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14
414화 토르(2)
《흐룽그니르의 분노》.
과거 재현이 두 번째로 얻었던 신화급 스킬이자, 거인의 시련을 클리어하고 얻은 보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에시르 신을 상대할 때 특히 그 효과가 도드라지는 스킬.
공격력과 방어력을 비롯한 전 스탯의 증가를 이끌어내는. 가히 사기라 불리는 스킬이자, 재현의 비기 중 하나라 볼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이는 대적자로서 재현이 위업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금까지 모디나 마그니, 티르 등 갖은 에시르 신들을 상대할 때마다. 이 스킬은 재현이 그들을 상대로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일 수 있도록 도왔다.
허나, 이 스킬이 가장 극대화된 효율을 보여줄 때가 또 존재했다.
흐룽그니르의 분노라는 이름에 걸맞은.
거인족을 학살한 대상인 토르를 상대로 그 효과가 증폭되는 것이었다.
재현은 이후 스미르와 재회했을 때 그가 이야기해 주었던 스킬의 추가 설명을 잠시 떠올렸다.
[《흐룽그니르의 분노》의 효과는 거인족을 몰살시킨 토르를 상대로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복수를 위해서 주어진 힘이지. 허나…… 이를 어떻게 다룰지는 너에게 달려 있다.]스미르는 이 스킬을 어떻게 다룰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말했다.
재현은 그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되뇌며 한참이나 고민했다. 쉽진 않은 시간. 허나 재현은 한 가지 답을 찾았다.
‘나아가기 위해 힘을 사용하라는 뜻이겠지. 그저 복수를 위한 힘은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으니까.’
정답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힘이란 무릇, 나아가기 위해 사용해야 함을 되새긴 것만으로도 재현은 스미르의 이야기가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다.
재현은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토르.
뇌신이자, 흐룽그니르를 죽인 신. 요툰헤임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또한, 스킬의 이름부터 알 수 있듯. 흐룽그니르의 분노는 그들을 대상으로 할 때 그 효과가 몇 배는 더 극대화된다.
쉽게 말해, 재현은 토르와 완벽히 역상성의 관계에 있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토르도 이를 알아차렸는지 이를 악물었다.
“네 놈에겐 더러운 거인 놈의 힘이 깃들어 있구나.”
“더러운 게 누구인지는 곧 알게 되겠지.”
재현은 토르의 말을 가볍게 받아치며, 다시금 철철 쏟아져 나오는 신격을 갈무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흘려보냈다.
파지지직!
토르의 뇌격과 정확히 같은. 아니, 한층 더해진 마력이 샛노란 빛을 뿜어내며 재현의 온몸을 휘감는다.
경외에 가까운 격의 방출. 그에 주변의 대기마저 완벽히 소멸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거지?
재현의 동료들이 경악한 채 그를 보았으나, 그는 태연했다.
그저 자신에게로 집중된 모든 시선을 받아들이며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토르가 망치를 쥔 손에 다시 힘을 실었다. 대적자가 아무래도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적자… 역시 티르를 죽인 것이 요행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패배할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티르는 전쟁의 신이라 불린 자이지만, 일대일 전투에서 그리 강하지 못했다.
뇌격에 능한 데다, 막강한 힘을 지닌 토르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에게도 그처럼 숨기고 있는 수가 있다.
그 힘을 잘만 이용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있겠지.
대적자는 결코 자신에게 승리할 수 없으리라.
토르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대적자.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너희 쓰레기들은 어째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냐? 오딘의 아래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터인데.
어째서 너희의 그 알량한 삶을 지키겠답시고 목숨을 거느냐는 말이다.”
“그딴 걸 질문이라고 하다니. 너도 미친 새끼였군. 로키처럼.”
“그런 오만한 말은 나를 쓰러뜨린 뒤에나 하거라. 그것이 지금 네가 할 일이다!”
말과 함께, 토르가 자신의 격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분출했다.
막강한 격. 단번에 자신의 최대 격을 끌어내 그가 필드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너에게 한 가지 알려줄 것이 있다. 아스가르드의 정상에 있는 신. 오딘의 목적이 무엇인지 너는 모르고 있다.”
“…목적?”
재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토르의 말과 동시에 느껴지는 위화감.
허나, 재현이 이를 채 파악하기도 전에 필드는 순식간에 그와 토르를 집어삼켜 버렸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바로 몇 분 뒤였다.
* * *
피바람이 몰아친다.
기름이 반질반질한 철제 방어구를 입은 레이더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싸우고 있다.
가장 뛰어난 것은 역시 S급 레이더라 불리는 자들.
또, 재현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눈앞의 적을 살려두지 않겠다는 듯, 어떻게든 적의 발목을 잡으려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드워프와 엘프 군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은 이들이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사소한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더구나 재현이 발동한 광란의 폭풍은 아군의 기세를 단번에 올려주었다. 지금 이들의 눈에는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쓰러뜨려야 할 적이 있고, 그를 사냥한다. 레이더의 원초적 본능이 자꾸만 새어 나오며 적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낸다.
“루이나! 그쪽으로 몇 명 빠진다! 막아줘!”
