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62
261화 프리지아(2)
레드 게이트 사건이 모두 종료된 이후.
재현 역시 호텔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쉬며 생각에 잠겨 있다.
게이트 공략 당시의 일과 태초의 마력. 후긴의 이야기.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다.
“신경이 쓰이나요? 후긴을 죽이지 못해서?”
헬라가 재현의 곁에 다가와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재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보다는…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 중이었습니다.”
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후회하기엔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뒤, 재현은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띠링, 하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심연의 갑옷 설명이 떠올랐다.
어둑시니를 잡으면서 등급 업이 되었던 것을 확인할 요량이었다.
―《심연의 갑옷+》의 상태를 표시합니다.
[장비 아이템]이름: 심연의 갑옷+
등급: 신화
긴눙가가프의 심연을 떼어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갑옷.
태초의 마력을 머금은 어둑시니의 파편이 스며들어 한층 강화되었다.
효과
1. 물리 / 마법 방어력 +750
2. 액티브 스킬 《은신 Lv 5》을 습득한다.
3. 패시브 스킬 《그림자 동화》의 단계가 최고 등급으로 상승한다.
다른 부분은 예상 가능한 범주 내였다.
그런데 뭐?
스킬의 등급 상승이라고?
재현은 즉시 스킬창을 불러와 그 정보를 확인했다.
[액티브 스킬]이름: 은신(Lv 5)
등급: B
스탯: –
1시간 동안 적의 시야에서 완전히 기척을 감춘다.
쿨타임: 30분
*단, 적이 《탐지》 스킬을 사용할 경우 스킬의 지속 시간이 15분으로 줄어든다.
우선 첫 번째로 은신의 효율이 대폭 증가했다.
최근에는 강해지며 사용 빈도가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무려 한 시간이나 자신의 기척을 감출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당장 이번 레드 게이트 공략 당시에도, 재현은 마지막 등장 전 눈앞의 마수들을 피해 은신을 사용해 달리기도 했다.
하나, 정말 크게 바뀐 것은 다음 스킬이었다.
[패시브 스킬]이름: 그림자 동화(同化)
등급: S
그림자와 사용자를 동화시켜 겹겹의 잔상을 만들어 낸다.
일정 확률로 적의 공격을 흘려낸다.
1. 적의 공격을 10퍼센트 확률로 흘려낸다.
2. 단 한 번 지정한 대상의 공격을 1회 어떤 데미지도 입지 않고 회피할 수 있다.
*단, 빛 속성 공격에 대해서는 스킬의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놀라울 수밖에 없는 발전이었다.
우선, 그림자 동화의 발동 확률이 올랐다는 것부터 그랬다. 2퍼센트에서 무려 10퍼센트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사실, 그림자 동화는 이전에도 꽤 쓸 만한 스킬이긴 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기대할 스킬은 아니었다.
2퍼센트의 확률을 믿고 도박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성이 컸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위험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로까지 고민할 수 있을 정도로 스킬이 강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정 대상에 한해 단 한 번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떤 적의 공격이든 단 한 번 피해낼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투 방향을 완전히 뒤바꿔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현이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직 하나 남아 있었다.
“마지막은 역시 이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재현은 인벤토리에서 의문의 돌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었다.
[특수 아이템]이름: 태초의 각성석
등급: ???
태초의 마력이 깃들어 있는 각성석. 사용 시, 다량의 신격과 마력을 획득할 수 있다.
태초의 각성석.
이는 레드 게이트의 공략 이후 마지막에 얻었던 물건이었다.
헬라는 처음 이 아티팩트를 보며 기함하듯 뒷걸음질까지 쳤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이 태초의 각성석은 사용자의 마력과 신격을 급성장시켜주는 정상급 아티팩트인 듯했다.
인간계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고, 아홉 세계에서 고작해야 세 개밖에 없는 물건.
“아무래도 후긴은 이걸 사용해서 레드 게이트를 터뜨렸던 모양이군요.”
헬라는 상념에 잠긴 재현을 보며 그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됐든 성장할 수만 있다면… 싹 다 이용해 줘야죠.”
재현이 웃으며 태초의 각성석에 마력을 주입했다.
―아티팩트 《태초의 각성석》을 사용합니다.
―사용자의 신격과 마력이 급성장합니다!
―신격 해방 3단계가 임박했습니다! 요구 신격을 채우고 3단계에 도달하십시오!
‘좋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는 없어.’
이번 던전에서 얻은 보상은 분명 만족스러웠지만, 기쁨은 느끼지 않았다.
이번 레드 게이트 공략에서 죽은 사람은 많다.
재현은 생각했다.
그들은 최후의 순간에 어떤 말을 했을까.
살고 싶다고 비명을 질렀을까, 그렇지 않으면 초연히 생이 꺼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가족과 기억을 반추했을까.
무엇도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재현은 그들이 아니었다.
재현은 죽지 않았고.
그들은 이미 죽었다.
지금 재현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오딘을 죽이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강해지고, 더 많은 준비를 할 뿐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에는 연합이 재결성된 것과 레드 게이트의 공략을 기념하는 파티가 있다.
참여하고 싶지 않았으나, 검은 로브로서. 또 연화의 제자로서 재현은 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재현은 옷장에서 적당한 옷을 꺼내 입었다.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는 하지 않고 가벼운 블레이저를 걸쳤다.
바지는 역시 슬랙스였다. 검은색이었는데 혹여나를 대비한 기능성이었다.
신발은 페니로퍼. 아무래도 격식을 너무 차리지 않는 것도 곤란하겠지.
