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서클 창설(2)
“……나는 들어갈래.”
의외로 서이나에게서 먼저 답이 돌아왔다. 결연한 표정.
아마 처음부터 재현과 함께 서클에 들어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야 뭐. 대환영이지.’
처음 서이나와 모의 던전 사태를 겪었을 때만 하더라도, 재현은 그녀와 더는 엮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이 그녀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다고.
어쩌면 위험한 일에 끌어들여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고.
이는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재상, 안호연, 김유정, 약간 애매하긴 하지만 서아현까지. 재현은 자신으로 인해 이들이 다치는 것을 두려워했다.
때문에 언제나 깊은 관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깊은 관계가 되면 자신의 치부와 비밀을 드러내야 하니까.
이는 타인에게 불신의 감정이 있던 재현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포기하려 했다. 대인관계 따위 구축하지 않았고, 독선적으로 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이런 방식으로는 자신의 원하는 것에 도달할 수 없다.
재현은 이제서야 그 간단한 진리를 깨달았다.
‘어떻게든 전원 지킨다. 한 명도 죽게 하지 않아.’
재현이 결심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곧이어 나머지 일행 역시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답해왔다.
“나도 들어갈게.”
“나, 나라도 괜찮다면…….”
“나도 들어가. 근데 어차피 이럴 거면서 그때 전화했을 때 튕긴 거냐?
진짜 너 성격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김유정의 마지막 잔소리는 늘 그랬던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재현이 동료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전부 내가 만든 서클에 들어온 걸 환영해.”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서클 이름은 어떻게 할 거야?”
서이나의 물음이었다. 재현은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서클 이름은 이미 정해뒀어.”
재현이 고개를 들며 이었다.
“서클 이름은…….”
* * *
“여기 말씀하신 서류요.”
재현이 김지연 이사장에게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 서클 창단을 위한 파일들.
동료들의 의사를 전해 들은 즉시 재현이 직접 작성한 것이었다.
김지연이 손을 내밀어 파일을 받아들며 말했다.
“금방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이틀이면 될 거예요.”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인맥은 있고 봐야 한다니까. 순조롭게 흘러가네.’
현재 재현이 도착해 대화를 나누는 곳은 다름 아닌 밀레스 아카데미 이사장실이다.
과거 구자인이 사용했던 곳으로, 화이트 톤의 정신 나간 가구가 가득했던 장소.
하지만 지금은 재현의 제2의 아지트나 다름없는 장소가 되었다.
‘김지연 이사장은 레이더 관리 본부 멤버고, 나도 본부 소속 레이더니까.’
김지연 이사장으로서는 재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모두 재현과 연화 길드 덕분.
그녀로선 적잖게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겠지. 약간 무리한 부탁을 해도 거절하지 못할 거야.’
재현이 속으로 웃으며 어떻게 아카데미를 뜯어먹을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이용하기로 했다.
굳이 여기서 다른 이들의 편의를 봐주고 싶은 생각 따윈 없었다.
잠시 생각하는데, 별안간 서류를 훑어보던 김지연이 물었다.
“……서클명이 나인?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딱히 큰 의미는 없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숫자라서요.”
“그렇군요.”
김지연은 깊게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계속해서 서류를 읽다가 돌연 한 곳에서 손을 멈추며 눈을 크게 떴다.
김지연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저 그런데, 다른 생도들은 재현 군의 동료들이라 예상했는데…… 정말 이 생도도 서클에 영입한 건가요?”
김지연이 가리킨 곳은 창단 멤버가 적힌 부근이었다.
그곳엔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권소율.
고유 스킬 《탐색》을 가진 2학년 생도로, 재현과는 꽤 인연이 있는 이였다.
이미 이름이 있는 서클에 들어가 있던 그녀가 어째서 서클을 옮기려는 거지?
심지어 재현과는 신입생 사냥 당시의 일로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었나?
의아한 듯 물어오는 김지연.
재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하지만 권소율 생도는 재현 군과 사이가 안 좋지 않았나요? 신입생 사냥 때도 그렇고…….
전에 무투계 공통 수업 들어갔을 때 당장 죽여버릴 거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게 아직도 선명한데.”
‘……그런 소릴 했었구나. 이 선배가 진짜. 나중에 보자.’
속과는 다르게, 재현은 겉으로는 미소를 지은 채 대꾸했다.
“에이. 다 지난 일인데요 뭐. 잊어버린 지 오래예요. 그리고.”
재현의 천연덕스러운 어투에 김지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재현이 이었다.
“제가 설득은 좀 잘하는 편이거든요.”
* * *
서클 시드의 서클실.
개인 짐을 챙기는 권소율을 향해 신준상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거친 목소리가 서클실 내부를 넘어 바깥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래서. 진짜 우리 서클을 나가겠다 이거야? 심지어 신입생 사냥에서 우릴 엿먹인 놈. 민재현이 새로 만드는 서클로 옮기겠다고?!”
“그래. 근데 그게 너랑 뭔 상관인데 자꾸 지랄이야.”
“아니 말이 돼?! 갑자기 중간에 무슨 썸씽이 있었길래 이러는데?”
“내 마음이니까 닥쳐. 죽여버리기 전에.”
권소율은 차갑게 대꾸하며 짐을 마저 싼 뒤 서클실 밖으로 나섰다.
‘귀찮게 굴긴.’
권소율이 혀를 차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어차피 마음은 굳힌 뒤였다. 굳이 저런 쓸모없는 녀석의 말을 더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이미 이곳의 비전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하여간, 민재현. 대단하긴 한 녀석이야. 신입생 주제에 A급의 경지에, 이미 아카데미 인맥도 확보해 두다니…….’