“네!”
김유정과 루이나의 호흡이었다. 이들은 어느새 꽤 친해져 있었다.
다른 동료들 역시 이제 마음을 열어 서로 간의 관계가 꽤 좋아졌다. 이제는 위급 상황에서 등을 맡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적의 군대의 수. 그게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죽여도 끝이 없잖아. 이건 위험하다.’
안호연이 입술을 짓씹었다. 이건 아무래도 좋지 않다.
적진의 병사는 계속해 늘기만 하고 있었다. 어서 전투를 끝내지 않으면 계속해 병사가 늘어나리라.
게이트 너머로는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수의 병력이 무자비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반면 아군은 개개인이 일당백의 활약을 보인다 해도, 수는 더 늘지 않는다.
‘이래선 안 돼.’
권소율이 입술을 꾹 다물며 주변을 살폈다.
적의 수가 이렇게나 될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아군 진형은 꽤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역시 발키리. 그들의 추혼검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무너뜨리며, 끝까지 상대를 추격하기에 막아내지 않고 피한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위력이었다.
“젠장.”
“발키리들… 저 녀석들만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은데.”
안호연과 권소율이 그렇게 말을 주고받았다.
서이나 역시 동의했다.
“…확실히. 발키리들이 거슬려. …특히 대장 격 발키리라면 더더욱.”
“포션의 힘으로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이재상 역시 거들었다.
단 몇 분.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아군이 밀리기 시작한다. 적의 공세는 더욱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고, 재현과 토르는 필드 마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인간 레이더들이 이곳에서 전투를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반대편에서는 요르문간드와 니드호그의 독액이, 이둔이 소환한 나무뿌리가. 또 각 종족의 기사들이 적을 도륙하고 있지만….
적들은 영악했고, 집요했다.
가장 약한 인간이 있는 방향의 저지선을 뚫어내기 위해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안호연은 같은 상황에서 재현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고민해 보았다. 쉽사리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는 그고, 자신은 자신이다.
그러니 당연히 재현과 같은 결론은 도출할 수 없다.
하지만 늘 자신이 등을 보며 믿을 수 있었던 그였기에. 그는 더더욱 이 간절한 상황에서 재현을 떠올렸다.
―패시브 스킬 《신의의 검》이 더욱 활성화됩니다.
―청화가 극한까지 타오릅니다.
안호연은 매 순간 벽을 깨면서 적을 계속해 도륙하고 있었다. 한 호흡마다 적을 하나씩 베어나가는 움직임은 인간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헬과 헬라 역시 망자의 문을 열어 죽은 자들의 대군을 이끌어 싸우고 있다. 허나, 그럼에도 발키리는 강했다.
“젠장…! 이대로면 밀릴…!”
그렇게, 이들의 군세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어디선가 갑작스레 압도적인 마력이 터져 나오며 아군 진영 위에 수많은 대군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거 본 적 있는 풍경이었다.
언젠가, 세간에 대적자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그 날.
새하얀 순백의 투명한 날개를 지닌 자들이 허공에 떠올라 검을 쥔 채, 마치 흐드러진 벚꽃처럼 나풀거리는 모습.
일제히 아군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린다.
“저들은…!”
“발키리다!”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인간들 사이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발키리.
밀레스 학원제. 당시 이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재앙이 이곳에 도래한 것이다.
허나, 그때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지금은 아군이라는 것이었다.
“프레이야!”
그 순간, 적진의 프리그의 입에서 증오의 이름이 터져 나온다.
프레이야.
그녀는 마침내 긴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마음을 돌려 아군이 되었고. 전장에 합류하기로 한 것.
늘 그녀 목에 걸려 있던 브리싱가멘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그녀는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아이는 죽었음을.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이제라도 스스로 저질렀던 과오를 다시 잡아야 한다.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일 터이니.’
그렇게 믿었기에, 프레이야는 마음을 돌려 전장에 섰다.
다시금 피비린내가 나는 철제 투구를 썼고, 오딘이 아닌 자신에게 충성하는 수많은 발키리 부대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이 지옥을 끝내기 위해서.
대적자를 마땅히 닿아야 할 곳에 닿게 하기 위해서였다.
“전군 준비하라.”
프레이야가 막대한 마력을 터뜨리며 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를 흘렸다. 그녀의 결연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금부터 우리는 간악하기 그지없는 오딘을 토벌하고 세계를 바로잡을 것이다.”
와아아아아!
거친 포효가 터져 나오며 프레이야의 뒤편에 서 있던 발키리들이 맞춘 것처럼 동시에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이게 무슨!”
“정신 차려라! 적의 기세는…!”
푸홧!
검이 궤적을 그리며 적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한다.
추혼검엔 추혼검으로.
두 검이 허공에 맞부딪혀 상쇄되며 아군에게 길을 열어준다.
마침내, 전세가 뒤집힌 것이다.
프레이야가 검을 수직으로 세워 세로로 일자를 만들었다.
이어 그녀가 서서히 검을 아래로 세차게 휘둘렀다.
“추혼검.”
콰아아앙!
허공에 뜬 적군에 있는 발키리 수백이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