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80
79화 마법 연산의 이해(1)
“시발! 이게 대체 뭔 개소리야!”
TV 리모컨을 쥐고 있던 유선재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그는 짜증 섞인 얼굴을 한 채, 육두문자를 뱉고 있었다.
조금 전, TV에서 흘러나온 방송이 원인이었다.
[……하여, 이번 신입생 사냥에서의 1위는 민재현이라는 생도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세간을 놀라게 했습니다.] [마법계로서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최초인데요.] [그렇습니다. 이번 쾌거는 1대1 전투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마법계 생도들에 대한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것이며…….]“시발!”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분명 TV 속 화면의 얼굴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민재현.
얼마 전, 자신이 인력소 사람들을 시켜 반쯤 죽여 놓으라고 했던 녀석이었다.
분명 그때 놈들에게 민재현을 잘 처리했다고 보고까지 받았을 터인데… 어째서 그가 멀쩡히 밀레스 아카데미의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었던 거지?
거기다 뭐?
경쟁으로 치열한 밀레스 아카데미의 신입생 사냥에서 1위?
그 순간, 유선재의 머릿속에 불온한 생각이 스쳐 갔다.
“감히……! 돈을 받아 놓고 일을 이따위로 해!? 날 속인 거냐!”
유선재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일전에 민재현을 공격하라고 지시했던 인력소의 세 명이었다.
통화 연결음이 계속되고. 점점 유선재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의 입에서 다시금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 새끼들이……!”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하나같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스마트폰에서는 이미 없는 번호라는 목소리만이 들려올 뿐.
유선재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TV 액정 속 민재현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신입생 사냥의 1위를 거머쥐고 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고작 해 봐야 생도인 줄 알았다.
때문에 인력소에 맡겨 두고 별다른 걱정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고.
하지만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현이 일반적인 생도들과는 근본적으로 꽤나 다르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구만. 어째서 그 인간이 그렇게 감싸 안은 건지…….”
유선재는 그제야 깨달았다.
어째서 제 누이가 민재현을 그렇게 감싸 돌았던 것인지.
이유는 간단했다.
저런 강한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까득.
유선재는 이를 갈며 TV 속 민재현의 시니컬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듯한 기세였다.
그때, 불현듯 그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더 스쳐 지나갔다.
‘……잠깐. 심지어 그때 누나는 민재현의 말대로 죽지 않았다. 내가 의사들을 만나 봤을 때만 해도 해 봐야 몇 달도 채 남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이상한 일이었다.
민재현의 말대로 유성은은 진작 쓰러져야 했을 시기에 죽지 않았다.
아니 죽기는커녕, 길드 일을 더 활발히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고 한다.
이게 단지 우연일까?
저 녀석이 사건에 끼어든 직후 유성은의 병에 대한 모든 루머가 가라앉았다.
자신은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를 먹어 적지 않은 배상금을 내야 했고.
빚도 잔뜩 쌓여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민재현의 등장 이후 자신의 계획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선재는 결론을 내렸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민재현은 뭔가를 숨기고 있는 위험한 녀석이다.
앞으로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지닌,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저 새끼…… 어떻게든 죽여 버리겠어. 무슨 수를 쓰는 한이 있어도!”
민재현이 얼마나 강한지는 딱히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부숴 버릴 뿐이었다.
유선재는 다시 스마트폰을 들더니, 이번엔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잠시 통화 연결음이 들려오고, 한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남자가 먼저 물어왔다.
[무슨 일이지? 전에 이야기했던 건은, 제대로 처리되었나?]유선재가 드물게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게…… 실은 한 꼬맹이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된 것 같습니다.”
[자세히 말해라.]“민재현. 이번 밀레스 아카데미의 이벤트에서 1위를 차지한 놈입니다. 그 때문에 계획이 뒤틀려 버렸습니다. 제 누이를 제거하는 데도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합니다.”
유선재의 말에 수화기 너머 남자의 말이 잠시 끊어졌다.
잠시 후. 남자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그 말에 유선재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지원을 해 주십시오. 최소 B급. 아니 A급 레이더가 필요합니다.”
* * *
재현은 박성재가 안내해 준 C급 던전 몇 개를 돌며 레벨을 올렸다.
