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51
150화. 서클 창설(1)
“물론이죠. 얼마든지 만져봐도 좋아요. 저희 길드원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인색할 수야 없지 않겠어요?”
백지연이 흔쾌히 허락하자, 재현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답했다.
“배려 감사합니다.”
‘됐어.’
재현은 손을 뻗어 눈앞의 S급 아이템을 가볍게 쥐어 보았다.
손바닥에 착 감겨오는 단검은 단순히 뛰어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재현이 평소 제작하는 마나 블레이드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
흑색 검날의 예리도는 언뜻 보기에도 경이로운 수준을 자랑했다. 아마 카페의 테이블 정도는 갖다 대기만 해도 찢어지겠지.
“좋은 단검이네요.”
“그럼, 긍정적으로 저희 제안을 생각해 주시는 건가요?”
재현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백지연이 끼어들었다.
재현이 은은한 웃음과 함께 검을 내려둔 뒤 팔짱을 꼈다.
“글쎄요. 집에 돌아가서 좀 더 생각해 보고 싶은데.”
“……뭐, 좋습니다. 당장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는 문제긴 하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대화를 마무리한 뒤, 재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카페를 빠져나갔다.
* * *
잠시 후.
카페에 남은 백지연은 입술을 문 채 생각에 잠겼다.
‘……뭔가 이상해. 조금 전의 그 태도는 대체 뭐지?’
묘한 위화감이 번져왔다.
마지막에 재현이 보였던 움직임.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강주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 이야기도 잘 끝난 것 같은데.”
“민재현 말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네? 뭐가요?”
강주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백지연이 왜 저런 말을 꺼내는 거지?
조금 전 대화는 잘 끝난 게 아니었나?
“아니 어떻게 봐도 이상하잖아. 마지막에 보였던 그 태도. 다른 흔해빠진 것도 아니고 무려 S급 아티팩트를 보여줬는데, 왜 오래 살펴보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리나케 집으로 간 거지?”
“그건……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요.”
강주연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백지연은 금세 심란한 얼굴이 되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걸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계약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습니다. 지금 한 제안도 이미 한계치를 아득히 초과했으니까요.”
강주연의 말대로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재현을 손에 넣을 수 있기를.
그저 기도하는 수밖에.
* * *
한편, 백지연과 달리 재현은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들어온 그가 익숙한 생김새의 단검을 손에 쥔 채 미소짓고 있었다.
“이걸 여기서 얻게 될 줄이야.”
재현은 손에 든 S급의 단검.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지연. 조금 전 그녀는 단검을 매개로 자신을 큐레이터로 포섭하려 했지만, 이는 명백한 실수였다.
재현이 가진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
이는 자신이 한 번 만져본 적 있는 아이템이라면 어떤 것이든 구현할 수 있는 사기 스킬이다. 위력이 다소 격하되는 단점이 있으나, 이는 재현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 S급 아이템을 조건으로 내걸었을 때 설마설마했지만…… 진짜 아이템을 만져 볼 수 있게 해 줄 줄이야.”
덕분에 재현은 니드호그의 송곳니의 제작 조건을 달성했다.
앞으로의 전투에서 중독 효과와 단검의 콜라보는 큰 도움이 될 터.
“그나저나 슬슬 그쪽에서도 불안불안 하겠지. 연락해 봐야겠어.”
재현은 미소를 지은 뒤, 스마트폰을 꺼내 박성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박성재입니다.]전화를 받는 박성재의 목소리는 한껏 긴장돼 있었다. 이유를 알 것도 같았으나, 재현은 티 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어쩐 일인지 늦었다. 재현이 입을 떼려던 순간, 박성재가 선수 치며 재빨리 끼어들었다.
[……재현 군. 부탁드립니다. 연화 길드에 어떻게든 남아주실 수 없겠습니까?]‘역시. 먼저 말이 나오는 거 보니 큐레이터 측에서 연화를 먼저 찾아간 모양이야. 예상이 맞았네.’
재현이 가볍게 미소 지은 채 이었다.
“에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세요?”
