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icked a Mobile From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55
263화.
우우우웅. 철컹. 쿠웅.
시끄러운 소리와 진동이 로봇 속, 좁은 통로를 울렸다.
작업 통로는 이상한 파이프와 전선들이 얼기설기 섞여 있어서 지나가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들어오긴 했는데, 통신이 끊어져 버렸군.”
두꺼운 철판들이 전파를 막고 있는 모양이었다.
셰인은 작업 통로에 누운 채로 바닥에 손을 얹었다.
거대 로봇을 움직이는 핵, 마나석을 찾기 위해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수색은 실패로 끝났다
이 로봇은 살과 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었다. 쇳덩이로 이루어진 로봇 내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 하나하나 부셔야 한다는 소리인데….”
자리에서 일어난 셰인이 마나 폭탄을 꺼내 통로 안쪽으로 던져 넣었다.
퉁. 퉁. 퉁.
붉게 달아오른 폭탄이 이리저리 부딪치며 통로 안쪽 깊숙이 사라졌다.
폭탄은 잠시 뒤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붉은빛이 통로를 가득 메웠다. 화염이 통로를 따라 내달리고, 충격이 셰인이 있는 곳까지 밀려왔다.
화아아악.
튀어나온 전선들이 스파크를 일으키고, 배관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공기가 적기 때문일까? 화염은 바로 사그라들었다.
화염이 사라진 뒤, 작업 통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통로 벽도 뚫리지 않았다. 무척이나 강한 강철 벽이었다.
“이 안에 들어와서도 쉽질 않군.”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였다.
이번에는 기관총을 벽에 겨누었다.
투다다다다!
마나를 머금은 총알이 벽을 강타했지만, 벽은 움푹움푹 패일 뿐 뚫리지 않았다.
대신 경고음이 들려왔다.
[위이이잉!] [내부에서 폭발과 사격 발생. 기체 내부에 외부인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침입자 발생!]묵직한 목소리가 영어로 계속 경고했다.
셰인은 경고를 무시하고 다시 공격하려 했지만, 안테나로 수신된 통신 때문에 공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모두 달아나!
-피해! 로봇이 미사일을 쏜다!
-말도 안 돼! 저거 사람이 만든 거 아냐?
-미사일과 포격이라니, 저걸 어떻게 막아!
-후퇴해야 해요! 로봇까지 막을 수 없어요!
조금 전 폭발 때문인지, 막혀 있던 전파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다.
로봇 괴수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부실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셰인 자신도 남은 시간이 없었다.
그는 시야 한쪽에 떠 있는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붉은 경고 메시지가 언제나처럼 떠 있었다.
오랫동안 같이 해서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메세지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떠 있었다.
얼마 전까지 떠 있던 메시지. 와 전혀 다른 메시지가 떠 있었다.
남은 시간 이틀.
그의 수명이 결정된 것이다.
*
며칠 전에 뜬 메세지였다.
그는 이번 전투에 피해가 갈까 봐, 이브 말고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메시지 아래에는 여러 관리 규약들이 계속 출력되었지만, 셰인은 그 규약들에 관심이 없었다.
AI가 그밖에 없었다면 과학의 발전을 위해 정보를 백업해 놓겠지만, 이곳에는 더 뛰어난 AI인 이브가 있었다.
더구나 데이터를 백업해봤자, 그가 백업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쉽게도 그와 이브는 마나석에 매여있는 변종 AI였다. 마나 AI들은 복제 되지 않는 오롯한 독립 객체였다.
자신이 마구 복제되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막상 때가 되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번 싸움 뒤에 인사를 나눌 시간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영화에서처럼 끝나고 싶지는 않았었다.
마지막을 알리지도 않고 떠나는 카우보이는 되지 않을 생각이었다.
‘셰인 때문인가?’
하지만, 결국 이름처럼 끝이 나게 된 것 같았다.
이브에게 인사말은 남겨 놓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방탄복을 벗고, 붕대를 풀었다.
기계로 이루어진 몸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셰인이 손으로 왼쪽 가슴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쉬이익. 철컹.
한쪽 가슴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열린 가슴 속에는 환하게 빛나는 마나석이 보였다.
셰인은 장착된 마나석을 억지로 뽑아냈다.
몸에 연결된 전선 뭉치와 함께 마나석이 밖으로 뽑혀 나왔다.
그는 전선 뭉치 중에서 붉은 전선을 뽑아버렸다.
퍽!
“귀찮은 짓을 했어.”
혹시 셰인이 자폭을 할지 몰라, 이브가 새로운 몸을 만들어줄 때 넣은 시스템이었다.
이브는 셰인이 모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셰인도 로봇에 관한 한 이브 못지않은 전문가였다.
셰인은 뽑아낸 마나석을 들어 올렸다. 주렁주렁 달린 전선과 함께 마나석이 카메라 앞으로 올라왔다.
