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26
426화 새로운 예언
―새로운 예언이 태동합니다.
[오딘이 두 번째 라그나로크에서 승리하며, 모든 전쟁은 이 순간 종료된다. 대적자는 결코 오딘에게 어떠한 위해도 끼칠 수 없게 된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오딘에게 복종하게 되며, 어떤 경우에도 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게 된다.] [대적자는 이곳에서 오딘에게 죽는다.]“포기해라. 대적자여. 너는 이제 내 손에 죽는 일밖에는 남지 않았으니.”
마침내 재현은 제한된 한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말았다.
시간 안에 오딘을 처치하고 예언의 변경을 저지했어야 했는데, 결국 오딘이 숨겨두었던 마지막 수에 저항해내지 못한 것이다.
모든 것이 어쩌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재현은 고민했다.
‘여기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재현은, 아니.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오딘을 죽이기 위해서 죽도록 달려왔던 나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고 마는 것일까?
아니.
“그렇게는 못 하지.”
나는 포기하라는 오딘의 말을 거절했다.
때로 신과 거인들. 다른 종족들을 만날 때마다 들었던 공통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인간은 지나치게 바보 같을 때가 있다.]포기하면 편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포기하지 않기에.
인간은 나약하고, 어리석어진다.
하지만 그게 나는 인간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을 안다.
검을 쥐고, 다시 무형검 4식을 펼친다.
신화의 장검에서 피어오르는 귀기.
적의 공격을 반격의 각인이 새겨진 무기가 빛을 발한다.
흑색과 백색의 조화가 다시금 적을 노리기 시작한다.
허나, 이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공격은 단 한 대도 오딘에게 맞지 않았다.
오딘의 몸은 흑마법으로 인해 초월적 경지에 올라 있다. 이미 상처는 거의 다 회복된 듯 보인다.
전력을 다해도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까 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나는 조금 전과 같이 강력한 공격을 할 수도 없다.
일전의 공격에 나는 모든 것을 담았으니까.
다시 그와 같은 공격을 할 수는 없다.
알 수 있다. 내가 패배할 가능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가야 한다. 앞으로.
어차피 여기서 도망치더라도 달라지는 것 따위는 없다.
피식. 나도 모르게 그 순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까지 나를 지켜왔던 예언. 그것이 이제 완전히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당연하게도 하나뿐이었다.
나는 죽는다.
틀림없이, 확실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웃기고 있네.”
챙! 챙!
나는 검을 휘둘렀다.
당연하게도 내 공격은 전혀 오딘에게 먹히지 않는다. 예언의 힘, 그것이 이제는 내가 아닌 오딘을 보호하고 있기에.
반대의 경우는 다르다. 육체를 회복한 그의 공격은 이제 한계를 아득히 넘어 있다.
콰앙!
이미 몇 대나 얻어맞았고, 장기가 파열되는 아찔한 감각이 이어졌다.
“…더럽게, 아프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계속할 뿐이다. 뇌가 어느 순간보다 청명하게 맑아진다.
싸우고, 싸운다.
오딘을 죽인다.
그 목표는 지금까지의 나를 움직이게 했던 원동력이었으므로… 이제는 내가 대적자가 아니게 되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던 자, 이제는 빼앗아갈지도 모르는 자.
그를 앞에 두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해버린다면… 지금 나를 믿고 싸우는 이들은 모두 뭐가 돼 버리겠나.
차라리 그들을 위해서 여기서 죽는 게 더 낫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해왔으니까.
격을 얻고,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면서부터 나는.
계속해 그렇게 믿어왔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때.
내 의지는 다시금 되새겨진다.
마치 강철을 제련하는 것처럼, 뜨겁게 일어난 가슴 속의 불길이 서서히 단조 과정을 거치며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육신이 나약하게 비명을 지르고 있음에도.
이상하게도, 나는 두렵지 않다.
피를 토하면서도, 나는 입을 연다.
“어차피 죽을 테니까. 나더러 여기서 포기하라고?”
입가에서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던 웃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오딘의 표정이 싸늘히 굳는다. 그 역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내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뱉어주었다.
“X 까.”
“결국, 너는 격을 얻고 신의 힘을 얻었으나…… 그럼에도 어리석은 인간에 지나지 않았구나.”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해도, 처음부터 그저 인간이었어. 나는.”
퉤엣. 거칠게 피가래를 뱉어내며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를 본다.
터벅.
오딘이 수염을 쓸며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남루한 애꾸눈의 노인이, 나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까지 나를 즐겁게 해 준 것 하나만큼은 감사를 표하마.”
놈이 멋대로 말을 잇기 시작하고, 내 정신은 점차 아득한 곳 저편으로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안다. 이건 위험하다.
원초적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번 공격을 피하지 못하면 나는 죽을 것이라고.
그런데도 왜일까.
“죽여 봐.”
내 입에서는 정확히 살려달라는 말의 반대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한 익숙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적자.”
나를 부르는 남자를 향해 남은 힘을 다해 고개를 돌린다.
“아무래도 내 얼굴이 엄청나게 보고 싶었을 것 같은데… 혹시 아닌가?”
로키.
그 뺀질거리는 놈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운 날이 올 줄은, 정말로 몰랐다.
* * *
“이제 그만 발버둥 쳐라! 네놈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더냐!”
다시 부활하게 된 토르가 성난 목소리와 함께 소리친다. 그가 가진 힘은 그야말로 막대했다.
뇌격 한 번에 모든 빛이 일순 암전되었다. 그 사이에서 핏물과 함께, 전기에 튀겨진 아홉 세계의 온 종족이 뒤엉킨다.
