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2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29화
드래곤 슬레이어 (2)
여섯 명의 헌터 중.
가장 선두에 나선 블라디미르의 입에서 시원한 독설이 터져 나왔다.
“너희 용족이란 족속들은 다 그런 거냐? 거대마룡한테 뒈지게 맞던 거 도와줘서 살려놨더니, 고통스럽지 않게 죽이는 거로 타협한다고? 와, 어떻게 그런 발상이 나올 수 있는 거지? 대단하다, 대단해.”
옆에 침을 툭 뱉으며 껄렁하게 내뱉는 그.
“……블라디미르. 어쩌시려고 그래요?”
“흠, 저 용……. 우리 말 귓등으로도 안 들을 거 같지 않나…….”
올레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내비쳤지만.
블라디미르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참, 신기하단 말이지. 어이, 용가리! 하나만 묻자. 너희 용가리들은 고마움 따위 모르는 이기적인 종족인 거냐? 아니면, 늙어서 치매가 온 거냐? 차라리 후자면 이해를 할게.”
후웅!
그가 위협적으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도발했다.
그런 그의 옆으로.
“용의 기세에 불순한 의사가 보이는군. 수많은 살인자를 심판한 내 창이 용이라고 심판하지 못할 것 같은가?”
심판창이 다가와 위치했다.
난폭하고 거친 살기를 뿜어내면서.
촤륵! 추아아아!
그런 그들의 바닥을 올레나는 계속해서 물로 지탱시키고 있었다.
– 음.
그런 여섯의 헌터를 보며, 아란발론이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표정.
– 설마, 고작 그딴 힘으로 날 상대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무리 내가 다쳤어도, 너희의 상대가 될 듯싶더냐?
용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기운이 더욱 험악해졌다.
– 게다가 고마움을 모른다고? 웃기는 말이군. 너희는 지나가는 벌레 덕에 싸움에서 이겼다고, 그 벌레에게 고마움을 느끼나?
“응, 난 느끼는데.”
블라디미르가 픽 웃으며 대꾸했다.
“벌레라고 고마움을 못 느낄 이유가 뭐 있어? 게다가 그 벌레와 소통이 된다면, 더욱 그럴 것 같은데? 역시 용가리 새끼들은 지들만 잘났다니까? 감수성도 없고, 싹수도 없고.”
블라디미르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어차피 저 용이 죽이겠다 선언한 이상, 뭐가 두렵겠는가.
입을 털어도 공격할 테고, 털지 않아도 공격할 텐데.
– 시끄럽다!
아란발론이 눈을 부릅떴다.
황금빛 눈이 살벌했지만, 블라디미르는 물러서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구나? 네가 가진 용아병도, 저 눈앞에 거대마룡도 결국 우리 때문에 죽었는데. 너라고 다를 것 같아?”
– 더는 못 들어주겠구나.
쿠르릉!
아란발론이 날개를 힘차게 펄럭였다.
– 원래는 그냥 손쉽게 죽여주려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거기 말 많은 네놈만큼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살기는 더욱 거세졌고, 허공에 갈색빛 마법진이 새겨졌다.
“젠장! 다들 준비해요!”
“충격에 대비해!”
일촉즉발의 상황에 헌터들이 외쳤다.
몸을 웅크리며, 각종 스킬들로 사방을 뒤덮을 때였다.
북! 부욱! 부욱!
저 아래서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상황에 맞지 않는 소리.
용의 등가죽 뜯기는 소리였다.
– ……?
“……!”
아란발론도.
팀원들도 잠깐 움직임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푹! 푹욱! 푹!
이윽고 보이는 아주 자그마한 무기와 사람의 팔.
그리고 계속해서 하늘 위로 솟구치는 시뻘건 피.
– 저게 무슨……?
그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 아란발론이 말문을 닫아버렸다.
여섯 명만 있길래.
한 명은 죽은 줄 알았더니, 저 안에 있었던 거였어?
‘허, 그랬던 건가.’
아란발론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갑자기 거대마룡이 고통스러워했는지.
왜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공격을 그대로 맞았는지.
‘바로 저 인간.’
틀림없었다.
저 인간이 한 짓이었다.
부욱! 푸욱!
거칠게 칼질을 하던 인간이 이내 양팔을 꺼내 등가죽을 꽉 쥐었다.
