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3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35화
새로 오신 정수님
세계가 조금씩 커진다.
흐릿하던 세상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테마2’의 장소입니다.] [잠시 대기해 주세요.] [보상을 산정 중입니다.] [잠시 대기해 주세요.] [보상을 산정 중입니다.]…….
정신을 잃고 있느라 못 봤는지.
시야 한쪽에 쌓여 있는 메시지들.
“커, 커허어억!”
눈을 뜨자, 숨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그동안 폐가 아파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숨이 한 번에 터진 것이다.
몸은 미친 듯이 산소를 갈구했고, 배는 고팠으며, 회복된 근육은 비명을 질렀다.
“허억, 허억!”
나는 계속해서 숨을 몰아쉬었다.
사람 육체란 게 참 간사하다.
화(火)정수가 들어와 있을 때는 잠자코 숨죽이던 욕구들이.
몸 좀 괜찮아진 것 같다고 활개 치기 시작한다.
그때는 죽고 싶었다면, 지금은 살고 싶었다.
“팀장님? 정신 차렸어요?”
묘이 하나는 확실히 돌팔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명의(名醫)에 가까웠다.
기절하기 전, 나나 블라디미르나.
몸 상태가 그냥 인간이 아닌 수준이었으니까.
“…….”
나는 무심코 내 몸을 돌아다 봤다.
상처 대부분이 아물어 있고, 부러진 뼈가 붙어 있었다.
녹아내렸던 근육 역시 다시 재생되어 자리 잡고 있었다.
전설 속 신의(神醫) 화타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불가능한 회복이었다.
“확실히 회복력이 빠르시네요. 딱 이틀 차에 깨어나시다니.”
싱긋.
묘이 하나가 웃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한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회복했어요.”
“에이, 별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팀장 덕에 용도 잡아보고.”
용이라…….
그 거대한걸.
처음 봤을 때, 그냥 지나쳐 갈 수 있었던 그 끔찍한 괴물을.
기어코 잡아냈구나.
아, 그나저나.
“……이틀 차요? 벌써 시간이 흘렀나요?”
내가 물었다.
그 찰나의 순간, 두 가지 감정이 섞였다.
첫 번째는.
시련은 어떻게 된 거지?
테마3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두 번째는.
어떻게 2일 만에 이렇게 치료한 거지?
“…….”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원래 블라디미르가 있었어야 할 자리로 보이는 곳이 비어 있었다.
나보다 일찍 치료된 듯싶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선임 심사위원님이 회복 시간은 충분히 부여해 준다고 하셨으니. 일단, 몸 좀 더 추스르고 오세요. 동료들과 인사도 해야 하고, 보상도 받으셔야죠.”
“아.”
맞다, 보상.
이곳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하다.
노력하면 항상 그만큼의 보상을 준다.
[1만 시간의 법칙]이니 뭐니, 갖가지 이유를 붙여가면서. [잠시 대기해 주세요.] [보상을 산정 중입니다.]…….
나는 조금 많이 쌓인 메시지를 쭈욱! 더 내렸다.
그러자 곧 반가운 메시지가 보였다.
[띠링!] [보상을 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은 기여도에 따라 차등 지급됩니다.] [참가자들에게 알립니다.]기여도 메시지가 떠 있었고.
[기여도를 산정합니다.] [생존 인원 : 7명] [시스템이 총 7명의 순위를 매깁니다.]‘7명…….’
테마1 때와 비슷하게 순위표가 떠 있었다.
원래는 무지갯빛 효과가 터지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게 해주는데.
늦게 확인해서인지, 이번엔 그런 건 없었다.
[기여도 결과입니다.] [소수점 이하 값은 올림 처리합니다.] [1위 – 26%] [2위 – 19%] [3위 – 18%] [4위 – 10%] [5위 – 10%] [6위 – 10%] [7위 – 10%]결과는 생각보다 균형적이었다.
이전 테마에서 나 혼자 99%를 독식했던 거에 비하면 그나마 양심적인?
1위부터 7위까지 다 합쳤을 때 100%가 아닌 건.
소수점 이하 값을 전부 올렸기 때문이겠지.
“보셨어요?”
묘이 하나가 웃었다.
“놀랍게도 제가 3등이랍니다. 핫핫!”
“오, 3등이요?”
“예, 당연한 말이겠지만. 2등은 바로 팀장님을 구했던 블라디미르에요. 공간술 점수가 후하게 들어갔나 봐요.”
맞는 말이다.
블라디미르가 없었다면, 상황이 더욱 힘들었겠지.
거대마룡 중심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최대의 공이 그니까.
또한 그는 나 대신 희생을 택했다.
그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 건 우리가 아닌 아란발론이었을 공산이 크다.
그 외에도.
