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3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31화
드래곤 슬레이어 (4)
“뭐, 뭐야! 뭐 이딴?”
블라디미르가 당황한 낯빛으로 지팡이를 헛스윙했다.
“24시간 동안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도 안 돼! 세상에 그런 개 사기 같은 스킬이 어딨어?”
그가 마저 다 투덜거리기도 전에.
“훈! 위에!”
올레나가 뒤에서 외쳤다.
하늘을 보니, 새겨진 수십 개의 마법진이 일제히 우리를 보고 있었다.
쿠구구구!
공간을 맴도는 마력의 울림에 모두가 움찔거렸다.
일촉즉발의 상황.
“젠장.”
저기서 쏘아지는 빔의 파괴력은 절대 무시 못 한다.
하나하나가 바닥은 기본이요, 용의 가죽까지 뚫을 정도이니까.
“티, 팀장! 어떡하지? 스킬이 묶여서 더 이상 피할 수 없겠는데? 조진 건가?”
“기다려 봐요!”
타앗!
무기를 간단한 팔찌 모양으로 바꾼 내가 바닥을 박찼다.
그 순간.
아란발론의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쾅! 콰앙! 콰아앙!
내 뒤로 쏟아지는 난폭한 빔.
저기에 맞았다가는 피부고, 뼈고 갈가리 찢길 게 분명했다.
‘그래도.’
나는 전속력으로 달리면서도 계속 마법진의 방향을 주시했다.
‘다행이네.’
아란발론이 노리는 건, 오직 나였다.
본인을 괴롭히는 스켈레톤들의 종주이자, 팀의 리더.
‘블라디미르의 스킬을 봉인한 것도.’
나를 잡기 위함이지, 블라디미르가 위협적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내가 거리를 벌려야만 팀원들이 안전할 터.
쾅! 콰가가가강!
그렇게 쏟아지는 빔의 폭우를 피해 계속 달렸다.
그러할 찰나.
쿠우우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정면 바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어느덧 날아온 아란발론이 앞발로 바닥을 내려찍은 탓.
“팀장!”
“훈! 위험해요!”
뒤에서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계속해서 힘주어 달렸다.
나도 사람인지라, 공포감이 없을 순 없겠지만.
지금은 내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
‘용 위에 올라타야 해.’
아란발론이 빔을 쏘아댈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원거리에 있기 때문.
근처에 붙으면 녀석도 함부로 스킬을 쏘아대지 못할 게 분명했다.
“후욱!”
지금껏 훈련을 해왔음에도.
“후욱, 후욱!”
몸을 쓰는 게 너무 어색했다.
압박하는 마법들도.
피어오르는 흙먼지도.
그걸 피하고 있는 내 몸이 너무 낯설었다.
나는 네크로맨서이지, 검사나 창술가가 아니니까.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앙!
“흐읍!”
시야가 앞으로 당겨졌다.
등 뒤로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설마.
빔에 맞은 건가?
달리던 가속력에 중심을 잃고 땅바닥에 나뒹굴었지만, 사실 통증은 없었다.
“흣!”
그래서 나뒹굶과 동시에 중심을 잡았다.
그대로 자세를 잡고 일어나 다시 내달렸다.
콰아앙!
그 자리로 빔 하나가 더 떨어진다.
‘……씨발.’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아찔한 순간.
나를 노려보고 있는 놈의 노란 눈동자가 느껴지고.
끈적한 살기가 느껴진다.
잠깐이나마 한눈팔면, 빔이 내 몸을 꼬챙이처럼 꿰뚫어버리겠지.
‘저런 거에 맞았을 린 없고.’
아마, 튀기는 바윗덩이에 맞았을 거다.
[스킬 : 고통 내성] [등급 : S] [효과1 : 고통에 저항합니다.] [효과2 : 고통이 더해질수록 감각이 둔해집니다.]고통 내성의 끝판왕이라.
간단한 타박상은 간지럽기만 했다.
더군다나.
뾰르륵!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내 몸을 빙글 돌고 있는 물의 힘.
‘올레나구나.’
그 짧은 순간 나에게 보호 마법을 걸어둔 듯했다.
물의 힘이 보호하는 것도 고통을 줄이는 데 한몫했겠지.
‘어르신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노인은 이미 소환 시간이 다 되어 들어간 상태.
쿠구구!
아란발론의 발목 근육이 천천히 팽창했다.
내가 가까이 오자, 다시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려는 것.
스슷!
나는 손을 떨쳐, 팔찌를 창의 형태로 뒤바꾸었다.
‘그래, 싸워보자.’
검사나 창술가가 아니면 어떠한가.
