의 신격에 종속되었다.
그런데 그 선택 때문에 서로 칼을 겨누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악의 신격으로 끌고갈 순 없다.
안톤 본인도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으니까.
‘진심이긴 하군.’
한성은 안톤의 모습을 보곤, 세르비체에게 다가갔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세르비체가 안톤처럼 악의 신격에 종속되어 인류에게 칼을 들이밀지 모르는 거다. 하지만 살리기로 했다. 딸을 생각하는 안톤의 마음을 믿었다.
‘운이 좋다면, 언젠간 스스로 종속을 끊을 수도 있겠지.’
자신의 목숨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잃을 게 많은 행동. 그런데도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종속 해제].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한성은 세르비체를 살리기로 했다.
한동안 안톤과 함께 요양해야겠지만, 그 일이 끝나면 31번 구역에서 헤일렌과 성시연과 함께 지내게 해야겠다. 길이현도 자주 와서 돕기로 했으니, 함께 있으면 더욱 좋고.
‘최대한 선으로 이끈다.’
그 정도면 31번 구역도 안전한 구역이 되지 않을까.
한성이 상주하지 않아도 잘 돌아갈 거다.
* * *
다시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게이트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한성과 일행은 서울과 경기도를 돌아다니며 게이트를 부수고 사람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가 벌써 개강한다고요?”
한성이 놀라 물었다.
게이트를 부수는 과정에 만난 한도석 영웅과 이정현 마도사의 말이었다.
“맞아요. 이한성 후보생. 확실히 격을 얻은 게 보이네요. 그렇다고 해도 아카데미는 꼭 나오길 추천합니다.”
한성은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갈 거다.
수업에서 배울 건 없지만, 아카데미 내의 히든 피스는 아직도 많았고 잠자고 있는 인재들도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아카데미를 지키기도 해야 한다.
[한국 영웅 아카데미]는 수많은 곳에서 노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경쟁자로, 범죄 단체나 마족들에겐 위험의 싹으로 말이다.
훗날 아군이 될 천재들의 육성소를 잃을 순 없다.
“그럼요. 당연히 가야죠. 친구들도 모두 가야 할 거고요.”
한성은 배울 게 없다.
하지만 친구들은 다르다. 능력치나 업적은 후보생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강해졌지만, 경험은 미천하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노련함은 배움이 채워진 상태에서 수많은 경험 아래 생겨난다.
“아, 그리고 신입을 한 번 더 받게 될 거야.”
“네?”
“이번에 신입생하고 재학생 중에 사망자도 많고 부상자도 많아서······. 편입생도 새로 받고.”
한성은 신음을 흘렸다.
이런 전개가 있었나? 한성은 겪지 못했다. 아카데미가 아예 없어지거나 유지가 되거나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예 없지도 않을 거다.
이따 시간이 나면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 신입생은 나이 제한을 없앴어. 워낙 인재 경쟁이 심해지기도 하고 재앙의 출현 빈도가 높아져서. 사실상 전쟁을 준비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그 말을 듣자 생각나는 게 있었다.
히든 에피소드이자 한때 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전설의 신입생]이라는 에피소드.
아무래도 지금 이게 그거 같다.
‘예상외로······ 재미있겠는데?’
게다가 잘만 하면 지금 친해진 주인공급 캐릭터를 한층 성장시킬 수도 있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할 수도 있겠다.
거기에 새로운 컨텐츠도 마구 떠오른다.
“빨리 개강했으면 좋겠네요.”
진심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그 말을 듣곤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카데미라······.”
아마 지금 이대로 아카데미에 간다고 해도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럴 수 있다. 많이 성장했고 이미 현역 영웅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으니까.
한성은 친구들도 들으라는 듯 크게 물었다.
“그럼 실전 경험이 풍부한 용병들도 올 수 있겠네요?”
“아마도?”
“마탑에 소속된 마법사들도.”
“그렇지?”
“어쩌면 검은 땅의 아이도.”
“그건······ 말할 수 없단다.”
그게 대답이었다.
검은 땅의 아이들. 한성도 이번 회차에서는 본 적이 없다. 그 위험하다는 31번 구역에도. 그리고 뒤에 정연, 흑연, 언더월드의 구역에도 없다.
검은 땅의 아이라는 건, 그런 안전한 곳에서 태어난 이들을 말하는 게 아니니까.
한성은 친구들을 바라보곤 한도석 영웅에게 물었다.
“아, 그럼 혹시 조기 졸업 제한도 풀리는 거 아닌가요?”
“그걸 어떻게 알았나?”
이제 아카데미 내에 무한 경쟁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한성은 씨익 웃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승부욕이라면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친구들이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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