최고향검(崔高向劍) 막시밀리언.
패기와 의리로 모든 걸 씹어 먹었던 심판창.
용의 존재를 알리고, 용의 내부를 탐색했던 카푸.
수(水) 속성 마법으로 보호 및 이동을 담당했던 올레나 젤렌스키까지.
‘어느 하나, 도움 안 된 사람이 없었어.’
병풍이 없었다는 것.
그게 바로 기여도가 균형적으로 분포된 이유일 터.
그리고 나는.
[당신의 기여도는 26%로 총 1위입니다.] [보상을 골라주세요.]역시 1등이었다.
사실, 내가 1등이 아니면 따지고 들어야지.
뭐가 어찌 됐든, 직접 용을 잡은 게 난데.
[당신에게 내려진 적정 보상은 ‘SS급 선물상자’입니다.] [선물상자는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을 등급에 맞추어 선물합니다.]파아앗!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적정 보상을 선택하면 획득할 확률은 100%입니다.] [단, 당신은 확률을 소모하여, 최대 2단계 더 높은 등급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신중히 고민하시고 선택해 주세요.] [100% 확률로 획득 – SS급 선물상자] [30% 확률로 획득 – SSS급 선물상자] [1% 확률로 획득 – ???급 선물상자] [높은 등급 보상 획득에 실패하실 경우, 보상을 얻으실 수 없습니다.]“아…….”
역시.
저번이랑 똑같구나.
독무를 처치 보상과 용 처치 보상이 똑같다는 점이 살짝 마음 아팠으나.
대신.
“보상 올라오셨어요?”
“예.”
“SS급인가요? 아니면 SSS급? 후훗, 저희는 전부 SS급이었거든요.”
“……!”
나를 제외한 모든 동료들이 SS급 보상을 받았다니.
흠.
이러면 대충 밸런스가 맞는다.
혹여, 나 혼자 또 맛있는 거 퍼먹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이런 건 호구가 아니라 배려였다.
이들은 나를 버리지 않았고.
나를 위해 목숨을 걸었고.
또, 우리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나중에 드미르 무기나 하나씩 선물해 줘야지.’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
은혜를 입었으면, 꼭 보답하고.
원한을 맺었으면, 꼭 복수한다.
내가 세운 단순 명료한 기준.
나는 이들이 높은 보상을 얻는 게 전혀 아깝거나 부럽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다들 100%로 선택했어요. 자기들은 그렇게 운이 좋은 편이 아니라면서. 혹여 다른 거 골랐다가 SS등급 못 건지기라도 해보세요. 아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바로 다음 생 마려울 것 같은데요?”
“현명하신 분들이군요. 겨우 살아났는데, 자살은 선 넘죠. 그건 나쁜 거예요.”
“예, 사실……. 그래서 다들 무기 시험해 보겠다고 저 멀리 간 거예요. 팀장님 휴식에 방해될까 봐.”
그녀가 조곤조곤 말하다가 이내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풋- 웃었다.
“아, 갑자기 떠오른 건데. 블라디미르 씨도 참……. 웃기는 게 있잖아요. 일어나서. 다 죽을 것처럼 컥컥거리더니, 보상 보고 바로 벌떡 일어나서 훈련하러 가는 거 있죠? 얼마나 웃기던지. 큭큭.”
웃긴가?
흐음.
어쩌면 웃길지도 모르겠다.
묘이 하나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지금 내 온 정신은 보상에게 쏠린 상태.
그렇기에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랬어요? SS급 무기는 뭐, 그럴 만하죠.”
영혼 없는 대답.
이건 절대 그녀가 싫어서가 아니다.
그만큼 보상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다.
“맞죠, 인정해요. 현세에 처음 등장하는 등급이잖아요.”
등급.
그렇지.
나도 델라일라의 시련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SS 위에 SSS가 있고.
SSS 위에 신살(神殺)이 있다.
신살(神殺)이 있다는 건, 신(神)도 있다는 거겠지?
둘은 대척 관계이려나?
거기까진 알 수가 없다.
“큼큼. 저, 그럼 이제……. 묘이 하나 씨?”
나는 헛기침 하며, 그녀를 쳐다봤다.
이제 보상을 뽑겠다는 무언의 표시.
“아, 불편하셨군요. 비켜드릴게요.”
미소 지은 묘이 하나가 지체 없이 등을 돌려, 저벅 걸었다.
가는 방향 쪽에 동료들이 있겠지.
다행히도 눈치가 빠른 친구였다.
‘아무리 동료라 해도 이건 좀……. 설명하기 복잡하니까.’
???급 선물상자를 100%로 획득한다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또, 어떤 난리가 날까?
괜히 복잡하다.
