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3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30화
드래곤 슬레이어 (3)
‘어지간해서는 아란발론을 이길 수 없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거대마룡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운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만약 녀석이 아란발론과 혈투를 벌이지 않았다면?
‘절대 잡지 못했겠지.’
브레스를 쓰지도 않았을뿐더러.
몸 내부에 침투하자마자 눈치채고 대응했을 거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터.
나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스킬 : 본 드래곤] [등급 : S] [효과1 : 기력 100을 사용하여, 용의 사체를 언데드로 만듭니다.] [효과2 : ‘본 드래곤’은 5시간 동안 당신을 따르며, 시간이 끝나면 아공간 속으로 사라집니다.] [효과3 : 해당 스킬의 쿨타임은 24시간입니다.]나는 ‘드래곤 슬레이어’ 업적 보상으로 받은 스킬을 다시 읽어보았다.
오직, 최대 기여도를 달성한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
본 드래곤.
‘씨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 거대한 게 언데드가 되어 나를 따른다고?
무언가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은가!
그래.
이런 게 네크로맨서였다.
네크로맨서의 진정한 간지는 데스나이트도 아니고, 리치도 아니었다.
바로 본 드래곤.
언데드의 끝판왕.
뼈로 이루어진 용의 모습이야말로 남자의 심장을 울리는 네크로맨서의 상징임이 분명했다!
쿠구구구!
‘가자!’
나는 넘실거리는 기운을 쓰러져 있는 거대마룡에게 쏘아 보냈다.
다시 살아나 아란발론에게 이빨을 드리울 무지막지한 녀석을 상상하면서.
그러나.
“……음?”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힘차게 날아가던 기운이 어느덧 힘을 잃고 사그라들었기 때문.
“뭐야?”
“엉?”
입에서 어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류?
[당신은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스킬, ‘본 드래곤’(S급)이 취소됩니다.] [기력 100을 회복합니다.]“미친?”
나는 눈을 좁게 뜨며, 메시지를 읽어보았다.
혹시나 잘못 읽었을까, 반복해서 두어 번 읽었다.
“하.”
맞다.
잊고 있었다.
내 고유 능력은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그렇기에 오직 스켈레톤만 부릴 수 있다는 것.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이건 네크로맨서라서 얻은 스킬이 아니라, 업적 보상일 뿐이잖아.
그렇다는 건.
나에게 걸린 저주가 안내해 주는 시스템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소리인가?
내가 황당함에 눈썹을 찡그릴 찰나였다.
[시스템이 업적 보상을 다시 산정합니다.] [‘스킬’과 ‘고유 능력’의 연관성을 파악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역시.
그런 거지?
그래, 그래야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산정하는 게 아니면 굉장히 억울할 뻔했다.
어떻게 따낸 ‘드래곤 슬레이어’ 업적인데.
보상이 생으로 날아가는 거면 좀 그렇지 않은가.
[띠링!] [스킬 ‘본 드래곤’(S급)이 스킬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으로 변합니다!]본 드래곤 스켈레톤?
그게 뭔데.
[스킬 : 본 드래곤 스켈레톤] [등급 : S] [효과1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만 획득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효과2 : 기력 100을 사용하여, 용의 뼈를 흡수합니다.] [효과3 : 소환 가능한 모든 스켈레톤의 뼈가 흡수된 용의 뼈로 치환됩니다.] [효과4 : 용의 크기와 수량, 그리고 소한 가능한 스켈레톤의 수에 따라 해당 스켈레톤의 골밀도가 결정됩니다.]나는 설명을 빠르게 훑었다.
대충 태양이나 엘드린 같은 내 뼈다귀들의 몸뚱어리가 용의 뼈가 된다는 건데.
용아병이랑 비슷한 느낌인가?
용아병이 용의 이빨이라면.
내 스켈레톤은 용의 뼈 그 자체가 된다는 거지?
“으음, 그으래요?”
일단 나쁘지 않은 것 같긴 한데.
어차피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한번 써보자.
[스킬,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0을 사용합니다.]쿠구구구!
휘두른 지팡이에서 다시 한번 엄청난 기운이 거대마룡을 향해 쏟아졌다.
동시에.
– 혼자 어물쩍 뭐 하고 있는 게냐? 딱히 보여줄 거 없으면 그만 사라지거라.
아란발론의 마법진에서 붉은 화염이 쏘아진 것은 그때였다.
