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44
외전 7. 태초의 빙결 파편(2)
아무래도 이미르에 대한 설명을 좀 더 하며, 이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 *
이미르.
태초부터 존재했던 거인 수르트를 제외하면 가장 먼저 태어난 거인.
무스펠헤임의 뜨거운 열기와 니플헤임의 차가운 냉기의 결합으로 태어난 그는, 세계의 신화에서 등장하는 것과 다른 점이 꽤 있었다.
이를테면, 냉기 속성을 극한까지 다룰 수 있다는 점이 그러했는데. 이는 수르트가 대적자를 니플헤임으로 보내어 긴눙가가프로 향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
과거 신화 속.
오딘은 이미르를 죽인 뒤, 그 시체로 긴눙가가프를 뒤덮어 아득한 구덩이를 메웠다고 한다.
피로는 바다를, 뼈는 광물이, 치아는 보석이, 살은 흙이 되었으며.
두 개의 눈동자는 태양과 달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 외에도 아홉 세계의 무수한 모든 것이, 즉 천지창조라 할 수 있는 세계의 시작이 그로부터 이루어졌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할 수 있겠다.
‘문제는 내가 녀석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고. 또 긴눙가가프로 향해야 한다는 거지.’
애초에 긴눙가가프.
아득한 심연으로 향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우선은 재현이 그랬던 것처럼 태초의 기억을 불러와 고유 결계를 여는 것.
하나 이 방법은 오딘과의 전투로 거의 어려워졌다.
아득한 심연의 별로 운명을 바꾸려 했던 세계의 악(惡).
오딘을 단죄하는 과정에서 바로 그로 향하는 문이 닫혀 버린 탓이다.
때문에 재현은 여러 결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심연 그 자체는 제대로 열기 어려워지고 말았다.
그저 불안정한 상태로 잠시간 유지하는 것에 그칠 뿐.
긴눙가가프로 향할 수 있는 게이트를 열기 힘들어진 것이다.
‘열 수 있긴 하지만, 자칫 실수라도 했다가는 틀림없이 거기에 갇히거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겠지…….’
재현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자신이 오딘까지 때려잡고, 가장 위대한 존재라 불리며 아홉 세계의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다고 해도.
또, 대적자로서의 자신의 입지가 다른 이들의 신화와 비견되기에 모자람 없어졌다 해도, 그것과 이것은 다른 문제였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번 이미르와의 전투에 임했다가는 틀림없이 죽거나, 녀석의 뱃속에 들어갈 미래만이 선명했으니까.
하여, 재현은 이미르를 상대하기 전.
우선 이 불안한 연결 상태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를 위해서 해야 하는 것?
간단했다.
“니드호그, 좀 더 빨리 날아라. 차라리 파피를 타고 가는 게 더 빠르겠군.”
바로 니드호그를 타고 동료들과 함께 무스펠헤임과 니플헤임의 경계지역.
즉 태초의 심연. 긴눙가가프의 원래 위치 인근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 뒤 결계를 열게 되면, 훨씬 안정된 상태에서 이미르와 싸울 수 있게 된다.
태초의 빙결 파편.
이를 손에 넣어야 하는 재현으로서는 이게 최선인 셈이다.
[흥, 그럴 거라면 차라리 파프니르를 타고 가는 건 어떤가?]“거대화를 오래 유지하면 마나를 얼마나 소모할지 모르잖아. 나와 함께 유일하게 함께 싸울 수 있는 녀석을 벌써 지치게 할 수는 없지.”
재현은 모질게 답했고, 니드호그는 끄응 하는 소리를 냈다.
서이나가 앉은 자리의 왼편 두 번째 비늘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게, 힘내세요…….”
[오오… 시원하군. 마침 거기가 간지럽던 참이었어. 역시 대적자의 신붓감은 너였구…….]“닥치고 날기나 해라.”
재현은 니드호그에게 단단히 주의를 시키었다.