그리고 힘을 주어 몸을 응차! 빼내며, 호흡을 내뱉었다.
“켁, 케엑, 켁! 하악, 하악!”
굉장히 힘들어 보이는 표정으로.
“하아, 하아! 숨 막혀 뒈지는 줄 알았네. 이 빌어먹을 용. 몸뚱어리가 왜 이렇게 큰 거야?”
거칠게 호흡하며, 투덜거렸다.
그의 몸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피와 땀방울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훈? 훈!”
“팀장!”
“친우여! 역시나 살아 있었군!”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팀원들이 반갑게 외쳤다.
“후우, 후우!”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나온 청년이 하늘을 바라봤다.
아란발론이 위치한 곳이었다.
“저기요, 아란발론 씨?”
용이 노란 눈으로 청년을 응시했다.
의외였다.
난장판일 줄 알았던 그의 몸은 은근히 깨끗했고.
또한 눈빛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나오면서 다 들었어요. 섭섭하게 날 두고 싸우면 안 되죠.”
남자가 짙게 미소 지었다.
* * *
“후우, 후우!”
두근, 두근!
심장이 계속 쿵쾅거렸다.
간만에 쉬지 않고 힘을 썼더니, 온몸의 근육이 산소를 달라고 울부짖었다.
천천히 나올 수 있었지만, 힘을 냈다.
밖에서 아란발론과 동료들이 나누는 대화를 다 듣고 있었으니까.
‘그래.’
차라리 잘되었다.
아란발론이 착하게 나왔다면 미안할 뻔했는데.
그렇게 나와주면, 나도 마음 편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거든.
‘어차피.’
그냥 갈 생각 없었다.
내가 받은 최종 임무는 거대마룡을 잡는 게 아닌 아란발론을 처리하는 것.
저 거대한 탐욕룡은 내 먹잇감이었다.
– 네놈…….
아란발론이 으르렁거렸다.
– 네놈이 저놈들의 수장이렷다. 그럼 네놈부터 죽여 버리면 끝나겠군.
용의 기세가 온전히 나에게로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쫄지 않았다.
나 역시 예전의 내가 아니거든.
나는 조금 전.
거대마룡의 심장을 계속 찌르고 있었을 때를 떠올렸다.
몸이 흔들리든 말든.
무아지경으로 찌르고 있을 때였나?
쿠웅!
세상이 갈라지는 듯한 진동이 느껴지더니.
[띠링!] [‘거대마룡’을 처리합니다.]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었다.
마침내, 용을 죽였다는 메시지.
동시에.
[최대 기여도로 ‘용’을 사냥하는 데 성공합니다.] [위대한 업적을 이뤄냅니다.]살면서 두 번째로 받아보는 업적 보상이 도착했다.
[보상이 도착합니다!] [축하합니다!] [스킬, ‘본 드래곤’(S급)를 획득합니다.]첫 업적 보상이 ‘측정 불가’ 판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받았던 S급 ‘화룡의 지팡이’였다면.
이번에 받은 보상은 ‘본 드래곤’이라는 스킬.
그 스킬 내용을 온전히 확인하기도 전에.
또 다른 메시지가 정신없이 떠올랐다.
[히든 조건을 달성합니다!]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전용 히든 조건입니다!] [조건 : 드래곤 슬레이어!]– 고유 능력의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대한 업적이 필요합니다!
– 세계에 존재하는 ‘용족’을 처리하세요!
미친.
입에서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었던 것 같다.
이건 등급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나오던 메시지인데.
세상 어떤 고유 능력이 용을 잡아야만 등급이 오를까?
[축하합니다!] [당신의 등급이 S급으로 성장합니다!]뭐.
어차피 이제는 안다.
히든 조건이란 시스템이 부여하는 개연성이라는 걸.
이제는 S급으로 올라도 될 만큼의 업적이 쌓였다는 거겠지.
[등급 변화에 따른 보상이 도착합니다!]우선 가장 좋은 건 역시나.
[기력이 차오릅니다!] [기력 : 1,220/1,220]기력이 차오르는 거였다.
기력뿐만이 아니다.
상처도 치유되고, 피로도도 회복된다.
아예 새로 태어난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다음으로 좋은 건.
[스킬,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A급)의 등급이 상향 조정됩니다!] [스킬,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으로 변화합니다!]스켈레톤 로드.
놀랍게도 녀석들은 내 바뀌기 전 이명으로 진화했다.