녹슨 병장기와 진득히 젖은 피에서 쇠 냄새가 풍겨왔다.
아래 어둠은 진득하게 깔려, 지금의 전투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는지를 이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얼마 없어요. 더 시간이 소요되면 재현 군이 위험해질 거예요…….”
헬라의 말이었다.
그녀는 토르를 상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와중에도 재현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게 최선이었나. 그 생각을 몇 차례나 해왔던 그녀였다.
재현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대적자인 이상, 전투에서 패배하면 그가 죽을 운명이라고 해도. 그 하나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것은 아닐까?
오딘을 죽이라니.
애초에 인간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것은 아닌가.
두 번, 세 번…… 수백, 수천 번을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에 방점을 찍은 것은 그. 재현이었다.
[제가 갑니다. 어차피 그러려고 당신들도 저를 선택한 거고. 저도 도망치는 건 질색이라서요.]그 차가운 말에 온기가 있다는 것을 헬라는 알았다.
당연하다. 처음에도, 헬라가 희생하기 직전.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신격을 개방했던 재현이다.
이타적이지 않은 척하지만, 그 누구보다 이타적인 사람.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사람.
그게 재현이다.
그렇기에 재현은 자신의 방식으로 두렵지만 그렇게 말한 것이다.
헬라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말을 받아준 것은 펜리르였다.
다른 이들을 처치한 뒤, 토르를 상대하기 위해 합류한 것이다.
[헬라. 두려워하지 마라.]“펜리르.”
하지만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그렇죠. 맞아요. 지금은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눈앞의 토르. 그는 터무니없는 강적이니까요.”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 실없는 녀석이 필요하다.] [허헛! 나를 불렀나. 펜리르?]요르문간드가 어느새 튀어나와 간교하게 혀를 놀려댔다.
펜리르가 으르렁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토르는 네 독에 취약한 존재. 네 도움이 있다면,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걸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긴, 그야 그렇군.] [그럼 가지.] [하하, 알겠네.]요르문간드는 그렇게 말한 뒤, 재빨리 최전방으로 이동했다. 펜리르 역시 그를 따라 가장 앞열에서 토르와 대치했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온 펜리르는 토르의 망치를 온몸으로 막아내기 시작했다.
“죽고 싶어 이곳에 온 것인가? 펜리르?”
펜리르를 보며 토르가 조소를 흘렸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거친 몇 차례의 망치질이 들려왔다. 펜리르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최악 중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 속 펜리르의 목소리는 정확히 전달되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안호연이었다.
그는 재빨리 요르문간드를 바라보았고, 요르문간드는 아가리를 쩍 찢어 벌린 뒤, 그곳으로부터 독액을 분비했다.
요르문간드가 나인의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찰나의 순간, 작전은 어느 때보다 명확해졌다.
펜리르가 막아내는 사이, 토르에게 계속해 독액을 이용한 공격을 먹이는 것. 그것에 성공할 수 있다면, 승기를 찾아올 수 있었다.
“가자!”
김유정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자고로 레이더란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상황에서 성장하는 법이다.
언젠가 유성은이 그들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가 힘이 되어 동료들을 나아갈 수 있게끔 돕고 있었다.
[토르… 너는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성난 아가리를 벌린 펜리르가 그렇게 말해왔다. 토르가 코웃음 쳤다.
“숫자가 많다고 날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고작 그런 이유 같나?]“그게 아니면 뭐지? 기적? 행여나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이라면 집어치우는 게 좋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완벽하니까. 어떤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설령… 오딘이라도 말이야…!!”
콰앙!
다시 한번 검은 번개가 내리쳐지며 펜리르의 몸을 직격했다.
흑마법의 여파로 강해진 그는 이미 경외에 다다라있다.
흐룽그니르의 숫돌 파편 역시 깨끗이 지워진 그에게 거슬릴 것은 없었다. 아무리 수가 많아도, 어디까지나 토르에게는 피라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럴 터였다.
…한데, 어째서일까?
고통에 신음하는 펜리르의 돌아오는 말에 자신이 서늘함을 느낀 것은?
[너는 대적자. 그의 곁에 서는 자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간과하고 있다. 저들의 눈을 보아라. 토르… 정녕 네게는 그들이 죽고자 달려드는 이들로 보이나?]“…무슨!”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던 토르의 어깨에 이빨이 콱 박힌다.
[지금이다!]“어디서 얕은수를!”
토르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팔꿈치로 펜리르를 쳐 멀리 날려 보냈다.
[크헉!]몇 번이고 벽에 부딪힌 펜리르가 신음하며 쓰러졌다. 다른 이들의 지원은 어려웠다.
니드호그는 주변에 아무도 오지 못하도록, 적의 군세를 약화하는 중이었다.
혀를 찬 토르가 고개를 돌려 대적자의 동료들을 본 그때. 순간적으로 그의 동공이 파르르 떨려왔다.
지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마력과 기파. 그것은 인간이 낼 수 있는 한계치를 아득히 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끝에는 거칠게 숨을 고르는 한 여자가 있었다.
소녀.
작디작은 소녀는 금발에 녹안을 지녔으나, 명백히 인간이었다.
서이나. 그녀가 모두의 마력을 전달받아 하나의 거대한 검을 만들어냈다.
그때, 공중에서 전속력으로 날아든 파프니르가 브레스를 뿜어냈다.
화르르륵!
거칠게 일어나는 불꽃은 이내 서이나가 받아든 검에 정확히 스며들었다.
츠츠츠츠츠…!
보랏빛의 독액이 뚝뚝 떨어지는 검이 토르를 향해 서서히 쇄도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