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14
113화 회귀자의 던전 공략법(1)
2차 실기 시험 시작. 약 여섯 시간 후.
대한민국 최대 각성자 커뮤니티인 ‘레이더 갤러리’는 그야말로 폭발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조금 전에 올라온, 재현이 A급 마법 《아이스 레인》을 사용하는 영상 덕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커뮤니티의 검은 화면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한 남자가 있었다.
송지석.
레이더 관리본부의 팀장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지금 재생되는 영상을 보며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있다.
이미 몇 번이나 본 영상.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댓글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익명1: 야… 시발 저게 가능하다고?] [익명2: 솔직히 이건 에바자너;; 뭔 신입생이 A급 스킬을 남발하냐.] [익명3: ㄹㅇ;; 저거 최소 3학년은 돼야 하는 거 아니었음?] [익명10: ㄴㄴ옆방 가니까 서이나랑 안호연도 B급 이상 스킬 잘만 쓰던데?] [익명5: 아이 싯팔~! B랑 A랑 같냐고 아ㅋㅋㅋ] [익명6: 주작아님?] [익명4: ㄴ아까 주작 판독기 놈이 주작 확인해 봤는데 영상에 조작 흔적 없었다더라. 고로 저건 ㄹㅇ 지 실력이라는 뜻임.] [익명7: 미쳤네…;;] [익명8: 야 근데 아무리 봐도 저건 아니지. 나이 주작일 수도 있음.] [익명9: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그들은 재현이 이뤄낸 성과를 쉽사리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당연한 일이다.
고작 신입생 주제에 캐스팅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무려 A급 스킬인 《아이스 레인》을 다룬다고?
그것도 자유자재로?
이는 다른 프로 레이더들도 쉬이 들이지 못하는 경지였다.
한껏 달아오르는 커뮤니티.
송지석은 입고 있던 외투 겉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민재현… 무려 A급 마법을 사용하고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군. 얼마 전, 김지연 요원의 말에 따르면 구자인과도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고… 역시 어떻게든 이쪽으로 끌어들여야겠어.”
재현은 구자인의 비리를 파헤치는 데 주요한 패가 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아직 생도 신분이지만, 생도를 뛰어넘는 실력을 갖춘 자.
이런 인재를 손에 넣기만 한다면, 더 빠르게 구자인의 몰락을 끌어낼 수 있을지 몰랐다.
더군다나 지금 상황은 매우 좋다.
어째서인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연화 길드에서도 구자인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길드체험은 레이더 관리본부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준비된 사건.
이 일의 냄새를 맡았다는 것은 유성은 역시 구자인을 무너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이를 잘만 이용한다면, 연화와 손을 잡아 구자인의 악행을 밝혀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송지석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정장 외투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귀에 댔다.
잠시 후.
[여보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으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경훈.
송지석의 직속 후배로, 과거 가장 먼저 재현의 능력을 알아보고 네버랜드에서 그가 던전을 클리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사람이었다.
“어. 나다. 경훈아 잘 지냈냐?”
[선배님이 전화를 다 하시고.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부탁할 게 하나 있어서 말이야.”
[…부탁이요?]“그래. 왜 전에 네가 이야기했던 그 생도 있잖냐. 민재현. 그놈의 뒷배가 누군지 당장 조사해서 파일 넘겨라.”
[예? 갑자기 그런… 게다가 그거 인권 침해잖습니까. 국민을 생각하는 레이더 관리본부의 팀장이나 되시는 분이 그런 일을 해도 되는…….]“구자인을 무너뜨릴 기회다.”
송지석의 말에 전화기 너머의 박경훈이 잠시 침묵했다.
구자인. 두 사람에게 그는 끔찍한 증오의 대상이었다.
과거 송지석과 박경훈은 구자인에게 각각 제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
송지석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박경훈은 네 살 터울의 여동생을.
둘에게는 구자인을 미워할 만한 명분이 있었다.
