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43
외전 7. 태초의 빙결 파편(1)
니드호그는 애석하게도 재현의 신부가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뿐.
하여튼, 원래도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답게 이번에도 일을 질질 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내자식이 대범하지 못하게 말이야!’
드래곤의 콧구멍에서 독 연기가 훅 새어 나온다.
못마땅한 일을 보게 되었을 때 니드호그가 자주 하는 버릇이었다.
그때였다.
이둔의 거친 고성이 안개 정원의 내부를 쩌렁쩌렁 울린 것은.
“니… 드… 호그……!! 신성한 정원에 독 뿌리지 말라고 했지!!”
니드호그는 다급하게 사과했다.
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은 과거 화단을 망친 죄로 이둔의 텃밭을 가꾸는 것을 돕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부려지는 게 옳은 걸까?
여튼 여신이란 죄다 제멋대로다.
‘어쩔 수 없지…….’
니드호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재현의 곁에 앉았다.
거대한 용의 형상은 어느새 머리를 넘겨 꽤 잘생긴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이둔이 한숨을 내쉬며 운을 뗐다.
“우선 앉아. 차라도 들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거든.”
“감사합니다.”
재현이 존대하며 말했다.
니드호그야 편하게 말을 놓을 수 있었다.
과거 헤니르 시절에도 몇 차례나 그와 마주친 적이 있었고, 힘도 겨뤄 보았으니까.
하지만 이둔에게만큼은 그렇게 하기 좀 껄끄러웠다.
재현은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과거 느끼지 못했던 정취가 느껴지는 듯했다.
이제 와서 보니 황금 사과가 제 키보다 더 높이 자라있는 모습이 괜히 뿌듯했다.
이둔이 생긋 웃으며 재현의 시선이 닿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게 네가 시련을 치를 때 키웠던 나무야. 잘 자랐지?”
“그렇군요.”
과거 이둔의 시련에서 그는 황금사과 나무를 키우라는 임무를 수행했었다.
그때 적잖이 고통받았었지.
나무는 기다림의 끝, 다시 그 끝에 마지막 하루 만에 모두 성장해 거목이 되었었다.
만약 그가 기다리지 않았다면, 나무는 작디작은 묘목 하나 틔워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시련이라는 것들은 죄다 그런 식이었다.
끊임없이 반추하게 했다.
재현이라는 한 사람을 대적자로서 온전하게, 또 완전무결에 가까운 존재로서 성장하게끔 계속해 도왔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에게 시련이란, 그저 오딘에게 대적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인생을 나아가기 위한 작은 방향의 제시.
그것을 위해 시련이라는 것이 존재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비약일지 모르지만.’
재현이 픽 웃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함께 온 잿빛 머리칼의 소년.
안호연이 이둔을 보며 물었다.
“이둔 님. 바나헤임에 남아 있는 수르트의 불꽃을 끄기 위해선 니플헤임으로 향해야 한다는데, 그 방법을 찾으신 건가요?”
정중한 물음.
이둔이 화사한 봄날처럼 웃었다.
“맞아. 대적자의 친구… 호연 이랬나? 어쨌든 네 말대로야. 우리는 방법을 찾았지! 하지만…… 어려운 방법이야. 되도록 추천하고 싶지 않기도 해. 헤니르는, 아니 재현은 너무 오랜 시간 고생해왔으니까. 여기서 더 짐을 지워주는 건…….”
“이제 와서 말입니까? 새삼스럽군요.”
그때, 재현이 장난스럽게 끼어들며 웃었다.
꽤 밝은 표정이었는데, 이둔은 그에 살짝 놀랐다.
자신이 또 한 번 귀찮은 일에 휩싸일 수도 있는 상황인데…….
어째서 그는 이렇게까지 타인을 위해 나서는 것일까.