김유정은 질 수 없다는 듯 다른 비늘을 찾아 쓰다듬어주었는데, 니드호그가 기겁했다.
[거, 거긴 위험하다! 예전에 오딘의 창에 맞은 자리란 말이다!]“헉… 죄, 죄송…….”
김유정이 혀를 약간 빼내고 사죄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니드호그는 역시 대적자의 동료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제정신이 아니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뒤편에서 드래곤의 비늘이 나중에 어떤 효과를 낼지 대화하는 안호연과 이재상이 그러했다.
참고로 이재상은 통신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거기에 드래곤의 비늘이 있다고?
“네, 형. 혹시 필요하시면 나중에 하나 가져다드릴까요? 이거 다시 자라긴 하려나……?”
-잘 모르겠지만 부탁해!
“그럼 저도 재현이 몰래 강해지는 포션 하나만 만들어 주…….”
[내 비늘 가지고 협상하지 말란 말이다!!]니드호그가 창공을 날며 독 연기를 뿜어댔다.
어느새 니플헤임의 중반을 넘어서 슬슬 마경에 가까워져, 어둠이 머문 냉기가 서서히 인근에 퍼지는 시점이었다.
니드호그의 독은 아래의 원거리 저격형 마수들을 정확히 휩쓸어 녹여내고 있었다.
긴눙가가프로 향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적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았다.
흑색의 아이스 트롤과 트윈 헤드 오우거 등.
재현은 잠시 고민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니드호그의 등 위에 바로 섰다.
그런 뒤, 마력을 가볍게 발동했다.
―액티브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를 발동합니다.
―아티팩트 《신화의 장검》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화의 장검.
재현은 이를 가볍게 손에 쥔 채, 니드호그에게 말했다.
“하나, 둘, 셋. 하면 빠르게 위로 솟구쳐라. 휘말릴지 모르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니드호그가 뭔가 항변하려던 때. 재현은 검을 여유롭게 들어올렸다.
“하나…….”
[제길…! 알았다! 이 미친놈 같으니!]“둘.”
서걱.
재현은 둘이 되자마자 검을 휘둘렀다.
약속과는 다른 행동.
물론 니드호그의 비행 능력을 신뢰하기에 할 수 있었던 장난이었다.
한 차례.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어 기다란 선이 허공에 그어지는 풍경이 선명히 모두의 눈에 들어온다.
이미 신화의 경지에 오른 검은.
대지와 수천의 마수를 가벼이 베어버리며, 그 잔상을 남겼다.
재현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검을 흩어버렸다.
[미친놈… 미친놈…….]니드호그는 당한 것이 있으니 쉴 새 없이 재현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런 와중에도 헬라와 김유정, 서이나는 아주 태연했다.
안호연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었으니.
특히 헬라의 반응이 아주 볼만했다.
“그래도 이번엔 세계가 무너질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군요.”
니드호그는 복장이 터졌다.
[헬라여… 그게 다행인 것인가?]헬라가 싱긋 웃었다.
“물론입니다.”
* * *
태초의 빙결 파편.
이는 이미르가 가진 것 중 단연 최고의 것이었다.
세계의 모든 열기를 식힐 수 있는, 패자라 불린 오딘조차 다루지 못했던 아티팩트.
그것이 바로 ‘태초의 빙결 파편’이었으니까.
수르트의 불꽃을 끌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그랬다.
아무리 지금의 수르트가 약해졌다고는 해도, 과거 바나헤임을 불태울 당시에는 압도적인 존재였다.
오딘도 쉬이 상대할 수 없는, 지상 모든 것과 함께 자신조차 태울 불을 가진 존재.
그것이 바로 수르트였다.
그런 불꽃을, 이제는 본인조차 끌 수 없어 고민하던 실정이다.
한데, 이 빙결 파편만 있다면 이를 가능케 할 수 있다.