경험치가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착실히 마수를 사냥한 결과. 레벨 35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면 생도 중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음은 물론, 교관 진을 위협하는 수준.
재현은 수업을 들으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돈도 꽤 벌었고. 상황은 나쁘지 않아.’
이번에 얻게 된 수익은 모두 1억이 조금 넘는 돈.
전에 나이트 셰이드를 잡으며 벌었던 것에 비하면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이미 마련해 두었으니 딱히 문제는 없다.
‘돈은 이제 큰 문제가 안 돼. 《공방 엘릭시르》도 무조건 흥행할 테니까.’
재현은 앞으로는 돈과 관련된 고초는 크게 겪지 않을 터였다.
공방 엘릭시르의 개점, 《갓템 샵》의 주식 매입이 특히 주효했다.
이제는 목돈이 한 번에 빠져나가지 않는 이상, 금전적으로 얽매일 일은 없었다.
심지어 뒤를 봐주고 있는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연화.
자잘한 분쟁, 혹은 법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길드에 자문을 구하면 된다.
‘아카데미 성적만 잘 받아두면 적어도 한 달은 큰 문제 없겠지.’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아카데미의 정규 고사를 위한 공부.
‘만에 하나라도 나쁜 성적을 받게 되면 남아서 자습을 해야 해. 거기다 재시험도 있고. 최대한 낙제는 피해 가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동선에 차질을 빚게 될 여지가 있으니까.’
때문에. 그는 앞으로의 한가로운 한 달을 잘 이용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본래 머리가 좋은 편인 재현에게 이론 수업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뭐, 레이더로서 전선에서 구른 짬이 있기에 이미 아는 게 태반이기도 했고.
하급 마수학이나, 기타 레이더 공통 과목은 이미 과거에 몇 번이나 닳도록 공부해 두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미래의 지식까지 독점하고 있으니, 다른 이들이 재현보다 앞서가는 일 따윈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고.
하지만 그런 재현 역시,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수학》과 같은 과목들은 큰 문제 없지만, 다른 것들은 걱정을 좀 해야 해. 특히 마법계만 따로 듣는 수업들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몇 년은 더 뒤처졌다고 보는 게 옳다.’
최근 그의 걱정거리였다.
근래 몬스터를 사냥하고 레벨업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마법 관련 과목을 미리 공부하고 익혀둬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마법 이론은 근본적으로 무투계 수업보다 몇 배나 더 어렵다.
쉽게 말하면. 법조인이나 의사들이 공부하는 양에 버금갈 정도로, 다양한 지식을 머릿속에 때려박지 않으면 훌륭한 마법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덕분에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상위 랭커로 첫손에 꼽히는 마법사들은 모두 평균 아이큐가 높다고 한다.
‘있는 놈들이 다 해 먹는 판이지. 뭐, 나한텐 딱히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재현은 팔짱을 끼며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은 어떻게든 되겠지. 실기 성적은 워낙에 압도적이니까.’
고개를 끄덕인 뒤 앞을 봤다.
단상에는 새로운 신입 교관의 목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정이수라고 합니다. 《마법 연산의 이해Ⅰ》를 가르치고 있으며, 여러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잘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정이수는 아직 이십 대 초반의 젊은 교관이었다.
다만 실력만큼은 출중해, 나이에 비해 매우 뛰어난 편이라고 한다. 밀레스의 교관직을 맡게 된 것도 자신의 스펙을 쌓고, 이후 대형 길드로 옮기기 위함.
아무래도 지금은 마법사가 천대받는 시기다 보니, 실력이 있어도 대형 길드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이수 교관은 단상에 띄워진 홀로그램에 적힌 식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제 수업은 마법의 근본적인 이해. 그리고 연산식을 주로 다룰 겁니다. 생도 여러분은 마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마법은 연산식을 바탕으로 하는 마력을 흘려 넣어 발현되는 초자연적인 현상입니다.”
앞에 있던 생도 하나가 손을 번쩍 들더니 가볍게 대답했다.
정이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법이란 곧 연산식으로부터 하나의 현상을 이끌어내는 학문.”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지. 마법은 곧 연산식. 김유정도 그런 말을 했었고.’
일전에 이론 수업을 받을 때 김유정도 같은 말을 했었다.