“훈!”
올레나가 소리쳤다.
“괜찮아요!”
아란발론의 움직임은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쐐애애액!
화염이 격류처럼 휘몰아쳐 다가왔지만.
‘뼈사!’
옆에 등장한 뼈사가 방패로 불길을 막아냈다.
고대 악마의 얼굴이 새겨진 ‘베히모스의 뼈 방패’가 불을 흡수할 때.
[띠링!] [‘거대마룡’(巨大魔龍)의 뼈를 흡수합니다.]파아아앗!
빛이 세상을 감쌌다.
[스켈레톤들의 뼈가 용의 것으로 다시 이루어집니다.]연하게 반짝거리는 안개 같은 것들이.
순식간에 7,777구의 스켈레톤을 감싸 안았다.
– 무슨……?
아란발론이 노란 눈을 치켜떴다.
놀랄 수밖에.
그 거대하던 거대마룡의 사체가 흐물흐물 가죽만 남았으니까, 신기했겠지.
– 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용이 포효했다.
– 내 전리품을 어디로 빼돌린 게야.
아.
놀란 게 아니라 화난 거였어?
자기 게 사라져서?
과연, 탐욕룡다운 분노였다.
“그게 왜 네 거냐? 나도 기여했는데.”
내가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밑에서는 수하들이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새로운 육체를 둘러보고 있었다.
“주군, 이건……?”
태양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주인님. 설마……?”
엘드린 역시 놀란 목소리였다.
“저희의 몸이 용의 뼈가 된 건가요?”
“그런 것 같은데. 저 봐.”
화르륵!
본래였다면 아무리 탱커였어도 녹았어야 할 뼈사의 몸이.
아란발론의 마법을 버티고 있었다.
“엄청 단단해졌잖아.”
그럴 수밖에.
무려 용의 뼈였다.
서로의 브레스 여파까지 견뎌냈던.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드래곤 본.
“아아, 주군. 엄청납니다.”
파앗!
태양이가 땅을 박차, 아란발론에게로 솟구쳤다.
“비록 실력의 증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어떤 공격을 받아내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튼튼함이 느껴집니다.”
타아앗!
엘드린 역시 옆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몸이 단단하다는 건, 그만큼 더 날카로운 공격을 자주 퍼부을 수 있다는 거겠죠. 저도 만족스러워요, 주인님.”
태양이와 엘드린 뿐만이 아니었다.
삐걱! 삐거걱!
수많은 스켈레톤들이 안광을 내뿜었다.
새로운 육체가 마음에 든다는 듯, 기세가 등등해졌다.
공포나 절망 따위 없는 순수한 전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후웅!
나 역시 지팡이를 다시 창으로 바꿨다.
그때.
촤르륵!
물 발판 소리가 들려왔다.
“훈, 저희 왔어요!”
어느덧 동료들이 옆으로 온 것이다.
“팀장! 이게 어떻게 된 거요?”
“친우여, 괜찮나?”
“어이, 팀장! 이번에도 저 용 내부로 들어갈 거냐?”
블라디미르가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아뇨, 그건 안 될 거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왜?”
“이미 방법을 들켰으니까요.”
용은 강하다.
또한 생각이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같은 방법을 쓰다가는 위험해질 수 있다.
펄럭!
이미 예상하듯 하늘을 날며, 거리를 벌리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카드드득!
아란발론은 커다란 앞발로 솟구친 태양이를 내려찍으며, 허공에 부웅 떠올랐다.
“하긴.”
블라디미르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저렇게 움직이면 좌표 계산도 어려워.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날아다니는 총알을 맞춰야 하는 수준이랄까.”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심판창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하늘 위, 아란발론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든 싸워봐야죠.”
용은 다쳤다.
피부 곳곳이 푸르게 멍들었고, 퉁퉁 부었다.
또한, 상처에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렵긴 하겠지만, 확실히 승산이 없는 건 아닐 터.
“지금부터가 진짜 임무 시작이에요.”
내가 땅을 박찼다.
* * *
아란발론의 성전.
끝없이 거대하게 만들어놓은 거대 성에서 한바탕 폭풍이 불었다.
아란발론은 겁 없이 다가오는 스켈레톤들을 내려찍거나, 꼬리를 휘둘러 걷어냈다.
아무리 다쳤어도 용은 용.
콰가가가!
