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67
166화 습격(1)
“드디어 찾았다.”
둥지를 수색하던 재현의 입에서 들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반투명한 상태창과 함께 습득한 아티팩트의 정보가 떠올랐다.
[장비 아이템]이름: 폭풍의 날개
등급: S
헬헤임에 끊임없이 불어친다는 폭풍을 제련해 만든 날개다.
스킬 《공중 도약》을 획득한다.
스탯: 민첩 +50 / 근력 +50
*숙련도에 따라 스킬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좋아. 스킬도, 스탯의 상승 폭도 준수하다. ……하긴, S급 아티팩트인데 당연한 건가.
물론 진짜 고평가해야 하는 부분은 역시 스킬이지만.”
회귀 전. 재현은 레이더 잡지를 통해 폭풍의 날개와 공중 도약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기회가 있었다.
아이템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뜻.
‘폭풍의 날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액티브 스킬이다. 《공중 도약》은 이후 어떤 상황에서든 활용할 수 있는 마법. 여기서 얻은 건 좋은 선택이었어.’
평소 재현은 장비 아이템을 고를 때, 스탯 이상으로 붙어 있는 스킬을 중시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스킬이 붙은 장비는 쉽게 볼 수 없는 데다, 스탯의 격차는 전투 센스만 있다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스킬은 아무리 낮은 등급이라 해도 유무의 차이가 매우 심하다.
‘전투 방식 자체를 확 바꿔버릴 수도 있는 게 바로 스킬이니까.’
재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한 채, 새롭게 얻은 스킬의 정보를 확인했다.
청량한 메시지와 함께 스킬창이 떠올랐다.
[액티브 스킬]이름: 공중 도약
등급: A+
허공에 떠오른 상태로 바람의 가벽을 세운 뒤 발로 차 공중을 도약한다.
연속으로 최대 2회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단출하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설명이었다.
허나, 재현은 폭풍의 날개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회귀 전, 폭풍의 날개를 손에 넣은 레이더가 단번에 등급이 격상했었지.
물론 이번에는 나 때문에 힘들겠지만.’
재현이 웃으며 상태창을 닫은 뒤, 곧바로 아이템을 장착했다.
옆에서 그를 지켜보던 권소율이 감탄하며 입을 뗐다.
“우와. 나 실제로 S급 아이템 루팅하는 거 처음 봐. 뭔가 감회가 새로운데?”
“뭐, 일반 레이더들이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죠.”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권소율을 흘깃 바라보았다.
‘의외로 조용하시네. 소율 선배.’
S급 아이템을 손에 넣었으니 추가금이라도 내놓으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녀는 신기하다는 시선을 보내올 뿐, 아무것도 요구해오지 않았다.
“어? 근데 저건 뭐야?”
돌연, 권소율이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재현은 즉시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으로 동공을 굴렸다.
곧 그의 입에서 당혹감이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저건…… 장갑?”
두 사람의 시선 끝엔 새하얀 장갑 하나가 버려져 있었다.
꿀꺽.
그때였다.
순간, 목울대가 출렁이며 재현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왔다.
파르르 손이 떨리며,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서서히 번져온다.
때 묻지 않는 듯 새하얀 장갑. 그로부터 새어 나오는 강대한 마력이, 재현의 전신을 부술 듯 짓누르고 있었다.
동시에 들려오는 메시지.
―《태초의 장갑》을 획득하셨습니다.
―노르니르 시스템에 최초의 각성자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합니다.
‘최초의 각성자에 대한 정보……?’
* * *
“그럼, 여기도 얼추 정리된 건가?”
김유정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재현이 거처로 돌아온 다음 날, 인근의 필드.
일행이 사냥에 나선 지 약 두 시간 만에, 이곳의 마수는 씨가 말라버린 상태다.
재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분간은.”
조금 전. 재현은 막 거처로 돌아와, 김유정과 함께 근처 마수를 사냥하고 있었다. 보초를 선 이재상과 권소율은 휴식 중.
거처 인근에는 결계를 쳐 두었다. 혹여나 있을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전투에 나선 인원은 재현과 김유정, 안호연, 서이나까지 모두 네 명.
이들은 경쟁적으로 마수를 사냥하며 야외합숙을 위한 증표를 모으고 있었다.
