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66
165화 하피 퀸(2)
꺄아아아……!!
하피 퀸이 거친 울음을 토해내며 재현에게로 달려든다.
재현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둘째 날이 되기도 전에 찾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후웅!
하피 퀸이 날개를 휘둘렀다.
쿵! 쿵!
마수의 깃털과 인근의 바윗덩이가 함께 날아와 부근에 꽂힌다.
하지만 재현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적의 동향을 살피는 중이었다. 적은 강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레이더 기준에서다.
지금의 재현에게 하피 퀸은 그다지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후웅!
연이어 날아드는 공격. 재현은 이를 가볍게 피해낸 뒤 마력을 개방했다. 곧이어, 그의 몸으로부터 마력이 부딪히는 고압적인 소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두 개의 다른 성질의 마법. 멀티 캐스팅이었다.
―액티브 스킬 《마나 웨폰》을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를 발동합니다.
츠츠츳!
쏟아지는 마력과 함께, 몸의 경도가 한층 강화되었다.
처음 회귀했던 당시부터 주력 스킬로 사용했던 마나 웨폰. 이는 어느새 하피 퀸의 공격 따윈 가볍게 흘려버릴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해 있었다.
“빨라!”
권소율이 경악성을 터뜨리자, 재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선배 의외로 리액션이 헤프시네요. 더 놀랄 게 한참 남아 있는데.”
말과 함께, 재현의 손으로부터 한 자루의 단검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예리한 검은 칼날의 정글도. 이를 지켜본 권소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재현을 향한 고성이 터져 나온다.
“그, 그거 설마…… 니드호그의 송곳니야?! S급 아이템인?!”
“뭐. 비슷해요.”
재현이 웃으며 손에 딱 맞는 단검을 쥔 채, 적에게 겨누었다.
“A라…… 약간 아쉬운 수치긴 한데. 뭐 이 정도면 하피 퀸 정도는 우습죠.”
* * *
드높은 에시르 신들의 연회.
축제가 벌어지는 장소는 아스가르드의 가장 아름다운 궁전 한복판이었다.
발할라(Valhalla).
‘전사자들의 큰 집’, 혹은 ‘기쁨의 집’이라 불리며 온갖 산해진미가 차려진 에시르 소유의 거대 궁전.
갖은 명주(名酒)와 황금으로 가득한 이곳이, 바로 북유럽 신화의 이상이자 꿈의 장소였다.
“하하하! 기분 좋구나! 전쟁도 순조롭게 준비 중이고, 예언의 대적자도 헤임달이 처리하기로 했으니, 이제 아스가르드에 근심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들려온 것은 뇌신 토르의 목소리였다. 그는 드워프들이 수년 동안 밤낮을 걸쳐 빚어낸 벌꿀주를 게걸스럽게 마신 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식탁에 내려놓았다.
토르의 말대로, 최근 아스가르드의 두 번째 라그나로크의 준비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유일한 걱정거리였던 예언의 대적자의 처리 역시, 헤임달이 직접 나서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헤임달. 그 친구가 다혈질이긴 해도, 인간 하나 망가뜨리는 건 일도 아니지.’
전투를 좋아하는 것은 같지만, 헤임달은 근본적으로 토르와 다른 구석이 있었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오직 승리만을 갈구하는 전투 방식. 호전적인 토르와 성격이 잘 맞으나, 그가 무력만을 맹신하는 것에 반해 헤임달은 좀 더 잔혹한 방식을 선호했다.
‘그렇기에 더 믿을 수 있지. 녀석은 어떻게든 대적자를 확실히 처리할 테니.’
토르가 입꼬리를 올리며 들뜬 목소리로 이었다.
“이대로만 움직인다면, 이번에야말로 우리 에시르가 아홉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다. 오딘이 기뻐하시겠군.”
현재 상석은 비어 있었다. 오딘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잠시 바나헤임으로 가 있는 중이었다.
덕분에 지금, 두 번째 라그나로크를 준비하며 오래도록 벌이지 못했던 연회를 개최 중인 것이다. 물론 이는 토르의 독단이었지만.
왁자지껄한 와중, 토르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잖아?”
“……하여간 불성실한 놈.”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옆이었다. 그곳에는 한쪽 팔을 잃은, 불만스러운 표정의 신이 있었다.
전쟁의 신, 티르였다.
“토르. 너는 매사에 대충대충이로군. 네놈에게는 라그나로크의 무게가 그토록 가볍더냐?”
“하하, 무슨 그런 말씀을. 그리고 티르 네놈은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닐 텐데?