‘하긴, 처음부터 그랬던가. 헤니르라 불릴 때부터… 그는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았지. 황금은 돌보듯 했고, 값비싼 비단도, 에기르의 술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어. 그저… 지키는 것. 단지 그것만이 전부였지.’
기억한다.
이둔은 과거 재현의, 아니 헤니르의 대적자로서의 모습을 기억했다.
또한 오딘을 죽이겠다 선언하던 대적자의 모습을 기억한다.
나스트론드.
지옥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돌아온 용맹한 이. 전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둔은 순수히 그라는 인물이 놀라운 존재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 가지만 빼고.
‘여자 보기도 돌같이 하는 건 좀…….’
황금은 덕목이라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저리도 많은데 어째서?
이둔은 봄날의 교정을 걷는 여학생처럼 사랑을 속삭이는 것을 즐긴다.
조용히 대적자의 사랑을 응원하기도 했다.
한데, 저런 우둔한 모습이라니…….
이둔은 김유정과 서이나, 헬라를 잠시 바라본 뒤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뭐 하시는 겁니까? 설명해 주셔야죠.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앗, 알았어. 음, 우선 수르트의 불꽃. 이를 끄기 위해서는 엄청난 냉기. 즉 빙결의 근원 그 자체가 필요해.”
“냉기라…… 하지만 이미 빙결의 대지나 그보다 몇 배는 강한 기술을 썼는데도 멀쩡했습니다. 그보다 더한 냉기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지…….”
“어째서 니플헤임으로 오라 했는지! 그 이유가 여기 있지롱!”
이둔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녀가 차분히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이었다.
“바로 이 니플헤임에 존재하는 한 존재의 파편을 이용하는 거야. 하지만 이는 누구도 쉬이 범접할 수 없어. 또한, 세계의 규율에 얽매이는 자라면 손댈 수조차 없지.”
규율.
재현은 입천장을 두드리며 가볍게 단어를 되뇌어 보았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에는 수많은 운명과 그 법칙이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 점지된 운명이야 재현이 깨부쉈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냈다.
더는 모든 존재들이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하지만 규율의 경우는 다르다.
이는 여전히 작용하며, 이들을 어느 정도 구속하고 있었다.
과거 라타토스크는 두 번째 전쟁이 끝난 재현을 우연히 조우한 뒤 말해왔었다.
[규규, 규율은 맥동하는 세계를 지탱하며 아홉 세계를 만들어낸 태초의 존재로부터 파생되는 히, 힘입니다! 모모모,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릴 수도, 더 큰 힘으로서 치환할 수도 있습죠!]쉽게 말하자면, 규율이란 아홉 세계의 규칙에 얽매이는.
즉, 자연계의 법칙에 의해 태어난 존재들에게 모두 적용되며, 이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다만, 재현은 다르다.
“대적자, 넌 괜찮아. 이미 노른 세 자매의 힘으로 과거로 돌아간 네게, 운명의 추와 함께 세계를 움직이는 규율은 확실히 부서졌으니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오직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겠지.”
“정확히 해야 할 일은요?”
“이미르.”
재현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나. 그 이름이 나오는 건가?
태초의 규율, 세계의 시작점에 있는 존재를 떠올리자면 빼놓을 수 없는 자.
재현은 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것쯤 이미 예상하였다.
이둔이 차분히 이었다.
“너는 지금부터 그 파편을 만나야 해. 그런 뒤, 그가 가진 얼음 결정을 사용해 바나헤임의 불꽃을 모두 끄는 거야.”
이미르.
북유럽 신화를 아는 자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에 있는 존재. 태초의 거인.
‘이미르. 니플헤임의 안개와 무스펠헤임 사이의 뜨거운 열기에 의해 태어난 존재. 확실히 그가 가진 힘이라면, 법칙을 깨고 더욱 강대한 힘을 지닐 수 있게 될 거다. 수르트의 불꽃을 끄는 것도 가능하겠지.’
그릉!
함께 온 파피가 그렇다는 듯 앞발을 들어올렸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둔이 곧바로 이어왔다.