“이 정도면 벌써 최고 기록에 가까운 거 아냐? 우리 좀 쎈 거 같은데?”
“당연하지. 내가 같이 따라왔는데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냐?”
안호연과 김유정이 저마다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들뜬 표정으로 대화를 나눈다. 서이나는 묵묵히 주변을 경계하는 중.
재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어제 하피 퀸의 둥지에서 발견한 아이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태초의 장갑이라…….’
태초의 장갑.
둥지에서 얻은 아이템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재현은 태초의 장갑을 획득했던 당시 들었던 메시지를 잠시 되새겼다.
―노르니르 시스템에 최초의 각성자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합니다.
‘최초의 각성자라는 이명을 지닌 레이더라면, 역시 전 세계에 단 한 명뿐이지.’
최초의 각성자.
재현은 이와 같은 이명의 레이더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주원. 전 세계 첫 번째 각성자이자, 대한민국의 영웅.
하지만 어째서 노르니르 시스템이 그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한 거지?’
섣불리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문제. 허나, 한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최초의 각성자와 시스템 사이에 연관이 있다.”
“응? 뭐라고 했어?”
재현의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김유정이 재빨리 반응해왔다.
재현은 무시한 채 그녀의 머리를 한 차례 헝클어 주었다.
“아 씨! 머리 건드리지 말라고!”
허나,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왜 그 사람의 장갑이 폐쇄 도시에 버려져 있었던 건지 알아내야 해.
예감이…… 좋지 않다.’
재현은 금세 결론을 내렸으나, 지금으로서는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당장은 야외 합숙을 안전하게 마치고 헤임달의 야망을 저지하는 게 먼저. 우선순위를 잊어서는 안 됐다.
생각하던 그때였다.
“……재현아.”
서이나가 갑작스레 재현의 소매를 붙잡았다. 재현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뗐다.
“……근처에 죽어 가는 사람이 있어.”
짓씹으며 뱉어낸 말에, 재현의 표정이 싸늘히 굳었다.
재현은 즉시 마력 감지를 주변에 넓게 퍼뜨려 인근 정보를 읽어냈다.
그러자, 서이나의 말대로 생체 반응이 미약해진 이들의 반응이 수신되었다.
“구해야 해.”
서이나가 그렇게 이었고, 재현 역시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액티브 스킬 《윈드 부스트 Lv 5》를 발동합니다.
다리에 녹빛 이팩트가 머무는 것과 동시에, 재현의 몸이 앞으로 쏘아진다.
재현이 감지한 정보가 정확하다면…….
‘얼마 못 버틴다. 조금만 늦으면 죽을 거야.’
다른 일행 역시 즉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뜀박질한 네 사람은 탁 트인 필드의 한 지점에 도착했다.
곧이어, 위기에 처한 이들을 발견한 재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쟤가 왜 저기 있어?”
* * *
재현이 도착하기 약 10분 전, 사건 현장.
필드 전역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키아아악……!!
쿠구구구구!
울음소리와 함께 바닥의 타일 조각이 깨지며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포장도로에 작은 구덩이가 생기며, 바닥으로부터 3m에 달하는 거대한 뱀의 형상의 괴수가 튀어 오른다.
그레이트 웜(Great Worm).
일반적인 웜보다 몇 배는 더 크고 강한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B+급의 보스 몬스터.
거친 울음을 토해내며 거체를 곧추세우는 마수의 모습은 가히 위협적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이어 가까운 곳에 그레이트 웜과 대치하고 있던 한 생도의 모습이 보인다.
익숙한 불량한 얼굴, 이수혁이었다.
“젠장……! 저 개같은 지렁이 새끼가!”
이수혁이 자신을 에워싼 마수들을 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은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보더라도 위험한 수준이었으니까.
대체 이게 무슨 좆같은 일이야?
이수혁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대치 중인 마수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레이트 웜이라니.
야외 합숙에서 저런 녀석이 튀어나온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었다.
“……시발,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이수혁은 고개를 저어 상념을 털어낸 뒤, 자신의 뒤에 쓰러진 한 생도를 보며 고함쳤다.
“야! 시발. 김민수, 빨리 일어나라고! 진짜 뒈지고 싶냐!?”
