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2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21화
탐욕룡 아란발론 (2)
도전정신.
그걸 말하기 전에.
약 5분 전.
엘드린과 나누었던 대화부터 말해보자.
“주인님, 부르셨나요?”
환호하는 팀원들 사이로, 엘드린이 삐걱거리며 다가왔다.
그녀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란발론에 대한 추측이 정확히 맞았다는 것에서 오는 감정이겠지.
“역시 제 말이 맞았죠? 원래 용이란 종족이 그렇답니다. 너무도 강해서. 그만큼 탐욕스러운 존재예요. 사실 엄청나게 커다란 세계에 커다란 성을 지어놓고 각종 보물을 모아놓을 때부터 예상했었죠.”
“거대마룡이랑 성격이 비슷하니까?”
“맞아요.”
엘드린이 오른팔을 느릿하게 휘저으며 손을 펼쳤다.
그 위로 검은 기운들이 천천히 날아와 뭉쳤다.
“여기, 제 손에 봉인되어 있는 거대마룡도 똑같은 놈이었죠. 수백 년 동안 숲과 바위 일족을 굴려 보물 상납을 강요했던 놈…….”
엘드린이 아련한 눈빛으로 검은 구슬을 내려다봤다.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가진다.
함을 열면 맑은소리가 나오는 추억의 오르골, 아니면 애착이 담긴 귀금속. 또는 소중한 사람이 써준 편지.
엘드린에겐 저 구슬이 그런 의미를 지니는 것만 같았다.
하긴.
저것 때문에 500년 이상을 고생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래서 말인데.”
나는 씩 웃었다.
“……?”
그 웃음이 굉장히 불안했는지, 엘드린은 저도 모르게 구슬을 등 뒤로 슬쩍 숨겼다.
“왜 그러세요, 주인님……?”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테마2가 이렇게 싱겁게 끝나자마자, 어떠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끝내도 되는 거야?’
테마1 때도.
나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시련을 해결했다.
그 결과 남들보다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
‘그렇다는 건.’
테마2에도.
그러한 방식이 통용될 수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남들과 똑같으면 안 된다.
그럼 그저 그런 보상뿐이 받지 못한다.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다.
정확히는 시스템이 보상을 인정할 만한 개연성을 만들어줘야 했다.
‘만약 의리를 지키는 것에 더해서, 용까지 잡아버린다면?’
그야말로 독무를 집어삼켰을 때만큼의 센세이션 아니겠는가?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
문제는.
그 용을 어떻게 잡느냐고?
“에이, 설마…….”
엘드린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요?”
“혹시, 그 거대마룡 말이야. 그 꺼림칙한 금제의 구슬.”
아마.
“그 녀석, 여기다가 풀 수 있는 거야?”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을 거야, 엘드린.
* * *
– 크크크, 그래. 완벽하게 졌군.
– 하지만, 날 완전히 봉인할 수 없을 터. 기다리거라. 언젠가 다시 나타나서 너희를 파멸로 이끌 것이니!
용을 봉인했던 그 날에.
녀석은 분명 포효했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다시 돌아와 우리를 파멸로 이끌겠다고 경고했었다.
‘그 언젠가의 의미란…….’
숲과 바위 일족의 화합이 깨지는 그날을 말하는 거겠지.
그게 봉인의 조건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발상을 다시 했다.
만약, 저 용의 힘이 구슬에 묶여 있는 거라면…….
또한, 그걸 풀어낼 수 있는 거라면…….
여기다 풀어버리면 되는 거잖아?
그럼 앞으로 불안한 일도 없을 테고.
‘거기다가.’
모름지기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는 법.
동굴 하나에 포식자가 두 마리면, 필히 싸울 것이 분명할 터.
어부지리를 노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
엘드린의 표정이 굳었다.
“주인님.”
“왜, 괜찮은 생각 아니야?”
“항상 생각했던 거지만, 주인님은 너무 무모하셔요. 만약 두 포식자가 싸우지 않기라도 한다면요?”
“…….”
“그리고 그 분노가 온전히 우리에게 닿는다면요?”
“맞는 말이지만.”
나는 더욱 진하게 웃었다.
“우린 이미 아란발론의 국보를 찾았어. 정 위험하면, 테마3로 가면 그만 아니야? 오히려 이득이지. 눈엣가시였던 거대마룡까지 놓고 가는 거니까.”
그에 맞추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국보’를 찾음에 따라, 클리어 조건이 달성됩니다!] [시련 ‘테마2’를 종료합니다.] [30분 후, ‘테마3’의 장소로 이동합니다.] [주의! 주의! 주의!] [이제부터 ‘보물’을 건들지 마세요.]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테마1때와 동일했다.