마나석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셰인은 점점 달아오르는 마나석을 지켜보았다.
마나석 위로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나가 과하게 흐르는 바람에 저장된 데이터가 마구 재생되는 것 같았다.
‘인간들이 말하는 주마등 같은 건가?’
그의 삶이 눈앞에 빠르게 펼쳐지고 있었다.
처음 눈을 뜨고, 비디오로 학습하고, 홀로 남아 괴물과 싸우고, 기다리고, 싸우고, 기다리고.
태반의 영상이 연구소에서 홀로 있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뒤쪽에 흐르는 영상들은 그때와 달랐다.
경훈을 만난 뒤에 영상들.
그와 함께 싸우고, 베일리와 이사벨을 만나고, 수많은 모험과 낚시. 그리고 다른 세상의 여행까지.
마지막 몇 년은 정말 멋진 삶이었다.
셰인은 만약 자신이 인간처럼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한껏 미소를 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회상에 잠기는 사이, 마나석이 더욱더 붉게 달아올랐다.
[경고! 경고! 기체 내부에서 마나석 폭주 반응!]사방에서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 거대 로봇은 꽤 구닥다리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센서나 인공지능이 발전해 있었다.
하기에 그 정도도 안 되었으면 이런 로봇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문제는 괴물의 손에 넘어갔다는 거지. 그런데 어떻게 미국이 만든 로봇이 괴물 쪽에 붙은 거지?’
셰인의 머릿속에 의문이 스쳐 갈 때였다.
츄아아아악!
작업 통로 안쪽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물결이 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점액이 끌리는 소리같기도 했다.
그리고, 다가오던 것은 셰인이 총을 겨누기도 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를 덮으며 다가오고 있는 것은 끈적거리는 점액질의 액체였다.
투명하고 찰랑거리는 맑은 액체.
이 거대 로봇의 전자두뇌를 둥지로 삼아 새로운 군주로 탄생시킨 점액질 괴물이었다.
과거, 잠실에서 경훈이 만났던 푸딩 괴물과 같은 종족.
컴퓨터에 기생하는 몬스터였다.
점액질 괴물은 확실한 적의를 가지고 셰인에게 달려들었다.
타타타탕!
셰인은 반대편 손에 든 기관총을 갈겨 액체 괴물의 접근을 막았다.
방어막이 깨지고, 총알에 맞아 점액질이 튀어 올랐다.
핵은 보이지 않았다. 총으로 액체 괴물을 죽이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폭주 때까지 시간을 벌기는 충분했다.
마나석이 붉게 타올랐다.
셰인이 마나석을 돌아본 순간,
푸아아아악!
셰인 주변의 통로 벽 틈에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부서진 배관에서도 한꺼번에 점액질이 밀려 나왔다.
셰인의 몸이 점액질 액체에 휘감겼다. 셰인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더 빨리!’
점액질에 휘감기면서도 셰인이 속으로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의 명령은 마나석이 닿지 않았다.
그가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시스템이 마음대로 가동되었다.
그리고, 점액질이 꿀렁거리더니, 끊어졌던 전선이 액체 속에서 다시 이어졌다.
붉게 달아오르던 마나석이 조금씩 빛을 잃기 시작했다.
셰인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폭주를 멈춘 거지?’
한번 발동되면 멈출 수 없다고 알고 있었던 폭주였다.
액체 속에서 로봇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셰인은 몸을 움직이는 데 전혀 관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무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지들이었다. 검은 촉수였다. 점액질 액체였다.
괴물이 그의 정신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셰인은 어떻게 거대 로봇이 괴물 손에 들어가게 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
전뇌가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셰인은 감각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시각도 보이지 않고, 청각도 들리지 않았다. 전파도 닿지 않고, 기억도 조금씩 사라졌다.
‘안돼!’
셰인은 발버둥을 쳤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었다.
적을 앞에 두고 쓰러질 수는 없었다. 추하게 몸과 정신을 빼앗길 수 없었다.
‘인간을 죽여’
‘격을 올려야 해’
‘인간의 마나를 먹어치워’
‘인간이 미워’
전과 다른 생각이 점점 머리를 장악해 나가고 있었지만, 그는 그 생각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는 로봇이었고,
카우보이였다.
조금 총을 늦게 뽑았지만, 아직 손에 들린 총에는 총알이 남아 있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명령을 자신에게 내렸다.
괴물이 자신의 몸과 머리까지 빼앗는다면 자신의 머리에 총을 한 발 쏴버리면 그만이었다.
이런다고 본체가 다른 곳에 있는 괴물이 죽지는 않겠지만, 그의 몸을 빼앗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피해를 보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 순간,
움찔.
그의 정신을 뒤덮던 괴물의 검은 그림자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
그는 이미지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셰인은 도망가는 괴물을 붙잡았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는 강하게 염원할 뿐이었다.
셰인은 이미지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괴물의 이미지가 비명을 질렀다.