펜리르에게 먹혀버린 네 오른팔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 모양이지?”
“웃기는군. 네놈의 이마에 박힌 숫돌 조각.
그건 더러운 거인 놈의 것이 아닌가? 묠니르를 가지고도 그런 추태를 보이다니…… 쯧, 나였으면 진작에 무기를 반납하고 뒈졌을 거다.”
“뭣하면 지금이라도 더 강한 자가 누군지 이 자리에서 가려볼까?”
토르가 으르렁거리며 티르의 말을 받는다.
두 신 사이에 거대한 전운이 흐르던 그때.
“그만.”
차갑게 내려앉은 여성의 목소리가 이들의 귓가를 파고든다. 주인은 프레이야. 이곳 발할라와 발키리들의 수장이었다.
최근, 그녀는 오딘에게 발키리들과 전사자들을 양성한 공을 인정받아 이곳 발할라의 통제권을 인솔 받았다.
프레이야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둘 다 더 이상 추태를 부린다면 즉결 처분하겠다. 적어도 몇 개월간은 근신 처분을 피하지 못할 테지.”
“……흥. 알았다고. 저놈이 먼저 시비를 걸잖아.”
“내가 할 말이다.”
토르와 티르는 한 마디씩 주고받긴 했으나 더 싸우지는 않았다. 오딘이 자리를 비운 지금. 발할라의 최고 권력자는 토르도, 티르도 아닌 그녀였다. 괜히 문제를 만들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프리그가 불시에 입을 열었다.
그녀는 오딘의 아내이자 대지와 가정의 신이었다.
“그나저나 발할라의 병력이 많이 줄었군요. 망자들의 영혼을 모으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죠? 프레이야?”
내던진 듯 뱉은 말. 허나, 묘하게 뼈가 있는 말이기도 했다. 최근 발할라의 병력은 과거의 명성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줄어든 게 사실이니까.
프리그의 말에, 프레이야는 냉정한 어투로 답했다.
“첫 번째 라그나로크에서 무리하게 병력을 끌어 쓴 것이 문제였지. 그건 명백한 오딘의 실수였다.”
“……아스가르드의 주인을 상대로 그런 모욕적인 언사를 할 수 있는 이는 그대밖에 없을 거예요.”
눈썹이 말려 올라가며 두 여신 사이의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진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이 싸움은 성립조차 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프리그는 무려 오딘의 아내로, 막대한 권력을 쥐고 있는 아스가르드의 대모와 같은 존재였으니까.
심지어 그녀는 아스가르드의 순혈 출신. 바나헤임의 포로로 이곳에 오게 된 프레이야와는 정통성부터 달랐다.
허나, 프레이야는 전혀 물러서지 않은 채 프리그의 눈을 똑똑히 마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실력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신. 아무리 프리그라 해도, 프레이야를 함부로 할 수는 없었던 탓이었다.
프리그가 입술을 짓씹었다.
‘설령 오딘이라 해도 프레이야가 이끄는 발키리 군대의 힘 없이는 아홉 세계의 통일이 불가능해.’
지금으로서는 프리그 역시 그녀에게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야는 이를 아는 듯 조소하며 이었다.
“나는 오딘의 야망에 어울려 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힘을 지닌 권력자지만, 내게는 한낱 쓰레기일 뿐이지.”
“그런 무례한……!”
프리그는 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토르와 티르는 관심도 없는지 술에만 빠져있었다.
프레이야가 살벌하게 눈을 치켜떴다. 이어 발할라 궁전 자체에 거대한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오딘이 내게 한 짓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프리그.”
“그건……!”
어떤 이유에서인지 프리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프레이야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이었다.
“더 말하지 않겠다. 죽고 싶지 않다면 더는 입을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말과 함께 깊은 정적이 흐른다.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가운데, 축제가 잠시 멈추었다.
이곳의 모두는 프레이야의 강대한 마력에 짓눌린 채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경고를 마친 뒤, 프레이야가 마력을 거두며 닫혀 있던 입술을 뗐다.
“프리그. 그리고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 선언하겠다. ‘두 번째 종말’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프레이야의 두 눈에 초점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녀는 감정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이었다.
“에인헤랴르(einherjar). 아스가르드를 위해 싸울 망자들의 영혼은 이미 준비되었으니.”
* * *
―액티브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를 발동합니다.
―장비 아이템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등급의 무기입니다. 랭크가 1 하락합니다.
[장비 아이템]이름: 조악한 니드호그의 송곳니
등급: A
흐베르겔미르에 사는 독을 지닌 드래곤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잘라 만든 단검이다.