나 역시 네크로맨서이기 이전에.
만술(萬術)의 길을 걷고 있지 않던가!
나는 눈에 힘을 주고 집중했다.
콰앙!
바로 눈앞에 떨어지는 빔 하나를 제치고, 땅을 박차 올랐다.
그에 맞추어.
후웅!
아란발론 역시 날개를 펴고 도약했다.
“어딜 도망가?”
나는 그런 녀석의 발끝에.
양손으로 잡은 창을 힘차게 찔러 넣었다.
푸욱!
부드럽게 들어가는 창.
“주군! 괜찮으시겠습니까!”
“주인님, 위험해요! 어서 내려오시는 게!”
근처에서 싸우던 태양이와 엘드린의 외침이 어렴풋이 들렸으나.
그럴 정신이 없었다.
나는 곧바로 팔과 광배에 힘을 주어, 녀석의 발 위로 올라탔다.
‘계속 올라간다.’
목적지는 녀석의 얼굴이 있는 곳까지.
거대마룡 때처럼 중심부로 파고 들어가 심장을 뚫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대다수 생물의 급소는 대가리에 있게 마련.
스슷!
이번에는 무기를 두 개로 나누었다.
적당한 크기의 쌍칼!
“흐아아압!”
나는 기합을 내지른 후, 녀석의 가죽에 칼을 하나하나 꽂아 넣었다.
푸욱!
왼손으로 한 번.
푸욱!
오른손으로 한 번.
계속 반복하며 등반을 시작했다.
온몸에서 열이 피어올랐다.
손아귀와 전완은 터질 것 같이 아파왔고,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죽인다, 무조건 죽인다.’
나는 일부러 정신 상태를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지금은 이성적이면 안 된다.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분노를.
흉포한 사냥 본능을 터뜨려야 한다.
그래야 될까 말까 한 상황이다.
지금은 초인적인 힘을 내줘야만 할 때.
– 이놈.
쐐애애액!
아란발론이 거칠게 몸을 흔드는 게 느껴졌다.
땅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땅이 된다.
허공에 높이 솟구친 녀석이 360도 회전한다.
‘어?’
요것 봐라?
해보자는 거지?
문득 든 생각.
왜인지는 모르겠다.
몸이 그냥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이렇게 하면 될 거 같은 느낌에, 그냥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뽑아낸 쌍칼을 창으로 다시 변화시킨 다음에 내려찍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타이밍에.’
후우웅!
아란발론의 머리가 다가올 차례거든.
거대한 녀석의 몸을 조금씩 등반하는 것보다, 지름길을 사용하면 편하지 않은가.
“흐아아압!”
가속과 함께 낙하하는 몸.
배 아래 느껴지는 알싸한 감각.
떨어지면 즉사하는 그 순간에도, 내 시선은 오직 용의 머리를 향했다.
그리고 내 예상에 맞게.
빙글 돌던 아란발론의 거대한 머리가 내 밑에 다가올 찰나.
“뒈져라!”
나는 창을 힘주어 내질렀다.
허공에 떠 있었지만, 자세는 완벽했다.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는 자세를 본능적으로 취했다.
푸욱!
창이 찔리는 소리.
중력에 의해 녀석의 가죽 위로 내 몸이 충돌했지만.
그 덕에 모든 장기가 터지고 뼈가 부러질 것 같은 둔중한 충격이 느껴졌지만.
나는 힘을 빼지 않았다.
독기를 담아 찔렀다.
‘물론.’
내 조그마한 창으로는 녀석에게 피해를 줄 순 없다.
‘하지만, 독무가 들어간다면?’
주르륵!
나는 다시 내 심장 속으로 들어온 독무에게 속삭였다.
‘부탁한다. 여기 또한 네가 재밌게 놀 수 있는 놀이터야.’
독무는 시크하다.
내 몸속보다 재미있는 곳이 아니면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녀석은.
거대마룡의 몸속에서 이미 그 맛을 봤다.
마음껏 활개 치며, 달콤한 파괴의 순간을 즐긴 전적이 있다.
– 크으?
그렇기에.
주륵! 주르륵!
녀석은 내 의지에 응했다.
창을 통해 힘차게 들어갔다.
– 크아아아아!
아란발론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녀석의 가죽이 부르르 떨리며 발광하는 게 느껴졌다.
‘좋아.’
독무가 먹힌다는 방증.
발끝부터 피어오르는 성취감에 미소를 지을 찰나였다.
콰아아앙!
무언가 둔중한 힘이 내 왼쪽 갈비를 후려갈겼다.
