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86
185화 드래곤 길들이기(1)
잠시 후. 재현과 두 사람은 다시 경매장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이미 채지윤과 드라우프니르는 사라진 뒤였다.
츠츳!
이들을 토해낸 게이트가 이윽고 완전히 닫혔다.
최소한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사람들이 죽을 위험은 사라진 셈.
재현은 즉시 단상 아래로 내려가 사람들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뒤에 선 발락이 조급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사람들은, 괜찮은 건가?”
“문제없다. 코마 상태에서는 벗어났어. 하지만…… 체력이 확실히 떨어졌다. 이대로 두면 죽을 거야.”
재현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카밀라가 더듬으며 소리쳤다.
“히, 힐이라면 쓸 수 있어! 기초적인 것 정도지만…….”
“아니. 지금은 나한테 맡겨.”
재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카밀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이 치료하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잖아. 지금은 협력해서…….”
재현은 답하지 않고, 제 몸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녹빛의 안온한 이펙트가 주변에 떠오르며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낸다.
―액티브 스킬 《새크리파이스》를 발동합니다.
유성은에게서 베낀 고유 스킬이 빛을 발하며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번져간다.
태동하는 생명의 에너지.
이는 지친 사람들을 단번에 회복하며, 이들의 체력을 끌어올려 주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카밀라가 기겁했다.
발락 역시 놀랐으나 그녀만큼은 아니었다.
카밀라가 입술을 문 채, 사람들을 치료하는 재현을 바라보았다.
‘민재현. 저 녀석은 배틀메이지야. 마법도, 검술도 뛰어난 천재.
하지만 그와 별개로 공격형 마법사는 저만한 치유 마법을 쓸 수 없어. 지금까지 그렇게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단 말이야!’
한데, 대체 저 모습은 뭐지?
재현은 조금 전 파프니르와의 혈전에서 검술과 마법, 모두 S급을 상회하는 실력을 선보였다.
여기서 치유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심지어.
“새크리파이스…… 그건 유성은의 고유 스킬이잖아.”
“선생님을 아나?”
치료를 마친 재현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카밀라가 주먹을 꽉 쥔 채 대꾸했다.
“물론이야. 전 세계 최고의 힐러니까. 너는 그녀의 스킬마저 베낀 건가?
대체 네 능력은 어디까지지?”
“아까 말했을 텐데.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재현의 말에 카밀라가 입을 꾹 다물었다.
조금 전, 재현은 발락과 카밀라에게 종속을 사용해 자신의 정체에 대해 함구할 것을 요구했다.
자세한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어떤 상황에서도 재현이 검은 로브이며 대유적을 공략한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2. 재현에게 사건과 관련한 어떤 것도 묻지 않는다.
불합리한 조건이었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정체에 대해서도 밝히지 말라니.
허나, 두 사람은 재현의 제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전투로 너무 지쳐 있었고, 자신들이 함께 달려든다고 해도 재현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파프니르와의 전투에서 확실히 알았다.
재현은 강하다.
‘지금의 우리로는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카밀라는 재현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대체 저 소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무투계, 마법계 모두를 아우르며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다니.
세간에서 그를 평가하는 이야기는 그의 실력을 반도 채 담지 못했다.
“저기요. 정신이 드세요?”
재현은 쓰러진 이문환을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플랙스의 대표이자, 경매를 주관한 장본인.
그에게는 들어야 할 것이 있었다.
“으으…… 당신은…… 누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정신 차리세요. 이제 괜찮습니다.”
재현은 그를 안심시킨 뒤 이었다.
“힘든 건 알지만 묻겠습니다. 조금 전, 창백한 피부를 가진 젊은 여자가 당신을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분명…….”
재현의 말에 이문환은 드문드문 말을 이어나갔다.
“죄송합니다…… 그 여자가 나타난 다음 정신을 잃어서 자세한 것은 저도 잘…….
아. 다만, 한 가지는 기억납니다. 그 여자와 조우했을 때. 그녀의 몸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저를 공격했어요.”
촉수?
그 말을 듣는 순간 재현의 표정이 싸늘히 굳었다.
그래. 그렇게 된 거였군.
재현은 이제야 채지윤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야외 합숙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 사건 현장을 조사하던 본부의 레이더에게 들었다. 죽은 교관들이 ‘보랏빛 촉수’에 당했다고.’
촉수.
이를 지닌 존재가 야외 합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공산이 크다.
재현은 당시 그러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제.
이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채지윤. 그녀는 헤임달을 도와 야외 합숙을 사건을 일으켰다. 그래서 다른 서클들이 활약할 때, 서드 아이만 나서지 않은 거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문환이 땀을 닦으며 그렇게 말했다. 재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 정도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재현은 적당히 인사를 건넨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이문환이 그를 불러세우며 다급한 어투로 말했다.
“저…… 당신이 저를 구해주신 겁니까?”