독샘 없이도 상시 독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매우 예리하다.
*적에게 독 효과(Lv 3)를 부여합니다.
*상처의 개수가 늘어날 때 최대 3회까지 중첩 효과가 발동합니다.
재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새롭게 만들어낸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바라보았다.
전체 스킬이 2씩 낮아지고 랭크가 1 내려가긴 했으나, 여전히 뛰어난 성능이었다. 이 자체로도 수십억은 훌쩍 넘을 무기.
재현은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때는 백지연이 자신을 찾아와 딜을 할 당시였다.
[아까 했던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죠. 저는 민재현 레이더를 저희 큐레이터 길드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최선의 조건을 맞춰드릴 생각이죠.]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넘겨 드리겠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말이에요.]당연하게도 재현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연화와의 협력 관계에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부분은 자신의 스킬을 이용하면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제작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격하된 위력이지만, 그 힘을 일부라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굉장한 메리트였다.
굳이 재현으로서는 저들에게 숙이며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재현의 스킬이 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마도구의 형상화는 자신이 한 번 이상 다뤄 본 무기만 제작할 수 있다.
때문에 재현은 말했다.
[한 번 생각은 해 보죠. 그 전에,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한 번만 만져보게 해 주신다면요.]설마 재현이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백지연은 이를 허락했다. 결국, 재현은 졸지에 또 다른 S급 무기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순조롭다.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재현은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쥔 손에 힘을 실은 채, 동시에 다른 손으로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액티브 스킬 《윈드 커터》를 발동합니다.
윈드 커터.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적을 공격하는 스킬이었다.
허나, 재현은 이를 조금 다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액티브 스킬 《중급 단검술》을 발동합니다.
안호연에게 배운 무투계 스킬과 마법의 조화. 재현은 이를 도모하기 위해 두 개의 각기 다른 성질의 스킬을 꺼내 융합하기로 했다.
‘단검을 보조하는 중급 단검술에 윈드 커터의 절삭력을 더해 검에 싣는다.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이는 훈련 당시, 갖은 인챈트와 서포트 마법에 능한 김유정에게 배운 것이었다.
한편, 권소율은 기겁한 채 재현을 보았다. 그녀의 입은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는 중이었다.
‘두 개의 다른 계열 스킬을 융합해서 사용한다고……?
대체 뭐지? 어떻게 저 녀석은 매번 저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거야?’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세간의 천재 기준 따위는 애초에 넘어선 재현이었다.
권소율은 진심으로 그의 현 수준이 현직 레이더 평균치를 아득히 상회하며, 어쩌면 A급 상위. 혹은 그 이상에 도달했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저 녀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선명히 되뇌어진다.
촤아악!
상념을 끊어낸 것은, 재현의 단검이 적의 날개를 도려내는 소음이었다.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재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어렸다.
―액티브 스킬 《단검 난무》를 발동합니다.
“보스치곤 너무 약했어.”
재현의 중얼거림과 함께 이어지는 단검 난무. 이는 단검으로 적을 교차시켜 끊임없이 베어내 자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었다.
스킬의 등급은 B급. 재현이 사용하기에 그리 높은 등급은 아니었다.
허나, 다른 스킬을 배울 수 있었음에도 그는 단검 난무를 익히기를 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니드호그의 송곳니》의 패시브 스킬이 발동합니다.
―적이 중독 상태가 됩니다(1 중첩).
―적이 중독 상태가 됩니다(2 중첩).
―적이 중독 상태가 됩니다(3 중첩).
순식간에 쌓이는 스택과 함께 재현의 입가가 호를 그렸다.
곧이어, 하피 퀸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키아아아앗……!
하피 퀸이 선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재현은 피 묻은 단검을 털어낸 뒤, 마력을 거두어 역소환했다.
동시에 들려오는 음성 메시지.
―폐쇄 도시 1구역의 보스 하피 퀸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하피 퀸의 둥지에서 보상을 획득하십시오.
“드디어 ‘폭풍의 날개’까지 손에 넣은 건가.”
재현이 중얼거리며 하피 퀸을 지나쳐 둥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퀸의 둥지는 일반 하피보다 몇 배는 더 규모가 크다. 다 둘러보기 위해서는 당장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분주히 앞을 향해 걷던 재현이 문득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안 따라오고 뭐 해요?”
“……유정이 말이 맞았어.”
“네?”
“너 진짜…….”
권소율이 혀를 내두르며 이었다.
“미친놈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