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21
21화
구급대원 윤상준에겐 치료제 1병을 주고, 혹시 더 필요한 경우 연락하라고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었다.
‘개인정보를 너무 쉽게 알려주었나. 생각해보면 어차피 이름도 알고, 직장도 아는데. 상관 없겠지.’
수겸의 치료제를 건네 주니 윤상준은 이미 사람 한 명을 살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연금술을 사용하니까 뿌듯하네. 내 돈만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일단 내가 잘 먹고 잘 살아야지 다른 사람도 또 돕겠지. 이제 돈 좀 만들어볼까?”
수겸이 다음에 거래하기로 한 금은 170돈.
오늘 밤 근무가 끝나고 내일 편의점 출근을 할 때 쯤엔 아마도 김만복에게 수수료를 주더라도 4천만원은 가뿐히 넘길 금을 만들 수 있으리라.
수겸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며 시계를 쳐다봤다.
‘주변 눈치만 신경 안써도 되는거면 알바생을 하나 뽑아서 쓰는게 좋을텐데.’
야간 알바까지 쓰면 누가 봐도 적자일텐데 새로 채용을 하는 것이 수겸을 아는 이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걱정되었다.
‘최민환, 영지, 이승준 대리까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승준 대리가 다른 지점 점주들한테 떠들어대겠지.’
수겸은 손가락을 접으면서 수겸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세었다.
“쓰읍. 그래도 아쉽긴 한데. 각 잡고 금만 만들면 얼마나 만들 수 있을까?”
수겸이 만든 금을 현금화 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오케이. 결정. 알바 하나 뽑자. 단기로만.”
마음을 굳힌 수겸은 그 자리에서 바로 어플을 켜서 공고 등록을 하기 시작했다.
***
수겸이 순금 나라 김만복에게 금을 넘기고 현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어휴, 왜 이렇게 안와. 오늘 온다면서.”
수겸은 기다리다 지쳐 짜증을 부렸다.
띠링-
편의점 문이 열리고 수겸은 잔뜩 오므렸다가 힘을 푼 스프링처럼 순식간에 카운터에서 빠져나와 누가 들어오는지 확인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사장님.”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만복이었다.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수겸이 손님들이 앉아서 밥을 먹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길게 이야기할 건 아니니까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김만복은 서로의 안부인사, 근황 따위를 묻지 않는 남자였다.
“좋습니다. 저도 기다리다보니 인내심이 바닥났거든요.”
“이번엔 지난 번과 시세 변동이 없었습니다. 제 몫을 빼고 4,160만원입니다. 여기 확인해보시죠.”
김만복이 들고 온 가방 지퍼를 내려 안에 든 현금이 보이도록 했다.
“이번에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근데 말이죠.”
수겸은 손으로 코를 매만지며 말했다.
“혹시 양을 늘리면 어떻겠습니까? 파는데 문제가 될까요?”
수겸의 질문에 김만복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우선 지금 제가 하는 작업 방식을 말씀드려야겠군요.”
“아, 잠시만요. 시간이 좀 걸리는 주제겠네요.”
수겸은 자리에서 일어나 편의점 문 손잡이에 화장실 팻말을 걸어놓고 문을 잠궜다.
오는 길에 냉장고에서 캔커피 2개를 꺼내 하나를 김만복에게 건넸다.
“이제 말씀하시죠.”
“제가 사장님의 금을 처리하는 데는 크게 세가지 공정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분배입니다. 금을 거래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국가 기관과 엮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세금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받은 금을 여러 사업자에게 분배를 해주죠.”
“아? 사장님 혼자 처리하는 게 아니었나요?”
“그렇죠. 한두번 정도의 거래는 저 혼자서 처리가 되겠지만, 이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거래니까요. 그렇게 금을 나눠가지면 금을 판 사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매입 단계입니다.”
“순서가 거꾸로네요.”
수겸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답했다.
“네. 한 사람이 많은 양의 금을 판 경우는 감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서 금을 매입한 것처럼 꾸며야 합니다.”
“그래서요?
