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05)
테마1 상점
나는 감격 어린 표정으로 메시지를 쳐다봤다.
[‘독무’(毒霧)가 사라짐에 따라, 클리어 조건이 달성됩니다!] [시련 ‘테마1’을 종료합니다.] [30분 후, ‘테마2’의 장소로 이동합니다.]독무를 처리하고.
생존에 성공했다는 증표와도 같은 것!
무언가 뿌듯했다.
가슴이 벅차면서도 아직도 심장이 쿵쿵 뛰는 게.
아, 이런 걸.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하는 건가?
‘근데.’
나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30분?
30분 후면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는데, 뭔가 찝찝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뭘까, 이 기분은.
완전히 뒤처리를 끝내지 못한 것 같은 이 언짢은 느낌.
흠, 이 감각을 말로 표현하자면…….
그래.
마치 비가 오는 날 술집에서 시원하게 맥주를 즐기다가.
비가 개어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손아귀에 우산이 없는.
무언갈 놓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아?!”
나는 이내 탄성을 내질렀다.
머리에 차가운 얼음물을 부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기 때문.
“맞다! 상점!”
테마2로 가면 장소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으므로.
상점 이용을 할 수 있을 때 해 놓는 게 낫다.
정보권에 따르면.
테마1의 상점은 독무가 나타난 이후, 주변 곳곳에 등장한다고 했으니.
“아.”
그리고 이내.
나는 굳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지역 곳곳에 심사위원이 등장합니다.]모습을 감추고 우리를 주시하던.
심사위원들이 하나둘 기운을 드러내는 게 내 태청심법에 잡혔기 때문.
그리고 저 심사위원들이 바로 정보권이 말하던 상점이겠지.
스슷!
내 옆에도.
누군가가 휙! 하고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와, 이 미친놈! 또라이 새끼! 말도 안 나오는 새끼!”
초면부터 다짜고짜 욕하는 존재는 바로 이전에 한 번 봤었던 인물.
랭킹 84위의 뇌명(雷鳴) 플로아였다.
“그래, 맞아! 날 발견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역시 넌 그냥 사기캐였어. 하,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와.”
“…….”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독무를 상대하기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것처럼.
그 당시 내가 느꼈던 플로아의 ‘힘’과 지금 내가 느끼는 플로아의 ‘힘’ 또한 차원을 달리했다.
‘강하다.’
그녀는 강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라고.
정말 토 나올 정도로 강했다.
‘독무’와는 결이 다른 그런 느낌?
독무는 그래도 공략할 방법이 있는,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었다면.
플로아는 깔끔했다.
그만큼 빈틈없이 강력했다.
“세상에, 그 끔찍한 독무를 어떻게 혼자 잡아먹을 수가 있는 거지? 너, 진짜 일개 참가자 맞아? 어디 숨은 랭커 아니야? 아니면, 혹시 사람이 아니라 어디 던전에서 튀어나온 괴물?”
“그럴 리가 있냐.”
내가 퉁명스럽게 읊조렸다.
일단, 그녀는 독일 출신의 23살.
나와 동갑이기도 하고.
초면에 이미 말을 놓았기 때문에, 그냥 쭉 유지하기로 했다.
상대가 강하다고 반말에서 존댓말로 바꾼다면.
그건 또 너무 강약약강 같잖아?
“씨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사기잖아!”
물론, 플로아는 그런 것 따위 하등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너! 이 정도 기세라면 내가 장담한다! 이곳에서 나가는 순간 딱 3년 안에 랭킹 한 자릿수까지 올라갈 수 있을걸? 하, 부러워 뒈지겠네.”
플로아가 마치 신기한 동물을 보는 듯, 나를 곳곳이 탐색한다.
나는 그 시선을 잠깐 견디다 말했다.
“뭐냐, 왜 다른 심사위원들이 안 오고 네가 온 거냐?”
“뭐, 꼽냐? 내가 찜해놨다고 말해놨지. 왜, 내가 오면 안 돼? 안 그래도 너 때문에 페널티 먹었는데, 호기심이라도 채워야지.”
“…….”
페널티 먹은 게 왜 나 때문이야?
본인이 들킨 걸 탓해야지.
라는 말은 굳이 뒤로 삼키고 본론을 말했다.
“좋아, 좋아. 다 좋은데, 내 말은 이곳에서 뭐 하냐는 거지. 왔으면 일을 하든가. 아니면, 나타난 목적이라도 말하든가.”
“일?”
“하, 상점 물건 팔아주러 온 거 아녔어?”
“아, 맞다! 그랬지!”
플로아가 깜빡했다는 듯 손뼉을 쳤다.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얘 진짜 왜 이리 캐릭터가 어벙해?
심사위원 맞아?
