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3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36화
이들에게 나는 아직 팀장이다
나는 곧바로 상태창을 펼쳐, 늘어난 기력을 확인했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킹] [기력 : 2,220/2,220]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등급 : S] [효과]-당신은 죽은 영혼을 다루는 직업, 네크로맨서입니다. 무시무시한 악령과 독극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
“캬아.”
나는 탄성을 내질렀다.
아이템 효과로만 2,000이 넘어버린 기력.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기력 100을 쪼개 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냥 마음껏 펑펑 써도 무리 없을 것 같다.
‘특히나.’
내 스켈레톤들은 이제 용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웬만큼 부서지지도 않을 거기에, 기력을 쓸 일도 별로 없다.
그뿐이랴?
기력 차는 속도도 더 빨라진다.
1시간에 한 번 차는 기력의 양은 절대적인 게 아닌, ‘비율’의 개념.
과거, 최대 기력이 100일 당시엔.
시간당 10씩 차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시간당 10%씩 회복하는 개념이었다.
[기력 : 2,220/2,220]즉, 지금 기력으로 따지면.
시간당 차오르는 기력은 222.
과거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게다가.
[수(水)의 정수가 한탄합니다.]나는 또 하나의 정수를 얻었다.
화(火)의 정수의 힘을 직접 느껴봤기에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정수 하나가 가진 힘이 얼마나 막대하고 무서운지.
[수(水)의 정수가 진정 이 약해빠진 애송이의 행보를 구경해야 하냐 묻습니다.]비록.
수(水)의 정수는 화(火)의 정수처럼 친근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화(火)의 정수가 시끄러우니, 아가리 닥치고 잠이나 자라고 합니다.]캬.
역시, 화(火)의 정수.
이분은 원래부터 그랬다.
처음부터 날 귀여워했으며.
나를 제외한 다른 존재에게는 굉장히 날카로우면서 시크했다.
[수(水)의 정수가 ‘???’를 띄웁니다.] [수(水)의 정수가 네게 그럴 권한이 있냐 묻습니다.] [화(火)의 정수가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수(水)의 정수가 발끈합니다.]티격태격하는 둘.
우우웅!
나는 청홍으로 이루어진 지팡이를 부여잡았다.
가볍게 느껴지는 진동과.
서로 부딪치는 두 기운이 신묘하게 느껴졌다.
[수(水)의 정수가 왜 만나자마자 시비 거는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화(火)의 정수가 네가 없었을 땐 굉장히 조용했다고 말합니다. 너는 그냥 너무 버릇없고 시끄럽다고 합니다.] [수(水)의 정수가 묻습니다. 한판 뜨실?]콰득! 콰드득!
지팡이의 진동이 점점 거세졌다.
어어?
“저기요들……?”
[화(火)의 정수가 피식 웃습니다.] [화(火)의 정수가 자신은 빼지 않는다고 합니다. 조잡한 물방울 따위. 업화(業火)의 불길로 단숨에 불 싸질러, 영원히 증발시켜 주겠다고 말합니다.]“……저기요? 잠시만요.”
[수(水)의 정수가 코웃음 칩니다.] [수(水)의 정수가 너 따위 주둥이만 나불거리는 뜨겁지도 않은 불, 단숨에 소화(消火)시켜주겠다 합니다.]두두두두!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노인처럼.
현실에는 물리력을 미치지 않는, 나에게만 보이는 두 힘이었으니까.
‘하지만.’
무언가 엄청난 두 존재가 난리 치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 그만요!”
내가 지팡이를 거칠게 휘둘렀다.
동시에, 내 기운으로 지팡이의 기운을 통제했다.
턱도 없겠지만.
둘 다 날뛰지 않게 묶어두려 해봤다.
강하게 억눌렀다.
[수(水)의 정수가 말합니다. 이 건방진 애송이는 또…… 응?]“음?”
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강하게 날뛰던 푸른 기운이 잠깐 동안 사라졌기 때문.
뭐야, 이거.
의외로 먹히는 건가?
후웅!
내가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수(水)의 정수가 미간을 찌푸립니다.]후웅!
[수(水)의 정수가 어지럽게 무슨 짓이냐 말합니다. 그만하라 합니다.]후웅!
[수(水)의 정수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어이?]지팡이에 담긴 청색 기운이 점점 줄어들고.