재현은 적당히 부정하려 했으나, 옆에 서 있던 발락이 먼저 말했다.
“그래. 저 녀석이 이곳에 있는 모두를 구했다.”
“당신은…… 유럽 연합의 발락?”
이문환은 충격에 빠진 채 중얼거렸다.
재현에게 자신을 구해준 것이냐 묻긴 했지만, 그 확률이 희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는 수위급 레이더가 꽤 많았다.
앞에 있는 발락과 카밀라 역시 마찬가지.
그렇다면 자연히 자신을 구한 것 역시 이 내로라하는 레이더일 확률이 높았다.
한데…….
‘저 아이는 아무리 봐도 아직 어리잖아.’
그 순간, 문득 이문환의 머릿속에 한 기사에 나온 소년과 재현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저 혹시…… 민재현 생도이십니까? 그 왜 요즘 뉴스에 나오는…….”
“맞습니다.”
재현은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발락을 잠시 노려보았다.
허나 발락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재현이 한숨을 내쉬는데.
별안간, 이문환이 재현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저와 제 고객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례를 하고 싶습니다.”
“사례?”
재현의 귀가 번뜩 뜨였다.
* * *
다음 날. 유럽 연합의 건물이 있는 독일.
그곳 회의실에 앉아 있던 발락이 굳어있던 입을 떼며 운을 뗐다.
“앞으로 ‘로브의 남자’의 추적을 전면 금지하겠다.”
발락의 선언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대유적을 도굴당한 것이 불과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한데, 연합의 수장이라는 자가 도둑의 수색을 전면 금지하자고?
어떻게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요?! 그럼 대유적 도굴 건은 그냥 넘기자는 말이오? 세상이 우리를 우습게 볼 거요!”
나이가 든 한 노인이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는 유럽 연합의 참모 역할을 하는 이였다.
허나, 큰 의미는 없었다.
그는 각성자가 아니었고, 연합을 창설하는 데 공헌했음을 빼면 큰 힘은 없었다.
발락이나 카밀라 이상의 발언권은 없다는 의미였다.
“대표인 내가 결정을 내렸다.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물론이오! 제대로 된 이유를 들려주시오!”
“맞습니다. 대체 왜 갑작스레 그런 결정을 내린 겁니까?”
다른 연합의 수뇌부 역시 발끈하며 그렇게 말했다.
잠시 고민하던 발락이 입을 떼려 하는데, 카밀라가 먼저 선수를 쳤다.
“저희가 둘 다 덤벼도 막을 수 없습니다.”
“……뭐?”
“연합이 모두 덤벼도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전멸하고 싶지 않으면 그의 추적은 포기하는 게 나을 거라는 말입니다.”
* * *
다음 날. 재현이 머무는 호텔 방.
띵동.
“왔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재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밖으로 나섰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것은 다름 아닌 택배였다.
‘그래도 드래곤을 때려잡은 보람이 있긴 하네.’
재현이 웃으며 받아든 택배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어제 이문환이 했던 사례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떠올렸다.
[목숨값이라고 하기엔 너무 저렴하지만…… 경매에서 낙찰받으셨던 물건. 《초월의 돌》의 낙찰금을 저희 측에서 대신 지불하겠습니다.그 외에도 다른 부분에서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물심양면으로 돕겠습니다.]
덕분에 재현은 초월의 돌의 입찰에 사용했던 백억이 넘는 돈을 아끼게 되었다.
목숨을 구해준 값으로는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걸까.
뭐가 됐든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사람이 내릴 만한 결정은 아니지.’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재빨리 택배를 뜯어보았다.
안에는 영롱한 빛을 뿜는 붉은 돌이 있었다.
[특수 아이템]이름: 초월의 돌
등급: S
초월의 반지의 페널티를 삭제해 주는 보석이다.
재현은 즉시 초월의 반지에 돌을 끼웠다. 상태 메시지와 함께, 업그레이드된 초월의 반지의 정보가 떠올랐다.
[장비 아이템]이름: 초월의 반지
등급: S
마력을 순간적으로 증폭시켜 마법의 위력을 상승시키는 반지.
1. 액티브 스킬 《오버 드라이브》를 습득한다.
[액티브 스킬]이름: 오버 드라이브
등급: A
마력을 증폭시켜 5분간 스킬의 위력을 1.5배 상승시킨다.
*《초월의 돌》의 장착으로 마력 금제가 사라졌다.
초월의 돌의 장착으로 오버 드라이브의 페널티가 사라졌다.
사용 시 무려 5분간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금제 상태에 빠지게 하는 페널티.
이는 재현이 결정적인 순간에 오버 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이제 전투의 폭이 더 넓어질 거다.”
재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의 표정이 다시 미묘해졌다.
다른 고민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다음은 이 녀석인데…….”
재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인벤토리에서 꺼낸 알을 바라보았다.