이수혁이 금사자 장식이 박힌 스태프를 고쳐 쥐며 소리쳤으나, 소용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김민수는 그레이트 웜의 공격에 당해 중독 상태에 빠져있었으니까.
‘버리고 갈 수도 없고…… 빌어먹을!’
김민수가 텅 빈 동공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수혁은 마력을 단번에 끌어올리며 생각했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꼬이게 된 거지?
조금 전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멀쩡히 야외합숙의 공략을 진행 중이었다.
이들이 몸담기로 한 서클은 무려 전교 최고의 서클 유.
위험에도 충분히 대비했고,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사전 교육도 받았다.
한데…….
‘이변이 일어났다.’
조금 전. 이수혁은 정현을 비롯한 유의 멤버들과 함께 움직이던 중, 이해 불가한 현상을 겪으며 일행과 떨어지게 되었다.
마수의 대이동.
약 한 시간 전. 폐쇄 도시의 심층부로부터 상위 등급 마수들이 갑작스레 무더기로 튀어나왔다.
서클 유는 훌륭히 싸웠으나. B급, 심지어 A급에 이르는 수십의 적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들은 아직 생도다.
한데, 자신들을 공격한 것은 최상위 레이더들이 아니고서야 격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제아무리 천재 생도들이라 해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덕분에 이수혁과 김민수 두 사람은 혼전 상황 속에서 서클과 갈라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김민수는 중독 상태 이상에까지 빠지게 되었고 말이다.
쿠궁!
“크읍!”
생각하던 와중, 갑작스레 그레이트 웜의 공격이 쇄도했다.
녀석들은 두 발이 없지만, 스프링처럼 몸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적을 공격할 수 있다. 경도는 그리 대단한 정도는 아니나, 생도 수준으로 쉽게 뚫어낼 정도는 더더욱 아니다.
“수르트의 맹렬한 불꽃이여……!”
이수혁은 자신의 장기인 불꽃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멀티캐스팅을 하는 게 좀 더 유리할 테지만, 지금은 동료인 김민수의 안위를 위해 힘을 남겨 두며 싸워야 한다.
물론, 그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는 이수혁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적은 무려 보스 몬스터다. 레이더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강력한 마수.
자신이 승리할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차라리 홀로 도망친다면 가능성은 훨씬 더 크겠지.
하지만.
‘레이더는 동료를 버려선 안 된다.’
이수혁의 눈이 번뜩이며, 단전과 손끝으로부터 억눌린 마력이 터져 나왔다.
콰앙―!
동시에 그가 쏟아낸 전력의 7할 이상을 담은 《파이어 애로우》.
그러나.
“……역시 안 되는 건가.”
이수혁이 분한 얼굴로 자신의 공격을 맞고도 멀쩡한 마수의 거체를 바라보았다.
저런 녀석을 상대하라고? 내가?
공포.
이수혁에게는 드문 감정이었다.
허나, 지금은 그 외에 다른 어떤 단어로도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의 강력한 마수와 쓰러진 동료.
도망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까지.
“……시발.”
이수혁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체내에 존재하는 마지막 마력까지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미 이길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았다.
여기서 죽더라도.
레이더다운 방식으로 죽겠다.
최소한 동료를 버리지는 않겠다.
이수혁의 강한 각오와 함께 다시금 몸에 마력이 깃들었다.
이에 화답하듯 그레이트 웜 역시 입을 쩍 벌린 채, 반응할 수 없는 속도의 공격을 쏘아낸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마지막 순간.
‘그놈이었다면, 상대할 수 있었을까.’
이수혁의 머릿속에는 한 사람이 얼굴이 선명히 떠올랐고.
콰앙!
공간을 찢는 폭발음과 함께,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 새끼는 구해주기 싫은데.”
이수혁의 눈이 커지며, 한 곳으로 그의 시선이 향한다.
그곳에는 자신이 마지막 순간까지 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했던 소년이 있었다.
“뭘 꼴아봐? 동료 안 챙겨?”
재현이 조소를 머금은 채 주먹에 힘을 싣는다.
곧이어.
콰아아앙―!
그레이트의 웜의 거체가 뒤로 밀려나며, 뒤편의 건물과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