붉은 기운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수(水)의 정수가 말합니다. 잠깐? 왜 내 기운만 눌러?] [화(火)의 정수가 잘했다고 칭찬합니다. 저런 저급한 수(水)의 정수 따위 영원토록 쓸 필요 없다 합니다.] [수(水)의 정수가 삿대질합니다. 이 빌어 처먹…… 치사하게 그럴 거야?]후웅!
다시 휘두르자, 작성되던 메시지가 끊겼다.
발악하던 청색 기운 역시, 줄어들었다.
그랬다.
[아이템 :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2/7)] [등급 : 신살(神殺)급] [종류 : 무기] [설명 : 태초의 신(神)들조차 두려워하던 일곱 정수의 파편. 모든 속성의 정수를 모으면 봉인이 해제됩니다. 현재, 화(火)의 정수, 수(水)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효과1 :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합니다.] [효과2 : 절대 파괴되지 않습니다.] [효과3 : 수집한 정수의 힘을 사용합니다.] [효과4 : 기력 2,000 증가.]무기의 효과3.
수집한 정수의 힘을 사용하는 주체는 나였다.
즉, 어떤 기운을 사용할지 선택하는 건 온전히 나.
화(火)의 비율을 높이면, 수(水)가 기세를 펴지 못하는 것이다.
‘좋은 통제 수단이네.’
생각지도 못한 성과였다.
‘도대체 어떤 존재들인진 모르겠지만.’
태초의 신(神)들조차 두려워하는 존재라니.
이 정도까지만 하기로 할까?
아니지.
아무리 신살(神殺)급 존재라 해도.
나를 건드렸으니 그 대가는 치러야 한다.
내 신조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일단, 수(水)의 정수님은 잠깐만 봉인시켜 두도록 하겠습니다.”
[수(水)의 정수가 눈을 부릅뜹니다.]“잠깐만이에요. 단, 계속 흥분하시거나 분란을 조장하시면 앞으로도 계속 봉인시킬 거예요.”
[수(水)의 정수가 해볼 테면 해보…….] [화(火)의 정수가 공간 내부를 불바다로 만듭니다.] [수(水)의 정수가 경악합니다. 불결하다 외칩니다. 빨리 봉인을 풀라고 합니…….]후웅!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안 됩니다.”
내가 단호히 읊조렸다.
또한, 이어지는 메시지를 애써 무시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공간에서 화(火)의 정수가 괴롭히는 것 같은데.
사실, 나에겐 희소식이다.
절대적인 존재들을 이런 소소한 걸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천운이지.
우웅!
다시 완전히 붉어진 지팡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찰나.
우우웅!
허공에 정체불명의 게이트 3개가 열린 것은 그때였다.
좌측 바로 옆에 하나.
우측 200m 거리에 하나.
그리고 허공에 하나.
“으아아악!”
“으아아!”
그곳에서.
우당탕탕!
게이트에서 총 여섯의 헌터가 튀어나와 나뒹굴었다.
“아니, 블라디미르 씨!”
넘어졌던 올레나가 일어나며 표독하게 외쳤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우릴 보내버리면 어떡해요?”
“그러게. 자기는 지상에 똑바로 보내고 왜 우리만 허공으로 보내는가!”
중년, 막시도 씩씩거렸다.
“으하하하, 미안.”
바로 내 옆에 등장한 블라디미르.
그가 멋쩍게 웃었다.
“이게 멀티 스킬은 적응이 잘 안 돼서……. 그나저나 진짜 되네? 크, 과연! 이게 바로 SS급의 위력이구만!”
아무래도.
블라디미르는 공간술을 멀티로 운용할 수 있는 전용 무기를 얻은 것 같았다.
자신의 지팡이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블라디미르의 눈길이.
“오?”
이내 나를 향했다.
“어이, 훈! 일어났었나?”
그가 반갑게 외쳤다.
“훈?”
“팀장!”
“친우여.”
이내 다른 팀원들도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나에게 다가왔다.
심판창 장웨이, 올레나 젤렌스카, 카푸, 묘이 하나, 막시밀리언, 블라디미르 로디긴.
나의 동료이자, 나의 동기들.
“역시 묘이 하나의 의술은 대단하군. 결국, 둘 다 살려내다니.”
심판창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스슷!
동시에 창을 유려하게 늘어뜨렸다.
원래 사용하던 게 아닌, 처음 보는 디자인의 창.
“친우여, 이번에 얻은 SS급 전용 무기다. 기운을 증폭시켜 주는 능력이 있는데, 스승님의 이화창과 잘 어울린다. 덕분에 더욱 악한 자들을 심판할 수 있을 것 같다.”