“실제로 누군가의 통장으로 입금을 하며 정당한 거래로 만드는거죠. 전에 말씀드린 세무사가 이 단계에서 도움을 주고 있어요. 마지막은 판매입니다. 앞의 공정들을 거쳤기 때문에 판매는 아주 쉽죠.”
‘이거 보통 일이 아닌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큰 일인데.’
수겸은 문득 걱정이 되는 한편 신기하기도 했다.
“근데 저처럼 금을 파는 사람이 있나요? 갑자기 일을 꾸민 것치고는 체계적이라서요.”
“아주 없는 건 아니죠. 물론, 일반인이 접해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범죄 자금이군요. 그렇죠?”
수겸은 나지막하게 이야기했다.
본인 역시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금을 확보해서 제가 말한 방식대로 하면 별 탈 없는 현금이 생기니까요. 물론 현금만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도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거요?
“진짜 저에 대해 들은 것도 없는데 찾아오신건가요?”
“전 평범한 편의점 운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금은방 사장님을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얻어걸린거지. 저도 그게 신기하다니까요.”
“그러게요. 진짜 우연이네요. 근데 그러면 편의점 사장님이 왜 이렇게 많은 금을 가지고 계신겁니까?”
김만복은 매끄럽게 수겸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유도 질문을 던졌다.
“전 그런 나쁜 짓 안해요. 특이할 수는 있지만.”
수겸은 본인은 범죄자가 아니라며 자기 최면을 걸 듯 읖조렸다.
“네?”
답을 들었지만,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말에 김만복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영업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시네. 그건 나중에. 꼭 알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말씀드릴게요. 아니, 잠깐만. 원래 질문은 파는 양이었는데?”
“그렇군요. 요는 이런 과정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을 처리하려고 하시면 시간을 더 주시던가 아니면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겁니다.”
김만복이 앞에 놓인 캔커피를 딱 소리가 나게 따서 들이켰다.
“양은 늘리되 제가 돈을 받는 시점이 뒤로 밀리면 저한테는 조삼모사입니다. 그건 뺄게요. 그러면 인력을 늘린다라.”
“사람을 더 쓰면 그만큼 수수료가 늘어난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관리하는 품도 더 들고, 막아야 하는 입도 늘어나는 문제니까요.”
김만복은 수겸이 놓칠 수 있는 포인트를 다시 한번 짚었다.
“얼마나요? 2배로 양을 늘리는 기준으로요.”
“흐음. 생각보다도 더 많네요. 처음엔 25%를 생각했는데, 2배면 35%는 주셔야겠네요.”
김만복의 말에 수겸이 질색하며 답했다.
“에이, 또 이러시네. 30%. 그 이상은 거절합니다.”
“이번엔 안되겠습니다. 저희도 남겨 먹어야지요.”
김만복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사장님. 꿈을 더 크게 가지시고, 더 먼 미래를 보세요. 저한테 금이 얼마나 있을 것 같으세요? 가지고 있는 양이 다 떨어져가면 이런 협상을 할까요? 어때요?”
“흐음.”
김만복은 팔짱을 긴 채로 고민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350돈 기준 30% 수수료로 하시죠.”
“2주 뒤 350돈 드리죠.”
꿈과 희망이 가득한 미래를 본 수겸과 김만복은 서로를 보며 환히 웃었다.
협상을 마친 김만복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편의점을 나섰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아 참. 전에 말한 세무사분 명함 하나 주고 가시죠. 연락이라도 해봐야겠네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여기.”
수겸은 명함을 받아 들고는 한참을 쳐다 보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
근무를 마치고 수겸이 찾아간 곳은 이었다.
“계약서 쓰러 왔는데요.”
수겸이 상담사 이혜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마침 19층에 호실 하나 정리가 되어서 연락드리려던 참이었어요.”
“타이밍이 좋네요. 여기 앉을까요?”
“죄송해요. 여기 앉으시겠어요. 음료는 어떤 걸로 준비해드릴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될까요?”
수겸이 자리에 앉으며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을 품에 안았다.
“그럼요. 여기 아아 하나만 준비해주세요.”
이혜림은 뒤에 있던 다른 상담 직원에게 말했다.
