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24
223화 트리 디펜스(3)
‘첫 번째 웨이브 때 엘리트 몬스터가 등장했던가?’
한참이나 고민했지만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재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턱을 괬다.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 트리 디펜스의 룰을 읽었을 때, 퀘스트 창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모든 웨이브에는 엘리트 몬스터가 출현하며, 엘리트 몬스터 토벌 시 웨이브가 종료됩니다.]“모든 웨이브에는 엘리트 몬스터가 등장한다. 하지만 나는 첫 번째 엘리트 몬스터를 사냥한 적이 없어.”
그렇다는 것은, 결국.
“첫 번째 엘리트 몬스터. 녀석이 이미 등장했고,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옳겠지.”
그리고 그 녀석이 아마 나무를 손상했을 가능성이 클 터였다.
재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생명력이 약간 깎여있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재현이 고개를 들며 발길을 돌렸다. 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그것도 아군 진영 어딘가에 말이야.”
그가 깨달은 그 순간.
청량한 목소리와 함께 새로운 퀘스트가 재현의 눈앞에 떠올랐다.
―첫 번째 엘리트 몬스터의 존재를 눈치챘습니다!
―히든 퀘스트가 수주됩니다.
―아군 진형에 숨어 있는 첫 번째 엘리트 몬스터를 찾고, 이를 처치하십시오.
―클리어 시 보상이 상향조정됩니다.
* * *
숨겨진 엘리트 몬스터
트리 디펜스 게임에는 몰래 아군 진형에 숨어든 몬스터가 존재합니다.
그는 탐욕적이며, 호시탐탐 황금 사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숨겨진 첫 번째 엘리트 몬스터를 찾아내 그를 처치하십시오.
‘숨겨진 엘리트 몬스터가 존재할 줄이야… 이건 또 생각 못 했는데.’
재현이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불평했다. 그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트리 디펜스라는 게임의 자체 난이도도 매우 높아 재현을 시험하기에 충분했다.
한데, 여기서 또 다른 엘리트 몬스터를 숨겨두어 다시 시험에 들게 한다고?
재현은 이둔. 그 맹랑한 여신의 세 번째 시련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어쨌든 불평은 나중에 해야지. 지금은 첫 번째 엘리트 몬스터를 찾는 게 우선이야.”
재현은 굵어진 나무뿌리로 된 간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뒤 마력을 끌어올렸다.
역시 첫 번째로 사용한 스킬은 마력감지였다.
츠츠츠츠!
재현은 태동하는 마력을 넓게 퍼뜨려 나무 인근의 정보를 수집했다.
주변에 자신이 아는 존재의 마력이 아닌 다른 것이 섞여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적이 은신 스킬을 사용해 모습을 감추고 있다면, 마력감지로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허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주변에서는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마력 감지는 훌륭한 스킬이지만, 적과 아군을 완벽히 구분해내는 스킬은 아니었으니까.
재현은 사고를 잇는 것과 동시에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는 사과나무 귀퉁이에 생긴 몇 개의 작은 상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재현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웃했다.
“원거리 공격에 상처를 입은 건가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네.”
나무에 생긴 상처는 원거리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나무의 겉껍질에는 마치 단도에 찍힌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때, 잠시 고민하던 재현의 뇌리에 한 생각이 스쳐 갔다.
“그래… 이제 알겠군. 엘리트 몬스터는 모습을 감춘 것도, 원거리 공격으로 나무에 상처를 준 것도 아니야.”
재현이 어딘가로 급하게 발길을 돌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그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 * *
잠시 후.
재현이 도착한 곳은 파피와 소환한 마수, 가디언이 모여 있는 주둔지였다.
다음 웨이브를 위해 아군 병력의 대기가 이루어지는 장소.
“너희, 시간 없으니까. 싹 다 일어서서 일렬로 서라.”
재현은 마력까지 실어 소리쳤다. 그는 마수와 가디언들을 모조리 일렬로 세우며 주변을 눈으로 훑어 내렸다.
척! 척!
이윽고 모든 아군이 그의 앞에 일렬로 섰다.
파피도 옆에 나란히 발을 붙이며 서자, 재현이 파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안 서도 돼.”
파피는 그제야 경직된 몸을 풀며 재현이 아까 꺼내 주었던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파피에게서 시선을 뗀 재현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액티브 스킬 《통찰안》을 발동합니다.
―상대의 능력을 바탕으로 위험 정도를 구분합니다.
재현은 스킬의 효과를 이용해 아군의 위험 정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의 행동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신이 추측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지정 대상의 위험 등급은 《낮음》입니다.
모든 마수의 등급은 고정돼 있었다.
하긴, 같은 마수를 소환했는데 등급이 제각기 다르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지만.
재현은 계속해 가디언들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조금 전과 같은 메시지가 이어지며 마수의 위험 정도를 분주히 나누어갔다.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메시지.
하지만 재현은 확신하고 있었다.
이 안에 자신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변수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사실을.
―지정 대상의 위험 등급은 《낮음》입니다.
―지정 대상의 위험 등급은 《낮음》입니다.
―지정 대상의 위험 등급은 《낮음》입니다.
…―지정 대상의 위험 등급은 《중간》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온 한 메시지가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 주었다.
“너구나? 스파이가.”
재현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한 가디언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콰앙!
망설이지 않고 휘두른 주먹에 가디언의 신형이 날아가 뒤편의 벽에 꽂혔다. 목책이 세워진 벽이 깨지며 나무파편이 튀어 올랐다.
터벅.
재현이 앞으로 한 걸음 떼며 바닥에 쓰러진 가디언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나무에 상처를 낸 범인.
재현은 이를 막 찾아낸 참이었다.