덧붙여 규율이라 불리는 세계의 구속 중 하나를 또 하나 끊어낼 수 있음도 자명했다.
여러모로 재현이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재현과 일행. 니드호그와 파피가 함께 어느 지점을 향해 아래로 활공한다.
어두운 얼음과 뜨거운 용암이 맞부딪히며 생성된 아주 깊은 구덩이.
이것이 바로, 과거 재현이 열었던 긴눙가가프.
그것의 진정한 본모습이었다.
재현은 잠시 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역시 깊네. 잘못 빠지면 다시는 못 돌아오겠구만.”
[당연한 것 아닌가. 대적자여… 나는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 나 니드호그는 그대의 노고를 잊지 않았다. 이미 너무나 많은 일을 해오지 않았나? 또다시 여기서 그대가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괜찮아.”
“하지만…….”
안호연도 재현을 말리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들어먹지 않을 거라는 것은 이미 재현의 동료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헬라와 파피가 함께 태초의 심연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저는 역시 구속이 없군요. 세계의 법칙 아래 태어난 존재가 아닌, 헬의 분신으로부터 독립한 존재니까요.”
“파피도 마찬가지지. 죽음을 극복한 녀석이니. 더구나 마력으로 나와 연결돼 있기도 하니까요.”
“그렇습니다.”
헬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든 꼭 데리고 돌아오겠습니다. 아무리 재현 군이 저를 괴롭게 했어도, 미워하지는 않아요. 죽게는 두지 않을 테니…….”
“헬라. 꼭 그렇게 따뜻하게 말하다가 초를 쳐야 합니까? 이거 봐. 눈물이 나오려다가 다시 쏙 들어갔잖아요.”
“재현 군이 너무 몸을 혹사한다는 생각은 않으시는 건가요?”
“별수 없지 않습니까? 제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데.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일, 지금 처리하는 게 낫죠.”
“……더럽게 우유부단한 주제에…….”
김유정의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한 재현이 슬슬 마력을 끌어올렸다.
드라우프니르를 매개로 사용해 길을 연결하고, 서서히 막대한 마력을 내부로 쏟아 넣어 긴눙가가프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기 시작한다.
칠흑과 같은 어둠 속, 느리게 팽창하는 어둠이 채 조형되지 않은 찰흙처럼 모습을 계속해 바꿔가다 불안정한 문의 형태로 바뀌었다.
재현은 이를 잠시 지켜보았다.
“들어가서 딱 죽기 좋은 정도로 불안하게 생겼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헬라는 체념했는지 의외로 덤덤했다.
태초의 거인 중 하나.
비록 파편이라고는 하나, 이미르를 상대하러 가는 이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서로 간의 깊은 신뢰가 있기에 보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미 헬라와 재현은 오래전부터.
아직 자신의 동료들에게 운명에 관한 것, 오딘과의 싸움에 대한 것을 말하기도 전부터 함께 전투를 거듭해오지 않았던가.
헬라는 이미 세계의 누구보다 재현을 깊게 신뢰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봐서라도 빠르게 결정을 내려줬으면 하지만……. 그 누구보다 나는 재현 군을 신뢰하고 있어…… 그래, 다른 그 누구보다.’
헬라가 되뇌다 문득, 재현의 널찍해진 등을 바라보며 입을 틀어막았다.
두 눈이 작게 수축한다.
어?
두근.
왜인지 알 수 없다.
반신의 경지에 오른 그녀의 가슴이 갑작스레 답답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런 일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을 터인데.
‘갑자기 왜 이런 감정이…….’
이상했다.
무언가 가슴을 툭 찌르는 듯한.
생소한 감정의 파도가 일순 그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런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재현은 그저 앞으로 향해 어느덧 게이트 앞에 섰다.
그러고는 태연히 말하는 것이다.
“갈까요? 헬라.”
“……네.”
헬라는 갑자기 심장이 아파지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답하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