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15
415화 토르(3)
프레이야.
그녀는 한 달 전, 오딘과 후긴의 대화를 엿들은 결과, 대적자와 자신의 오빠인 프레이가 했던 모든 이야기가 진실임을 깨달았다.
또한, 작금의 사태가 자신의 무른 대응에서 비롯되었음을.
더불어 자신이 이미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며 여기까지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손에 피를 묻히고 말았는가.”
그녀는 끊임없이 자문했다.
자신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나.
수많은 종족들을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죽이고, 도륙하면서 쓰레기 같은 오딘에게 충성했나.
어쩌면 면죄부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저 아이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움직이고, 전쟁에 참여하면 자신의 손은 깨끗해진다고 스스로 믿은 게 아닐까.
눈 가리고 아웅 하며 볼 수 있는 것조차 보지 않으려 한 게 아닐까.
자신이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 피한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프레이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자신의 오빠인 프레이와 함께 이 전장에서 과오를 털어내자고.
비록 수많은 이들을 죽이고 말았지만, 자신의 죗값을 치르자고.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렇게 하자고 말이다.
“전군, 진군하라!”
프레이야는 잠시 감았던 눈을 뜨며 자신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것은 실로 장관이었다.
그녀 휘하의 수많은 발키리가 일제히 적을 향해 쇄도하고.
또 검을 쏘아내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경이로움과 찬탄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채앵! 챙! 챙!
전쟁이라는 거미줄 속, 살아남기 위해서 줄에 걸려든 날벌레들이 마구 엉킨다. 검과 검 사이에 짧은 공백이 생길라치면, 뒤에 서 있던 자가 목을 찔러온다.
잠시라도 틈이 생기는 것을 놓치지 않는 대군전.
오딘 휘하의 적대 발키리 세력들은 결계를 뚫어내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프레이야의 발키리들은 그들을 저지하며 이를 악물었다.
모든 것은 프레이야를 위해.
아홉 개의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그들은 끝없이 소리치며 자신의 존재를 저들에게 알렸다.
프레이 역시 제 동생만 고통스럽게 하지 않겠다는 듯, 더욱 최전선에서 그녀와 함께 적을 도륙했다.
손대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날아드는 검.
프레이가 자랑하는 마법검이었다.
이어 그것이 원호를 그리고, 직선으로. 또 수직으로 적을 베어간다.
이 모습을 망연히 지켜보던 프리그가 기겁한 채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가 사태를 파악하며 재빠르게 소리쳤다.
“후, 후긴! 프레이야가 배신했다! 어서 오딘에게 이 사실을 보고…!”
어?
프리그의 뒷말이 채 튀어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삼켜졌다.
자신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가 없었던 것이다.
오딘의 까마귀.
후긴이 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눈 깜짝할 새 없이 사라져 버렸다.
프리그의 불안감이 미칠 듯 치솟으며, 그녀의 심장이 반복해 요동친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손이 덜덜 떨렸다. 프리그는 지금 무언가 벌어져선 안 될 일이 터졌고, 그 사건에 프레이야와 후긴이 깊게 연관돼 있음을 확신했다.
* * *
파직! 파츠츠츠…!
뇌격이 울컥거리며 암전된 세계를 별안간 샛노랗게 빛내고 있다.
이곳은 토르의 필드 마법 《뇌신의 드높은 첨탑》이었다. 모든 뇌격 관련 스킬의 효율을 증가시켜주는 경이로운 힘을 지닌 필드.
하지만 이는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다.
자신 역시 뇌격이라면 회귀 초부터 질리도록 다뤄왔다.
새삼스럽게 적과의 전투에서 겁을 먹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아마 너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눈치챈 것일까.
토르가 별안간 입을 떼며 어깨를 으쓱했다. 망치가 위압적인 힘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태연히 이었다.
“이곳이라면 너 역시 뇌격을 발휘해 나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지만 그것은 결코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무적에 가까운 힘을 보여줄 수 있다.”
토르는 자신했다.
재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가만히 주시했다.
“입만 산 것이 아니라는 걸, 내게 증명해야 할 거다.”
“걱정 마라. 나는 그런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니까 말이야. 전쟁의 신이라 불리던 티르 역시 내게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그저 한낱 강아지.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
재현도 익히 알던 사실이었다.
일대일 전투에서 티르는 토르를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고 했었지 아마. 그러니 그가 저리 자신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재현은 티르를 압도하며 승리했다. 더구나 흐룽그니르의 분노는 압도적인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때보다 재현은 더욱 강해져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어째서 저렇게나 자신하고 있을까?
재현은 어쩐지 등줄기를 오싹하게 하는 감각에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불안은 해소되었다.
“네 계획은 이미 알고 있다. 나를 처치하고 어서 게이트로 향해 아스가르드로 향하고 싶은 거겠지. 거기서 오딘을 직접 처치하기 위해. 아닌가?”
“그렇다면?”
“그건 불가능하다.”
불시에, 토르가 묠니르를 한 차례 재현에게 집어 던졌다.
콰앙!
재현이 재빨리 검으로 공격을 쳐내며 물었다.
“어째서지?”
“오딘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버지는 철저한 사람이거든.
이미 대적자로서의 너를 죽이기 위해 모든 준비가 끝나있다.”
