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87
186화 드래곤 길들이기(2)
쩌적.
알이 깨지며 내부로부터 찬연한 빛이 새어 나왔다.
재현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쩍!
찰나의 기다림 후, 알이 완전히 깨졌다.
거의 동시에. 재현은 커다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뀨?
고개를 갸웃하는 미지의 생명체.
“이, 이건 대체……!”
알의 내부에서 태어난 것은 강아지와 비슷한 생김새의 작은 용이었다.
앙증맞은 날개를 지녔고, 둥글둥글한 눈매를 가진 붉은 드래곤.
발바닥에는 무려 핑크색 젤리까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재현은 저도 모르게 심장을 부여잡고 말았다.
‘……이건 너무 귀엽잖아.’
말은 않지만, 평소 귀여운 동물의 동영상을 찾아서 보는 게 취미인 재현이었다.
“미친…….”
옆에서 김유정의 충격에 잠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로서는 마정석을 먹기에 엄청 사납고 귀염성 없는 녀석이 튀어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정반대의 귀여운 드래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 순간, 재현의 귓가에 선명한 음성 메시지가 떠올랐다.
―파프니르의 힘을 계승한 드래곤. 《파프니르 2세》가 당신의 펫이 됩니다.
―현재 등급은 D입니다. 끝까지 성장시켰을 때 S+등급까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재현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뭐? 펫이…… S+등급?!’
* * *
레이더 중에서 펫을 데리고 다니는 이는 의외로 꽤 많다.
테이머 계열 각성자.
이들은 귀여운 펫을 데리고 다니기에 시민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재현도 내심 펫 하나 정도는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고.
‘하지만 펫은 구하기도 힘들고, 특별한 스킬이 없으면 제대로 다룰 수도 없어. 그래서 꿈도 안 꾸고 있었는데.’
갑자기 횡재한 듯한 기분이었다.
재현의 입이 귀에 걸렸다.
‘S+급 펫이라니. 내가 알기로 소환수나 펫의 최고 등급은 해봐야 B급이다. A급 상위의 레이더가 고작 그 정도.
하지만 파프니르 2세는 지금의 나만큼 강해질 수 있어.’
잘만 키우면 전력이 거의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심지어 소환 중에 별도로 사용자의 마력을 소모한다는 문구조차 없다.
재현은 턱을 쓸며 기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쓸 만한 녀석이 나와서 다행…….”
그때였다.
“꺄아아아악! 이게 뭐야?! 대체 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게 튀어나온 거야!?”
갑작스레 끼어든 김유정이 소리치며 태어난 드래곤을 제품에 쏙 안았다.
자다 깬 뜻 품에 안겨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파프니르 2세의 모습에 그녀의 넋이 완전히 나갔다.
“……재현이 너 언제 테이밍까지 익힌 거야?”
서이나 역시 파프니르 2세에 관심을 보이며 물어왔다.
재현이 다시 김유정에게서 파프니르를 빼앗아 오려 손을 뻗었으나, 금세 제지당했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테이밍을 따로 익혔다기보다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진짜 주운 거야. 던전에서.
근데 안호연 넌 왜 그렇게 뒤로 물러나 있냐?”
“아, 아 그게 나는 파충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약간 무섭다고 해야 할까……?”
안호연은 소파 뒤로 물러선 뒤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약간 떨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 맞다. 너도 겁 많았지.”
재현이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안간 김유정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정했어!”
“또 뭘?”
재현이 귀찮다는 듯 받았으나, 김유정이 그를 무시하며 이었다.
“앞으로 얘 이름은 용용이야. 너도 마음에 들지 용용아?”
“……뭐?”
재현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김유정을 바라보았다.
……파프니르 2세가 순간 고개를 저은 것처럼 보인 것은, 그저 기분 탓일까?
* * *
재현은 그날 저녁과 다음 날까지 다른 동료들에게 파프니르 2세를 소개해 주었다.
이름은 너무 긴 관계로 앞으로는 ‘파피’로 줄이기로 했다. 강아지를 닮기도 했고, 부르기에 두 글자가 딱 적당했기 때문이다.
‘뭐 김유정은 계속 용용이라고 부르겠다고 고집을 부리긴 하지만…….’
어차피 한 사람만 그렇게 부르는 거야 뭐 애칭 같기도 하고.
드래곤의 기본 지능이 똑똑하니 크게 문제없을 것 같긴 해 내버려 두었다.
‘그나저나 드래곤을 키우는 것도 꽤 힘든 일이네…….’
얼마간, 재현은 시스템에 표시된 드래곤 육아 방법에 대해 닳도록 읽으며 고심에 고심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프니르는 기본적으로 황금을 좋아합니다. 자주 삐치는 성격에 정신 연령은 다섯 살 정도이므로 비위를 잘 맞춰주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재현이 지끈지끈해지는 이마를 짚으며 이었다.
“파프니르 2세는 사용자와 함께 성장합니다. 몬스터를 사냥하고 경험치를 얻으면 드래곤 역시 등급이 상승하며,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드래곤이 유아기일 때 놀아주지 않으면 성격이 나빠지므로, 잘 케어해줘야 하며…….”
아무래도 펫을 키우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이구. 우리 용용이 내가 그렇게 좋아? 역시 날 제일 잘 따른다니까.”
김유정과 파피가 의외로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
파피는 처음 자신을 안아준 김유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가 없으면 자주 칭얼댔다.
덕분에 김유정은 재현의 호텔 방을 거의 제집 드나들 듯이 오가는 중이었고.
“야. 그냥 내가 데려가면 안 되냐?”
“안 돼.”
김유정의 말에 재현이 완고하게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펫이라는 게 시스템에 묶여 남에게 줄 수도 없거니와, 물건도 아니다.
