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58)
분명 듣기로도 그렇게 들었고, 실제 순위 테이블이 나타내는 지표만 봐도 그랬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5위에 랭크되어 있는 팀.
지금이 뭐 시즌 초반도 아니고, 어느덧 12월도 다 흘러가고 있는 시점인지라.
그 순위가 무의미한 숫자가 아님은 분명한 사실일 텐데.
경기를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나는 과연 뉴캐슬이라는 팀이 5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 맞는 건지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시합 내용이··· 압도적인 탓이었다.
“···”
뭐랄까.
거대한 근육질의 남성이 마른 소년의 손목을 쥐고 이리저리 흔드는 느낌이랄까.
조금 불쾌한 감정이 피어오를 만큼, 맨시티는 경기장을 지배한 채 뉴캐슬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뭔가 막 재밌는 느낌은 아니네.”
지루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지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워낙 일방적인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니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다만··· 나는 지루할 틈을 느낄 새도 없다.
사실 그 압도적인 경기력이 불쾌하게 느껴진 것도, 저들이 우리와 만나게 될 상대여서 그런 거지.
그들이 하고 있는 축구 자체만 본다면··· 완벽에 가까운 느낌인지라.
어느새 되도 않는 분석 따윈 접어두고 그저 감상을 하게 되는 탓.
솔직히 말하자면··· 꽤 아름답게 느껴진다.
“···”
그래서 무엇이 아름다우냐고 한다면··· 글쎄.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 또한 감탄이 나올 만큼 수준이 높으나, 그것보다는 공간을 활용하는 법과 팀 적인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
무슨 얘기냐면, 쓸모없는 움직임이 없었다.
분명 축구장의 규격은 굉장히 넓고, 아군과 적군을 합쳐 22명이라는 많은 선수가 뛰는 데 반해.
공은 하나에 불과하니 모든 선수가 모든 순간 경기에 관여할 수는 없다.
다만 그건 직접적인 관여에 한정되는 이야기고, 간접적으론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도, 심지어 공과 가장 멀리 있는 선수도 얼마든 관여가 가능하다.
그 순간 어느 포지션에 서 있느냐, 어느 공간으로 움직이느냐로 말이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더미 런(Dummy Run) 같은 게 있을 수 있겠다.
실제로 패스가 오지 않더라도, 빈 공간으로 침투하면서 수비를 이끌어 다른 쪽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플레이 말이다.
이건 생각보다도 정말 중요한 플레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공 한 번 만지지 않은 선수가 그 득점에 있어 가장 큰 지분을 가지는 경우조차 생길 정도다.
말했듯, 공은 하나지만 경기장은 크고 뛰는 선수의 숫자는 많다.
따라서 90분을 다 뛴다고 해도, 한 선수가 실제로 공을 만진 시간을 잰다면 5분을 채 넘기지 못할 거다.
그래서 중요한 게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고, 포지션을 구축하는 일인 것.
“···”
그런 면에서··· 적어도 내 눈엔 맨시티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대형과 움직임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경기장 전체를 보는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
한 선수만을 따라가며 지켜보아도 그랬다.
어떻게 된 게··· 이해가 안 되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가 없다.
나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니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보인다지만, 선수들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정확히 딱, 딱 움직이는 모습이 놀라울 따름.
그 모습에 감탄하는 와중, 물론 모두가 비슷하기는 하나.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면··· 몇몇이 있다.
한 명은··· 저 금발 머리에 볼이 빨간 선수.
케빈 데 브라이너라는 선수고.
또 한 명을 꼽자면 저기, 등 번호 10번의 베르나르두 실바라는 선수.
저 둘이 인상 깊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둘을 중심으로 다른 선수들이 돌아간다고 느껴질 만큼··· 항상 핵심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냥 어느 순간에든, 저 둘은 잘못된 위치에 서 있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적재적소에 위치해 있었고, 그것만으로 상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물론 공을 잡았을 땐 더 위협적이었다.
데 브라이너는··· 그 발끝에서 뻗어 나가는 패스가 위에서 보고 있는 나조차 감탄할 만큼 날카로웠고.
베르나르두 실바는 일단 공을 잡았다 하면 절대로 빼앗기는 법이 없는 게, 저 작은 체구로 어떻게 저리도 공을 잘 지켜낼 수 있는 건지 불가사의할 지경.