때문에 그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고.
잠시 후.
박경훈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뒷배가 없으면 어떡하죠?]“없을 리 없어.”
송지석이 팔짱을 끼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처럼 그가 확신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일전의 네버랜드 사건.
그 사건에서 송지석은 민재현의 정체가 전국적으로 크게 알려질 거라 생각했다.
출신지부터 특징. 좋아하는 것부터 싫어하는 것. 각성은 언제 했으며 어떻게 훈련을 하는지 등.
자잘한 정보 하나하나 모두다.
하지만 사건 이후 재현은 TV에서 이름만 몇 번 언급될 뿐, 해낸 일의 무게에 비해 기사가 거의 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민재현을 봐주는 뒷배가 기사를 싹 다 막았다는 뜻이 되지. 그것도 고의로 말이야.’
하지만 모든 의문이 가신 것은 아니었다.
대체 왜?
재현은 어째서 기자들의 입까지 막아가며 제 정체를 감춘 것일까?
또 누가 재현의 뒤를 봐주는 것일까.
송지석은 지난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민재현은 자신의 힘을 숨기고 있다.’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길드체험 사건과 함께 연화 길드가 기다렸다는 듯 기사를 터뜨렸다. 이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지.’
송지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이었다.
“최우선으로 연화 길드와 민재현 사이의 접점을 알아봐. 분명 뭔가 재미있는 게 나올 테니까.”
* * *
“그럼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전투가 끝난 후. 재현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재현의 전투를 지켜보던 김진아와 박성우가 화들짝 놀라며 물어왔다.
“재, 재현이 너 언제 A급 스킬까지 익힌 거야?”
“그러니까! 이게 말이 돼? 우린 아직 신입생이라구!”
“뭐, 그냥 어찌어찌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재현은 적당히 대답한 뒤 필드를 마저 훑기 시작했다.
2층으로 넘어가기 전에 필요한 아이템을 모두 챙겨두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래로 갈수록 던전의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파밍 시간이 부족해질 거야.’
던전의 심층부에서 상위 몬스터를 잡으며 파밍까지 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2계층부터는 보다 높은 등급의 마수가 등장할 것이다. 지금 상대하는 이들은 고작해야 C급에 불과하지만, 이후엔 최대 B급의 몬스터와 상대해야 한다.
물론 중간고사이니만큼, 실제 몬스터와 등급이 같다 하더라도 랭크 두세 개 정도는 아래로 보는 게 옳긴 하나. 이마저도 신입생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될 수 있는 대로 1계층에서 필요한 생존 아이템을 모두 챙기는 게 좋았다.
잠시 후.
재현과 일행은 모든 라바 슬라임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애초에 등급이 낮고 분진만 조심하면 되는 마수이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김진아와 박성우 역시 폭탄을 이용해 적을 상대하는 데 익숙해졌다.
물론 심층부에서는 폭탄의 효율이 급감하기에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던전 공략이 순조롭게 흘러갈 거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후… 이 정도면 아이템은 대충 챙긴 것 같고. 슬슬 포션부터 만드는 게 좋겠는데.”
재현이 말하자, 박성우가 손가락으로 건너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이라면 열기가 좀 덜할 것 같아. 지반에서 올라오는 에너지도 적고.”
“음… 확실히 그런 것 같네.”
김진아가 동의했다.
재현 역시 나쁘지 않은 장소 선정이라고 판단했다.
‘서리초로 화상 저항 포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기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재현은 인벤토리에서 텐트 설치 기본 세트를 꺼냈다.
처음 던전에 진입하기 전에 박하준이 나눠준 아이템 중 하나였다.
덧붙이자면, 텐트는 쉘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치로 이 안에 들어가면 방송이 잠시 끊어진다.
그동안 이들은 재정비를 하고 다시 전투에 임하게 되고.
참고로 이번 2차 실기 시험이 이어지는 기간은 3일.
