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72
271화 서클 대항전(4)
지형은 물론 나쁘다.
절벽은 식량도, 식수도 구하기 어렵다.
거기다 또 먼지는 얼마나 많은지 숨을 쉬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런 쓰레기 지형이기에 1위를 먹었을 때의 쾌감이 커지는 법이다.
재현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시청자라면 자고로 자극적이고,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해냈을 때 열광하는 법이다.
“저희는 적을 이쪽으로 유인할 겁니다. 저 아래 평지 보이시죠? 저곳은 전통적으로 서클 대항전의 마지막 격전지가 되었던 곳입니다.
저곳으로 유인한 다음 타일을 밟게 하고 싹 쓸어버릴 거예요.”
재현이 가리킨 절벽 아래는 널따란 평지가 있다.
허나, 그의 허무맹랑한 작전 설명에 이번만큼은 시청자들도 당황한 듯 어이가 없다는 채팅을 달기 시작했다.
[익명4: ㅅㅂ그게 어캐 가능하냐ㅋㅋㅋㅋ 애초에 타일은 ‘숨겨진’ 거임. 저거 찾는 것도 불가능하고, 강제로 밟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 거기다 작년이랑 위치도 바뀌어서 외우는 것도 불가능함.] [익명19: 그러니까ㅋㅋ 싹 쓸어버린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되긴 해… 애초에 여기서는 능력치 제한 존나 먹이고, 상위 스킬도 못 쓰잖아. 일제히 공격해도 한 번에 쓸어 먹는 건 불가능임.] [익명19: 고로 저기서는 격전을 벌이고 피튀기고 난리 난다는 의미.] [익명92: 재현아… 지금이라도 작전 바꾸자… 제발… 너 이기는 거 보고 싶다구!!] [익명56: 형 아무리 저라도 이건 좀.] [익명5: 에이 그래도 뭐 생각이 있겠지. 중간고사 때도 보여줬잖아?] [익명45: X발 이걸 쉴드치네. 아, 다른 방 갈걸.]허무맹랑하다.
재현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려던 것을 참았다.
기대했던 최고의 반응이다.
시청자들의 마음. 그것은 재현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고 있지만, 그들은 재현이 이를 해내길 바란다.
의심하고 있지만, 결국 이겨내고 적을 싹 다 쓸어버리기를 원하겠지.
재현은 그저 이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면 된다.
“자, 일단 소통은 여기까지 하고. 우리는 작전을 마저 정리하자.”
그가 고개를 돌리며 연합한 두 서클을 죽 훑어보았다.
“일단 두 팀으로 나뉘어서 활동하게 될 겁니다. 저를 리더로 한 팀 하나, 한지안 선배와 이나를 리더로 한 팀 하나.”
재현은 발판을 찾아 그곳으로 적을 유인하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고, 한지안과 서이나는 서로 합을 맞출 게 있어 따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머지 멤버들은 이재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현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이재상은 이곳 절벽에 남아서 포션을 제조하고, 아래로 밀고 들어오는 적을 공격하는 요새 방어역을 맡았다.
예전이었다면 최소한의 무력조차 없어서 이런 역을 맡기는 것은 어려웠겠지만, 최근 그의 성취가 꽤 있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성은 서클의 멤버들 역시 도와줄 테니, 걱정은 없었다.
“가자 모두.”
“…응. 이따 봐.”
서이나가 답했고, 재현은 빠르게 동료들과 함께 이동했다.
* * *
솨아아아….
방파제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강주협이 이끄는 적색 세력이 해안가에 전송된 것이었다.
아란은 마법계 서클인 크로니클과 연합해 이번 대항전을 치르게 되었다.
크로니클의 수장인 백창현은 이번에 강주협을 등에 업어 부족한 무력을 보충하고, 강주협은 마법을 사용하는 레이더의 부재와 지형 선택의 불리함을 해소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모든 것은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번 서클 대항전에서 승자가 되는 것은 반드시 자신들일 거라고!
“하지만 그 전에.”
강주협에게는 전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민재현. 그놈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내야 해.”
재현의 흑색 세력을 기습하고 그들이 어째서 절벽 지형을 골랐는지 알아내는 것.
그것은 앞으로의 행동 방침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강주협은 팀을 둘로 나누어 이곳을 지킬 마법사를 중심으로 한 부대와, 절벽을 급습할 기척을 숨길 줄 아는 무투계 레이더 부대를 따로 구분했다.
시청자들의 소통 관리는… 역시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곤란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강주협은 숨을 고른 뒤 입을 뗐다.
“아, 안녕하세요. 아란의 서클장 강주협이고… 이번에 크로니클과 함께 적색 세력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말은 어눌하기 짝이 없었다.
사실, 그는 생방송만 가면 얼어버리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과거 아란이 성적을 잘 거두었을 때 역시, 방송 멘트는 자신이 직접 하지 않았었다. 그때는 어디까지나 말을 잘하는 능숙하고 실력 있는 선배가 있었다.
그렇기에 극적인 상황을 창출하고 승리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고.
‘젠장,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라도 민재현을 어떻게든 우리 쪽으로 끌어들였어야 했는데…!’
재현은 중간고사 당시, 시청자들을 아주 능숙하게 다루며 막힘없이 공략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밀레스 아카데미의 공식 동영상 채널에서 재현의 공략 영상의 재생수도, 거의 수억에 다다른 지경이었다.
“하….”
