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85
84화 뜻밖의 불청객(1)
밀레스 아카데미 이사장 집무실.
향긋한 커피를 담은 흰 머그잔이 한 남자의 얼굴을 비춘다.
구자인.
밀레스의 이사장이 다리를 꼬고 앉은 채 고민에 잠겨 있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정말 기대가 되는군.”
구자인은 중얼거리며 아래의 서류를 잠시 바라보았다.
[생도 민재현 관찰 일기]조금 전. 도서관에 심어 둔 사서로부터 넘겨받은 파일이었다.
구자인은 턱을 쓸며 생각했다.
‘이 말대로라면, 민재현의 현 레이더 등급은 최소 B라는 뜻.
……도저히 믿을 수 없군.’
4성 마도서를 익히기 시작했다는 것.
이는 현재 재현의 성취가 최소 B급에 준하며, 곧 A급에 도달하게 됨을 의미했다.
“다른 생도의 관찰 일기였다면 믿지 않았겠지만…….”
모의 던전. 재현은 거기서 돌연변이 코볼트 로드를 처치했다.
‘그분’의 힘을 빌어 만든.
무려 B급에 준하는 마수를 쓰러뜨린 것이다.
‘비록 서이나와 협력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마수를 쓰러뜨린 건 민재현이겠지.’
물론 서이나 역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생도다.
허나, B급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 그녀가 과연 큰 도움이 됐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서이나는 생도 수준에서 뛰어난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재현은 달랐다.
그는 이미 다른 생도들과는 같은 선상에서 묶을 수 없는 궤도에 있었다.
한쪽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구자인은 확신하고 있었다.
민재현은 힘을 감추고 있다.
물론 당시에는 그저 운이 따라 줬기에 그런 기연이 벌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민재현이 제힘을 감추고 있었다면, 그래서 코볼트 로드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 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 녀석의 성취가 B…… 아니 그 이상이어도 이상할 게 전혀 없어.’
“역시 재미있군.”
구자인은 재현이 밀레스 아카데미의 전속 계약을 거절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재현은 자신의 고유 스킬인 《세뇌》까지 저항해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한낱 생도가 고유 스킬을 저항했다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들어 본 적 없으니.
허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구자인은 민재현을 원하고 있으며, 그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뭐든 할 거라는 것.
“어떻게든 망가뜨린 뒤 손에 쥐어 주지.”
탐욕스러운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구자인은 자신 있었다.
이미 자신의 수족과 같은 정이수 교관에게 재현을 끌어들이라고 지시해 두었다.
재현은 자신의 개가 될 것이다.
그것도 가까운 시일 내에.
구자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어쩐 일인지 평소보다 조금 쓰게 느껴졌다.
* * *
수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던 길.
재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뒤편에서 느껴지는 미미한 마력과 감지된 적의(敵意).
잠시 퍼뜨린 마력의 실에 여러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내 뒤를 밟고 있어.’
자신보다 강한 이들은 아니었다.
뒤편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고작해야 B급에 준하는 정도. 막 A급의 벽을 넘은 재현에게 그리 위협이 될 상대는 아니었다.
그 수가 얼마나 되든, B급과 A급 레이더의 격차는 하늘과 땅.
재현이 홀로 싸우더라도 지는 일은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재현은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두 집단.
현재 재현의 뒤를 밟고 있는 것은 무려 두 개의 다른 집단이었다.
하나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하나의 의도는 확실했다.
‘내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아무래도 장소를 옮겨야겠어.’
번거로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소란을 피울 수는 없다.
‘밀레스의 방침에 따르면, 아카데미 생도들이 바깥에서 전투를 벌이면 최소 정학에서 최대 퇴학 처분까지 받게 된다.’
물론 성적이 뛰어난 생도들은 어떻게 해서든 죄를 덮어 주겠지만…….
‘굳이 약점을 만들 필요는 없지.’
재현은 마음을 굳힌 뒤 어두운 산길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부지를 벗어나 생도 주거 구역을 넘어 걸었다.
외진 곳을 향해 걸은 지 약 30분.
아카데미의 뒤편 우거진 숲에 도착했다.
재현은 걸음을 멈춘 뒤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려 줘야겠는데.’
자신을 건드리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
재현은 뒤를 밟는 이들에게 이를 확실히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지이이이…!
재현이 순간, 폭발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A급에 준하는 모든 힘을 개방한 것은 아니지만, 뒤편의 두 집단에게는 적잖은 충격을 줄 만한 수준이었다.
뒤돌아선 뒤 《마력 감지》를 이용해 기감을 읽어내기 시작한다.
《미스틸테인》을 얻으며 함께 습득했던 스킬이 적의 동향을 알려 주고 있었다.
적은 모두 셋.
재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쪽에서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
명백한 도발.
동시에 뒤편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마력의 검이 재현의 목을 노려왔다.
최소 B급 이상 무투계 레이더의 찌르기.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던 집단으로부터 쏘아진 공격이었다.
재현은 몸을 젖히며 공격을 피해낸 뒤 적의 목 위로 시선을 옮겼다.
미간이 움찔하며 경련한다.
하키 가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그들은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 * *
쌔액!
날카로운 검신이 재현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최소 B급 이상의 레이더만이 쏘아낼 수 있는 묵직하고 빠른 공격.
뒤편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던 강연주는 당혹감을 느꼈다.
‘뭐지? 저 사람들은 대체 누구길래 민재현을 공격하는 거야?’
강연주는 큐레이터 길드의 수장. 백지연의 지시로 이곳을 방문했다.
재현을 큐레이터 길드로 포섭하라는 임무를 하달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생도 신분인 재현과 사전 접촉하는 것은 불법이기에, 몰래 동향을 살피고 틈이 생기면 접근할 요량이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강연주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전혀 따라갈 수 없었다.