클리어가 끝나고 주어지는 시간은 총 30분.
나는 선택해야 했다.
무난하게 지나갈 것인가.
답 없어 보이던 ‘용’과 한바탕 부딪혀 볼 것인가.
“혹여, 보상이 없는 거라 해도 난 전혀 상관없어. 중요한 건 해본다는 거야. 용을 잡아보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 될 테고, 그게 내가 더욱 강해지는 길이 된다면…… 난 싸워보는 걸 선택하고 싶어.”
“…….”
침묵.
엘드린의 표정이 멍해 보였다.
분명 표정 없는 뼈다귀였지만, 분위기만으로 그게 느껴졌다.
“하아, 주인님은. 정말…… 못 말리겠군요. 강함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
“그 성격 덕에 거대마룡도 봉인했던 거잖아?”
“후, 맞아요. 주인님 덕이었죠. 예.”
엘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구슬. 제가 원하는 순간, 봉인이 풀릴 거예요. 다만, 걱정되는 건…….”
“30분이라는 시간 내에 우리 전부가 위험에 처할까 봐?”
“네……. 정확해요.”
“그럼 이렇게 하자.”
아란발론은 이곳에 없다.
저기 보이는 하얀 문으로 들어가야 모습을 드러낸다.
“엘드린, 네가 구슬을 들고 저기로 뛰어드는 거야.”
“……아하?”
그녀가 놀란 듯 탄식했다.
“한 단계 쿠션을 만드는 거지. 네가 저 안에서 이간질하든 거대마룡을 살살 긁든 해보고. 혹여 이곳으로 넘어와도 두 번째 쿠션이 있어.”
“두 번째 쿠션이요?”
“응, 심사위원들.”
선임 심사위원 뤼카를 비롯한 플로아 등등의 고위 랭커들.
“그들이 이곳에 와 있거든.”
왜냐?
테마1 때처럼, 굳이 30분을 주는 이유는.
합격자들에 한해 상점을 이용하게 하기 위함이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질러볼 만하지 않아? 그리고 용을 봉인하는 게 아니라 진짜 소멸시키는 거. 그건 엘드린, 너도 원하던 바였잖아.”
“그……렇죠?”
엘드린이 작게 떨었다.
그녀는 본능적인 두려움과 동시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숨죽이고 있던 용에 대한 분노가 다시 꿈틀대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동료들을 걱정하는 거라면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다 말하고 허가를 받을 생각이거든.”
“좋아요.”
이내.
엘드린이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우리 한번 해봐요, 주인님.”
* * *
시간을 다시 5분 후로.
“미친! 어이, 팀장?”
눈앞의 블라디미르가 경악했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지? 저 끔찍한 괴물을 잡으러 갈 거라고? 그 용을?”
“…….”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켁, 미친! 석궁 좀 맞더니 머리가 돌아버린 거야? 겨우 목숨을 구해놓고, 왜 생으로 목숨을 버리려 그래? 뇌가 너무 흔들렸어? 어이, 애들아! 팀장 말려라! 팀장이 자살하려 한다!”
사실, 무시하고 그냥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아무리 안전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 해도.
전부가 위험할 수 있는 거니까.
아직 이곳은 테마2이고.
난 이들의 팀장이다.
‘엘드린에게 말은 그렇게 했다지만.’
그건 구슬의 봉인을 풀 수 있는지, 확인차 물어본 거였고.
만약, 단 한 명이라도 용을 트라이 하는 것에 거절한다면, 나는 도전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강함이 좋다지만.
내가 원하는 거라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욕심부릴 수는 없는 법.
“왜, 왜. 무슨 일인데!”
“로디긴, 무슨 일이야?”
“훈이 자살하려 한다고?”
블라디미르의 호들갑에 팀원들이 하나둘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사정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과거 비슷한 용을 봉인시켰던 경험부터.
지금 내가 하려 하는 모든 일을.
“저는 용을 잡아보고 싶어요. 테마1 때 독무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또 한 번 트라이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원한 대로 살 수는 없는 법. 저는 여러분들의 생각을 묻고 싶어요.”
“…….”
팀원들은 망연하게 날 올려다봤다.
누군가는 [저 새끼 무슨 소리 하는 거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봤고.
또 누군가는 어지럽다는 듯 이마를 잡았다.
어느 쪽이든 괜찮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을 재촉하지 않았다.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지금, 그…… 카푸가 영상으로 송출했던, 그…… 끔찍한 용을 잡자는 거죠……?”
한참을 지나 올레나가 웅얼거렸다.