“재현이 너도 알겠지만, 수르트는 자신조차 태워버릴 강대한 불꽃의 힘을 지닌 유일무이한 거인이야. 과거 융성했던 오딘의 세력조차 그만은 손대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존재지. 하지만 그는 어떤 한 사건으로 거의 모든 힘을 잃어버렸어.”
재현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는다.
“첫 번째 전쟁. 라그나로크였군요.”
재현이 그렇게 말했고, 서이나와 김유정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헬라는 부연했다.
“과거 있었던 라그나로크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재앙 그 자체였습니다. 헤니르였던 당신은 아시겠죠. 당시가 얼마나 비극적이었는지.”
“그래.”
“……나도 루이나와 엘프들의 왕국에서 있었던 일을 아니까…….”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김유정이 한숨을 푹 쉬었다.
“역시 일이 쉽게 가는 게 없네요…… 확실히 오딘 그 개자식이 문제였다니까…… 헙!”
갑작스레 김유정이 말을 하다, 입을 꾹 틀어막았다.
왜 그러는 거지?
재현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김유정은 휙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무래도 사유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사실 잘은 모르겠다.
어차피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거겠지 뭐.
하지만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이가 있으니.
바로 서이나였다.
‘……이제 재현이 앞에서 조심스러워졌네. 유정이도.’
아무래도, 그날의 데이트가 재현과 유정의 사이도 조금은 변화시킨 듯했다.
최근에는 루이나 역시 헤실거리고 있는 실정.
서이나는 말은 않지만 약간 초조해하고 있었다.
‘…아니야.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애써 진정한 그녀의 앞에 이둔의 이야기가 계속해 이어졌다.
“라그나로크 이전, 오딘은 우연히 이미르의 파편이 아직 세계에 남아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손을 썼지만 실패했지.때문에 그는 생각했어. 자신이 다루지 못할 힘이라면, 차라리 저 아래 깊은 곳에 입 벌린 심연 속에 가둬버리자고.”
재현은 그제야 자신이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결정적 이유를 깨달았다.
어째서 수르트가 그렇게 무력했는지도.
“제 고유 결계. 즉 그곳을 통해 니플헤임과 무스펠헤임의 사이 공간인 긴눙가가프로 향해 이미르의 파편을 만나라는 말이군요.”
“맞아.”
이미르.
그는 냉기의 영향을 훨씬 더 크게 받아 태어난 존재다.
과거 오딘은 천지창조의 재료로 그의 육체가 필요했고, 살해했다.
오딘이야 기습으로 이미르를 죽일 수 있었다고는 해도, 자신은 단 한 명.
이미르의 파편과 상대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둔이 말린 거군. 위험하다는 걸 아니까.’
수르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재현은 망설일 생각 따위 없었다.
오랜 싸움 끝에 겨우 평화가 왔는데, 이를 방해하는 불완전성을 남겨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재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래 끌 것도 없겠군요. 니드호그. 등 좀 빌려주지 그래?”
“왜? 날아가자고? 귀찮은데…….”
“내 고유 결계는 과거 오딘과 싸울 때 거의 다 부서졌다. 그러니 무스펠헤임과 니플헤임의 경계로 가긴 해야 할 거 아냐. 그쪽을 텔레포트로도 못가.”
“아, 귀찮은데…… 알았다. 아니 잠깐, 그러면 화단을 돌보지 않아도 되니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
“니드호그?”
니드호그가 하하, 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뒷목을 긁었다.
그가 빠르게 앞장서며 재현 일행을 끌었다.
“…자, 어서 가자! 이미르의 파편인가 뭔가를 때려잡으러 말이다!”
물론 나는 도와줄 수 없지만, 하고 니도흐그는 작게 속삭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여간, 귀여운 드래곤이었다.
파피가 약간 질투하는 듯 두 발을 들어올렸다.
그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