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84
83화 마법 연산의 이해(5)
―연산식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패시브 스킬 《연산식의 이해》를 습득하셨습니다.
―《매직 애로우》의 효율이 급상승하여 스킬이 레벨업 합니다.
―《매직 애로우 Lv 2》를 습득하셨습니다.
재현은 연달아 떠오르는 안내 메시지를 보며 싱긋 웃었다.
‘이제 알았다. 4성 마도서에 적혀 있던 《증폭》의 의미를.’
증폭.
그것은 말 그대로 자신이 가진 스킬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
즉 스킬의 레벨업을 의미한다.
‘이래서 선생님이 스킬을 반복해서 사용해 보라고 하신 거였어.’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의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액티브 스킬]이름: 매직 애로우 Lv 2
등급: E
마력을 응축한 화살을 쏘아내 지정대상을 공격한다.
가장 기본적인 공격 마법이다.
재현이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채 팔짱을 꼈다.
1에서 2.
단지 숫자가 1 변화했을 뿐이지만,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일반적인 액티브 스킬의 효율 상승 폭은 레벨이 1 오를 때마다 무려 1.5배가량.
재현은 자신이 어떻게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금세 깨달았다.
‘아무래도 최근에 연산식을 공부한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네.’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재현은 회귀 후. 지금까지 블랭크 카드에 기댄 나머지 따로 연산식을 공부하지 않았다.
물론 김유정과의 수업과 근래 듣고 있는 마법 강의로 인해 최소한의 것은 하고 있지만, 한 번도 근본적인 마법의 본질에 대해 파고든 적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재현은 지난 며칠 동안 《매직 애로우》에만 매달려 식을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AR 시스템장에서는 무려 스킬 하나로 41단계의 돌파에 성공했고.
근래 재현은 마법의 이해를 위해 한계까지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결실을 작게나마 얻었다.
‘증폭이라는 건 즉, 해당 마법의 연산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 또 그 스킬의 숙련도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매개로 발동하는 것 같네.’
액티브 스킬의 레벨업.
그것은 상위 2퍼센트의 레이더. 즉 A급 이상에게만 허용된다.
스킬을 약진(躍進)하여 한 단계 위로 도약하는 행위.
일반적으로 이를 무투계는 ‘경지’, 마법계는 ‘증폭’이라 부르며 하나의 벽으로 치부한다.
재현은 지금 막 그 벽을 깨부순 참이었다.
‘이렇게 빨리 성공할 줄은 몰랐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며칠 전.
재현은 도움을 얻기 위해 유성은을 찾아갔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말했다.
‘증폭’의 벽은 스스로 넘어야만 하며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고.
하지만 재현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처음엔 서로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했는데…… 이제는 진짜 사제관계가 된 느낌이네.’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조금 전 자신이 이뤄낸 성과를 시험하기 위해 훈련용 더미 앞에 섰다.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린 뒤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액티브 스킬 《매직 애로우 Lv 2》를 발동합니다.
푸른 마나의 입자가 손끝에 모이더니, 빠른 속도로 화살의 형태를 갖춘다.
동시에 마력의 구체가 회전하며 들려오는 섬짓한 소음.
“이게…… 스킬의 레벨업!”
화살은 조금 전 재현이 쏘아내던 것과 명백히 다른 모양새였다.
언뜻 보기에도 일반적인 《매직 애로우》의 위력을 훨씬 웃도는 마력.
이는 적어도 C급 이상의 마법에서나 볼 수 있는 파괴력이었다.
재현은 공중에 떠오른 푸른 화살을 보며 가볍게 턱을 쓸었다.
‘마나를 소모하는 양은 전과 같다. 그렇다는 건 스킬의 레벨업을 잘만 다루면, 앞으로 더 적은 마나로 다수의 적을 상대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지.’
본래 E급 스킬을 사용할 마나로 C급의 위력을 낼 수 있다니.
재현은 순수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명백히 한 차원 다른 영역이었다.
“점점 재밌어지는데?”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오직 한 걸음 나아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성취감.
재현은 고양감을 느끼며 계속 훈련에 매진했다.
집중을 유지한 채, 앞의 움직이는 더미를 과녁 삼아 마법을 쏘아낸다.
콰앙! 콰앙!
그로부터 약 네 시간.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 마법을 연습한 뒤, 돌아와 침대에 몸을 누였다.