한 번의 공격으로 천지가 무너져 내릴 것처럼 세상이 요동쳤다.
하지만.
육탄전을 벌이는 아란발론의 표정에선 떨떠름함이 엿보였다.
‘의외로군.’
고작 벌레라 생각했던 인간들이 그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잘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흠, 용의 뼈를 흡수한 병사들이라.’
사내의 능력은 신묘했다.
고작 손짓 하나로 자신이 잡았던 용의 뼈를 다 녹여 버리더니.
본인이 다루는 병사들의 구성물로 뒤바꾸어 버린다.
‘때문에 어렵게 됐어.’
칼, 창, 활, 방패, 지팡이, 건틀릿.
각자 다양한 무기들을 쥐고 달려오는 녀석들의 공격은 솔직히 우스웠다.
다치기 전이었다면, [간지럽군] 한마디 하고 짓밟아 으깨버릴 수 있었을 정도.
하지만.
‘단단하다.’
용의 뼈여서 그런지.
아무리 타격하고 뭉개도 잘 부서지지 않을뿐더러.
겨우 부수어 놔도 다시 생생하게 살아 돌아온다.
‘과연, 명색이 용이 인정한 놈이라는 건가?’
아란발론은 사실 알고 있었다.
거대마룡이 죽기 전 남겼던 말.
그 말의 의미를.
– 네놈. 지금은 웃고 있겠지만…… 이겼다고 신나 있겠지만.
– 곧 그 탐욕의 대가를 그대로 치를 것이야.
놈은 저 인간의 승리를 암시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다.
‘단.’
자신이 방심하지 않았을 때에 한해서였다.
이미 자신이 저 인간들을 인정하고 경계하는 이상.
승리는 정해져 있었다.
– 나의 승리.
고오오오…….
아란발론의 몸 안에 당긴 고무줄처럼 꼬여 있던 마력이 단숨에 풀어졌다.
후우우우웅!
바닥의 먼지가 잘게 떨리고, 다가오던 스켈레톤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만큼의 바람이 몰아쳤다.
기운을 풍기는 것만으로도 물리력을 행사하는 힘.
그것이 바로 한 세계를 지배하는 용의 힘이었다.
– 공간 관련 마법을 쓰는 놈이 거슬리는군.
용의 노란 눈이 블라디미를 응시했다.
아까부터 잡으려 할 때마다 공간을 왜곡시켜 도주하는 것이 상당히 얄미웠다.
혼자만 도주하면 모를까.
일곱 인간들을 다 데리고 튀는 놈.
그 때문에 자신은 무한하게 살아나는 스켈레톤들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즉, 저 공간 술을 쓰는 자만 묶어두면, 상대의 기동을 완전히 묶을 수 있다는 말.
– 죽어라!
위이잉!
허공에 새긴 마법진이 빛을 품었지만.
슈슛!
또다시 얌체같이 사라지는 녀석들.
콰가가강!
쏘아진 빛이 그대로 허공을 투과해, 땅에 박혀 폭발했다.
바닥이 으깨지고, 먼지가 피어올랐다.
“도마뱀, 어딜 보는가!”
“용이여, 여기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예요.”
슈슈슝!
아까부터 달라붙는 끈질긴 스켈레톤.
– 이놈들.
심기가 상한 아란발론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창을 든 스켈레톤과 활을 든 스켈레톤은 집요했다.
자신의 왼쪽 날개와 오른 허벅지에 골절과 출혈이 있는 걸 알고서.
그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시간을 끌어선 안 되겠어.’
온전히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이 아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기에.
빨리 끝내야 했다.
– …….
아란발론은 눈을 감고 집중했다.
이제부터.
자신의 몸을 장악하고 있는 탐욕을 잠깐 내려둔다.
상대를 인정하고.
오만과 방심 따위 부리지 않는다.
쿠구구구!
아란발론이 다시 눈을 떴을 때, 허공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지는 중이었다.
너무나 강했기에.
적수가 없었기에.
용조차도 처음 써보는 마법.
많은 기운이 소모되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한 봉인기.
[아란발론이 ‘대상 디스펠’(SS급)을 사용합니다.] [사용 대상 – 블라디미르 로디긴.] [블라디미르 로디긴은 24시간 동안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우뚝!
열심히 달아나던 인간들의 발이 묶였다.
– 빙고.
동시에.
허공에 그려져 있던 모든 마법진들이 인간들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