태동하는 드래곤의 알.
이는 재현의 최근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에디슨마냥 품을 수도 없고…… 대체 이걸 무슨 수로 부화시킨다는…….”
띠링.
그때 들려온 시스템 음.
―《태동하는 드래곤의 알》의 부화 조건이 업데이트됩니다.
재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알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업데이트된 상태창이 떠오른다.
―알의 부화 조건은 마정석을 흡수시키는 것입니다.
“마정석?”
재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정석.
이는 마수의 몸에 박혀 있는 핵심 코어였다.
마수의 마력을 머금고 있기에, 현재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은 세간에서 전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마정석.
재현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역시 돈 지랄은 지금 하는 게 좋겠지. 아낄 만큼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재현이 씩 웃으며 호텔의 컴퓨터를 켰다. 그가 접속한 페이지는 마정석을 판매하는 사이트.
갖은 중소 길드와 제휴를 맺고 있는 사체 전문 회사였다.
참고로, 이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김유정의 부모님.
재현은 즉시 사이트를 살피며 스마트폰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곧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아저씨 저예요. 민재현.”
[오오! 재현이 네가 무슨 일이냐. 뭐 유정이가 또 괴롭히기라도…….]“아뇨 그게 아니라,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전화를 받은 것은 김유정의 아버지.
재현은 적당히 그의 길어지는 이야기를 끊어낸 뒤 이었다.
“마정석을 좀 사고 싶은데. A급 이상으로 싹 다 구할 수 있을까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요.”
[……싹 다? 하지만 그러면 적어도 수십억이 넘을 텐데?]“괜찮아요. 저 돈 많으니까.”
재현이 그렇게 말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 * *
그날 저녁.
재현은 포털을 이용해 총알 배송된 마정석 박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퀵으로 붙여 달라고 부탁했는데, 역시 사업 수완이 뛰어난 이답게. 어느덧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재현이 이를 열어보려던 때. 갑작스레 호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쾅쾅쾅!
“야! 민재현! 갑자기 우리 부모님한테서 마정석을 싹 다 긁어모았다는 게 사실이야?!”
“역시. 올 줄 알았지.”
한숨을 쉬며 문 너머를 잠시 바라보았다.
김유정의 목소리. 아무래도 아버지에게 자신이 마정석을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모양이었다.
‘왁자지껄한 게, 아무래도 다른 애들도 같이 있는 모양이네.’
재현이 머리를 긁으며 현관으로 나섰다.
그가 순순히 문을 열어주며 일행을 안으로 들였다.
어차피 열어주지 않으면 계속 귀찮게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재현이 당당히 안으로 들어오는 일행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말했다.
“뭐, 내가 산 게 맞긴 한데…… 너무 갑작스럽게 쳐들어오는 거 아니냐.”
“나도 아빠한테 이야기 듣고 바로 왔거든? 그게 뭔 소린지는 들어야 될 거 아냐.”
“그래. 재현아, 우리도 궁금해. 마정석은 보통 마도구를 만드는 사람들이 사는 거 아냐? 왜 네가…….”
안호연도 그렇게 부연했다.
뒤편의 서이나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아무래도 다른 멤버들은 시간이 없어 함께 오지 못한 듯했다.
특히 재학생인 두 사람은 다른 특별 수업을 받는 중이라, 한동안은 정신이 없다고.
재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인벤토리에서 알 하나를 꺼내 내려놓았다.
탁자 위에 놓인 드래곤의 알에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걸 주웠거든.”
재현이 그렇게 운을 떼며 얻은 박스의 마정석을 모조리 알에 쏟아 부었다.
그러자.
지잉……!
알이 빛을 뿜으며 근처의 마정석들을 순식간에 삼키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뭐길래 마정석을 이렇게 한 번에…….”
서이나의 말이었다.
“나도 잘 몰라. 그래서 해 보는 거야.”
재현은 그렇게 말한 뒤, 입꼬리를 씩 올렸다.
무려 드래곤의 알이다.
‘만약 여기서 쓸 만한 녀석이 나와준다면 전력에 보탬이 될 거다.’
그렇게 생각한 재현이 나머지 박스들도 연달아 엎었다.
그는 계속 알에 마정석을 흡수시키기 시작했다.
지이잉! 지이잉……!
알이 계속해 마정석의 마력을 집어삼켰다.
시스템 메시지 역시 끊이질 않고 이어진다.
―알이 A급 마정석을 흡수합니다.
―부화율이 상승합니다.
―알이 S급 마정석을 흡수합니다.
―부화율이 상승합니다.
재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박스까지 쏟아부었을 때.
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쩌적!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드래곤의 알을 보며 재현이 침을 꼴깍 삼켰다.
‘뭐가 나와 줄지 기대되는데.’
재현이 웃으며 서서히 깨지기 시작하는 드래곤의 알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