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8
7화 도약을 위한 준비 (3)
이름: 새크리파이스
랭크: 고유 스킬
소모 마나: 100
1. 치유의 파동을 일으켜 다수의 아군 체력과 상태 이상을 회복한다.
2. 언데드 몬스터에게 이 스킬을 사용할 경우 공격 스킬 《빛의 심판》으로 변환된다.
*블랭크 카드를 소모해 베낀 스킬이므로 페널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재현은 싱긋 웃었다.
역시 예상대로 새크리파이스의 페널티. 즉,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하는 페널티는 깔끔하게 지워진 상태였다. 블랭크 카드의 효과였다.
스킬 정보를 읽던 재현에게 유성은이 미소를 띠며 물어왔다.
“그래서. 네가 우리 길드에 원하는 건 뭐지?”
조금 전. 재현이 《새크리파이스》를 사용하는 것을 직접 지켜본 유성은은, 그에게 흥미가 동했다.
자신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지만, 정말 높이 살 만한 것은 그의 유연함과 사람을 다루는 능숙한 말솜씨였다.
‘재밌어.’
유성은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재현은 고민하지 않고 입을 뗐다.
“제 빽이 돼 주세요.”
“빽? 레이더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을 해 달라…… 뭐 그런 말이니?”
“맞아요. 저는 꿈이 크거든요. 근데 성장을 위해서는 돈, 사람, 인맥까지. 이것저것 필요한 게 많더라고요. 그럴 때 연화 길드에서 저를 지원해 주세요.”
재현은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적성치가 높고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더라도, 주변 환경이 받쳐 주지 않으면 높은 곳까지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홀로 성장하는 방법을 깨우치기엔 신경 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다.
유성은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 정도까지 일을 벌일 배짱이라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지. 실제로 실력도 있고. 하지만. 조건이 있어.”
재현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눈앞의 흑발의 여자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도 저렇게나 침착하다니…… 역시 유성은이라 이건가?’
재현은 그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차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조건이요?”
“그래. 조건.”
유성은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 병은 너도 알다시피 개인적인 일이야. 연화 길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단 말이지. 하지만 네가 원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 연화 길드 전체의 지원.
아무 이유 없이 널 지원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씀이시군요. 좋아요. 조건을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어차피 무리한 조건일 리 없다. 애초에 이런 대형 길드에서 나한테 원하는 게 있을 리 없으니까. 뭐, 자기 병에 대해 비밀로 해 달라는 것 정도겠지.’
어차피 몸을 치료하지 않아 손해 보는 쪽은 재현이 아닌 유성은이다. 이런 상황에 저쪽에서 무리한 조건을 내세울 리 없었다.
그런데 그때.
유성은의 입에서 재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너. 들어가고 싶은 길드는 있니?”
“……네?”
귀가 잘못된 것일까?
재현은 곧바로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그 전에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당황스러웠다.
다년간의 레이더 생활이 몸에 밴 재현이 볼 때 이건 명백한 스카우트 제안.
“……진심입니까?”
“내가 이런 거로 장난칠 사람은 아니라는 거. 너도 알고 있지 않니?”
유성은의 눈은 사뭇 진지했다.
재현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웠다.
아무리 연화가 이후 모종의 사건으로 망해 버릴 길드라 해도, 이 시기에는 대한민국 명실상부 1티어 길드다.
이런 새파란 꼬맹이한테 영입 제안을 할 이유 따윈 없을 텐데.
그는 정신을 차린 뒤 다시 물었다.
“어째서죠? 연화 길드에서 딱히 절 영입할 이유가…….”
유성은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았다.
“첫 번째. 연화의 대표인 나 유성은의 병에 대해 알아낸 것.
아주 극소수만 알고 있던 기밀 정보인데, 이걸 알아냈다는 건 네 정보력이 뛰어나다고 보는 게 맞겠지.”
실상 회귀로 얻게 된 정보이지만, 그걸 여기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현은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잠자코 계속 경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넌 내 《새크리파이스》를 완벽하게 복사했어.
지금껏 고유 스킬을 복사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도 없고 앞으로 네가 다른 스킬을 얼마나 더 베낄 수 있을지. 그 활용성이 무궁무진해.”
“……세 번째도 있는 건 아니죠?”
“아니.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해.”
유성은은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이며 재현과 거리를 좁혔다.
“세 번째. 넌 지금 날 앞에 두고도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어. 감히 연화의 길드 마스터를 앞에 두고도 긴장하지 않는 아이라……. 매력적이지.
어때? 널 영입할 만한 이유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은데.”
재현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지금 연화 길드에 들어가면 분명 좋은 조건과 대우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길드에 들어갈 필요가 있기도 하고.
하지만 패는 가장 활용도가 높은 시점에서 꺼낸다. 이것이 재현이 정한 규칙.
여기서 쉽사리 승낙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일이다.
재현은 태연하게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아직 성인이 아닌 학생과 길드 간의 계약은 불법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의 말에 유성은은 예상했다는 듯 입꼬리를 미묘하게 올렸다.
“‘우선 협상권’이라는 거 들어본 적 있니?”
재현의 동공이 수축되었다.
‘우선 협상권이라니…… 진심이라는 건가.’
우선 협상권.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레이더 생도를 길드에서 지목해 성장을 지원하고, 이후 성인이 되었을 때 다른 길드보다 먼저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권리.
일반적으로 싹수가 보이는 ‘천재’급 괴물에게나 있는 제안이다.
