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각인술(刻印術)(1)
“자, 잠깐! 거기서 멈춰라!”
계단 아래서 멈춰온 목소리. 이는 드워프의 것이 분명했다.
중저음에 수염을 잔뜩 기른 얼굴. 그리고 아래로 뻗은 짧은 앙증맞은 다리. 이는 누가 보더라도 나 드워프요, 하는 모습이었다.
재현은 통찰안을 사용해 그의 힘을 가볍게 가늠해 보았다.
‘약하다. …그렇지만.’
역시 드워프라는 걸까?
재현은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그가 미소 지은 채, 즉시 마법을 사용했다.
―액티브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를 발동했습니다.
―아티팩트 《용살검 발뭉》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파앗!
그와 함께, 재현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그 신형이 일순 사라진다.
“재, 재현아!”
이어 그의 움직임을 살핀 안호연이 소리쳤다.
허나 재현의 움직임이 그치는 법은 없었다. 마치 물찬제비처럼, 재현의 검은 빠르게 쏘아져 드워프의 한 곳을 정확히 노려왔다.
채앵!
동료들은 재현의 무자비함에 드워프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절망하고 있었다.
‘라그나로크에 참전시키기 위해서 설득하기 위해 왔다면서!? 쟤 갑자기 왜 저래!?’
김유정은 그런 생각을 했고, 헬라는 그보다 더 심했다.
‘저런 미친… 저 인간이 진짜 제정신이 아닌…!’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검은 드워프를 베어내지 않았다.
그저.
“역시 재미있는 무기네. 그게 너희가 자랑하는 각인술인가?”
재현의 입에서 그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드워프의 얼굴이 싸늘히 굳어 있었다. 잔뜩 움츠러든 그에게는 재현의 발뭉을 받아낸,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검이 들려 있었다.
새하얀 장검.
그로부터 알 수 없는 오라가 피어오르고 있다.
재현은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때는 이그드라실의 클리어 이후 헬의 정기 회의에 참석했을 때였다.
* * *
“각인술이요?”
“그래. 드워프들에게는 장비를 극한까지 강화하는 특별한 힘이 있어. 우리는 그것을 편의상 각인술이라고 부르지.”
헬의 말에 재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하지만 지금껏 저도 신화급 장비를 꽤 얻었잖아요. 그런데 각인이 진행된 장비는 아직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게 대단한 거라면 신화급 장비에는 당연히 붙어 있었어야….”
“그건 말이야.”
“내가 설명하지.”
스미르가 두꺼운 손가락으로 원탁을 두드리며 끼어들었다.
그가 잠시 재현을 바라보며 이었다.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첫째, 너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힘의 부족이라… 첫 번째는 납득했습니다.”
그런 거라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제아무리 신화급 아이템을 얻었다 해도 그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없었기에,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면야.
따로 더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스미르가 계속해 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각인술은 한 개인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 마력의 형질이 각자 모두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마력의 형질.
그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아카데미에서 관련 교육을 충분히 이수한 재현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였다.
개인은 저마다 다른 마력을 지니고 있기에 각성자 등록을 할 때도, 그 마력의 형질에 따라 그들을 구분할 수 있게끔 해 두니까.
그렇게 해두지 않으면 각성자들을 주축으로 한 범죄가 벌어졌을 때, 누가 범인인지 특정하기 어려워진다.
이를테면, 변화계열 각성자가 도둑이 되어 은행을 턴다면?
그렇게 되면 제 얼굴이나 지문을 변화시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특정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마나의 인식.
이를 위해 모든 각성자는 레이더가 되던 그렇지 않던, 등록 절차를 따로 거친다.
각자의 마력 정보를 등록하고 이를 국가의 안보 기관에 저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온갖 범죄가 횡횡하는, 그야말로 최악의 국가가 될 테니까.
각성자로부터 일반인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인 셈이다.
스미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각인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너의 고유 마력이 각인에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무기가 있다고 해도,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각인의 효과가 제대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거지.”
재현은 어렵지 않게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지문 인식을 하지 않으면 도장을 찍을 수 없다.
뭐 이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각인술을 할 수 있는 다른 종족은 아예 없는 겁니까?”
꼭 드워프를 데리고 와야 하는가?
그것에 대해서는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리 헬라가 주의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들은 겁이 많은 종족이며, 자신의 고집이 세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그런 이들까지 설득해가며 전투에 참여를 종용할 필요가 있나.
재현은 그런 의미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물어본 것이었다.
“전쟁은 너 홀로 싸우는 게 아니니까.”
곧 헬에게서 그런 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입술을 잠시 물더니, 재현을 보며 말했다.
“만약 홀로 오딘을 막을 수 있었더라면, 네가 아닌 1만 년 전의 로키가 전쟁을 종식 시켰을 거야. 하지만 그게 아니었고….”
“우리는 굴욕적인 조약으로 1만년을 지옥에서 살아야 했지.”
스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의견에 동조했다.
재현은 궁금증이 해결되었으므로 더 토 달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하나라도 도움을 줄 사람이 많다면 자신에게도 득이 된다.
더구나 오딘의 마수가 뻗쳐 그들이 적이 되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이름 없는 수리의 경우가 그랬다.
재현은 탑의 가장 꼭대기에 있던 그의 마지막을 기억했다.
선인이었다 했으나, 그는 결국 마지막에 오딘에 굴복했다.