던전을 일찍 클리어할수록 그 시간은 더 앞당겨지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3일을 거의 채워서 클리어하는 편이다.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도 있고, 던전을 꼼꼼히 공략할수록 가산점이 붙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텐트 칠게.”
박성우와 김진아 두 사람이 텐트를 치게 되었다.
재현은 주변을 경계하는 역할. 김유정은 포션이 완성되기 전까지 수속성 마법으로 주변의 온도를 식히는 역을 맡았다.
모두 중요한 일. 분배가 적절히 이루어진 것이다.
덕분에 채팅창 역시 감탄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익명3: 얘들 거의 베테랑 같은데;; 던전 공략 잘 배운 듯?] [익명9: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학원에서 가르치는데 당연한 거 아님?] [익명22: 솔직히 나도 밀레스 들어가면 저 정도는 했다 ㅇㅈ?] [익명1: ㄴ개소리 작작하고 집에서 발이나 닦고 자라.] [익명6: ㄴㄹㅇㅋㅋ]“자, 다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김진아의 말에 재현과 김유정이 텐트 내부로 몸을 밀어 넣었다.
“꽤 아늑하네.”
김유정은 그렇게 말한 뒤 가운데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박성우는 냄비와 국자, 버너 등 연금술 도구를 꺼내 바닥에 죽 늘어놓았다.
“포션 제조하는 데는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괜찮아. 그 정도면 충분해.”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어차피 2층에 진입하기 전에 해야 하는 일도 있다.
뭐 애초에 박성우의 조제 속도가 그리 느린 편이 아니기도 하고.
“하… 근데 여긴 진짜 덥네. 미칠 것 같은데.”
김유정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재현 역시 동의했다.
“그러게. 역시 무스펠헤임을 본떠 만든 던전이라 이건가.”
아닌 게 아니라, 던전 내부는 지나칠 정도로 후끈했다.
조금 전처럼 수속성, 빙속성 마법을 사용하면 약간 나아지긴 하겠지만 그마저도 남용할 수는 없었다.
언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인데, 함부로 마력을 낭비하는 것은 독. 인내 역시 레이더의 주요 덕목 중 하나다.
“최대한 빨리해 볼게. 조금만 참아줘.”
박성우의 말에 김유정이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뭐, 빨리 만들어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이야. 김유정 역시 남 눈치 주는 건 최고네.”
“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재현과 김유정의 대화에 옆에 있던 김진아가 작게 웃었다.
“너희 진짜 사이좋구나.”
“딱히 뭐 좋은 건 아닌데.”
김유정의 말에 김진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었다.
“딱 봐도 베프 같은데? 어릴 때부터 친했던 거야?”
“음… 그때부터 알고 지내긴 했지.”
김유정은 무뚝뚝한 어투였지만, 곧잘 대답해주었다.
재현이 피식 웃었다.
‘역시 모진 성격은 못 된다니까.’
처음에 두 사람과 같이 팀을 맺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를 냈던 그녀였지만, 김유정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김진아와 박성우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그저 제 친구를 잃을지 모르는 상황 속 신경이 예민해졌을 뿐. 그녀 역시 이들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리 마수를 죽이고 던전을 닫는 레이더라는 직업을 고른 이들이라 해도,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한낱 작은 인간에 불과하다.
공포는 이지를 갉아먹고, 끝내는 이성을 닳아 없어지게 만드는 법이니까.
잠시 고민하던 재현이 세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얘들아. 잠깐만, 작전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는데 모여줄래?”
일행은 재현의 말을 따라 둥글게 모였다.
재현은 자신의 작전을 동료들에게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아공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던 변동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모든 계획을 전해 들은 일행은 어이가 없어진 얼굴로 재현을 봤다.
“…그게 진짜 가능하긴 한 거야?”
김유정의 얼빠진 목소리가 텐트 안을 잠시 울렸다.
재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싱긋 웃었다.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