“세상에. 제 스승, 실버스톤 님이 알았다면, 당장 머리부터 해부해 보자고 했을 거예요. 도대체 어떤 정신을 가지고 있으면 그런 발상을 떠올릴 수가 있는 거죠?”
“으음, 나는 괜찮을 것 같은데.”
카푸가 나선 것은 그때였다.
“음?”
“으응?”
팀원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카푸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사실, 올리비아 그년이 찢겼을 때는 속 시원한 감도 있었는데. 제임스는 아니었거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임스, 그놈은 팀장을 배신했는데!”
올레나가 발끈하며 외쳤다.
“맞아.”
카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뿐이야. 제임스는 그저 겁쟁이일 뿐이었어, 그렇게 심하게 찢겨 죽을 만큼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었지. 솔직히 나는 그런 제임스를 위해 복수하고 싶다.”
“으음.”
맞는 말이긴 했다.
아니,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나는 카푸를 응원했다.
용과 무진장 싸워보고 싶거든.
“난 킹과 함께 싸우겠다.”
그때, 심판창도 나섰다.
후웅!
창을 멋있게 떨치며.
“그 상대가 누구든. 킹은 내 친우이니까.”
도대체 언제부터 친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래, 까짓거.
오늘부터 친구 하자! 짜슥!
“뭐, 저도 괜찮은 것 같아요.”
세 번째로 나선 인물은 바로 묘이 하나.
“팀장님은 이미 테마1 때 증명하셨잖아요.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슬며시 일어선 그녀가 심판창의 옆으로 붙었다.
이제 남은 인원은 총 셋.
올레나, 중년.
그리고 블라디미르 로디긴뿐이었다.
“이게 무슨.”
중년이 어깨를 떨었다.
“……모르겠구만. 다들 대단해. 내 인생에 이런 사람들은 처음이오. 전례가 없어.”
“쩝, 랭커가 되려면 정신병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맞나 봐.”
로디긴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묘이 하나 옆에 섰다.
“다들 자살한다니, 뭐. 나 혼자 말릴 순 없지. 이 미친놈들. 죽을 거면 같이 죽자고.”
“나 역시. 여느 때처럼 그저 따라가겠네.”
중년도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이 미친놈인 건 동의하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내는 것도 사실이니.”
“으, 으아아!”
결국, 올레나가 비명을 내질렀다.
“이, 이게 뭐예요! 진짜 다들 간다고요? 저 끔찍한 용과 싸우러?”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올레나가 가기 싫으면 가지 않을 거예요. 사실, 저 용을 잡자는 생각 자체가 제 욕심일 뿐이니.”
“그게 뭐예요! 이미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선! 이렇게 되면 거절하기도 애매해지잖아요!”
그녀가 외치자.
나는 씩 웃으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하지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무슨?”
“전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을 적어도 3번 이상을 마주했어요. 그때마다 보란 듯이 해결하고 살아남았죠. 그리고 그만큼 강해졌어요.”
“…….”
“믿고 같이 잡아봐요.”
올레나가 움찔거렸다.
“어차피 랭커가 될 거면, 더 강한 랭커가 되고 싶지 않으세요?”
“그건 당연하지만, 그것도 목숨을 잃으면 끝이니까…….”
“정말 그것 때문이에요?”
“…….”
“목숨이야 지금까지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야만 하는 거예요. 그게 우리 헌터의 숙명이죠.”
“…….”
“올레나.”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 추측이 맞다면, 우리는 나가서 동기가 될 거예요. 그 누구보다 끈끈하면서도 가까운 관계가 될 수도 있겠죠. 저는 그런 제 동기가 누구보다 강한 헌터였으면 좋겠어요.”
“강한 헌터…….”
“그리고 저 또한, 그런 올레나 옆에서 누구보다 강한 헌터로 남아 있을 자신이 있고요.”
올레나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이건 내 진심이기도 했다.
강해지는 것.
본래는 랭커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모름지기 할 거면, 그 랭커들 중에서도 최상위층에 올라봐야 하는 거잖아?
“빌어먹을.”
결국, 올레나가 입술을 씹었다.
“훈.”
“예.”
“다 좋은데, 얼굴 그렇게 가까이하고 얘기 좀 하지 마요. 그건 반칙이니까요.”
“예?”
내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용 잡으러 간다고요. 가자고요, 가!”
“아.”
내가 미소를 지었다.
나를 제외한 여섯 모두가 동의한 것이다.
그 순간.
“야 이 새끼들아! 그게 무슨 개소리야?”
파즈즈즈즉!
눈앞에 전류가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