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3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32화
드래곤 슬레이어 (5)
“…….”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나는 고개를 털며, 상황 파악을 위해 애썼다.
그러니까.
원래 내가 있었어야 할 자리에 블라디미르가 있는 거고.
블라디미르가 있던 자리에 내가 서 있는 거지?
그 때문에 블라디미르가 나 대신 심장이 뚫린 거고?
“미친, 이게 무슨……!”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근처에서 황급히 다가온 뼈칠이가 힐링을 넣어줘서인지.
목소리가 걸걸하게나마 흘러나왔다.
“끄윽!”
꽁꽁 옭아매던 기운이 사라진 탓에 몸도 움직여졌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묘이 하나가 다가와 비상용 천으로 흐르는 피를 지혈시킨다.
‘원래 같았으면.’
손에 하얀빛을 내뿜으며, 힐링을 할 법도 한데.
그런 게 없었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지금, 내 몸의 고통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 저 자리에 블라디미르가 있는 거죠?”
“…….”
팀원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심판창과 중년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올레나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묘이 하나, 그녀가 블라디미르에게 ‘희생’(S급) 스킬을 사용했다.”
앞으로 나선 카푸가 말했다.
“희생은 그 상대가 받는 모든 디버프를 자신에게 가져오는 것. 용이 걸었던 디버프를 가져오면서, 블라디미르의 봉인을 풀었지.”
씁쓸하게 말하는 그의 얼굴이 허공을 향했다.
“나머지는 블라디미르의 선택이었어. 우리끼리 살아남으면 답이 없으니, 팀장을 구해야 한다나? 그냥 공간술로 팀장을 옮기기엔 사정거리가 짧다고, 급한 대로 비기(秘技)를 쓴 거지. 다짜고짜 말릴 새도 없이 팀장과 제 위치를 바꿔 버린 거야. 빌어먹을.”
“…….”
카푸의 말을 들은 나는 즉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온몸이 쑤실 듯 아파왔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버틸 만했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두근!
심장이 뛰었다.
“…….”
돌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도대체 이 감정은 뭘까?
왜.
도대체 왜.
블라디미르가 나 대신에 피해를 입어야 하는 걸까?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 크아아아! 크아!
독무가 점점 더 뇌를 장악하는지, 비명을 지르는 아란발론이 보였고.
그런 놈의 눈앞에서 심장을 부여잡고 입가에 피를 흘리는 블라디미르가 보였다.
“올레나.”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래.
이 감정은 엄밀히 따지면 분노였다.
용에 대한 분노도, 이 상황에 대한 분노도 아닌.
나에 대한 분노.
한없이 약한 주제에, 팀원들을 위기로 몰아세운 팀장으로서의 분노.
“예, 훈.”
“그때 사용했던 그 물 발판, 다시 만들어주세요. 저를 저 위로 올려주세요.”
“알겠어요!”
촤르륵!
올레나는 군말 없이 발판을 만들었다.
저벅.
내가 그 위에 올라섰고.
다른 팀원들도 함께 올라섰다.
나를 치유하던 뼈칠이까지 올라탔다.
“…….”
그 발판이 블라디미르에게 향할 거라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았다.
부우웅!
올레나의 마법이 부드럽게 허공을 부유했다.
제법 빠른 속도로 블라디미르 옆까지 날아올랐다.
“…….”
나는 블라디미르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피를 흘리며, 신음을 내지르고 있는 사내.
“뼈칠아.”
[‘뼈다귀7’이 스킬, 중급 힐링(Lv.2)을 사용합니다.]우우웅!
뼈다귀의 손에서 나오는 시커먼 빛이 사내의 심장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큭, 크흐윽. 팀장. 왔냐?”
블라디미르가 입가에 피를 주륵- 흘리며 미소 지었다.
“크흐, 큭큭. 씨발……. 이거, 장난 아니게 아픈데?”
딱 봐도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말하는 목소리에는 이미 바람 새는 소리가 섞였고.
가슴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크으……. 원래 같았으면 이미 심장이 터져 죽었어야 할 건데, 저놈의 마법진의 압력 때문에 살아 있는 거 같아. 간악한 용가리 새끼. 죽기 전에 고통 좀 맛보라는 거겠지.”
“그만, 그만 말하세요.”
나는 뼈칠이를 활용해 계속해서 힐링을 넣었다.
마음 같아서는 ‘리커버리’를 사용하고 싶지만.
그건 이미 독무(毒霧)를 잡을 때 사용했다.
“기다리세요. 무조건 살릴 거니까.”
찰랑!
나는 보관해 두었던 엘릭서를 꺼냈다.