몸이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질러댔으나, 재현의 입가에는 오직 미소만이 걸려 있었다.
* * *
밀레스 아카데미 마법 이론 – B 강의실.
“……어디서부터 놀라야 할지…… 이제는 감도 안 잡히는군요.”
다음 날, 《마법 연산의 이해》 강의가 있는 금요일.
재현은 정이수 교관을 찾아와 자신이 이룬 성취를 고백했다.
증폭의 성공. 스킬의 레벨업.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이야기들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속도의 성장이 가능한 거지?’
정이수 교관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미간을 좁혔다.
자신이 《마법 연산의 이해》를 강의한 지 고작 한 달 만이다.
재현은 그 한 달 만에 지금 4성 마도서를 익혔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고작해야 1성 마도서의 겉표지조차 읽지 못하고 있는데. 이미 그는 웬만한 프로 레이더들을 뛰어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증폭은 4성 마도서에나 등장하는 개념이야. 고작 열일곱 살짜리가 다루는 건 일반적인 성장 속도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 ……뭔가 이상해.’
자신 역시 재현의 나이에 천재라고 손꼽히던 재능이었다.
허나, 그런 정이수 역시 열일곱에는 2성 마도서를 펼치는 데 그쳤다.
그런데 뭐? 4성 마도서?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자인 이사장님께 당장 보고해야겠어. 뭔가 다른 수를 쓴 게 틀림없다.’
구자인은 자신을 비롯한 몇몇 마법계 교관에게 재현을 주시하라고 말했다.
면밀히 관찰하고, 특이한 점이 있을 때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
당시만 하더라도 정이수는 왜 구자인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민재현은 이레귤러다.
규격 외의 성장 속도를 보이며, 생도 수준을 아득히 벗어났다.
이미 교관 중에서도 재현과 맞서 싸울만한 이들은 손에 꼽는다.
‘……아마 이사장님은 이 아이를 다음 장기 말로 키울 생각이시겠지.’
구자인이라면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민재현은 분명 매력적인 패.
그를 잘 다룰 수 있다면 밀레스에 큰 자산이 되어 줄 테니.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민재현은 위험하다. 다룰 수 있는 칼이 아니야.’
너무 예리한 칼은 적을 베기 전에 주인을 먼저 베는 법이다.
정이수는 재현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미 완성에 가까운 힘을 갖춘 생도. 그럼에도 그는 신입생 사냥 이전, 매스컴에 노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사실이 알려 주는 바는 명확했다.
재현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숨기고 있다.
정이수 교관은 긴장한 얼굴로 재현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민재현 생도. 대체 어떻게 생도인 당신이 그런 힘을 가진 겁니까?”
“글쎄요.”
싸늘한 목소리에 정이수 교관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재현은 태연한 얼굴로 덧붙였다.
“구자인. 그 새끼에게 비밀로 해 준다면 가르쳐 줄 수도 있는데.”
그 말에 정이수 교관의 안면 근육이 움찔하며 경련했다. 그녀가 입술을 물었다.
역시 이상하다.
이 아이, 뭔가 있는 게 틀림없어.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재현을 노려본 정이수가 이를 악물었다.
“……이사장님을 예의 없게 부르는 행동은 자중…….”
“《세뇌》.”
재현이 말을 내뱉은 직후.
정이수 교관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동시에 재현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온 마력이 정이수 교관의 정신에 개입했다.
―액티브 스킬 《세뇌》가 지정 대상의 정신을 오염시킵니다.
재현은 미소 지었다.
구자인에게서 얻은 《세뇌》는 상대의 정신을 잠식해 꼭두각시로 만드는 스킬.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유일한 흠이나, 지금 재현에게는 그 사실이 어떤 결과의 변화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확실하다. 지금의 나는 정이수 교관보다 훨씬 더 강해졌어.’
지난 한 달 동안. 재현은 몇 번이나 벽을 넘어왔다.
히든 피스를 찾기 위해 테마 던전을 공략하면서.
또 마법 연산의 이해를 위해 마도서를 탐독하면서.
그는 쉼 없이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 강해졌다.
A급의 레이더.
불완전하지만 재현은 그 믿을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
아직 신출내기 교관인 정이수로서는 재현의 방대한 마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적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내부부터 철저히 무너뜨린다.’
재현이 정이수 교관에게 세뇌를 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부 정보를 빼내고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밀레스 아카데미에는 무수한 비극이 예정되어 있다.