* * *
재현이 입가에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그는 여전히 가디언을 향해 계속 걸음을 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했어. 시련을 위해 프로그래밍 된 가디언이, 어째서 단체 행동을 할 때 실수를 했는지 말이야.”
재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너진 벽을 바라보았다.
벽에 처박혔던 가디언의 몸이 이내 바닥에 쓰러진다. 골렘의 돌조각이 공격에 직격한 명치로부터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익숙한 얼굴. 역시 그 놈이었군.’
녀석의 얼굴은 묘하게 익숙했다.
바로 처음 대열을 맞추고 전투를 할 때, 유독 실수가 잦았던 녀석.
당시 재현은 그의 행동이 그저 해프닝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녀석이 실수를 거듭한 것은 결코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처음부터 가디언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디언의 탈을 뒤집어쓰고 황금 사과를 노리는 도둑이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조금 전 통찰안을 사용했을 때, 다른 녀석들과 달리 위험 정도가 중급으로 구분되었다.
이는 명백히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 게임의 룰을 설명할 당시, 시스템은 자신에게 말했다.
모든 가디언과 소환하는 마수의 등급은 고정된다, 라고.
‘그런데 한 녀석만 위험도가 다르다? 이유는 뻔하지.’
재현이 확신하는 순간. 다시 한번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첫 번째 엘리트 몬스터 《비트레이어》를 발견하셨습니다.
재현은 들려온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비트레이어(betrayer).
시스템은 앞의 엘리트 몬스터를 그렇게 지칭하고 있었다.
비트레이어의 뜻은 배신자, 혹은 배반자.
‘쯧, 이름에 걸맞은 몬스터군.’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혀를 찼다.
그가 지체하지 않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키아아아…!
그와 함께. 더는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가디언의 형상을 하고 있던 비트레이어가 제 모습을 바꾸었다.
쿠륵.
처음의 나무뿌리와 돌조각이 얽혀있던 모습이 일그러지며, 갈라진 틈으로부터 촉수가 튀어나온다.
촉수의 끝은 잘 제련된 검처럼 날카로웠다.
아무래도 조금 전 보았던 나무의 자상은 이 촉수로부터 기인한 것인 듯했다.
코어가 있어야 하는 가운데로부터 거대한 검은 눈동자가 뜨였다.
재현은 그 기괴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녀석을 숨겨놓을 줄이야.”
재현이 중얼거리며 앞을 보았다.
역시 긴장은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세 번째 시련의 난이도는 매우 높았고, 재현에게 큰 고난을 선사했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믿었던 것을 의심하고….
재현은 이를 거듭해 겪으며, 이둔에 대한 불타는 복수심에 주먹을 꽉 쥘 수밖에 없었다.
“어디 보자… 1시간 뒤에 웨이브 시작이니까. 30분 안에 끝내줄게.”
재현은 검조차 꺼내들지 않은 채 주먹을 치켜들었다.
무기도 좋고 마법도 좋지만, 역시 사람 뒤통수를 때린 녀석에게는 주먹이 답인 법이다.
퍼걱!
재현의 꽉 쥔 주먹에 비트레이어의 얼굴이 다시 한번 홱 돌아갔다.
키아아아…!!
녀석은 몰랐을 것이다.
그게 시작이며, 앞으로 30분 내내 재현의 주먹에 신음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재현은 본능적으로 적의 정신이 끊어지지 않을 세기로 때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다년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본능과 같은 것이었다.
“이 꽉 물어라.”
잠시 후.
손을 툭툭 터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첫 번째 엘리트 몬스터 《비트레이어》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 *
―히든 퀘스트 《숨겨진 엘리트 몬스터》를 클리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련 클리어 시 보상이 상향 조정됩니다.
―엘리트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3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비트레이어를 처치한 후. 다시 30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재현은 마지막 웨이브를 준비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어 목책은 다시 100포인트를 사용해 마지막 3단계까지 모두 업그레이드했다.
덕분에 남은 포인트는 313. 두 마리의 엘리트 몬스터를 처치한 덕에 60포인트를 벌어 생각보다 많이 쓰지는 않았다.
재현은 나머지 포인트를 모두 털어 방어형 몬스터인 서리 트롤을 풀매수했다.
마지막에 어떤 적이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보스전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재현이 홀로 보스를 상대하는 상황이 올 테고, 지금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했다.
침투형과 마법형 마수도 나름 좋은 선택이지만, 시간을 끌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효율이 나빴다.
“그럼 드디어 마지막인가?”
그릉!
“그래. 파피 너도 빨리 돌아가고 싶지? 샌드위치도 다 떨어졌고.”
재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파피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김유정과 그녀가 해주는 끔찍한 요리가 그리운 모양이었다.
재현은 호흡을 고른 뒤, 나무 위에서 마지막 디펜스를 대비했다.
―세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시스템 음과 함께, 먼 거리에서 새까맣게 모여든 군대가 진군해오는 것이 보였다.
쿵. 쿵.
대열을 맞춰 걷는 마수 군단의 위압은 마지막 웨이브다운 장엄함을 자랑했다.
재현은 그 가운데에서 걸어오는 두 마리의 마수를 바라보았다.
거리가 멀어 크기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최소 2미터는 넘을 듯한 거구와 완벽히 짝을 이루는 얼굴. 그리고 사자의 머리만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
재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의 시선이 두 존재에 머물렀다.
‘……압도적인 마력이다.’
재현은 직감했다.
지금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두 존재.
그들은 바로 마지막 웨이브의 엘리트 몬스터라는 것을.
―세 번째 엘리트 몬스터 《엑시큐셔너》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실을 확인시켜 주듯, 들려온 시스템 음이 재현의 귓가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