그녀는 중간고사 당시 재현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월광 반딧불이 사냥을 나갔을 때였다.
[그래서. 나한테 제안할 게 대체 뭔데?] [제가 새로 만들 서클로 들어오세요.] [……서클? 장난이지? 신입생 주제에 서클을 만들겠다고? 아무리 네가 실력이 뛰어나도 그건…….] [할 수 있으니까 하는 말이에요. 뭐, 인맥도 있고. 계획은 모두 세워뒀으니까 걱정 말고 몸만 오세요. 선배 정도면 제가 필요한 건 뭐든 지원해 드릴 테니까.] [나한테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고유스킬이요.] [……너 진짜 더럽게 솔직하구나?] [뭐 그렇죠. 근데 후회는 안 하실 거예요.]재현의 그 말을 신뢰하지 않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지금껏 그는 아카데미 유구의 역사를 박살 내며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구자인 이사장 사태, 모의 던전, 신입생 사냥. 온갖 이벤트에서 재현은 두각을 드러냈다.
허나, 이러한 이야기에도 권소율은 쉽사리 서클 이동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서클 시드 역시 훌륭했으니까. 굳이 옮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어.’
권소율은 서클실을 되돌아보며 더럽다는 듯 입술을 짓씹었다.
최근 재현에게 저들이 자신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를 모두 전해들은 탓이었다.
[권소율? 걔 솔직히 탐색 셔틀이잖아. 싸움도 제대로 못 하는데 그게 무슨 레이더라고. 그냥 내 후광 같은 거야. 돋보이기 위한 장치 같은 거지.] [얼굴도 반반하게 생겼잖아. 나중에 꼬셔봐야지. 혹시 아냐? 어떻게 잘 될지.] [시발. 내가 점찍었으니까 접근하지 마라. 패 죽여버리기 전에.]서클장과 멤버들, 그리고 믿었던 신준상이 나누었던 대화 명세였다.
재현은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대화 명세와 음성 파일을 그녀에게 전달했다.
권소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 전에 억울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시드에 헌신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이 아니어도 서클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의 반응이 노력에 대한 결과란 말인가?
그저 자신을 도구로 여기고 있는 이들의 모습. 권소율은 이에 실망했다.
“더러운 새끼들.”
더는 아무 감정도 남지 않는다. 저들의 서클의 규모. 그게 유일한 아쉬움이었지만, 그것도 이제 허상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게 됐다.
“곧 녀석이 부숴버릴 거니까.”
권소율이 웃으며 자리를 떴다. 망연한 눈으로 그녀를 좇던 신준상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틀림없이 재현이 뭔가 일을 꾸민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자, 이제 다 모였네요. 초창기 멤버 6명 전원.”
재현이 팔짱을 끼며 말하자, 둘러앉은 다섯의 서클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운 인사를 위한 자리였는데, 뭐 얼굴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그냥 인사를 가장한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 정도가 되었다.
“인맥이 있다는 건 알음알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설마 공방 엘릭시르의 주주 중 하나가 너였다니.”
권소율이 공방 엘릭시르의 건물 2층에 자리한 회의실을 죽 둘러보았다.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주눅이 든 탓에 힘이 빠져 있었다.
“언니, 반가워요! 그땐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김유정은 어느새 처음의 어색함을 잊은 듯 살갑게 인사했다. 호칭도 어느새 선배에서 언니로 바뀌었다. 권소율 역시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부탁해.”
“……저도 잘 부탁드려요.”
“자, 잘 부탁해.”
“잘 부탁드립니다.”
서클원들이 저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재현을 보았다.
재현은 싱긋 미소 지었다. 오늘 이곳에 모인 이유는 새롭게 출범할 서클 나인의 사전 계획을 미리 알려주기 위해서. 이는 재현이 본격적으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일단은 아직 서클 임시 활동, 및 홍보 기간이기 때문에 정식 서클은 아니지만.”
재현은 그렇게 운을 뗀 뒤, 다른 인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역시 아무도 나갈 일은 없을 것 같고.’
큼큼, 목을 가다듬은 뒤 다시 잇기 시작했다.
“어쨌든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 모두 불렀어. 그러니까, 지금 하는 이야기는 잘 들어두고, 이견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
가장 앞에 앉아있던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열정적인 것이, 아무래도 약간 신이 난 듯 보였다.
‘하긴…… 다른 사람들이랑 동아리 활동 해 본 적 없댔지.’
중학교 재학시절, 남들 다 하는 동아리에도 들지 못하고 각성자 학원에서 죽어라 수련만 했던 서이나였다.
이런 이벤트가 그녀에게 적절한 흥분감을 주는 이유였다.
“뭐, 설명하자면. 우선 가장 앞에 있는 이벤트부터 집중할 생각이야.
야외합숙. 거기서 우리 서클의 이름을 서서히 알리기 시작할 거거든.”
“야외 합숙에서?”
권소율이 팔짱을 끼며 물어왔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야외 합숙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두 가지. 하나는 얕은 지역의 마수를 사냥하고 증표를 가지고 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최대한 많은 몬스터의 흔적을 추적하고 찾는 거죠.
운이 좋게도 우리 서클에는 《탐색》을 지닌 소율 선배가 있고요.”
재현이 탐욕적인 미소를 지은 채 권소율을 바라보았다.
권소율이 한숨을 내 쉬었다.
‘쓰레기들을 피해 왔더니…… 이쪽은 이쪽대로 날 이용해 먹을 생각이 가득하잖아.’
허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치곤 그녀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권소율의 표정을 살핀 재현이 아지트의 스크린을 가리키며 이었다.
“지금부터 야외합숙 공략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