마법은 하나의 현상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현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연산식.
하지만 재현은 그것에 대해 깊이 고민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꼭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재현은 《오딘의 잃어버린 눈》 덕분에 연산식 없이 마법을 쓸 수 있다.
때문에 연산식에 대해 고찰하지 않고서도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게 가능했다.
이는 마법사로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큰 이점이자, 무기.
강해지는 데 급급한 지금으로서는 따로 식에 대해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본격적인 수업을 들어보니 흥미가 생기기는 했다.
대체 연산식이란 무엇이기에 이처럼 신기한 현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걸까?
“지금부터 한 권의 책을 여러분께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기초 마법. 즉 D급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연산식을 다룬 것으로, 이후 응용이 가능한 마법들을 적어둔 것입니다. 이것들을 모두 익히는 것. 이게 이번 학기의 과제입니다.”
‘쉽게 말해, 책 한 권을 달달 외우라는 뜻이구만.’
벌써부터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몰려왔다.
물론 재현은 머리가 좋아 다른 사람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지금은 탁상공론에 빠져 있는 것보다 레벨을 1이라도 더 올리는 게 효율적인 상황.
저 책을 완벽히 암기하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한숨을 쉰 뒤, 앞에서부터 넘겨받은 책을 받아 살펴보았다.
책을 받은 생도들은 하나같이 불평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들의 입에서 불시에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뭐, 뭐야? 밖에 아무것도 안 적혀 있잖아?”
“이것 봐! 안도 마찬가지야!”
“……이런 걸 외우라고?”
“그냥 인쇄가 잘못된 거 아니야?”
책을 본 재현의 눈이 움찔 떨렸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미소 지을 뿐이었다.
붉은 겉면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책. 하지만 재현은 그 안이 선명히 보였다.
금빛으로 적혀 있는, 일반인들이라면 알아차릴 수 없는 이형(異形)의 글자들.
“룬어.”
“……정답입니다. 민재현 생도.”
재현의 말에, 정이수 교관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가 생도들에게 건넨 책은 일반적인 서적이 아니다.
마력이 담겨 있어 안을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연산식을 해독해야 하는.
아주 특별한 마법이 걸린 마도서.
그런데. 그걸 받자마자 해독했다고?
‘구자인 이사장님과 김지연 교관에게 듣긴 했지만 이건…….’
민재현에 대한 소문은 이미 충분히 들었다.
신입생 사냥에서의 활약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고.
하지만 이건 논외의 경지다.
연산식은 마법의 꽃이라 불리는 것.
현상을 이끌어내고, 구체화 하여. 하나의 체계를 구성하는 뼈대다.
그런 본질적인 학문이기에, 마법계 이론에서 가장 어렵다고 악명이 자자하기도 하고.
정이수 교관이 재현을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며 이었다.
“민재현 생도. 듣던 대로 훌륭한 실력입니다. 일반적인 생도들은 나흘은 걸려야 표지를 겨우 읽을 수 있을 터인데. 정말 놀랍군요.”
“칭찬 감사합니다.”
재현은 덤덤히 대답했다.
허나.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룬어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어째서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이 글자가 자신에게는 선명히 보이는 걸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간단했다.
《오딘의 잃어버린 눈》.
착용 즉시 룬어를 해석할 수 있게 되는. 이 신화급 아이템이 영향을 끼친 것이다.
덕분에 재현은 따로 룬어를 공부하지 않고도 글자를 읽어낼 수 있다.
마치 자신이 원래 사용하던 글자인 양 편안하게.
“그렇다면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민재현 생도.”
정이수 교관은 내려앉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어왔다.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룬어.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재현은 피식 웃었다.
이것 또한 노르니르 시스템의 장난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이 마법이라는 것이, 그 녀석을 빼 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학문이라는 뜻일까.
재현은 알고 있다.
마법이라는 것.
그리고 연산식이라는 것은, 드높은 그 존재가 만들어낸 개념. 혹은 발견해낸 것이다.
“《오딘의 일생과 룬어의 기초》.”
재현이 다시금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조금 전과 달리, 비릿함을 머금고 있는 웃음이었다.
재현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다시금 되물었다.
“제 말이 틀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