“히힛, 저는 ‘고대 마법서 – 수(水)’(SS급)를 얻었어요. 생전 처음 보는 마법 공식들이 적혀 있는 거라, 학회에서 난리 날 정도의 보상이긴 한데. 당분간은 저 혼자 연구 좀 해보려고요. 일단은 실력을 늘리고 싶으니까.”
올레나도 웃으며 말했다.
‘아.’
나는 이들이 뭘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보주를 하나 얻었네.”
중년, 막시가 다가와 미소 지었다.
“지니고 있으면 기운이 안정되는 보주라나? 이걸 지니니까 내가 지닌 오의(五意)의 지속시간과 힘이 확실히 늘어나더군. 소중한 보물이야.”
이들은…….
“훈, 나는 전용 인공 렌즈를 삽입했다. 신기한 렌즈야. 어떤 사물이든, 그 정보나 약점 같은 걸 알려줘. 탐험가로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지”
기절하느라 아무 설명도 못 들었을 나를 위해, 선뜻 먼저 정보를 풀어 놓았다.
원래라면 굳이 풀어놓을 필요 없는 소중한 SS급 보상의 정보를.
“저는 그냥 힐링용 지팡이에요. 전용 무기죠. 힐링 관련 능력을 증폭시켜 주고, 리커버리라는 소생 스킬이 하나 붙어 있어요.”
이들에게 나는.
“어이, 팀장. 나 역시 전용 무기다. 성능은 보다시피. 멀티 캐스팅이 가능해. 아니, 멀티가 아니라 트리플인가? 그냥 미친 거지. 좀만 연습하면, 이 블라디미르가 셋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상상만 해도 든든하지?”
아직 팀장이었던 것이다.
테마2가 끝났어도.
혹여, 델리일라의 시련이 모두 끝나더라도.
영원히 이들에겐 팀장일 거다.
나는 그걸 느낄 수 있었다.
“…….”
사실, 하나하나가 대단한 자들이다.
지금은 나도 대단하다 하지만.
몇 달 전만 해도 이들은 내게 태양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A급 이상이면서.
랭커 다섯 이상의 인맥이 있는 잠정 랭커들.
그런 이들이 나 하나만을 바라본다.
믿음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런데 이상하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친우(親友).
지난 20년간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었던 나에게.
진짜 친우가 생긴 느낌?
투욱, 툭!
나는 지팡이를 땅에 두들겼다.
파즉!
동시에, 푸른색 기운과 붉은색 기운이 양방으로 피어올랐다.
“다들 궁금하실 거예요.”
[수(水)의 정수가 겁줄 때는 언제고 벌써 봉인을 푸냐고 묻습니다.] [화(火)의 정수가 말합니다. 또 까불댄다.]“당연히 궁금하겠죠. 그때 잠깐 무언가에 씌어서 용을 잡던 제 모습이 말도 안 되는 모습이었을 테니까.”
“…….”
적막이 일었다.
그리고 예로부터 그런 말이 있다.
침묵은 긍정이라고.
“전부 말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는 미소 지었다.
“약속할게요. 천천히 다 말해드린다고.”
사실 비밀이랄 것도 없다.
이미 내 행보 따위.
델라일라도 봤고, 심사위원들도 봤을 터.
퍼지는 건 시간문제이기에, 이들에게 숨길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굳이 물어보지 않고 있던 이들이 고마웠다.
더 믿음직스러웠다.
“뭐, 말해준다니 고맙지. 하하하!”
제일 먼저 적막을 깬 건 블라디미르였다.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럼 이 시련이 다 끝나기 전까지만 부탁할게, 팀장. 진짜 궁금해 뒈지겠으니까.”
“후, 사실 저도 궁금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올레나도 푸- 숨을 내뱉었다.
“저는 무슨 훈이 신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니까요? 독무도 잡고, 용도 잡고. 말이 안 되잖아요.”
“클클, 팀장은 내가 만나봤던 사람 중 가장 신기한 사람이라네.”
술렁술렁.
그렇게 다시 분위기가 돌아올 찰나였다.
스슷!
허공에서 누군가가 등장했다.
검은 정장 바지에, 하얀 와이셔츠를 깔끔하게 빼입은 건장한 사내.
“다들, 떠들 만큼 떠들었나?”
선임 심사위원.
마검사 뤼카였다.
“배려할 만큼 배려해 준 것 같으니, 이제 슬슬 준비하도록. 시간이 많이 지연됐다.”
세 번째 테마의 포문을 여는 그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