시간이 흘렀다.
*
날뛰던 로봇 괴수가 어느 순간 움직임이 멈추었다.
다른 군주들이 의아해했고, 각성자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싸움의 균형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각성자들의 죽음이 조금 늦어질 뿐이었다.
그것은 이사벨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거의 마지막에 몰려 있었다.
더는 밀려오는 나뭇가지를 잘라낼 수 없었다.
마나도 다 떨어지고, 체력도 고갈되었다.
나무 괴수는 마치 몰이 사냥을 하듯이 그녀를 한쪽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가지로는 다른 각성자들을 잡아 죽였다.
이사벨은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죽어가는 각성자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했고, 죽어가는 그들보다 다른 동료가 더 걱정되는 것이 죄송했다.
그녀는 날아오는 나뭇가지를 피하면서 멈춰있는 로봇을 계속 살펴보았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셰인이 로봇 안에 들어간 것을 알아차렸다.
로봇이 멈추고, 셰인과의 통신도 끊어졌다.
경훈과 셰인, 베일리는 그녀에게 가족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도 안타까웠지만, 가족이 더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치이이익.
멈춰있던 로봇이 다시 움직였다.
덜컹.
연기가 뿜어지고, 거대 로봇 가슴에 있는 작은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그리고,
텅.
사람 크기의 로봇 하나가 안에서 튕겨 나왔다.
이사벨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다른 사람은 처음 보는 로봇이겠지만, 그녀는 떨어지는 로봇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쿵!
로봇이 바닥에 떨어졌다.
“셰인!”
나뭇가지가 다시 그녀에게 떨어져 내렸지만, 그녀는 관심도 없어 보였다.
쾅!
그녀 위로 커다란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땅이 파이고, 먼지가 치솟았다.
하지만, 이사벨은 그 자리에 없었다.
반투명하게 변한 이사벨이 공간을 뚫고, 셰인 옆에 도착한 것이다.
무리하게 마나를 써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지만, 이사벨은 로봇 옆에 앉아 정신없이 로봇을 확인할 뿐이었다.
셰인이 맞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로봇은 셰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는 이상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팔다리는 이상하게 꺾여 있었다.
카메라의 불도 꺼져 있었고, 몸에 흐르던 마나도 느껴지질 않았다.
당연했다.
활짝 열려 있는 가슴이 텅 비어 있었다.
그곳에 있어야 할 마나석은 멀찌감치 굴러다니고 있었다.
“안돼……. 안돼…….”
이사벨이 넋 나간 표정으로 로봇을 안아 들었다.
덜렁거리는 기계가 위로 들려졌다.
로봇은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그녀가 비통에 잠겨 있는 상황에서도 싸움은 계속 되었다.
그녀를 놓친 나무 괴수가 다시 그녀를 향해 나뭇가지를 가득 내지른 것이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게 여러 개의 나뭇가지를 한꺼번에 쏘아 보냈다.
이사벨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날아오는 가지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피할 수 없었다. 마나가 없었다.
그리고, 피하고 싶지 않았다. 소중한 가족이 죽은 것이다.
멀리서 고함이 들린 것 같지만,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쿠구구구.
거대 로봇도 다시 움직였다.
마무리 할 생각일까?
거대 로봇은 그녀와 가동이 중지된 로봇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이사벨은 눈을 감았다.
쿵!
엄청난 소리가 이사벨의 귀를 때렸다.
먼지가 확 몸을 스쳐 지나갔다.
‘소리가 들렸어?’
죽었다면 들릴 리가 없었다.
몸도 아프지 않았다.
이사벨이 눈을 떴다.
눈앞에 땅에 박혀 있는 거대한 쇠 주먹이 보였다.
쇠주먹 아래에는 나뭇가지들이 박살이 난 채로 깔려 있었다.
끼이이익!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나무 괴수가 가지들을 다시 회수하려고 했다.
꽈직.
하지만, 가지들은 거대한 쇠주먹에 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거대 로봇이 가지들을 움켜 쥔 것이었다.
황당한 상황에 나무 괴수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지만, 거대 로봇은 계속 움직였다.
덜컹, 덜컹.
어깨에 있는 덮개가 열리고, 팔을 뒤덮은 철판이 제쳐졌다.
몸에 달린 기관포가 전부 나무 괴수를 가리켰다,
이어 로봇에서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묵직한 남자 목소리가 울렸다.
[전탄발사(全彈發射)!]슈아아아악!
열린 덮개 안에서, 모든 미사일이 튀어 나가고, 제쳐진 철판 밑에서 다연장포가 쏟아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앙!
기관포가 방어막을 두들기고, 문양이 새겨진 무기들이 방어막을 꿰뚫었다.
쿠아아아아악!
괴수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거대 로봇이 이사벨을 바라보았다.
이사벨이 멍하니 로봇을 올려다보았다.
“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