자신의 의지와 친우를 저버린 것이다.
그것은 실로 지키지 못한 자의 말로였다.
재현은 이를 알았기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할 생각이었다.
‘하긴, 드워프들에게 장비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인간들에게 쥐여 주기만 해도 큰 전력의 상승을 꾀할 수 있을 거다. 무조건 아군으로 포섭하는 쪽이 낫겠지.’
물론 격이 낮은 대상들은 각인술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허나, 헬을 통해 들어본 결과. 드워프들의 아티팩트는 다른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과는 격을 달리한다고 한다.
하긴, 가장 드높은 존재인 오딘조차 그들이 만든 창을 쥐고 있으니까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재현은 다짐했다.
어떻게든 그들을 끌어들여 이번 전쟁의 승기를 잡아내겠다고.
“그럼 잘 다녀오게. 아, 그들의 바가지는 긁지 말게. 드워프들은 성격이 괴팍하니까. 자칫하면 ‘해골바가지’가 돼 버리고 말 걸세! 하하하하!”
…요르문간드의 말은 못 들은 척하며 최대한 태연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차마 앞에서 티를 내긴 좀 그랬기 때문이다.
* * *
어쨌든,
그렇게 해서 재현은 드워프를 보자마자 자신의 스킬을 발동해 그들의 실력을 가늠해 보았다.
상상하던 것 이하로 무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잘은 몰라도 1만 년 전의 알프헤임보다 훨씬 평균적인 능력치가 떨어질 터다.
거기까지는 예상하던 대로다.
한데, 그 순간 재현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저 녀석이 들고 있는 검… 거기서부터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마법과 인연한 힘. 그게 각인술의 효과인가?’
드워프는 종족 특성으로 격을 갖추지 않더라도 각인술이 담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 드워프가 들고 있는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무기.
그것의 정체는 역시 각인술의 산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시험해보기로 했다. 자신의 신화급 아이템을 견뎌낼 정도로, 저 무기의 견고함이 강할지.
자신의 무기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지.
…지금 벌어진 상황은 그 때문에 벌어진 것이었고.
“너, 너는 누구길래 갑자기 남의 집을 뒤집고 있는 거냐!”
드워프가 펄펄 날뛰며 말했다.
재현은 태연히 검을 역소환 하며 말했다.
“인사다. 원래 인간은 이런 식으로 인사하거든.”
재현은 뻔뻔스러운 얼굴로 거짓말을 했다. 드워프는 약간 미간을 구겼지만, 인간이라는 미지의 종족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조금 긴가민가한 표정이 되었다.
“너희는 인사도 안 하나?”
재현은 거기서 더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사건을 수습하기는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었다.
차마 재현의 동료들조차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새삼 그의 뻔뻔스러움이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던 것이다.
드워프는 일행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다시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거, 거짓말 마라! 그렇다면 저 뒤에 서 있는 인간들은 왜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냐!”
“그거야 내가 대표니까 그런 거지. 왜? 너희 드워프들은 왕도 없어?”
“……그건 아니지만.”
드워프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기 시작한 듯 보였다.
그가 잠시 고민하며 자신도 인사를 건네려 검을 들어 올리자, 재현은 손바닥을 펴 보이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인간의 인사는 하는 사람만 검을 맞대는 거다. 받는 사람은 한번 인사가 오갔으면 다시 할 필요 없어.”
권소율과 이재상이 거의 동시에 얼굴에 손을 덮은 채, 들키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저리 사람이 뻔뻔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때, 헬라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드워프를 향해 다가갔다.
‘그래… 헬라라면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줄….’
허나, 그러한 김유정의 기대는 정확히 배신당했다.
“인간의 당연한 인사이니 이해해 주시길.”
…확실하다.
헬라고 재현이고 제정신이 아니다.
더 제정신이 아닌 이는 이 말에 속는 저 드워프이고.
“그, 그렇군… 이, 인간의 인사란 이런 거란 말이지… 하나 배웠다. 우리는 배움에 너그러운 종족이지.”
드워프가 애써 가슴을 두드리며 말하자, 재현은 당당히 고개를 주억였다.
“너희 왕을 만나고 싶다. 안내해 주길 바란다.”
“감히 우리 왕과 독대를 하고 싶다는…!!”
드워프가 발끈했지만, 재현이 다시 검을 소환하자 금세 조용해졌다.
잠시 불편한 침묵이 머물렀다.
곧 재현이 싱긋 웃으며 검을 빙글 돌렸다.
“인간은 인사를 여러 번 하기도 한다. 혹시 알고 있었나?”
“…이야기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우리 왕께서는 자비로우시고… 또, 그… 다양한 종족의 생태에 관심이 많으시거든.”
“그거 잘됐네.”
재현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고, 앞의 드워프는 우물쭈물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은 당연히 울상이었지만,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재현과 함께 다니다 보면 이정도 쯤은 당연하다. 생각해보면 지난 탑 공략 때도 그랬으니까, 더 설명할 것도 없었다.
“야… 근데 인사 저거 거짓말인 거 밝혀지면 어떡하냐?”
“거짓말은 세 명 이상 있으면 때로는 진실이 되기도 한다더라.”
김유정의 말에 재현이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
역시 생각하는 게 급이 다르구나…
김유정이 그런 생각을 하며 앞서가는 드워프를 보았다.
축 처진 어깨가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