저 둘의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게 되는 것이.
저런 고수들을 맞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내가 어떤 수를 떠올리더라도 다 꿰뚫어 볼 것만 같은 느낌인데.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걸 완벽하게 통제해내는 저 선수들 앞에서.
“···”
물론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그동안 대단한 선수들을 안 만나 본 건 아니라는 거다.
아니, 오히려 무섭지 않았던 상대가 있기는 했었나.
모두 거대해 보이기만 했고, 이길 수 있을 거라 자신하며 시합에 들어간 적이 훨씬 더 드물다.
다 떠나서 이미 축구의 신과도 뛰어봤던 마당에.
하지만 지금.
맨시티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뭔가 다르다.
단순히 잘한다, 무섭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팀들은 여태껏 많았으나.
지금처럼··· 축구가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는 처음인지라.
저런 팀을 상대해야 한다는 게 짜증이 날 지경인 것이다.
저런 축구를 하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이 이겨야 하는 게 맞는데.
그런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상식을 뒤집어엎어야 한다니.
이건 폭포를 아래에서 위로 흐르게 만들라는 꼴이다.
“···”
이제야··· 조 추첨 당시 절규하던 선배들의 반응이 이해가 가는 듯했다.
*
내가 직접 시합을 뛰는 것보다도, 맨시티와 뉴캐슬의 경기 90분은 빠르게 지나갔다.
여기에 왜 왔는지조차 잊은 채 그저 감탄하고 감상만 하다 시간이 다 간 탓.
결과는 3대0으로 맨시티가 승리를 가져갔다.
사실 전반전까지만 해도 훨씬 더 점수 차이가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뉴캐슬도 만만하기만 한 팀은 아니더라.
이길 생각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던 전반전은 전략이었던 건지, 후반전 들어 꽤 날카로운 역습을 보여주긴 했으니까.
다만 스코어가 말해주듯, 통하지 않았을 뿐이다.
비록 실수가 아예 없었다고 할 순 없으나, 애초에 90분 내내 완벽하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므로.
맨시티는 사실상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줬고, 여러 번이나 입술을 깨물게 만들었다.
문득 저런 팀을 상대로 전술을 짜야 하는 감독님이 불쌍하게 느껴지더라.
뭐, 그나마 다행이라면··· 감독님에겐 하얗게 셀 머리가 없다는 점 정도이려나.
내가 감독이었으면 매일 밤 고민하다 머리가 하얗게 셌을 게 분명하니까.
아무튼, 기분 좋게 온 휴가에서 괜히 걱정만 얻어가는 것 같다.
뭐, 다르게 생각하면 빨리 돌아가 훈련이 하고 싶어진지라.
재충전이 확실히 되긴 했으니 원래 휴가의 목적은 이룬 것 같긴 한데.
흐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아까부터.”
“···응? 아.”
“완전 정신이 나가 있네. 우린 다 골랐어. 너도 골라.”
“아, 어···”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손가락을 튕기는 지우의 말에 정신을 차리곤 그제야 메뉴판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경기가 끝난 뒤 우리는 미리 예약해 둔 식당으로 온 상태.
지금 앉아 있는 자리나 테이블도 그렇고, 들어오는 입구부터 근사한 레스토랑이었다.
그, 뭐더라.
미슐랭이라고 했나.
축구로 치면 발롱도르 순위에 든 것처럼 무슨 인증을 받은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하던데.
아무튼 맨시티 경기 관람까진 내가 하고 싶은 거였고, 이제부터는 지우가 하고 싶은 걸 할 차례라 여기에 왔다.
이런 것도 자기한텐 공부라나 뭐라나.
···음.
근데 메뉴판을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동안 영어 공부도 나름 꾸준히 한 터라, 글자 자체를 못 읽는 건 아니다만.
뭐가 뭔지 알아야 시키든 말든 하지.
“···넌 뭐 시켰어?”
때문에 슬쩍 지우에게 묻는다.
그러자 지우가 신나서 대답한다.
“나? 나 이거랑 이거.”
“···그, 뭔데 그게?”
“이건 양고기 살라미, 이거는 연어 크루도!”
“···아, 그렇군.”
살라미는 뭐고 크루도는 또 뭐람.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다만, 괜히 이해 못 하면 촌스러워지는 분위기인지라.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메뉴판으로 눈을 돌린다.