재현은 그 대목에서만큼은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대적자로서의 나를 죽인다?
그냥 내가 아니라?
그것은 강렬한 위화감을 동반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뒷맛이 쓰렸다. 뭔가 있다.
재현은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토르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수평으로 눕힌 뒤 적과 재빠르게 거리를 좁혀 횡으로 휘두른다.
채앵!
어느새 돌아온 묠니르와 신화의 장검 사이에서 불꽃이 튄다.
―액티브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를 발동합니다.
어느새 바꾸어 쥔 니드호그의 송곳니로 적의 복부를 얕게 베어냈다. 처음 혹한의 창으로 베어낸 복부가 더욱 깊게 파인다.
그와 함께.
―지정대상이 최대 중독 상태가 되었습니다.
토르가 최대 상태 이상에 빠지게 되었다. 재현이 승기를 잡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로 토르의 필드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토르의 표정은 그와 같은 생각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듯했다.
“이런 것으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토르는 가볍게 힘을 주어 마력을 흩어냈다. 니드호그의 독이기에 완전히 흩어내지는 못했으나, 독이 퍼지는 것을 잠시나마 막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 잠시면 된다는 듯, 토르가 미소지었다.
재현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그가 물었다.
“토르… 네놈답지 않게 시간을 끌고 있군. 어째서지?”
“내가 말했잖은가. 아스가르드의 드높은 천상은 너라는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다시금 우뚝 서려 하고 있다고.”
“설마….”
순간, 재현의 뇌리에 한 가지 불온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토르가 그의 생각을 읽어낸 듯 호탕하게 웃으며 재현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오딘은 아득한 심연의 별을 통해 점지된 운명을 바꾸려 하신다! 네가 아스가르드를 무너뜨린다는, 노른 세 자매가 했던 예언을!”
재현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적에게는 아득한 심연의 별 조각이 부족하지 않았나?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지?
“등가교환.”
토르가 비릿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같은 가치의 무언가를 건다면 아득한 심연의 별 조각이 없어도 흑마법을 전개하는 게 가능하다. 그게 오딘께서 내리신 결과다.”
“…내게 그걸 말해줄 필요가 있었나?”
“네놈이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뭐. 잠깐의 여흥으로 즐기기에도 상황이 극적인 편이 재미있지 않겠느냐.”
재현의 미간이 움찔하며 떨렸다.
그 순간, 재현의 귓가에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아스가르드의 드높은 신》이 세계의 마법을 발동합니다.
―점지된 예언의 힘이 무효화되기 시작합니다(남은 시간: 1시간).
“시작됐군.”
토르가 이죽거리며 웃었다.
그가 망치를 휙휙 돌리며 재현을 바라보았다.
독에 약한 토르인 만큼 꽤 고통스러운 듯했으나…….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토르는 지금의 즐거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후.’
재현은 짧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 확신했다.
자신이 한 시간 안에 오딘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오딘이 모든 예언을 무력화할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게 끝난다.
대적자로서 오딘을 죽일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다.
허나,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눈앞에 있는 토르를 먼저 처치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밀릴 일은 없겠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최대한 빠르게 토르를 처치한다. 그리고 오딘을 죽여야 해.’
판단을 내린 재현이 재빨리 적에게 달려들었다.
뇌격을 잔뜩 두른 단검을 휘두르고, 이어 검을 바꾸어 쥔다.
티르빙. 한때, 주원의 손에 들려 있던 마검이 빛을 발한다.
파앙!
찔러 들어오는 검이 토르의 복부 아래에 깊은 상흔을 새긴다. 이어, 겉면을 감싸고 있던 피부의 외부 조직이 조금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조직 파괴. 파괴의 각인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나 토르는 여전했다. 그는 호탕한 웃음을 지은 채 재현의 공격을 막으며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었다. 평소 호전적인 그의 성정과는 상반된 행보.
그것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알고 있거든. 네놈이 대적자랍시고 날뛰고는 있지만… 네가 할 수 있는 것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망해라 대적자여!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스가르드의 발아래에서 모든 것을 잃어라!”
토르는 처음부터 자신의 의사를 확고히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이 발버둥 치는 꼴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겠지.
재현이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고통에 차 절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줏거리 삼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너는 끝까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악문 잇새로 피가 흘렀다. 재현의 이성의 끈이 서서히 끊어지려 하고 있었다.
사실, 여기서 토르를 죽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전력을 모두 사용했다가는 오딘과의 싸움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전, 자신은 광란의 폭풍까지 사용하며 마력을 20퍼센트 소모했다.
필연적으로 이곳에서는 힘을 아끼지 않으면 뒤가 위험해진다.
하지만 1시간의 시간이 모두 흐른다면?
오딘은 다른 무언가를 희생해 점지된 자신의 죽음을 틀어버릴 것이다.
재현은 생각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지?
무엇이 최선이지?
그때였다.
쩌적!
거대한 알이 깨어지듯.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거구의 남자가 필드 사이를 파고들었다.
“대적자.”
그는 창과 함께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말했다.
“이곳은 내가 맡겠다.”
재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신의 앞에 드러난 자.
남자의 정체는 흐룽그니르의 아들이자, 거인. 스미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