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43
343화 알프헤임(2)
―시간 선을 넘어 1만 년 전, 고대 엘프 왕국으로 등반자를 전송했습니다.
―메인 퀘스트 《종말의 자장가》를 수주했습니다.
[메인 퀘스트]종말의 자장가
고대 엘프들의 세계 알프헤임(Alfheim)에서 국왕 아스델과 조우한 뒤, 1만 년 전 벌어진 비극과 마주하고 엘프들을 구원하십시오.
클리어 보상: –
퀘스트 실패 보상: ???
*히든 클리어 조건이 존재합니다.
*히든 클리어 조건은 계층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하나씩 공개됩니다. 등반자는 이를 추리해 클리어 조건을 찾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 내용을 본 재현과 서이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이 퀘스트 내용은 뭐지?’
재현의 시선이 퀘스트 창을 처음부터 다시 아래로 훑었다.
그런 반응이 당연하게 보일 정도로 퀘스트 내용은 매우 특이했다.
클리어 보상은 존재하지 않는데, 실패 시 보상은 존재한다고?
‘…단지 실패 페널티를 말하는 건 역시 아니겠지. 퀘스트는 분명 실패할 때, 보상으로 무언가를 지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반대로 성공할 경우에는 어떤 보상도 주지 않겠다고 말했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서이나는 물론이고, 재현조차도 섣불리 이해하기 어려웠다.
라타토스크에게 내용을 보여줄까 생각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크르르…!
이를 드러낸 짐승 형 마수들이 자신을 노려오고 있었다. 재현은 재빨리 정신을 차린 뒤, 니드호그의 송곳니가 아닌 발뭉을 제작했다.
―아티팩트 《용살검 발뭉(신화)》을 제작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저놈들에게 쓰긴 과분한 무기지만… 그래도 테스트해볼 좋은 기회니까.’
재현은 싱긋 웃었다. 서이나는 재현과 거의 동시에 앞으로 몸을 기울였고, 이어 자연스럽게 재현의 후미에서 마법을 발동했다.
재현은 전위에서 장갑과 검의 힘을 발휘한 뒤 무게 중심을 낮췄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마수의 수는 적다.
고작해야 셋.
시간을 끌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재현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이제 본격적인 퀘스트의 시작이었다.
남은 것은 이제 한 계층.
이것까지 완벽히 끝낸다면, 다음은 이제 제어탑을 부술 수 있는 5계층에 도달할 수 있다.
‘그곳에서 나는 또 다른 답을 얻게 되겠지.’
미미르는 이제까지 시스템을 통해, 또 갖은 방법을 통해 자신에게 은폐돼 있던 과거의 진실을 전달해왔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재현은 숨을 가다듬었다. 검을 내리긋고 휘두르는 일은 그에게 이제 숨 쉬는 것처럼 익숙한 일이었다.
* * *
장서(藏書)가 가득 꽂혀 있는 아스가르드의 도서관 한가운데.
오딘의 까마귀.
후긴은 아주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역시 그 중심에는 대적자. 민재현이 있었다.
‘인과율이 비틀린 존재.’
자신이 아는 민재현은 그런 인간이었다.
인과율이란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한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 그 대표적인 것이 ‘시간’, 혹은 ‘공간’이었다.
‘또한 둘은 절대적이며,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마땅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지.’
하나 자신이 알기에 재현은 시간을 거스르고 지금의 시간 선에 닿았다.
쉽게 말해, 시간 선의 제약을 딛고 과거 혹은 미래로 왔다는 의미였다.
하나,
후긴은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재현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자신이 모시는 오딘은 물론이고 다른 에시르 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그것에는 자신의 굳고 확실한 신념이 있었다.
‘아직 조사가 더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해 조사하던 중.
후긴은 한 가지 과거의 기록을 열람하던 중 특이사항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과거 존재했던 한 인간에 관한 기록이었다.
고위 마법이 걸린 탓에 글자가 깨어져 거의 읽을 수는 없지만, 그는 곳곳에서 등장해 아주 짧게 언급되고 사라져 버린 존재였다.
후긴은 생각했다.
어쩌면 대적자가 지금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게, 이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그는 강해지고 있다.
반 에시르 세력이 그를 돕고, 에시르 시스템으로부터 독립을 시켰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재현은 이레귤러와 같은 존재다.
그것은 인간의 기준에 그치지 않고 신과 거인, 엘프의 관점에서도 그랬다.
후긴으로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 후긴은 재현을 만났던 처음을 잠시 떠올렸다.
‘그놈은 나약했다. 그저 어른의 사랑을 갈구하는 쓰레기였지.’
적어도 후긴이 느끼기에 재현은 그리 대단하지 못했다.
멘탈도 강하지 못했고, 능력이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아버지라 믿고,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눈치만 보던 어린아이.
그게 후긴이 기억하는 재현이었다.
하지만 이후 헬라와 함께 있는 재현과 조우했을 때, 그는 확실히 깨달았다.
그가 어째서인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천재적인 재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노력이었다.
무너지지 않는 마음이었다.
후긴은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허나,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믿지 않을 수는 없겠지.”
때문에 그는 지금 낡디 낡은 도서들에 기록된 어느 인간과 그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신화적인 인간에 관한 이야기.