어차피 헌터끼리의 무기 정보는 모르는 게 불문율이니, 이래도 상관없겠지.
‘자아.’
쓱싹쓱싹!
나는 손을 비비며, 침을 삼켰다.
벌써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으아아.
설레.
설렌다고!
[아이템 : 보상 확률 증폭 주문서] [등급 : S] [종류 : 주문서] [설명 : 100만 ‘시련 포인트’만큼의 보상 획득 개연성을 늘려주는 주문서.] [효과1 : 대상 보상 획득 확률을 100%로 만들어준다.]플로아를 잡고 나서 사둔 주문서.
나는 그것을 보물 다루듯 조심스레 꺼냈다.
괜히 잘못 만지다가 오류라도 나면 큰일이다.
소중하게 모셔야 한다.
“흐아아아.”
나는 메시지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메시지 가장 밑 부분을 가리켰다.
손끝이 살짝 떨렸다.
‘1% 확률로 ???급 선물상자를 획득하겠다.’
속으로 외침과 동시에.
찌익!
손에 쥔 황금빛 주문서를 찢어냈다.
[‘보상 확률 증폭 주문서’(S급)를 사용합니다.] [어떤 보상이든, 대상 보상 획득 확률을 100%로 설정합니다.]화려한 빛이 내 몸을 두어 바퀴 휘감았고.
[보상을 선택합니다.] [축하합니다!] [★☆대 To the 박☆★] [‘???급 선물상자’를 획득합니다.]내 두 손아귀에.
신묘한 빛을 뿜어내는 상자가 생겨났다.
[아이템 : ???급 선물상자] [등급 : ???] [종류 : 상자] [설명 : 열어보아라.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 등장할 것이다.] [효과1 : ???급 아이템을 획득한다.]“크!”
언제 봐도 소름이 돋을 만큼 단순한 설명.
그리고 그 자체로도 빛이 나는 것 같은 녀석.
시간 끌 거 없었다.
바로 열어보자!
풀럭!
내가 상자의 끈을 풀어 오픈했다.
[‘???급 선물상자’를 개봉합니다.]드드드드!
신묘한 빛과 함께 상자가 진동했다.
다행히도 땅이 울리거나 하진 않았고.
증폭 에너지가 사방을 휘감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는 에너지였다.
[아이템 선택이 시작됩니다!] [선물상자가 당신에게 전용 무기가 있는 것을 파악합니다!]그래.
이번에 아주 큰 역할을 했던 나의 전용 무기,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1/7).
[아이템이 정해집니다!]이번 선물상자의 판단은 굉장히 빨랐다.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를 강화하기로 결정합니다.]거침이 없었다.
내가 가진 무기를 강화한다는 건.
“…….”
오직 하나뿐.
[개연성에 따라, 세계를 탐색하는 중입니다.] [아이템을 찾는 중입니다.] [……………ing.]바로.
쿠구구구!
진동이 난폭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상자가 미친 듯이 뒤흔들렸고, 이윽고.
[띠링!] [아이템을 찾았습니다!]떨림이 멈췄다.
그리고.
주변을 휘감던 신묘한 빛의 색이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푸른색?”
[화(火)의 정수가 눈살을 찌푸립니다.]“어!”
화(火)의 정수.
녀석이 또 반응했다.
[불쾌한 표정의 화(火)의 정수가 네가 여긴 웬일이냐 묻습니다.] [수(水)의 정수가 비웃습니다.] [수(水)의 정수가 알면서 굳이 그렇게 묻는 건 지능이 없는 거냐 묻습니다.]스슷!
동시에.
내가 들고 있던 붉은 지팡이의 색감에 푸른색이 더해졌다.
정확히 표현하면.
각자 반반이 서로 밀고 당기며.
힘겨루기하는 모습이었다.
이야.
불과 물과 사이가 안 좋다는 건 너무 전형적인 설정이잖아.
하지만, 정수들은 전형적인 친구들인 것 같았다.
[띠링!] [신살(神殺)급 아이템,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1/7)이 갱신됩니다.]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2/7)를 획득합니다.]아아, 좋아!
나는 곧바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 :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2/7)] [등급 : 신살(神殺)급] [종류 : 무기] [설명 : 태초의 신(神)들조차 두려워하던 일곱 정수의 파편. 모든 속성의 정수를 모으면 봉인이 해제됩니다. 현재, 화(火)의 정수, 수(水)의 정수가 담겨있습니다.] [효과1 :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합니다.] [효과2 : 절대 파괴되지 않습니다.] [효과3 : 수집한 정수의 힘을 사용합니다.] [효과4 : 기력 2,000 증가.]“미친?”
기력 2,000?
그럼 기존보다 1,000 더 증가한 건가?
효과4를 보고.
나는 결국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