그가 뭔가라도 말을 붙이기 위해 노력하던 때, 시청자들의 댓글 반응이 돌아왔다.
당연하게도 이는 썩 기분이 좋아지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익명22: 아… 민재현 있는 방 들어가고 싶었는데. 가챠 실패했다.. 위로 좀] [익명12: ㅂㅅ아 그걸 민재현 있는 방에 가서 해야 위로를 받지. 여기 다 같은 사람들인데요? X발.] [익명74: 그래도 딴 방 왔는데 애들 왜캐 민재현 이야기만 하냐. 그래서 민재현은 언제 나옴?]모든 채팅이 일제히 재현을 찾고 있다.
강주협이 이를 뿌득 갈았다.
재현의 실력을 가장 잘 아는 그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야외합숙 당시, 그는 심층부에서 더 강한 마수를 사냥 중이라고 했었지. 보안상의 이유로 그 정체가 제대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재현의 실력에는 아직 미지의 것이 많았다.
S급 마법만 해도 그렇다.
대체 그놈은 그런 것을 몇 개나 더 쓸 수 있는 거지?
아티팩트와 스킬의 제한이 있다고는 하나, 그는 위험한 적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방에서 노골적으로 저런 티를 내다니.
물론 그런 채팅을 치는 사람들은 금세 사라졌다. 관리자에 의해 추방된 것이다. 강주협은 화가 났지만, 이 또한 이 시험의 의의 중 하나라 생각했다.
압도적인 재능이 있다고 해서 좌절할 거였다면, 레이더가 될 생각조차 않았을 것이다.
자신은 이미 결정을 내렸고, 번복할 생각도 없었다.
“가자. 일단 민재현의 서클을 쳐서 그들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게 좋겠어. 이견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라.”
아무도 그의 말에 답하는 자는 없었다.
작전이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그의 험상궂게 생긴 얼굴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는 것은 이곳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 * *
“사실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전투하게 되었다고 해서, 1대1대1의 구도로 대항전이 진행된다고 봐선 곤란합니다.”
재현은 발판을 찾기 위해 절벽 인근을 수색하며 가볍게 시청자와 소통했다.
그가 향한 곳은 절벽 아래의 평지. 가장 최후에 이들이 싸우게 될 곳이었다.
“두 세력 다 저를 노릴 겁니다. 제일 세니까 먼저 제거하고 싶어질 거거든요.”
[익명1: 패기ㄷㄷ… 외쳐! 갓재현!] [익명56: 그러니까 작전만 좀 바꾸자고요 형… 이건 아니야…] [익명14: 어-이 재현좌를 의심하지 말라고?] [익명14: 아니 ㅅㅂ의심을 안 하고 싶은데 이건 좀 심하긴 하잖아;;]재현은 쏟아지는 채팅을 보며 싱긋 미소 지을 뿐이었다.
터벅.
“그나저나 안 보이는 타일은 어떻게 찾아서 사용할 생각이야? 시청자들이 말한 대로, 타일은 육안으로 확인해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잖아.
특수 기계를 갖고 오지 않는 이상….”
안호연이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뒤편에서는 김유정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나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까.”
―액티브 스킬 《통찰안》을 발동합니다.
재현은 통찰안을 사용해 인근에 존재하는 마력의 흐름을 읽어냈다.
이는 EX급 스킬로 이곳 아공간에서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 스킬에는 기본적으로 간파라는 S급 스킬이 통합돼 있다.
무언가를 찾아내는 데 특화된 스킬임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타일은 마력을 매개로 구축된 덫이다. 원래는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한 물건이지만… 이번만큼은 마수가 아닌 레이더를 사냥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거지.’
하지만 마수 역시 덫을 놓고 이를 활용해 레이더를 사냥하는 사례가 최근, 여러 곳에서 관측되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지금처럼 덫에 대비하기 위한 시험 내용이 작년부터 추가된 것.
물론 재현은 이미 한 번 겪어 본 것이기에 익숙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재현은 씩 웃더니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찾은 것 같네요. 이쪽에는 네 개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마비, 하나는 독, 나머지 둘은 슬로우 마법이 걸린 타일이네요.”
[익명8: ?? 그게 뭔 소리야ㅋㅋㅋ 뭘 하지를 않았는데 어캐 아냐고ㅋㅋ] [익명10: 이제 나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편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익명81: 진짜 타일을 찾은 거라고?]재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한번 확인시켜드리는 편이 빠르겠네요.”
그가 발아래 떨어져 있던 돌 하나를 뻥 차, 한 지점이 있는 곳에 쏘아냈다.
곧이어 재현의 발에 차인 돌이 땅의 한 부근에 정확히 떨어지며, 그곳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지면이 울렁임과 동시에, 그로부터 독화살이 사방에서 쏘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재현은 어쩐지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지 않고도, 그 반응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별로 어려운 건 아닙니다. 그냥 기감을 최대한 증폭시켜서 마력이 고르지 않게 분포된 지점을 고른 거고… 그것의 종류를 분류한 것뿐이죠.”
[익명: 아니ㅋㅋ그러니까 그걸 어캐하냐니까.]“아, 한가지 말씀 안 드린 게 있었네.”
재현이 웃었다.
“저니까 별로 안 어려운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이 다시금 화르륵 불타올랐다.
민재현, 그는 역시 믿을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이었다! 그런 채팅이 주를 이뤘고, 시험의 내용 조작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재현이 레이더 계에 큰 반향을 끌어내고 있고,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많은 사람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