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니드호그의 송곳니(2)
S급 아이템. 그것도 《니드호그의 송곳니》는 재현의 기억에도 있는 최상위 아티팩트였다.
니드호그(Níðhöggr).
‘증오에 차 공격하는 자’, 혹은 ‘조소하는 학살자’라는 이름을 가진 마수.
드래곤 파생인 그는 니플헤임에 위치한 샘인 흐베르겔미르(Hvergelmir)에 서식하며, 샘을 향해 뿌리내리는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끊임없이 갉아 먹는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신화에 따르면 니드호그의 송곳니에는 독이 있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녹여버릴 정도의 치사량 최상의 극독.
재현은 과거 TV에서 니드호그의 송곳니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었다. 세계 고위급 레이더의 무기를 보여주며 가치를 감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니드호그의 송곳니》의 경우 순수 스탯만 볼 때 다른 아이템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리치가 긴 무기가 아닌 단도이기 때문에 전투에서 제약이 있고, 줄 수 있는 데미지 역시 한정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이 무기의 가치는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진정한 가치는 따로 있죠.] [바로 극독입니다. 신화 속에서 묘사되는 정도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이 아이템에는 다른 아티팩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중독 패시브가 붙어 있죠.단검을 주로 사용하거나, 속도 위주의 전투를 하는 무투계 레이더에게는 이만한 무기가 없습니다. 고로 이 아이템의 가치는…….] [역대 S급 아이템 중 두 번째입니다. 발뭉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군요.]
* * *
마도 공학 상점가 외곽에 위치한 작은 카페.
재현과 백지연, 그리고 그녀의 비서인 강주연이 자리에 앉아있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눈을 굴리는 두 사람.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먼저 입을 뗀 쪽은 백지연이었다.
“슬슬 이야기를 재개해 볼까요? 민재현 군. 아니, 민재현 레이더.”
백지연이 가볍게 말을 정정했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짤랑, 하는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졌다.
‘능숙하다.’
수완가답게, 백지연은 대화에 매우 능숙한 사람이었다.
재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받았다.
“저는 아직 생도입니다. 말씀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재현은 제 또래의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어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백지연이 덩달아 미묘하게 치솟는다.
‘재밌네. 유성은. 이런 괴물을 키우고 있었단 말이지?’
제 또래의 생도들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매사에 여유로우며, 언제든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신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
저게 정말 생도의 마력이라는 건가?
재미있다.
백지연은 근래 만난 어떤 레이더보다도 재현에게 큰 흥미를 느꼈다.
“아까 했던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죠. 저는 민재현 레이더를 저희 큐레이터 길드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최선의 조건을 맞춰드릴 생각이죠.”
“최선의 조건이라. 저는 남들보다 기준이 조금 높아서.”
“물론 환영입니다. 향상심이 없는 레이더는 죽은 이들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백지연이 웃었다. 바로 대꾸해오는 그녀의 기세에 재현이 잠시 주춤했다.
재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째서지? 큐레이터 측에서 이 정도로 나를 원할 이유가 있나?’
지금부터는 의심해야 한다.
재현은 자신의 눈앞에서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매혹적인 입에 현혹되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신은 이미 가진 게 많다. 여기서 무리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나는 연화 길드와 계약을 체결했고, 많은 교류를 나눴다. 이를 버리면서까지 큐레이터와 손을 잡을 이유가 없어.’
재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들어 백지연과 눈을 마주쳤다.
“죄송하지만 저는 배탈을 싫어합니다.”
“무슨 그런 실례되는 말씀을. 큐레이터 길드는 유통기한 지난 우유가 아닙니다.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죠.”
“꽤 완고하시군요.”
“제가 의리가 있는 편이라.”
“하지만.”
백지연은 재현의 말을 자르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지금 당신이 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겠죠?”
그녀의 눈꼬리가 반달처럼 휘었다. 재현의 얼굴에 곧 미소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이 협상은 재미있게 흘러갈 것 같다.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운을 뗐다.
“구체적인 조건을 듣겠습니다.”
* * *
“네.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직 진전은 없는 듯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켜보다가 상황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박성재는 카페 앞을 몰래 서성이며 재현과 백지연의 동향을 살피는 중이었다.
조금 전, 유성은이 자신에게 두 사람의 미행을 지시한 탓이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겁니까? 물론 재현 군이 연화를 나갈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만…… 무려 S급 아티팩트를 조건으로 내건다면 아무래도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군요.] [재현이가 그렇게 쉽게 넘어가진 않을 거예요. 오빠는 너무 걱정이 많다니까.] [그런 분이 저를 왜 미행 역에 붙이신 겁니까?] […….]현재 유성은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재현이를 빼앗겼다간 연화 길드의 미래 계획이 싹 다…….]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재현은 연화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제자이며, 연화의 힘을 이용해 최근 구자인 이사장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레이더의 길드 간 이적은 흔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이리와 같은 존재들이 바로 레이더.
재현 역시 타 길드에서 마음에 드는 조건을 내건다면 이적을 감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통화하던 박성재가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레이더 일을 시작하며 끊었던 담배가 생각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일단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박성재가 마른침을 삼키며 창에 비치는 재현을 바라보았다.