···그냥 비싼 걸로 시키면 대충 알아서 최선을 다해주시지 않을까.
신중하게 메뉴를 정독하는 척, 괜히 고개도 끄덕여가며 메뉴판을 넘겨가는데···
“야, 그렇군은 무슨 그렇군이야. 너 뭐가 뭔지 모르지?”
“···”
눈치도 빠르지.
이내 까막눈이라는 사실을 지우에게 들키고 만다.
옆에선 아빠가 자기처럼 알아서 맡기라는 듯 눈썹을 찡긋인다.
“자, 봐봐. 내가 하나씩 설명해줄게. 일단 여기서부터, 에그 차완무시는 일본식 계란찜이고. 아구아칠레, 이거는···”
어쨌거나, 메뉴 하나하나 일일이 알기 쉽게 번역을 해주는 지우 덕분에 좀 촌스러운 사람이 되기는 했으나.
한 편으론 그런 지우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글자만 알파벳일 뿐, 내가 볼 땐 거의 외계어에 가까운데.
그래도 유학 와서 놀기만 한 건 아닌지 척척 설명하는 걸 보니 사뭇 전문가처럼 느껴진 탓.
항상 누나처럼 굴어도 언제 철드나 싶을 때가 많은 지우인데.
확실히 사람은 자기 전문 분야에 있을 때 멋있어 보이는 법인가 보다.
“됐지? 이제 골라.”
“···응.”
그렇게 설명을 듣고 다시 메뉴판을 바라보는데,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 이렇게 많건만, 지우가 두 개밖에 고르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
심지어 이런 식당들은 메뉴 하나에 쥐꼬리만큼 주지 않나?
이에 지우에게 물으니, 지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야, 가격을 봐봐. 장난 아냐. 여기 미슐랭이라고.”
···음.
확실히 가격대가 보통 식당에선 보기 힘든 숫자이긴 하다만.
그래도 지우에겐 이게 공부일 텐데, 아낄 필요가 있나 싶다.
“더 골라. 가격 신경 쓰지 말고.”
“···더 고르라고?”
“응.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데 아니잖아.”
“에이, 그래도 두 개면 됐지. 뭘 더 바라. 충분해.”
고르라니까 손사래를 치는 지우를 보며 내심 어이가 없다.
지우가 음식을 마다하다니.
이에 나는 슬쩍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곤 말했다.
“옆에 봐봐. 한 접시에 저만큼 나오는데···”
“···좀 양이 적긴 하네.”
“숙소 가서 배고프다고 징징 대지 말고. 그냥 지금 더 시켜.”
“그··· 그럴까? 헤헤.”
그제야 헤실헤실 웃더니, 한껏 신이 난 듯 지우가 다시 메뉴판을 펼쳐 든다.
그리고 옆에 앉은 아빠에게 마구 설명을 퍼부으며 뭐 드시고 싶냐고 묻는데, 아빠야 요리에 있어선 나와 다를 게 없으니.
그저 죄다 고개만 끄덕일 뿐이라 피식 웃음이 터지고 만다.
애초에 뭐, 여기 있는 거 다 시켜도 통장 잔고엔 큰 변화가 없을 텐데.
뭘 저리 신중하게 고르는지 그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구단과 푸마에게 감사를.
“오케이. 이렇게 하면 되겠다.”
어쨌거나, 꽤 어렵사리 메뉴 선정이 끝나고.
친절한 점원이 주문을 받아간 뒤.
나는 멍하니 있다가, 문득 든 생각에 가방을 뒤적여 노트를 꺼내 들었다.
아까, 맨시티와 뉴캐슬의 경기를 보면서 메모를 끄적였던 노트.
그 노트를 펼쳐 들고, 지우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척하면서.
괜히 중얼중얼거리기 시작한다.
“흠··· 그러니까··· 이게 볼 포제션을 베이스로 하면서··· 스위칭을 통해··· 기본적으로 게겐프레싱도 사용하고···”
방금, 지우가 전문 용어를 써가며 메뉴를 설명해줄 때.
그 모습이 꽤 멋있게 보였던지라, 나도 요리 쪽만 좀 모를 뿐이지 바보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탓.
···나도 참, 유치하긴 하다.
근데도 중얼거리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