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59)
“와, 이놈 이거 배 나온 거 봐라. 쉴 때 또 술 마셨냐?”
“아냐. 안 마셨어···”
“안 마시긴 뭘 안 마셔. 배가 이렇게 나왔는데.”
“이건 원래 나온 거고···”
“어휴. 자랑이다, 인마.”
월드컵과 짧은 휴가까지 보내고 와서 그런지, 매일 땀 흘리던 훈련장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던 것도 잠시.
“와, 너는 오랜만에 봐도 못생겼냐.”
“세계 최고의 밴드, 유투.”
얼굴을 보자마자 티격태격하는 선배들 덕분에 약간의 어색함은 눈 녹듯 사라져 버리고 만다.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다들 심심해서 어떡했대.
뭐, 그래도 모두 얼굴들이 좋은 걸 보면 잘들 쉰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제일 얼굴이 좋은 건···
“모두들 안녕! 안녕!”
역시나 저 친구가 아닐까 싶다.
저 멀리 로메로가 해맑게 손을 흔들며 나타나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아 보이는지 보는 나조차 미소가 지어질 것 같은 얼굴이다.
로메로의 얼굴이 저렇게 좋은 이유는, 당연히···
“죄송한데 길 좀 비켜주실래요? 세계에서 축구 제일 잘하는 나라에서 왔거든요.”
“···헛소리 말고 지나가라.”
“다시 한번 죄송하지만, 헛소리가 아니랍니다? 이번에 축구의 신께서 우리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아악!”
한국에 매를 번다는 표현이 있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
자랑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지.
월드컵도 못 나간 주장한테 저러면 나 같아도 한 대 쥐어박겠다.
아무튼, 로메로의 고향인 아르헨티나가 이번 월드컵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지라.
주장에게 헤드락을 걸린 채로 실실 웃을 만큼 로메로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항복하면 놔준다! 항복해!”
“하··· 하··· 행복!”
“이 자식이···!”
···음.
저렇게 좋을까.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신발 끈이나 마저 묶는다.
월드컵은 월드컵이고, 이제 리그 재개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
여러모로 잘 쉬었으니 다시금 달릴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월드컵을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뭔가 되게 자신감에 차 있던 나였다.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 서 봤다는 것 때문인지, 이젠 어떤 경기도 크게 긴장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누굴 만나도 무섭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샘솟았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맨시티의 경기를 직관한 후 쏘옥 들어가 버리고 말았으니, 지금은 빨리 열심히 훈련해서 컨디션부터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엔 없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부터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야, 막내야.”
“네.”
“그래서, 어떻대? 직접 보니까 뭔가 좀 감이 와?”
신발 끈을 다 묶고 발목을 돌리고 있던 와중, 로메로의 기강을 다잡는 것으로 스트레칭을 마친 듯한 주장이 묻기에 고개를 갸웃인다.
“무슨 감이요?”
“맨시티 말이야. 직관하고 왔다며. 확실히 좀 차원이 다르대?”
“아, 음. 뭐···”
그 물음에, 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대답하자면 차원이 달랐다는 게 맞으나,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은 솔직한 게 독이 될 때도 있는지라.
그게 지금이 아닐까 싶은 생각 때문.
어떻게 시합을 앞둔 동료들에게 ‘도저히 이길 각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덕분에 어물쩍거리고 있으니, 옆에 있던 보나벤투라 선배가 말했다.
“당연히 달랐겠지. 맨시티가 어떤 팀인데.”
“하긴. 나도 중계로 보는데 말이 안 나오더라고. 뉴캐슬도 만만한 팀이 아닌데 그냥 압살을 해버리더라.”
“우리 감독님이 불쌍하지. 같은 빡빡이인데 저쪽은 선발 명단에 데 브라이너, 홀란드 이런 애들 쓰고. 우리 감독님은 보나벤투라, 사포나라 이런 애들 써야 되고.”
“···갑자기 나는 왜?”
“그럼 네가 홀란드 이길 수 있어?”
“그야 당연히 못 이기지.”
딱히 웃긴 내용의 대화는 아니건만, 다들 낄낄거리며 말하는 것이 되려 머리를 긁적이게 만든다.