재현은 팔자에 없던 과분한 제안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이런 제안을 받는 날도 오는구나. 회귀 전엔 낮은 등급 길드에서도 문전박대 당했었는데…….’
재현은 과거를 회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레이더는 길드에 소속되는 게 가장 안전하고 돈이 된다.
하지만 몇몇 국립 길드를 제외한 나머지 길드는 모두 개인 사업체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개인의 사익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낮은 등급의 레이더. 심지어는 무투계였던 재현을 필요로 하는 곳은 없었다.
덕분에 재현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레이더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비록 수수료를 적지 않게 떼어가긴 했지만, 레이더 개인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더 어려웠으므로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랬던 그에게.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최고 길드인 ‘연화’에서 우선 협상권을 걸며 제안을 해 온다?
‘꿈에서 나왔대도 욕먹을 일이지.’
유성은은 재현의 얼굴을 살피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애답게 귀여운 구석도 있네.’
“계약서는 주소를 알려 주면 바로 집으로 보낼 거야.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일단 치료부터요. 아직 덜 끝났으니까요.”
“좋아. 부탁할게.”
재현은 급히 말을 돌렸다.
‘분명 좋은 기회다. 하지만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섣불리 결정해서 좋을 건 없었다.
‘우선 치료에 집중하자. 다음 일은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재현은 굳은 결의를 다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유성은이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부탁해.”
* * *
‘상황을 못 따라가겠네.’
박성재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실제로 민재현은 자신이 말한 대로 고유 스킬인 《새크리파이스》를 완벽하게 복사하는 데 성공했다.
‘효과는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재현이 보여 준 일은 상식적인 선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껏 이 병을 치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치유계 레이더와 의사를 찾아 다녔던가?
한평생을 거기에 바친 이들조차 고치지 못했던 병이다.
결코 쉽게 고칠 수 있을 만한 게 아닐 텐데.
“그럼 시작할게요.”
―액티브 스킬 《새크리파이스》를 발동합니다.
―치유의 파동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
농도 짙은 치유의 파동이 재현의 몸에서 서서히 유성은에게로 옮겨간다.
지이이이이…….
몇 분가량 치료가 이어지고, 창백하던 유성은의 안색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유성은은 서서히 좋아지는 자신의 몸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회복되고 있어!’
입가에 번진 미소가 유성은의 현재 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어느덧 옆에 붙은 박성재가 민재현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조금 전엔 죄송했습니다. 대표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괜찮아요. 저라도 애 말은 안 믿었을 테니까.”
“무례했던 건 나중에 따로 사죄드리겠습니다.”
재현의 덤덤한 대꾸에 박성재는 조금 놀랐다.
자고로 사춘기 남학생이라면 여기서 불같이 화를 내거나 하는 게 정상일 터.
하지만 재현은 무던히 치료를 이어 갈 뿐 자신에게 어떤 심한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박성재를 뒤로하고 반가운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지정 대상의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응급 처치술》의 레벨이 19로 올랐습니다.
재현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지었다. 그는 유성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권했다.
“이제 다 됐어요. 한번 움직여 보세요.”
재현의 말에 유성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돌리거나 발로 땅을 굴러보며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몇 분 후.
유성은은 벅찬 듯 조금 그렁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증상이…… 다 사라졌어. 고마워. ……하지만 이러면 네가 페널티를 입게 되는 거 아니야?”
“전 괜찮아요. 베낀 《새크리파이스》에는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거든요.”
재현의 대답에 유성은과 박성재는 다시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고유 스킬을 베꼈는데 페널티마저 적용되지 않는다고?
재현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발언을 한 것이다. 유성은은 재현에게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원하는 조건은 최대한 맞춰 줄게. 앞으로 언제든 전화해. 아까 이야기했던 계약 건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고.”
그녀의 말에 재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어렵게 입을 뗐다.
“저기, 실은…… 당장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응?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이야기 해봐. 내 목숨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인데.
길드에서 지원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지원해 줘야지.”
“길드의 하급 던전을 빌려주세요.”
유성은의 눈동자에 다시금 이채가 어리기 시작했다.
재현은 다시 힘을 주어 이었다.
“그리고 던전엔…… 저 혼자 들어가고 싶습니다.”
* * *
[일단 후원금 넣어 뒀으니까 계좌 확인해 봐.] [네. 감사합니다.] [뭘 내가 더 고맙지.]다음 날. 약속대로 유성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후원금이라…… 얼마나 되려나.”
재현은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남긴 뒤, 폰뱅킹 앱에 접속했다.
―입금: 100,000,000
―잔액: 100,035,000
“이, 일억!? ……역시 한국 1등 길드답게 통이 어마어마하게 크네.”
감회가 새로웠다.
회귀 전에는 만져 본 적 없던 큰돈.
지이잉…… 지이잉…….
[일단 이건 후원금일 뿐이고 매달 500만 원씩 생활 보조금이 들어갈 거야. 뿐만 아니라 길드 공공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거고.] [ID 카드도 발급해 둘 테니 모레쯤 찾아가.]연달아 오는 메시지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하지 않아도 매달 500만 원이라… 이 정도면 레이더를 때려치워도…….’
재현은 아주 잠깐이지만 유혹의 샛길로 빠질 뻔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을 질책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지 아니야. 기껏 신화급 아이템을 손에 넣었는데 월 500에서 그칠 순 없어.
그리고…… 복수를 끝낼 때까지는 더더욱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재현은 다시금 다짐했다.
“밀레스 학원은 천재들만이 모여 겨루는 곳.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그의 얼굴에 곧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번졌다.
“무조건 레벨업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