더군다나 재현의 주요 전력 중 하나가 될 몸.
‘절대 못 넘겨주지.’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시스템 창에 뜬 육아 일지를 계속 읽어내려갔다.
이재상은 건강 상태를 확인하겠다며 파피의 심장에 청진기를 대고 있다.
권소율 역시 방금 도착해 파피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귀여워서 한번 만져보고 싶은데, 뭔가 이미지 때문에 꺼리는 듯한 느낌.
얼굴에는 홍조가 만연했다.
보다 못한 김유정이 권소율에게 파피를 내밀며 말했다.
“언니도 한 번 쓰다듬어 보세요! 완전 귀여워요!”
“어…… 어. 그럴까……?”
권소율이 못 이기는 척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크르르……!
어쩐 일인지 파피가 권소율의 손을 피한 뒤 고개를 홱 돌렸다.
권소율이 세상을 잃어버린 듯한 표정으로 구석 소파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가 무릎을 모아 얼굴을 묻었다.
권소율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만 내놓은 채 중얼거렸다.
“왜 나만 싫어해…….”
재현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동물도 사람 인성은 알아보는 거죠. 뭐, 그렇게 따지면 김유정을 따르는 게 의외긴 한데…….”
재현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사안이다.
조류들은 알에서 깬 직후에 본 사람을 어미로 믿는다는데.
혹시 파프니르 2세도 비슷한 걸까?
재현의 의문이 하나 더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 * *
밀레스 아카데미의 시스템이 재가동된 것은 다시 하루가 지난 다음 날이었다.
재현은 등교하기 전 이사장인 김지연을 먼저 찾아가, 파프니르 2세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허락받았다.
규정상 반려동물(?)로 치부되기에 함께 다니기 위해서는 약간의 절차가 필요했다.
물론 재현으로서는 인맥이 있기에 딱히 허가에 문제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허락 없이 다니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교관의 눈치도 봐야 하고.’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의 교관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그는 아카데미 제3 강의실에서 마법 이론 수업을 듣는 중이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관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러하므로 마법의 발동 전에는 언제나 주변을 잘 살펴야 합니다. 마수는 여러분의 캐스팅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언제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라며…….”
내용은 지루한 것투성이였다.
재현의 마법적 성취는 이제 카밀라와 비견될 정도까지 올라온 상황.
교관 역시 A급에서 그치는 수준이기에, 재현을 가르칠 만한 사람은 실질적으로 아카데미 내에 없다고 보는 게 옳았다.
크릉…….
파피까지 놀아 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재현은 한숨을 쉬며 적당히 녀석을 쓰다듬어 주었다.
시스템이 말했던 대로 성격이라도 나빠지면 곤란하니까.
한데 그때.
수업의 종료가 임박한 시점. 갑작스레 교관이 필기를 멈추며 입을 뗐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고…… 여러분께 말씀드릴 게 있으니 모두 집중하십시오.”
재현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교관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이었다.
“근래 교내 생도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뭐?”
펜을 돌리며 파피를 놀아주던 재현의 귀가 번뜩 뜨였다.
아무래도 재현이 없는 사이에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교관은 계속해 사건에 관해 설명했다.
“몇몇 생도들이 이미 실종되어 교관들이 수색 중입니다. 현재 아카데미는 이를 조사하고 있고, 사건의 자세한 내막이 드러나면 여러분께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한동안은 함께 그룹을 짜 하교하시고, 각자의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카데미의 정상화와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일어난 실종 사건.
주변 생도들 역시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실종이라니 대체 뭐야?”
“그러게…… 학교를 이렇게까지 걱정하면서 다녀야 돼? 밀레스는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듣기론 처음에 실종된 게 ‘서드 아이’의 멤버들과 채지윤이었다던데…….”
“에이. 채지윤 이야기는 하지도 마. 야외 합숙에서 지들만 살려고 도망친 것들이잖아. 쌤통이지 뭐.”
“하긴 그것도 그러네.”
재현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갑작스레 발생한 교내 실종 사건. 거기다 최초의 실종자는 채지윤이라…….
재현의 동공이 가늘어졌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묘하네.”
* * *
“네. 그렇군요. 처음 실종이 시작된 게 한 주 전이라고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합니다.]
샤워를 마친 재현이 머리에 흰 수건을 얹은 채 통화를 하고 있다.
상대는 김지연. 재현은 그녀에게 실종 사건에 관해 묻기 위해 연락을 했다.
‘회귀 전엔 이런 집단 실종 사건은 없었으니까.’
이 또한 변수다.
그것도 에시르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재현은 그렇게 판단하고 이 일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두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사건이 일어난 근처에 붉은 액체가 들어있던 주삿바늘이 버려져 있었다는 것.두 번째는 인근의 건물이 부서지고, 땅이 파여 있었다는 겁니다. 마치 술 취한 사람이 패악질을 부려놓은 듯한 흔적이었죠.]
“주삿바늘에 들어있던 액체가 뭔지는 밝혀졌습니까?”
“또 다른 뭔가가 있습니까?”
[때마침 뉴스에 나오는군요. 끊고 TV를 봐주세요. 민재현 생도도 분명 이상한 점을 느낄 테니까요.]재현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녀가 시키는 대로 전화를 끊었다.
TV를 틀고 뉴스 채널에 맞추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
[속보입니다…….]켜둔 TV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재현은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 북유럽 신화의 주신으로 묘사되는 오딘을 숭배하는 극성 종교 단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스스로를 ‘아사트루(Asatru)’라 부르는 이 종교는 각성자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일삼고 있으며, 사건 현장에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주삿바늘과 괴사된 피부 조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미 피해자가 수십에 다다른 상황이지만 아직 정부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아사트루?”
재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 단어를 이미 들어 본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