[아이템 : 엘릭서] [등급 : S] [종류 : 물약] [설명 : 전설의 물약] [효과1 : 만병통치] [효과2 : 상태 이상 해제] [효과3 : 최상급 회복 효과] [효과4 : 단, 죽은 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보상으로 받아두었던 두 개의 엘릭서.
“크흐, 소용없을 거야.”
소용없을 거라고?
왜?
“어차피…… 저 빌어먹을 섬광이 내 심장을 뚫고 있는 이상, 치료해 봤자 다시 뚫리기밖에 더하겠어? 저 지랄 같은 마법진을 걷어내지 않는 이상 무리야.”
맞는 말이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누구든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인데.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
“젠장.”
나는 입을 열었다.
“왜 그랬어요.”
왜 그랬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왜……! 굳이 목숨을 걸어가면서…….”
“왜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서지.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팀장은 참 좋은 사람이거든.”
좋은 사람.
“사실, 말이야. 여기 시련은 처음부터 노골적이었어. 1라운드에선 살인을 부추겼고, 2라운드에서는 배신을 부추겼지. 근데, 결국 봐. 살인하거나 배신한 사람이 어찌 됐는지.”
살인자들은 탈락했고.
배신자들은 아란발론에게 찢겼다.
“크크, 크흐윽. 우린 그 유혹을 견뎌서. 견디고 견뎌서 여기까지 왔어. 팀장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 전부가, 좋은 사람 인증인 거지. 또 재밌는 거 하나 알려줄까?”
블라디미르의 시선이 한 곳으로 꽂혔다.
창을 든 남자.
심판창, 장웨이였다.
“쿨럭! 크흐……. 저 심판창 양반이 심판한다고 난리 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여기 있는 사람들…… 믿을 만하다는 거……. 난 예전부터 그런 게 좋았어. 무언가 목숨을 초월한 의리 같은 거. 물론, 저 밖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각박해서, 그런 동료 따위 만들 수 없었지만 말이야.”
그뿐이 아니다.
여기 있는 일곱은.
탐욕룡의 시련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크크, 그래도 죽기 전에 소원 하나는 이루고 가서 좋구만.”
용아병과 함께 맞서 싸웠다.
적어도 자기 목숨보다 의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들이다.
“아뇨.”
나는 주먹을 꽉 쥐며, 입술을 열었다.
“믿고 기다려 주세요.”
“믿고…… 기다리라고?”
“말했잖아요. 무조건 살린다고.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 삶. 죽지 마시라고요.”
어떻게든 살려낼 거다.
이제부터 저들은 그저 랭커가 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거쳐 가는 자들이 아닌, 진짜 ‘동료’다.
“묘이 하나 씨.”
“예?”
“여기 받으세요.”
나는 그녀에게 엘릭서 두 병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비명 지르는 용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어떻게든 용을 죽일 겁니다. 용이 죽고 저 마법진이 사라지면…….”
“예, 저도 어떻게든 블라디미르 씨를 살릴게요.”
묘이 하나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거면 되었다.
혹여 엘릭서가 통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고대 마법’(SSS급)이라도 불러내서 도움을 받아야겠지.
걔는 딱 봐도 진짜 센 놈 같으니까.
후웅!
나는 다시 무기를 창으로 변환시켜 늘어뜨렸다.
그러고는 허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삐그덕! 삐걱!
저 시야 아래로.
아직도 끈질기게 싸우는 총 7,777구의 스켈레톤들이 보였다.
단단한 용의 뼈를 갖춘 이후로는 부러지지도 않는 단단한 녀석들.
그들은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달려들어 그들의 병장기를 용의 발목에 꽂아 넣었다.
‘그래.’
싸워라.
나를 위해서.
스켈레톤 킹을 위해서.
[스킬, ‘망자포효’(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50을 사용합니다.]끼아아아……!
그 순간, 내 몸에서 소름 끼치는 귀곡성이 퍼져 나와 일대를 떨쳐 울렸다
[스킬 : 망자포효] [등급 : A] [효과1 : 주변 모든 스켈레톤의 능력치를 2배 상승시킵니다.] [효과2 : 기력 50을 사용합니다.]콰가가가가!
스켈레톤들의 속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죽지 않는 좀비처럼. 용의 몸을 타고 기어 올라가 무기를 찔렀다.
상처를 갈랐다.
– 크아아아아아! 이노오오옴!
기어코 정신을 차린 아란발론이 다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하지만.
“뭐 하나, 용이여.”
후우웅!
어느덧 용의 머리 위까지 올라와 있던 태양창의 창이 빛을 품었다.
[‘태양창’이 스킬, ‘영혼의 불꽃’(Soulflare)(Lv.6)을 사용합니다.] [‘태양창’이 스킬, ‘태양연격’(太陽連擊)(Lv.6)을 사용합니다.]파바바밧!