* * *
“연화 길드에서 내건 조건의 3배. 원한다면 그 이상의 조건을 내걸겠습니다.”
“확실히 엄청난 조건이네요.”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S급 아티팩트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제외하더라도 엄청난 조건이다.
연화가 내민 계약의 무려 세 배.
가치로 환산했을 때, 적어도 수천억이 넘는 돈이 오가는 제안이었다.
‘어떤 사람이든 침을 흘릴 만큼 좋은 조건.’
아마 연화 길드가 없었더라면, 재현 역시 넙죽 받았을 계약이었겠지.
재현은 앞에 놓인 잔을 매만지며 이었다.
“우선 《니드호그의 송곳니》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백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앉은 강주연을 보았다.
“주연 씨?”
“알겠습니다.”
강주연은 즉시 아공간을 연 뒤,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첨단 마나 센서가 탑재된 물건이어서 여는데 약간의 절차가 필요했다.
백지연이 케이스를 향해 가볍게 흘려 넣고 잠시 기다리자.
철컥!
케이스가 열리며 드디어 내부에 자리한 아티팩트의 전모가 드러났다.
재현이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아는 《니드호그의 송곳니》가 맞아. 대박인데.’
재현이 탐욕스러운 표정을 애써 감추며 아이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마체테(machete) 나이프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실용성은 확실하겠어.’
마체테 나이프. 정글도와 비슷한 외관을 지닌 단검이었다.
일자로 쭉 뻗은 18인치쯤 되는 길이와 새까만 도신을 자랑하는 아이템.
재현은 좀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불러왔다.
[장비 아이템]이름: 니드호그의 송곳니
등급: S
흐베르겔미르에 사는 독을 지닌 드래곤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잘라 만든 단검이다.
독샘 없이도 상시 독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매우 예리하다.
*적에게 맹독 효과를 부여합니다.
*상처의 개수가 늘어날 때 최대 5회까지 중첩 효과가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이름: 맹독(Lv 5)
등급: S
최대 체력의 퍼센트를 깎는 중독 효과를 부여한다.
적의 상성에 따라 효율이 조금씩 달라진다.
시종일관 차가운 표정을 고수하던 재현의 입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변화를 캐치한 백지연이 재현의 얼굴을 살피며 웃었다.
‘역시 S급 아이템에는 흔들리는 거겠지. 레이더란 그런 족속이니까.’
그녀가 속으로 생각하는데, 별안간 재현이 아이템에서 눈을 떼며 물었다.
“뭐, 이건 그렇고 슬슬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이야기는 이게 전부인데.”
백지연의 말에 재현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설마 믿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재현은 옷매무새를 고치며 이었다.
“그래서. 고작 생도 신분에 불과한 제게 S급 아이템까지 걸고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대체 뭐죠?
만약 이야기하지 않으시겠다면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줄곧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물론 재현이 구자인의 몰락, 중간고사, 테마던전, 신입생 사냥 등. 갖은 사건을 거듭하며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제안을 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S급 아이템을 내건 계약.
이는 S급 레이더를 빼 올 때나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분명히 꿍꿍이가 있다.’
재현은 명료한 결론을 내렸다.
잠시 기다리자, 백지연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점점 더 탐나는걸요? 알아요? 민재현 레이더는 정말 재밌는 사람이에요.
어때요. 이런 말 자주 듣나요?”
“가끔요.”
백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었다.
“좋아요. 말해드리겠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접근하는 이유.”
재현이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큐레이터의 목적은 무엇일까.
어째서 나에게 접근한 거지?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백지연이 가벼운 미소와 함께 운을 뗐다.
“저희 큐레이터는 레이더 관리본부와 연을 맺고 싶습니다.”
“레이더 관리본부라.”
“그렇습니다. 본부와 안면을 트고 싶은 심정이죠. 이래 봬도 상인 길드를 운영하는 입장이라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게 많거든요.”
재현이 하, 하고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유이긴 했다.
큐레이터는 상인 길드. 필연적으로 물자 거래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때 재현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레이더 관리본부의 관리직 멤버. 이의 가장 큰 특혜 중 하나가 감세(減稅)니까.
이는 멤버가 소속된 길드에도 적용되는 법이었다.
“납득은 되네요.”
“저희 큐레이터는 민재현 레이더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신다면 후회는 없을 거라고 확언하죠.”
백지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주연이 서류첩을 재현에게 건넸다. 계약서의 상세 내용이 적힌 파일이다.
재현이 생각이 잠긴 척 파일을 바라보며 시간을 죽이는데.
[재현 군 넘어가면 안 돼요! 잘은 몰라도 신의를 저버리는 건 쫌생이나 하는 짓이라구요! 거기다 스파이 짓이라니…… 무덤에서 흐룽그니르가 노할 거예요!]헬라의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답했다.
[글쎄요. 저는 의리 같은 건 비효율적이라 안 따지는 주의라서.] [서, 설마…… 아니죠?]헬라가 충격을 받은 몰골로 중얼거렸고, 재현은 미소지었다.
그가 무거운 입을 열며 손깍지를 꼈다.
“한 번 생각은 해보죠. 그 전에,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한 번만 만져보게 해 주신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