선배들이 저러고 있으면 말이라도 아니라고 하는 게 정상일 텐데.
선뜻 입이 열리지 않는 게 내가 생각해도 난 꼬인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 싶다.
“하, 그 많은 팀 중에 왜 하필 맨시티냐고.”
“그래서 조 1위를 했어야 돼. 거기서부터 꼬인 거지.”
“벌써 무섭다. 얼마나 우릴 부수려고 들까.”
“우리, 버틸 수 있을까?”
다만··· 가끔은 너무 이상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어느 때든 낙천적이던 선배들의 어깨가 축 처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기가 싫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내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만다.
전혀 마음에도 없던 말이 튀어나가고 만 것이었다.
“···보이던데요.”
“응? 뭐가?”
“저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그게 보였다고? 진짜?”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처럼, 수많은 거짓말 경험으로 단련된 내 얼굴은 뻔뻔하게도 아래위로 움직인다.
“직접 보니까 별거 아니던데요. 이길 수 있어요.”
“오오, 역시 막내는 우리랑 보는 시선이 다르구나. 난 도저히 안 보이더만.”
“당연하지. 쟤랑 우리랑 같겠냐. 데 브라이너가 못 보는 각도 보는 게 우리 막내인데.”
“막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맞다.
거짓말이라는 건 이래서 하는 거였지.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허세에 선배들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주먹을 불끈 쥐는데, 그 모습을 보니 걱정보단 먼저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어쩌지.
“그럼 우린 막내만 믿는다?”
···어쩌긴 뭘 어째.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모든 건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지.
“···믿어 보세요.”
고생해라.
내일의 나야···
ㆍㆍㆍ
보통 방학을 보내고 개학을 맞이하면 학교에 가기가 몇 배는 더 싫어지듯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휴가를 마친 뒤인 만큼 훈련에 대한 의욕이 안 생길 법도 하건만.
리그가 재개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훈련하지 않았나 싶다.
마치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 이유야 뭐··· 당연히 하룻밤을 자고 일어날 때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맨시티와의 경기 날 때문이었다.
모든 건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는데 왜 이렇게 내일이 빨리 오는 건지.
어찌 됐든, 덕분에 1월 5일.
오랜만에 우리 집, 아르테미오 프랑키에 들어섰을 때 몸 상태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챔피언스 리그도 물론 중요하기는 하나, 굳이 따지면 더 중요한 건 리그인 게 분명하기도 하고.
내일보다 중요한 건 결국 오늘인 법인지라.
경기에 나서는 순간만큼은 다른 거 다 잊고, 시합에 집중하자는 생각만 되뇔 뿐이었다.
상대는 리그 13위에 올라있는 우디네세였다.
세리에가 총 20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12위라고 하면 절반 아래에 해당하는 순위이기도 하고.
2위에 올라있는 우리의 순위와는 10계단이나 차이가 있는 만큼,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될 것 같아 보였으나 그렇지도 않은 것이.
우디네세의 순위가 불과 10월에만 해도 17위였다고 했기 때문.
그러니까 한, 두 달 사이에 순위를 다섯 계단이나 끌어올렸을 만큼 최근의 기세가 좋다는 것이었다.
빈첸초 감독님도 가끔 하시는 말씀이지만, U17에 있을 때 토니 감독님은 그런 말씀을 되게 자주 하셨었다.
축구라는 건 흐름 싸움이라고.
그리고 그 흐름이라는 건 꼭 한 시합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길게 적용이 되기도 한다고 말이다.
우디네세는 그런 흐름을 탄 상대라고 볼 수 있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흐름이라면 우리도 충분히 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좋아! 나이스!”
“우린 챔스 16강 진출 팀이다! 레벨이 다르다고!”
“심지어 맨시티를 꺾을 팀이기도 하지!”
시합 중간중간 조금 이상한 소리들이 들리긴 했으나, 어쨌든 우리는 우디네세를 비교적 쉽게 상대하며 경기를 리드했다.
분명 잠깐 든 생각이긴 하나, 솔직히 말하면 리그 경기가 이렇게 쉬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이상한 일도 아닌 게 돌이켜 보면 그렇지 않나.