딱히 센스가 없어서 점원에게 입고 디피돼있던 대로 구매한 터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재현이 준비를 하던 때. 갑작스레 그의 머릿속에 한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고양이는 파티에 데리고 가면 안 될 텐데.”
“…이번에도 모습을 감추겠습니다.”
헬라가 분통하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 * *
파티가 진행되는 곳은 아주 특별한 장소였다.
본부의 첨단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진 크루즈. 배가 떠 있는 곳은 아공간이었다.
이곳 특수 공간은 천명 이상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장소다. 과거 아카데미의 신입생 사냥을 치렀던 때와 거의 비슷한 크기.
이와 같은 아공간에서 파티를 주선하는데 이유는 있었다.
이곳은 일종의 사교 모임이다. 여기서 사람을 만나고, 깊은 관계를 쌓는 레이더는 매우 많았다.
비밀 엄수를 위해서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모임을 주선하는 게 나았다.
재현은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신원의 보장은 재현과 연화 덕분에 어렵지 않았다.
다만, 재현은 자신의 정체가 검은 로브임이 수뇌부에 밝혀진 상황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질문 세례를 받는 것까지 피해갈 수는 없었다.
“대체 아직 젊은 당신이 어떻게 그런 힘을 손에 넣은 겁니까?”
“어둑시니의 돌연변이는 대체 어떤 녀석이었지요? 어떤 특징이 있었습니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쉬이 말하는 높은 사람들이 재현에게 물어왔다.
재현은 적당히 답을 하면서도, 귀찮은 듯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인의 멤버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어딘가 음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우린 도움이 되지 못한 걸까?”
서이나의 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내심 알고 있었다.
재현은 규격 외의 실력을 지닌 레이더이고, 이제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자신들이 갖는 곁에 서고 싶다는 마음조차,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치기 어린 투정에 지나지 않았다.
과분한 감정. 그것이 이들이 갖는 동경이었다.
그와 별개로, 동료들이 재현에게 가지는 애정은 매우 컸다.
단지 연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에 재현은 각자를 나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 준 사람이었다.
나약할 때. 자신이 가장 가라앉아 있을 때 끌어준 사람.
그런 그가 너무 멀리 가버린 느낌이 드니, 이들로서는 아무래도 태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들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과 친분을 쌓고,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모두에게 그런 생각이 깊어질 즈음.
대화를 나누며 표정이 굳어있던 재현이 동료들을 발견했다.
“그래서 말입니다… 학회에서는 새로운 게이트의 등급을 규정해서 EX라는 이름을…….”
“잠깐만요. 죄송합니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은데.”
게이트 연구에 권위가 있던 교수가 아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라면 어서 가 보십시오. 여러모로 학창 시절에는 우정만 한 게 없더군요.”
“배려 감사합니다.”
재현은 그렇게 말한 뒤, 동료를 향해 걸어 도착했다.
“나 없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냐?”
동료들은 그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거리를 둔 것은 재현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나약한 마음과 열등감이었다.
그것을 일행은 알게 되었다.
* * *
“그래도 어떻게든 잘 끝나서 다행이야. 유정이도 금방 회복했고.”
동료들이 모여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을 때, 안호연이 한 말이었다. 이재상이 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걱정했거든.”
“…근데 진짜 오빠 말 안 더듬으니까 이상한데요…?”
김유정이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그렇게 말했다. 안호연이 팔짱을 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정중하게 다시 더듬어 달라고 부탁드리면 어떻게든….”
“야. 장난치지 마. 얘가 그거 극복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냐. 이야기도 다 들었으면서.”
“아야.”
권소율이 안호연의 머리를 손날로 가볍게 내리치며 그렇게 말했다.
동료들은 사건이 끝난 후, 이재상에게 직접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모두 전해 들었다.
동료들의 반응이나 태도는 당연하게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TV에서 보던 사람들이 이렇게 눈앞에 있으니까 신기한데.”
“…그러게.”
김유정과 서이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을 주고받았다.
확실히. 이곳은 사교회에 가까웠고, 그로 인해 익숙한 사람들이 많았다.
정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는 당연하게도 재현의 기억에 있는 사람도 몇 있었고.
한 곳으로 그의 시선이 향하며, 재현의 표정이 잠시 차갑게 굳었다. 시선이 닿는 곳에는 한 중후한 모습의 남자가 있었다.
‘박 의원… 저놈은 위험하다.’
박 의원은 과거 구자인의 실질적인 뒷배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었다.
그가 몰락한 이후.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리고 있지만, 꺼림칙한 적임은 틀림없었다.
덧붙이자면 재현은 이미 연화로 하여금 그를 감시할 것을 부탁해 둔 상황이었다.
‘후… 일단은 나도 조금 쉬어둬야지. 너무 한 번에 많은 걸 생각하다 보면 놓치는 게 생길지도 모른다.’
재현이 무알코올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며 바다를 보았다.
아공간으로 특수 제작된 바다. 이곳은 허상이지만, 허상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교한 과학 기술이 밀집된 곳이었다.
그렇게 재현이 홀로 선 채 샴페인을 마시던 때. 별안간 뒤편에서 김유정이 말을 걸어왔다.
“야, 민재현. 이 파스타 맛있더라. 너도 먹어봤냐?”
잔뜩 들뜬 김유정이 파스타를 돌돌 만 포크를 들며, 그에게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재현이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덥썩.
그 순간, 김유정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버렸다.
재현이 자신이 손에 쥔 포크에 말려 있던 파스타를 뺏어 먹은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서이나의 동공이 약간 수축했다.
김유정의 볼이 붉게, 급작스럽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