[스킬 : 스켈레톤 로드 소환] [등급 : S] [효과1 : 기력 10을 소모하여, 스켈레톤 로드를 소환합니다. 최대 10마리까지 가능합니다.] [효과2 : 각 스켈레톤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효과3 : 각 스켈레톤의 기력이 500 증가합니다.] [효과4 : 각 스켈레톤은 본인보다 한 단계 낮은 ‘스켈레톤’을 총 10마리 소환할 수 있습니다.]“아아, 주인님……. 힘이 차오르는 게 느껴져요.”
“주군, 이 정도면…… 전성기의 50% 정도의 힘은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절대자로 각성한 태양이나, 엘드린의 성장 폭은 엄청났다.
거의 기존에 비해 10배는 강해진 느낌?
흐릿했던 존재감이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스켈레톤의 주 무기가 설정됩니다!] [해당 스켈레톤 : ‘뼈다귀8’] [앞으로 해당 스켈레톤은 당신의 명에 반응할 것입니다!]봉인되어 있던 뼈팔이까지!
사실, 시간만 많았다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모든 보상과 바뀐 점들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
시간이 없었다.
올레나의 마법은 이미 풀린 지 오래였고.
무엇보다.
숨이 턱턱 막혔다.
게다가 밖에 있는 동료들의 상황도 모르니…….
메시지를 치워놓고 열심히 빠져나온 게 지금의 상황인 거였다.
“후.”
다시 상념에서 빠져나와.
나는 흉포한 기세를 드러내는 용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태양아.”
“예, 주군.”
스르륵!
오른쪽에 태양이가 나타났다.
예전과는 달리.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녀석.
“엘드린.”
“예, 주인님.”
왼쪽에는 엘드린이 등장했다.
“너희들. 저거 잡을 수 있겠냐?”
“이미 다쳐서 10%의 힘도 내지 못하는 용 따위. 뭐가 두렵겠습니까?”
“문제없어요.”
스스슷!
녀석들은 이미 스켈레톤 로드.
그들 역시 자신의 수하들을 불렀다.
쿠구구구구!
스켈레톤들이 천천히 불어나더니, 엄청난 수로 증식하기 시작했다.
로드는 총 10구의 ‘스켈레톤 나이트’(A급)를 소환할 수 있다.
또한, 각 ‘스켈레톤 나이트’(A급)들은 총 10구의 ‘위대한 스켈레톤’(B급)을 소환할 수 있다.
또한, 각 ‘위대한 스켈레톤’(B급)들은 총 10구의 ‘균형 잡힌 스켈레톤’(C급)을 소환할 수 있다.
즉, 태양이 혼자 소환할 수 있는 스켈레톤의 수가 얼마일까?
일단, 본인 1구.
A급 스켈레톤 10구.
B급 스켈레톤 100구.
C급 스켈레톤 1,000구.
도합 1,111구.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드미르를 제외한.
뼈일이, 태양창, 엘드린, 뼈사, 뼈오, 뼈칠이. 그리고 이번에 봉인 해제된 뼈팔이까지.
총 일곱의 수하들이 모두 증식하니.
어느덧 바닥에는 7,777구의 스켈레톤이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뼈팔이는 건틀릿을 끼고 있는 것 보니, 옛날 제임스 같은 무투 쪽 직업인가?
‘하여튼.’
거의 만에 가까운 병력이.
나를 위해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미친…….”
“엄청난데요?”
“거의 스켈레톤 군단이잖아?”
“이게…… 바로 스켈레톤 킹?”
그 모습을 본 멤버들 역시 경악했다.
하지만.
– 흥!
아란발론은 감탄하지 않았다.
– 건방진……! 감히 내 앞에서 양으로 승부를 볼 생각인가! 아무리 수가 많아도 벌레는 벌레일 뿐이다!
오히려 비웃었다.
그래.
비웃을 만하지.
나 역시 고작 이 정도 전력으로 용 앞에서 당당할 수 없다.
“기다려 봐.”
이제부터 재밌는 걸 보여줄 테니까.
후우웅!
지팡이를 휘두르는 내 팔이 가벼웠다.
빛이 뿜어져 나왔고.
[스킬, ‘본 드래곤’(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0을 사용합니다.]나는 얻었던 업적 보상을 사용했다.
죽어 있는 거대마룡의 사체를 가리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