“서류는 여기, 여기, 여기. 형광펜 칠한 곳에 서명해주시면 됩니다. 뒷 장은 신원 보증인 서류에요. 보호자분 내용으로 채워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수겸이 작성을 다 한 서류를 이혜림에게 건네 주었다.
“여기도 작성하셨고, 여기도. 여기도. 직업이∙∙∙∙∙∙편의점 하시네요? 장사가 잘되시나보다.”
‘편의점 해서 어떻게 여기 입주할 수 있냐는건가?’
수겸은 이혜림의 살짝 선 넘은 발언에 인상을 찌푸렸다.
“보호자 직업도 보시나보죠?”
“아, 아닙니다. 제가 편의점 하시는 분은 처음 봐서. 불쾌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서류 빠진 곳은 없나요?”
“네. 전부 확인되셨고, 이제 보증금 이체만 해주시면 계약은 완료됩니다.”
“일부는 이체하고, 일부는 현금으로 납부해도 될까요?”
수겸은 김만복에게 받은 돈을 전부 입금하기가 망설여져서 원래 계좌 잔고와 현금 일부를 가져온 상황이었다.
“문제 없습니다. 얼만큼 나누시겠어요?”
“계좌 3천, 현금 2천이요.”
“이체는 여기 통장사본 보시고 진행해주시고, 현금은 제게 주시면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이혜림이 통장 앞면이 복사된 종이를 내밀었다.
수겸은 안고 있던 가방에서 현금 뭉치를 꺼냈다. 100장 단위로 4개 묶음이었다.
“수표가 아니셨네요. 잠시만요.”
이혜림 잠깐 당황했다가 이내 좀 전의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창고 같은 곳으로 들어가 현금 계수기를 꺼내 왔다.
타라라락
현금계수기에 순식간에 100까지 숫자가 올라가길 반복.
“5만원권 총 400장, 2천만원 확인되셨습니다. 계좌이체도 하셨죠?”
“네. 좀 전에요.”
이혜림은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잠시 보다가 다시 수겸을 쳐다봤다.
“이체도 확인 됐습니다. 보증금 입금 완료되었고, 입주는 다음 주 월요일에 하시면 됩니다.”
수겸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기분 좋네요.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할머니께 효도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의 빚이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문자로 보냈습니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네! 그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수겸은 건물을 나오면서도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위를 봤다.
“앞으로도 돈 많이 벌어야겠네. 하하.”
연금술을 배우고 지금이 수겸에겐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럴 때 항상 함께 했던 친구 민환이 생각나서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뭐하냐? 형이 기분이 좋아서 전화했다.”
『이 새끼가 술을 처먹었나? 나 곧 시험인거 알고 놀리려고 전화했어?』
“아 맞다. 너 곧 시험이지? 예상 성적은 어때? 너무 걱정하진 마. 떨어지면 우리 편의점 와서 알바나 해. 사장 특혜로 바로 채용해줄게.”
『에이씨. 가뜩이나 불안한데. 나 이번에 떨어지면 진짜 무슨 낯짝으로 부모님 얼굴을 보냐. 하∙∙∙∙∙∙.』
민환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나 오늘 계약하고 왔어. 전에 같이 갔던 곳.”
『헐. 미친놈. 진짜로 그걸 했어? 이야, 우리 수겸이 많이 컸네. 사고도 제대로 치고. 아! 네가 왜 전화했나 했더니 내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했구나. 그랬구나.』
“내가 너 말고 누구한테 이런 말을 하겠니. 이제 할머니가 더 편하게 지내실 수 있겠단 생각이 드니까 눈물이 핑 돌더라. 악착같이 돈 벌어야지.”
『그러셨구나. 그래서 편의점 야간하고, 낮에는 노가다라고 하시게? 이 대책없는 새끼야.』
“이 형은 전부 계획이 있단다. 동생아, 너는 그냥 축하한다 한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으면 된단다.”
『네네. 이 우매한 아우는 그만 물러갑니다요. 형님! 축하드립니다!』
민환은 처음엔 장난이었다가, 순간 욱했는지 정말로 축하한다는 말을 끝으로 뚝 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겸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지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