[……예?]“저는 연화를 나갈 생각이 처음부터 아예 없었습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큐레이터 길드와 대화를 나누신 걸 봤는데……. 아, 그게. 몰래 본 건 아니고 그저 지나가는 길에…….]재현의 말에 박성재가 얼빠진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재현이 피식 웃었다.
“미행하신 거 다 알거든요. 제가 그것도 모를 줄 아셨어요?”
[…….]재현은 다른 손으로 전화기를 바꿔 잡은 뒤 이었다.
“선생님도 뒤에서 전화 내용 듣고 계시죠? 서로 다 아는 처지니까 숨기지 말고 이야기하자구요.”
[……컥!]이럴 줄 알았지. 재현이 생각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방금도 말했지만 저는 이적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연화가 저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S급 아티팩트 하나에 홀라당 넘어가겠어요?”
[둘러서 말하지 말고 본론을 이야기해 줄래?]유성은은 이미 재현의 검은 속내를 눈치챘는지 그렇게 말했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었다.
“제가 연화에 남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래.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해.]이번에는 직접 들려온 유성은의 목소리. 재현은 숨을 고른 뒤 이었다.
“밀레스 아카데미의 다음 이벤트. 야외 합숙. 일정을 조금 조정하고 싶은데.”
[……혹시, 그게 연화 길드에 남는 거랑 연관이 있는 거니? 너한테 득이 된다거나.]유성은은 곧바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어왔다.
재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네. 엄청요.”
* * *
시간은 금세 흘러 어느덧 학교 복귀일이 되었다.
재현은 커다란 트렁크에 사복과 갖은 아이템을 넣은 뒤,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은 각성자의 이점 중 하나였다.
서울에서 포탈을 타고 대구까지는 금방이었다.
재현은 잠시 걸어 밀레스 아카데미의 정문 앞에 섰다.
내부는 이미 시끌시끌했다. 당연하게도 재현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드디어 서클 홍보 기간이네. 아무래도 이것저것 귀찮은 일이 생기겠어.’
서클 홍보 기간.
정식 서클 가입 한 달 전. 생도들이 서클을 창설하거나, 미리 다른 서클의 시설과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기간을 일컫는 말이었다. 일종의 체험 학습 기간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다.
“저희 서클로 오세요! 졸업생 중에 B급 레이더가 네 명이나 있습니다!”
“저희 해협 서클로 오세요! 현재 핫한 해신 길드의 마스터가 직접 만들 서클이라 혜택이 많습니다!”
“우리 서클에는…….”
장터의 호객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 재현이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걸음을 떼는데, 별안간 그를 향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재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재현이 말을 걸어오는 이의 인상착의를 살피며 말했다.
어쩐지 익숙한 얼굴. 하지만 누구였는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가 기억을 더듬으며 생각을 떠올리려 하던 그때.
눈앞의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이었다.
“나를 모르나?”
“자의식 과잉입니까? 딱히 보기 좋지는 않은데.”
재현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려 S급 레이더 발락을 상대했던 재현이다. 한데, 그저 아카데미의 생도인 녀석이 뭐? 내가 누구인지 모르냐고?
재현이 한 마디 더 쏘아붙여 주려던 그 순간.
“나는 정현이다. 서클 유(流)의 서클장이지. 너를 영입하고 싶다.”
‘아, 이제야 기억났다.’
재현이 희미하게 웃었다.
‘정현. 서클 유의 대표로 이후, S급까지 성장하게 되는 특급 재능이지.’
실력만큼이나 뛰어난 리더쉽을 갖춘 게 바로 그였다. 훗날 무투계 최강 길드 해신에 입단하게 되었는데, 이후 자기 길드를 창설하기 위해 해신에서 나왔던 게 기사에 뜬 적이 있었다.
‘회귀했으니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고.’
사실 미래를 안다고 해서 재현의 대답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유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럼 가봐도 괜찮겠습니까?”
재현의 말에 정현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려 보일 뿐이었다.
그가 자신을 지나쳐가는 재현의 어깨를 붙잡으며 제 마력을 약간 개방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데.”