내가 뛰었던 가장 최근 경기가 월드컵 16강 전, 브라질과의 경기였다.
그리고 그 전엔 월드컵 조별예선 경기들, 그 전엔 파리 생제르망과의 챔스 경기였고.
문득 왜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고 하면, 우디네세에게 큰 실례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이전에 치렀던 경기들이 워낙 무거운 경기들이었던지라, 이 경기가 가볍게 느껴졌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결과적으로 리그가 재개된 그 날, 우리는 승점 3점을 따내며 리그 선두인 나폴리와의 격차를 지켜냈고, 리그가 중단되기 전 이어왔던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맹추위가 한풀 꺾이던 그때까지도 꺾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져 나갔다.
ㆍㆍㆍ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하물며 돌다리도 그러한데, 우리가 건너온 길은 돌다리가 아니라 널빤지로 만든 다리에 더 가까웠으니.
힘든 오늘은 더 힘들 내일을 잊게 만들더라.
당장 이번 주에 있을 경기에만 집중하고, 모든 집중력을 그 주말에 다 쏟다 보니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2월.
만약 시간이 3월에서 2월로 흐른다면 그 추위를 견디지 못했겠으나, 우리는 1월을 견뎌내고 2월에 발을 들인 만큼 여전한 추위에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포근함에 이젠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추웠던 1월을 돌이켜 보자면.
우리는 리그 경기 네 경기와 코파 이탈리아 16강전, 총 다섯 경기를 치르며 한 달을 보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리그 네 경기에서 세 번의 승리와 한 번의 무승부, 코파 이탈리아에선 볼로냐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누군가가 보기에 그중 가장 큰 성과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밀라노에서 거둔 인테르전 승리가 아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성과는 아마도 누구도 다치지 않고 2월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선 다들 월드컵 휴식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던데, 그런 걸 보면 세상 모든 것엔 양면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할 게 많은데 월드컵까지 있다고 투덜댔던 게 엊그제 같건만, 이젠 그 월드컵 덕분에 힘을 채울 수 있었다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거나, 덕분에.
한 달여 만에 다시 타게 된 맨체스터행 비행기엔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다 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야, 뭐 소식 없냐?”
“무슨 소식?”
“누구 부상이라든가, 갑자기 집에 도둑이 들어서 경기 못 나오게 됐다든가.”
“···네가 사람이냐? 칸셀루 이적한걸로 만족해, 인마.”
비행기가 맨체스터에 내려앉기까지 대략 한 시간 전.
뒷자리에서 들려온 선배들의 대화에, 내심 귀를 쫑긋였던 것에 반성한다.
모든 것에 양면이 있듯, 우리에겐 월드컵 기간이 휴식기였을 수도 있겠지만.
맨시티 정도 되는 팀에겐 그렇지 않은 일일 수도 있는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매번 들어맞는 법이고, 헛된 기대는 밥 먹듯 배신하는 법.
맨시티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전력으로 경기에 나설 듯했다.
기사로 접하길, 그쪽 감독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
피오렌티나를 절대 한 수 아래의 팀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최선의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보통 그런 얘길 들으면 자부심이 생겨야 하는데, 이번엔 그렇지가 않았다.
그냥 좀 한 수 아래로 봐주지.
“···”
입맛을 다시며 창밖을 슬쩍 바라보니, 카펫처럼 깔려있던 구름이 어느새 성큼 가까워져 있다.
동시에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드는 것이, 비행기가 그 머리를 아래로 향한 모양.
그것이 슬슬 목적지에 다와간다는 얘기인 것 같아 어깨가 움츠러든다.
이제 비행기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타 봤으니 착륙이 무서운 건 당연히 아니고.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다가옴을 느낀 탓이다.
내일이면, 어제의 내가 비웃었던 그 내일의 나가 오늘의 내가 된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큰소리를 떵떵 쳤는지는 모르겠다만.
언제나 그랬듯,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우리 비행기, 잠시 후 영국 상공에 진입······
···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무래도 큰일 난 게 맞는 것 같다.
맨시티와의 챔스 16강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