터져 나온 빛이 노란 눈을 연달아 타격했다.
깜짝 놀란 아란발론이 머리를 흔들었으나, 태양이의 등 뒤에서 달려오던 엘드린이 가죽을 박차고 하늘을 날았다.
[‘엘드린’이 스킬, ‘월광낙하’(月光落下)(Lv.6)를 사용합니다.]폭우처럼 떨어지는 달빛.
월광낙하가 펼쳐졌다.
능력 일부를 찾아, 더욱더 발전한 빛의 화살이 아란발론의 상처에 스며들었다.
– 크아, 크아아아아!
고주파를 동반한 고함이 하늘을 쩌렁쩌렁 울렸다.
새겨졌던 마법진 역시 흔들리거나, 파쇄되었다.
나는 침을 삼켰다.
‘확실히 강하구나. 태양이랑 엘드린은.’
원래도 본래 힘의 50%를 찾았다 했다.
근데 거기에 ‘망자포효’(A급)까지 들어갔으니.
강할 수밖에 없겠지.
물론, ‘망자포효’라고 50%의 힘이 100% 본래의 힘이 되는 건 아니다.
‘망자포효’는 말 그대로 스탯이 오르는 것일 뿐, 개념이 살짝 다르다.
‘계속.’
움직여라.
두 절대자의 기세는 엄청났다.
지금껏 지켜보고 있었던 것을 풀기라도 하듯.
아란발론에게 맹렬한 살기를 뿌렸다.
콰가가강!
애초에 허공에 날아오른 채로, 그 반동만을 이용해 계속 허공에 떠 있을 정도이니.
– 크르륵!
용이 잠깐 주춤했다.
그리고 이내.
– 크아아아아아! 다 찢어지거라!
폭주하기 시작했다.
마법진들이 제멋대로 꺾이며, 방향을 가리지 않고 빔을 쏘기 시작했으며.
아란발론 역시 꼬리를 막무가내로 휘두르면서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꼴이 우습군.”
태양이의 창기가 상처에 꽂혔다.
엘드린의 화살이 상처에 박혔다.
콰앙!
굉음이 울리고, 피가 터졌다.
두 절대자의 공격은 침착하면서도 날카로웠다.
– 뭣……!
아란발론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어찌, 망자 따위가 이런……!
후웅!
아란발론의 손톱이 날카롭게 대기를 찢어 갈랐다.
방향은 태양창이 떠 있는 곳.
“눈먼 공격이로군. 맞아주고 싶어도 못 맞겠어.”
번쩍!
태양이가 다시 한번 빛을 터뜨리며 허공에 뛰어올랐다.
용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그리고 어김없이.
콰앙!
용의 급소와 상처에 태양이의 연격이 박혔다.
아란발론의 얼굴이 분노의 감정으로 얼룩졌다.
상황처럼 따라주지 않음에.
또한 태양이의 도발에 화가 나는 것.
그걸 알아챘는지 태양이가 비아냥거렸다.
“아쉽게도 그게 네 한계이자, 네 최후다. 고작 그 꼴로 주군 앞에 서려 했느냐?”
– 시끄럽다!
아란발론이 벌컥 성을 냈다.
그러고는 고개를 거칠게 흔들었다.
– 아무래도 안 되겠노라. 내가 위험하더라도. 내 육체가 찢어지더라도.
쿠구구구구!
동시에 중앙 심장에 남은 자신의 모든 기운을 입으로 끌어모았다.
– 저 인간만큼은 데리고 가야겠다!
[아란발론이 브레스를 준비합니다.]두두두두!
바닥이 다시 진동했다.
비록 이전에 준비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나 강한 진동.
방향은 영리하게도.
블라디미르가 묶여 있는 곳이었다.
“제, 젠장! 저 용. 여기를 바라보는데요?”
“어떡하죠? 여긴 블라디미르가 있는데.”
팀원들이 물어왔다.
하지만.
“…….”
절대.
피할 수 없다.
지금도 위태로운 블라디미르인데.
저 공격을 막지 않았다가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
[스킬,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4’가 등장합니다.]나는 올레나가 만들어진 물 발판 위로 뼈사를 소환했고.
스슷!
창을 방패로 바꾼 후.
블라디미르 앞에 섰다.
“다들 제 뒤로 이동하세요.”
내 말에 팀원들이 경악했다.
“훈……! 설마?”
“친우여, 저걸 혼자 받아낼 생각인가?”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블라디미르를 지킬 거예요. 그러니…….”
쿠구구구!
눈앞에 엄청난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여러분들도 같이……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