“다시 생각해 달라는 행동이랑 전혀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설마.”
재현은 자신의 어깨를 꽉 쥔 정현을 보며 자신도 지지 않고 마력을 개방했다.
“여기서 망신당하고 싶습니까?”
재현이 웃으며 말했다. 정현의 차분히 내려앉은 두 눈에 호기가 피어오른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마력.
하지만 그때였다.
“야! 정현! 내가 말했지! 네 성격이 개판이라 실패할 거라고. 하하. 그래 잘 생각했어. 민재현, 너는 우리 서클에 들어와야 해.”
강주협. 무투계 2위를 자랑하는 서클장이 끼어들었다.
물론 재현의 기억 속에 있는 얼굴이었다.
재현이 귀찮다는 듯 둘 다 무시하고 지나치려 하는데.
“아니! 민재현은 우리 성은에서 영입할 거야!”
뒤편에서 성은 서클의 수장인 한지안이 끼어들었다.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재현은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어떤 서클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재현의 말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모인 서클장들이 눈에 띄게 동요한다. 저게 대체 무슨 말이지? 서클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정현이 드물게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서클에 가입하지 않겠다니. 여기 있는 애들의 서클은 모두 뛰어난 곳이다. 꼭 내가 있는 곳이 아니더라도 전부 훌륭한 곳이야.”
“혹시 이미 가입하기로 한 서클이 따로 있는 거니?”
한지안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재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재현을 향한다. 재현이 웃으며 덧붙였다.
“제가 직접 서클을 만들 생각입니다.”
* * *
잠시 후.
일행은 오전 강의를 모두 마친 뒤 아지트에 모였다.
이들은 막 재현의 선언을 듣고 넋이 나간 참이다.
“……그래서. 민재현 네가 새로운 서클을 창설하겠다. 이 말이지?”
김유정의 어이가 없다는 듯 재현을 보며 물었다.
재현이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거지. 어차피 너희 나랑 같은 서클 들고 싶어 했잖아.”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밀레스의 서클은 기본적으로 재학생이 만드는 경우가 많잖아. 신입생이 만들어도 문제없는 거야? 불이익이라든가.”
안호연의 물음이었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신입생이 서클을 만들지 말라는 규칙은 없어. 철저히 실력제. 게다가 이미 웬만한 재학생은 우리 상대도 안 될 텐데 뭐가 문제야?”
재현이 호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아아아, 아무리 그래도…… 다, 다른 서클에 견제를 받지 않을까?”
이재상의 물음이었다. 최근 그는 공방의 개업으로 업무가 겹쳐 서클을 탈퇴한 뒤, 아직 다른 서클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것도 실력이 웬만큼 차이나면 안 그래요. 형은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재현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일행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재현이의 실력은 기성 레이더와 비견해도 수위급이니까.’
적어도 A급. 그게 재현의 경지였다. 적어도 실력에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이번에는 서이나가 물었다.
“……이미 생각해 둔 건 있어? 신입생은 아는 교관님도 적어서 서클룸을 빌리기도 어렵고, 이것저것 어려운 일이 많을 거야. 지금은 다른 서클에 가입하는 편이…….”
현실적인 문제. 신입생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와 같은 문제는 어렵다.
인맥. 제아무리 재현이 학년 1위 생도라고 해도, 이러한 인맥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
“너희도 알 텐데? 내가 이사장님이랑 깊은 연이 있는 거.”
불현듯 떨어진 재현의 말에 깜빡 잊고 있던 일행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재현은 김지연 교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연화 길드의 우선 협상 체결자인 동시에 유성은의 직제자.
‘어쩌면…….’
‘잘만 하면…….’
‘……가능할지도 몰라.’
‘재, 재현이는 역시 대단해!’
모두 감탄한 눈으로 재현을 바라보았다.
“정식으로 제안할게.”
재현이 가벼운 미소와 함께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어때? 다들. 내 서클에 들어올래?”
일행의 눈이 투명하게 빛났다.
답은 이미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