이는 지금까지 오딘을 비롯한 그 어떤 신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래곤을 처치하고, 1만 년의 라그나로크에서 적과 싸우고, 티르와의 전설적인 전투에서 거듭 승리를 하며 그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고작 인간이 해내기에는 신화적인 일들.
한데, 어째서일까.
그가 해낸 일에 비해서 그는 전혀 신들 사이에서 알려지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게 지워진 것처럼.
또한, 후긴은 의심했다.
“어째서인가.”
그가 중얼거리며 양피지로 된 마지막 책을 덮었다.
“어째서 그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것인가.”
이름.
그것이 가지는 가치를 모를 후긴이 아니었다.
과거 자신은 한낱 까마귀였다.
어느 부두, 어느 숲.
그 어디에나 존재하는 미물에 지나지 않았다.
허나 오딘을 만나며 자신은 바뀌었다.
그가 이름을 주면서, 그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후긴.
감정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그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하나, 이름이 없다.
전설적인 인간. 신화적인 업적을 쌓은 주제에 그는 이름이 없다.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신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조금 전 티르가 그러했던 것처럼.
후긴은 생각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대적자… 아니, 민재현…….”
그는 간만에 그의 이름을 부르며 생각을 차분히 가다듬었다.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감정을 지운 자신조차도 이처럼 스산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인가.
* * *
짐승 형 마수의 등급은 S급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당연하게도 지금의 재현과 서이나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
두 사람은 금세 적들을 모두 처치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끈적한 핏자국이 바닥에 쭉 펼쳐져 있다. 재현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아무래도 끝난 것 같네.”
“…응. 이제는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그그그―그렇습―.”
“아니. 딱히 그럴 필요 없어.”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파피가 어느새 일어나 재현의 앞에 섰다.
역시 드래곤답게 감각에 가장 민감했던 탓이다.
재현은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손짓했다.
“이미 저쪽에서 먼저 오고 있는 것 같으니까.”
“거기! 너희는 뭐 하는 놈들이지!”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이 있는 쪽으로 서이나와 라타토스크의 시선이 돌아간다.
재현이 미소 지었다.
“거봐.”
“…엘프?”
서이나가 작게 놀란 듯 입을 가리며 말했다.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타토스크가 설명을 덧붙였다.
“마―맞습니다요! 그그그―그중에서도 상위 종족에 속하는 하이 엘프인 듯합니다요!”
재현은 이미 헬라와 스미르에게 하이 엘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싸가지가 없다는 이야기도.
재현은 잠시 눈앞의 하이 엘프들을 보았다. 역시 신화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
태생부터 뭔가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촤르르 떨어지는 금발과 녹안. 그것에 시선이 머물렀다.
마치 본능에 이끌리듯 말이다.
여하튼, 재현이 신기한 시선으로 엘프들을 보고 있을 때. 갑작스레 싸늘한 눈초리가 옆에서부터 느껴졌다.
그것에는 어째서일까. 미묘한 살기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재현이 눈을 돌리니 서이나가 눈가를 좁히고 있었다.
“…유정이한테 이를 거야.”
최대한 시선을 조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서이나에게는 재현이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었다.
‘전부터 느꼈지만, 이나는 티는 안 내도 질투가 심한 편인 것 같단 말이야… 거기다 김유정에게 이르겠다니…….’
허나 이를 입 밖으로 꺼내는 일 따위는 당연히 없었다.
재현은 적당히 기침하며 목을 가다듬은 뒤, 모른 척 입을 열었다.
“우리는 너희를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다. 엘프들의 왕국이 군대에 의해 침략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말이야. 그런데 다짜고짜 반말이라니… 싸가지가 없군.”
재현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
지나치게 뻔뻔스러운 태도였지만, 서이나도 라타토스크도 지적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런 재현이 아니었던가.
말을 해도 들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먼저 고압적으로 나온 쪽은 저쪽이니까.’
서이나가 자기합리화를 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가장 중간에 있던 하이 엘프 하나가 재현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는 라스. 알프헤임의 근위대장이다. 지금부터 너희를 불법 침입자로 간주, 구속하겠다. 나머지 변명은 감옥에서 마저 듣도록 하지.”
“감옥이라… 우리 어머니가 그런 곳은 절대 가는 거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냥 여기서 죽일까?”
재현이 그렇게 말하며 잠시 살기를 뿜어내자, 서이나가 홱 돌아봤다.
재현이 급히 힘을 빼며 가볍게 웃었다.
“장난이야.”
그가 이었다.
“그래. 순순히 끌려갈 테니까. 손은 묶지 마라. 다 이렇게 되기 싫으면.”
재현이 뒤편의 죽어버린 마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이 엘프들은 그 참혹할 정도로 짓이겨진 마수들을 보며 이를 물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들이 상대할 적은 아닌 듯했기 때문이다.
오직 거기서 코웃음을 치는 것은 라스뿐이었다.
“인간 따위의 말을 내가 왜 들어줘야 하지?”
“종족 차별이 무례하다는 상식은 없나 보지?”
“말 다 했나?”
라스가 발끈했으나, 재현은 무시하며 서이나에게 말했다.
“이나야. 아무래도 ‘그거’ 여기서 쓸 타이밍인 거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아!”
서이나가 생각났다는 듯 소리를 내며 손뼉을 쳤다.
그러며 자신의 앞섶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 라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라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으며 그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그… 그 물건은…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