아니, 후려친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잡고 있던 창을 놓쳐 버렸다.
“커헉!”
입에서 시뻘건 피가 뿜어졌다.
시야가 정신없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 벌레 같은 놈이 내 머리에 무슨 짓을 한 게냐!
아란발론의 포효가 들려왔다.
허공에 붕 뜬 시야로 녀석이 새긴 마법진이 수십, 아니, 수백 개 새겨져 있었다.
뭐야.
뭐에 당한 거지?
설마 저 많은 마법이 나 하나를 향해 사용된 건가?
순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단언컨대, 노인의 마사지 이상의 고통이었다.
“크으읍!”
수없이 많은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들이 나에게 계속해서 다가왔다.
쾅! 콰아앙! 쾅!
“커, 커헉! 꺼허억!”
빔같이 쏘아지는 게, 나를 계속해서 두들긴다.
아프다.
너무 아파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통증이 느껴진다.
‘씨발.’
이렇게 죽는 건가?
그래.
과연, 용이라는 거지?
한 세계의 적수가 없다는 최강의 종족.
– 크아아아! 당장 빼내거라! 안 그러면 찢어 죽여 버릴 테니!
물론, 놈의 상태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쿠웅!
허공을 날던 걸 멈추고 바닥에 내려앉을 걸 보면.
심지어.
우우웅!
아란발론에게서 뿜어져 나온 모종의 기운이 낙하하는 내 몸을 받아냈다.
떨어지던 내 몸이 우뚝 허공에 떴다.
그런 내 시야로 분노에 찬 녀석의 노란 눈동자가 가득 메워졌다.
‘씨바알.’
이거.
무서워도 너무 무서운데?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허파에 바람 빠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니까 지금, 어떤 상황이냐면.
저 아래에는 스켈레톤들과 팀원들이 아직 공격하고 있었고.
대가리에 독무를 채워 넣은 용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날 부여잡은 채 노려보고 있는 상황이다.
“끄으.”
몸을 움직이려 해봐도.
움직이지 않았다.
모종의 힘이 내 몸을 꽉 짓누르고 있었다.
– 뭣 하느냐!
용이 외쳤다.
– 나에게 풀어놓은 것들을 다시 빼어가지 않으면, 네놈을 죽지도 살지도 못 하게 한 채, 영겁의 시간 동안 고통 속에서 살게 해주겠다!
쿠구구구!
고막이 찌르르 울릴 정도로 때려 박히는 녀석의 목소리.
나는 나오지 않은 목소리를 억지로 끄집어냈다.
녀석의 면상을 향해.
“좆…… 까.”
그래.
진짜 목숨이 아까웠으면, 독무를 빼고 살려달라 빌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멀리서 생각해 보면 그것만큼 멍청한 게 없다.
독무를 빼준다고 아란발론이 살려주겠는가?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뭐가 됐든 우릴 그냥 죽이진 않을 거다.
“크흣!”
내가 웃었다.
그래, 많이 아플 거다.
독무(毒霧) 역시 너희 용족과 같은.
한 세계를 지배할 만한 괴물이거든.
뭐, 네 상태가 좋았다면, 쉽게 걷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 크아아아아아!
이제 거의 본 힘의 5%도 안 남은 거 같은데.
어디 걷어내려면 걷어내 보라고.
– 안 되겠다!
내 비웃음을 느꼈음일까?
찡그렸던 녀석의 인상이 더욱 일그러졌다.
– 그냥 뒈지거라!
우우웅!
갈색 마법진 중 하나가 비틀렸다.
수많은 마법진 중에서 가장 거대하고 짙은 것.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내 심장.
“…….”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렸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저건 지금까지의 놈과 다르다고.
맞으면 진짜 사망 직전까지 갈 거라고.
“흐으읍……!”
나는 온몸에 힘을 주었다.
집중하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죽어라.
마침내 녀석이 읊조렸다.
내 삶의 종말을 멋대로 선고한 후, 마력을 터뜨렸다.
쿠궁!
마법진에서 쏘아지는 짙은 빔이 내 심장을 향해 쏘아질 그때.
스슷!
모종의 힘이 내 몸을 감싸 안았다.
마치 누군가와 몸이 뒤바뀌는 느낌.
분명히 허공에 떠 있었는데, 지금은 바닥이 보인다.
바닥뿐이랴?
동료들의 모습도 보인다.
올레나, 카푸, 심판창.
묘이 하나, 막시밀리언, 그리고.
“어……?”
블라라디미르가 없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치켜올렸다.
황급히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자리엔.
“커허억!”
심장을 꿰뚫린 채, 피를 쏟아내는 블라디미르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