“큼큼, 그래! 포인트는 많이 모았겠지?”
“아무렴 뭐, 그렇겠지. 독을 그렇게 많이 처먹었는데.”
얼마나 쌓였을까?
나는 잠깐 내려뒀던 상태창을 펼쳐보았다.
[보유하신 시련 포인트입니다.] [시련 포인트 : 2,100,500]“……!”
그러고는 곧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도대체 뭐야.
210만 포인트?
“왜?”
내 표정이 이상해졌음을 눈치챘음일까?
플로아가 궁금하다는 듯 물어봤다.
“왜, 얼마나 쌓였는데 그래?”
“일단, 상점 목록이 뭐였지? 함 펼쳐봐 봐.”
“엉? 잠깐만…….”
스슷!
잠깐 기다리자, 상점 창이 시야에 떠올랐다.
[띠링!] [심사위원 ‘플로아’가 ‘상점’을 개방합니다.] [해당 상점의 화폐 단위는 ‘시련 포인트’입니다.] [모든 상품은 인당 1개씩. 구매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목록 – 10/10] [1. A급 해독제 – 1,000포인트] [2. S급 해독제 – 3,000포인트] [3. 테마1 합격권 – 5,000포인트] [4. 테마1 정보권 – 10,000포인트] – 구매 완료 [5. 테마2 정보권 – 10,000포인트] – 구매 완료 [6. 엘릭서 – 10,000포인트] [7. A급 랜덤 박스 – 10,000포인트] [8. S급 랜덤 박스 – 30,000포인트] [9. 세계수의 뿌리 – 50,000포인트] [10.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 100,000포인트]“뭐야. 이게 끝이야?”
나는 황당했다.
제일 비싼 게 10만 포인트라니.
이러면 210만 포인트를 다 쓸 수가 없잖아?
“이게 끝이라니. 너 무슨 그런 기가 막히는 소릴 하는 거야?”
플로아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부라렸다.
“하 이 새끼! 완전 기만하는 것 보소? 보아하니 한 10만 포인트 쌓고 그러는가 본데. 너! 그거 알아? 델라일라께서 시련을 만든 이후 저 10번,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를 구매한 참가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거. 독 좀 먹어서 많이 모은 건 알겠는데! 사람이 겸손해야지! 앙?”
“……?”
고작 10만?
그 순간, 나는 내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다시 한번 환기할 수 있었다.
독무를 먹어치운 것.
그것 자체가 이미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단 것을.
“후.”
나는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그래. 네 말이 다 맞으니까 일단 그냥. 거기 있는 거 싹 다 줘봐.”
포인트는 남아도는데.
상점의 가격은 너무도 싸다.
거기다가 모든 상품에 인당 1개라는 구매 제한까지 걸려 있다.
그럼 별수 있나?
다 살 수밖에.
솔직히 다 사도 기별조차 안 간다.
“뭐……?”
하지만 플로아의 감정에는 기별이 크게 간 것 같았다.
그녀가 잘 못 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다? 다 달라고? 그게 무슨 B등급 헌터가 랭커에 드는 소리야?”
대충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뜻.
“도대체 포인트가 얼마 쌓였는데?”
그녀의 물음에 내가 솔직히 답했다.
“대충 210만 정도?”
“미친?”
플로아가 경악했다.
“구라치지 마! 그게 무슨 정신 나간 포인트야?”
“난들 아냐. 나도 놀랐다. 여하튼 빨리 줘. 30분 남았으니까.”
“지, 진짜야?”
황당해하던 플로아가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내 구매 요청에 포인트를 직접 확인한 듯했다.
“미, 미친. 진짜잖아? 기존에 샀던 4, 5번을 제외하면 총…… 209,000포인트이긴 한데. 씨발, 이게 말이 돼? 이 정도면 밖에 있는 동기들한테 말해도 안 믿겠는데.”
[209,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남은 시련 포인트는 1,891,500입니다.]동시에.
내 눈앞에 아이템들이 둥둥 떠올랐다.
해독제, 합격권, 랜덤 박스, 그리고 세계수의 뿌리와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까지.
솔직히 테마1 합격권 같은 경우는 굳이 살 필요 없었지만.
그냥 혹시나 해 샀을 때였다.
“……?”
“……!”
나도, 플로아도 벙찐 표정으로 메시지를 바라봤다.
“VIP 상점?”
내가 물었다.
“모, 몰라. 나도 처음 보는 거라고. 씨발. 나도 너 때문에 지금 정신없는 상태야!”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너, 심사위원 맞냐?”
“시끄러워! 델라일라께서 만든 던전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아? 우리도 그냥 옆에서 일정 보상받고 도와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냐! 게다가 아까 말했지! 애초에 저 10만 포인트짜리 아이템을 산 것 자체가 네가 역대 처음이라니까? 네가 미친놈이라 얼타는 걸 왜 나한테 지랄이야!”