허나, 회귀자인 재현이라 해도 모든 것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구자인의 비리 행태를 감시하고, 언젠가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도 스파이의 존재는 필요했다.
‘물론 구자인이 정이수 교관을 보는 즉시 《세뇌》에 당했다는 걸 알겠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한 번쯤은 놈이 먼저 움직이도록 도발해 둘 필요가 있다.’
만약 구자인이 이 도발에 걸려든다면, 그건 되레 잘된 일이었다.
재현은 구자인의 모든 신경을 자신에게 돌릴 생각이었다.
그런 뒤, 사각으로 접근해 서서히 무너뜨린다.
그게 재현의 계획이었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생도들의 목숨 역시 구할 수 있을 터.
재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정이수 교관의 얼굴을 봤다.
세뇌가 성공한 덕에, 정이수는 조금 멍한 얼굴을 하고 있다.
재현이 씩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정이수 교관님. 앞으로 며칠간 당신은 제 동료입니다.”
“동……료…….”
“네. 쉽게 말해, 시다바리라고 하죠.”
재현의 말에 정이수 교관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 * *
정이수 교관은 재현이 A급 레이더의 문에 진작 발을 걸치고 있다고 했다.
조금 전 구자인과 밀레스의 기밀 정보를 빼돌리라고 지시한 덕분에 더 자세히 캐묻지 못했으나, 적어도 재현의 현 성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연산식과 룬어의 이해.
이는 재현을 한층 더 고양시켜 마법사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해 주었다.
한편.
“나, 나도 성공했어! 꺄악! 야! 이제 나 무시하지 마. 나도 읽을 수 있다고!”
재현의 옆에는 도서관인 것을 또 망각한 맹랑한 여자애가 있다.
김유정은 환호하며 서이나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마구 흔들어 대고 있었다.
‘이나 고생 좀 하겠네.’
재현은 피식 웃다가, 자신에게 꽂히는 이글거리는 시선을 느꼈다.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지난번에 재현을 노려보던 사서가, 또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떠든 게 아니라니까…….’
재현은 억울하다는 몸짓을 취했으나, 별다른 효력은 없었다.
사서는 오직 재현만을 뚫어지라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모든 시끄러움이 그의 잘못인 양.
재현은 한숨을 내쉬며 턱을 괬다.
‘그나저나…… 이제 다음 이벤트도 얼마 안 남았어.’
마도서의 책장을 넘기던 재현의 손이 잠시 멎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다음 이벤트.
길드 체험.
무고한 생도들이 여럿 죽어 나가게 되는 또 다른 예정된 비극이다.
허나, 걱정은 없었다.
재현은 이미 구자인이 예상하는 성장 속도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제아무리 구자인이라 할지언정, 재현의 현 성취를 모두 알 수는 없다.
‘거기다 지금 나는 S급 장비 아이템까지 손에 넣은 상황이다. 어떤 이벤트가 와도 이겨낼 수 있어.’
재현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눈앞의 마도서에 집중했다.
‘물론 방심하는 일은 없다. 언제나 그랬듯 비겁할 정도로 최선의 수를 찾고, 질리도록 익힌 뒤에 전투에 임한다. 그게 레이더의 방식이니까.’
그리고 그건 재현의 방식이기도 했다.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지를 되새겼다.
뒤통수에 꽂히는 사서의 따가운 시선 따위,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 * *
사각사각.
조용한 도서관 내부에 글씨를 적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아주 작은 소음.
‘이 정도면 보고 자료로 충분하겠지.’
도서관의 사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금 전, 재현을 관찰하던 바로 그 사서였다.
‘이사장님이 어째서 한낱 마법계 생도에게 관심을 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까지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지.’
밀레스 중앙 도서관의 사서는 매우 특별한 일을 한다.
그것은 바로 생도들의 관찰 일기를 적고 암암리에 보고하는 것.
이번 임무는 민재현의 특수 관찰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무려 중요도 최상의 임무.
잠시 후. 재현과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서가 종이를 감췄다.
관찰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생도 민재현 관찰 일기]지금까지 빌린 서적 – 39권. / 마법과 연산식에 관한 책을 주로 빌림.
주로 서이나, 김유정과 함께 도서관을 방문함.
…특이사항 – 최근 ‘4성 이상의 마도서’를 빌린 기록이 존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