처음 다른 세력 하나가 재현의 뒤를 쫓고 있을 때도 이상하긴 했는데.
설마 다짜고짜 공격할 줄이야.
‘민재현…… 아무래도 다른 세력에게 미움을 산 것 같네.’
적어도 B급을 넘어서는 실력자.
하필 그런 이들에게 찍히다니.
쯧 하고 혀를 차는 동시에, 강연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잠깐만! 이거 좋은 기회 아냐? 만약 여기서 내가 민재현을 구해 주면?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의 말을 거절하긴 힘들 테고…….
그럼 자연히 큐레이터 길드로 민재현을 영입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재현과 상대하고 있는 적은 강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데리고 온 이들 역시 큐레이터의 엘리트 레이더들. 모두 B급은 가볍게 넘는 이들이다.
‘좋아. 민재현을 구하는 거야!’
강연주는 결정을 내린 직후. 곧바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려 했다.
허나, 바로 그 순간.
강연주의 눈이 순간 가늘어지더니, 재현의 신형이 사라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다음 순간.
콰앙!
재현을 공격했던 무투계 레이더가 나무에 꽂혔다.
강연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서서히 경악으로 물들어가는 입술.
‘B급 무투계의 공격을 회피한 것도 모자라…… 반격했다고?’
손에 땀이 찼다.
순간, 강연주는 직감했다.
조금 전 세웠던 계획을 모조리 파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 * *
재현은 양팔을 노리고 들어온 두 개의 검날을 몸을 회전시켜 피해냈다.
사위가 어두웠지만, 마력 감지 덕에 상대의 움직임은 훤히 보였다.
덕분에.
콰앙!
반격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S급 아이템인 《티알피의 천둥 걸음》을 손에 쥐고 있다.
이는 민첩 스탯을 극도로 보정해 주는 아이템. 실제 재현의 경지가 A급 초입이라 해도, 아이템의 도움을 받은 그는 더욱 강했다.
어둑한 산기슭에서 이어지는 전투.
다행히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큰 문제는 없었다.
이 근방은 밀레스 외부로, 마수 출몰 위험 지역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싸움에 휘말릴 일은 없다.’
재현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뒤 적의 동향을 살폈다.
‘검을 쓰는 사람이 셋. 하나는 장도, 두 사람은 단도군.’
조금 전, 자신과 밀착하며 검을 휘둘러 온 이들은 단도를 쓰는 암살자다.
도신의 길이가 짧고 좀 더 날카로웠으며,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무투계의 공격엔 익숙했다.
피하는 것쯤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왜 나를 쫓았지?”
재현이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재현 역시 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후웅!
이번엔 장검을 든 이의 공격이 매끄럽게 날아들었다.
손속에 자비가 없는 움직임. 허나 재현은 개의치 않았다.
적의 공격은 명백히 느렸다.
두 눈으로 보고 피해낼 수 있을 만큼.
거기다.
‘AR 전투 시스템으로 했던 수련이 효과가 있다.’
재현은 증폭을 성공시키기 위해 AR 시스템장에서 도장 깨기를 반복했다.
《매직 애로우》만을 사용해 41단계를 격파했고. 심지어는 글레이프니르의 모조품을 이용해 제 스탯을 깎은 뒤, 끊임없이 전투를 거듭했다.
당연히 지금은 글레이프니르의 모조품을 해제한 상황.
마치 모래주머니를 들고 뛰다가 벗은 것처럼, 재현의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다시 한번 묻겠다. 누구에게 사주를 받았지?”
재현은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허나, 적은 공격으로 대답을 회피할 뿐이었다.
쌔액! 쌔액!
―쿠웅!
덤벼온 세 사람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지면에 맞닿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재현은 이번 역시 가볍게 공격을 회피했다.
‘아무래도 입이 무거운 놈들인 것 같은데.’
츳, 재현이 혀를 찼다.
그로서는 이제 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물론 자신을 공격한 존재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건 한 놈을 죽어라 갈구면 해결될 일이지.’
재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새롭게 익힌 마법을 써볼 기회가 필요했는데. 잘됐네.’
츠츳……!
마력이 격돌하며 재현의 손에서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잘 생각해 봐.”
재현이 대치하고 있는 적을 향해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지.”
―액티브 스킬 《매직 애로우 Lv 2》를 발동합니다.
피잉! 피잉! 피잉!
연달아 쏘아진 세 발의 《매직 애로우》가 적의 급소를 향해 쇄도했다.
“뭐, 뭐지?”
“이런 말은 못 들었는데……!”
“위험하다! 모두 산개해!”
그제야 적들의 입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혹스러운, 또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한 듯한 외침이었다.
재현은 여전히 입꼬리를 올리며 영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차피 여기 있는 이들을 살려 보낼 생각 따위. 처음부터 없었다.’
자신을 죽이려 들었던 이들.
재현은 그런 사람들까지 살려 둘 만큼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그러게. 감당할 수 있는 일만 벌였어야지.”
“시발! 이건 말도 안 돼……!”
콰앙―!
격발된 세 발의 매직 애로우가 적의 목에, 심장에 직격한다.
동시에 터져 나온 폭발음.
그러나.
재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재빨리 온몸에 마력을 둘렀다.
위험하다.
순간, 재현의 머릿속을 스쳐 간 아찔한 감각이었다.
재현은 최대한의 마력을 개방해 방어 역장을 폈다.
흙먼지가 걷히고, 그 안으로부터 우뚝 솟아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공격을 정확히 막아낸 남자.
재현은 그 익숙한 얼굴에 손을 파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차분했던 재현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미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온 신경이 곤두서며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앞에 있는 남자는 그만큼 그를 동요시킬 만한 인물이었다.
재현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 민성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