“그러냐?”
“그래, 인마! 어쨌든…… 어디 상점 한번 열어보자고.”
[띠링!] [심사위원 ‘플로아’가 ‘VIP 상점’을 개방합니다.] [해당 상점의 화폐 단위는 ‘시련 포인트’입니다.] [모든 상품은 인당 1개씩. 구매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목록 – 1/1] [1. 보상 확률 증폭 주문서 – 1,000,000포인트]“……보상 확률 증폭 주문서?”
그게 뭘까.
도대체 저게 뭔데 가격이 저렇게 비싼 걸까?
“흠, 잠깐만 설명 읽어줄게.”
심사위원 눈에는 무언가 보이는지, 플로아가 허공에 무언가를 훑었다.
“원래 델라일라께서 만든 테마는 말이야. 깨고 나면 다음 장소에서 원하는 기호에 따라 보상을 얻을 수 있거든? 아마 거기서 보상 확률을 올려주는 것 같은데……. 미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게 무슨 말이야?”
“아, 몰라. 복잡해. 그건 어차피 조금 있다가 알게 될 거니까 넘어가고. 내 판단은…… 음, 무조건 지르라고 말하고 싶네. 어차피 남아도는 포인트 쓸 데도 없잖아?”
“그건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다.
가격이 비싼 만큼, 그만큼 효용이 있겠지.
나는 포인트를 탈탈 털어 플로아에게 넘기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좋은 생각이야.”
미소 지은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1,000,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남은 시련 포인트는 891,500입니다.]우우웅!
새하얀 빛과 함께.
손아귀에 황금색 주문서가 잡혔다.
세련된 은색의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와는 또 다른 느낌.
“히야.”
플로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감탄했다.
“하여간, 재밌어. 백만 포인트짜리 아이템 플렉스라니. 진짜 이젠 어이없어서 질투도 안 나는 느낌이야. 오히려 어디까지 성장할까,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싶은걸?”
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받은 아이템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확인했다.
A급 해독제, S급 해독제, 테마1 합격권은 이제 나에게 하등 쓸모가 없는 아이템이고.
엘릭서야 유명하다.
S급 이상 던전에서 간혹 보상으로 나오는 바람에,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하고.
‘이건 나중에, 나가서 김진아한테 맡겨야겠다.’
경매 붙이면, 무조건 최소 100억 이상이다.
세상은 넓고, 생로병사에 관심이 많은 부자들이 넘쳐흐르기에.
[아이템 : A급 랜덤 박스] [등급 : A] [종류 : 박스] [설명 : 무작위로 A급 아이템이 등장하는 상자.] [효과1 : 종류 불문 A급 아이템이 등장한다.] [아이템 : S급 랜덤 박스] [등급 : S] [종류 : 박스] [설명 : 무작위로 S급 아이템이 등장하는 상자.] [효과1 : 종류 불문 S급 아이템이 등장한다.]다음은 랜덤 박스들이었다.
A급은 그렇다 쳐도, S급이 대박이었다.
특히, 무기가 나오면 진짜 대박인데.
S급 무기면 엘릭서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까.
‘이건 뭐, 이따가 바로 까보자.’
나는 또 다음 아이템에 시선을 돌렸다.
[아이템 : 세계수의 뿌리] [등급 : S] [종류 : 뿌리] [설명 : 세계수의 뿌리 조각.] [효과를 알 수 없다.]푸른색에 신묘해 보이는 나무뿌리.
신기하게 효과가 쓰여 있지 않았다.
알 수 없다고 할 뿐.
‘이것도 일단은 챙겨 놓고.’
[아이템 :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등급 : S] [종류 : 주문서] [설명 : 위기의 순간 사용하라.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가 등장할 것이다.] [효과1 : 위기의 순간. 고대 마법이 당신을 돕는다.]“이건 또 뭐야?”
[아이템 : 보상 확률 증폭 주문서] [등급 : S] [종류 : 주문서] [설명 : 100만 ‘시련 포인트’만큼의 보상 획득 개연성을 늘려주는 주문서.] [효과1 : 대상 보상 획득 확률을 100%로 만들어준다.]“이건 또 뭐고.”
나는 계속해서 설명을 읽었다.
읽고 또 읽어도 드는 생각은 하나.
‘모르겠어.’
효과가 어떤 느낌인지 해석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와닿지는 않는?
그런 느낌이었다.
“…….”
그렇게 다른 아이템들을 가방에 챙기고, 주문서를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을 찰나였다.
[30분이 지났습니다.] [‘테마2’의 장소로 이동합니다.]마침내, 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