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3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37화
세 번째 테마
사위가 적막했다.
마침내 시작된 세 번째 테마.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만만치 않았기에, 동료들의 낯빛에 긴장감이 차올랐다.
심판창과 카푸의 눈빛은 진중하게 가라앉았으며.
묘이 하나와 올레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긴장한 낯빛을 한 채 뤼카를 응시했다.
떠들던 막시와 블라디미르도 말을 멈추고, 내 옆에 섰다.
“…….”
침묵 속에서 서서히 고조되는 긴장.
‘그럴 만도 하지.’
첫 테마에 참가한 인원이 무려 50명이다.
그중 합격한 인원은 30명.
그리고 두 번째 테마가 끝난 지금, 남아 있는 인원은 고작 7명이다.
델라일라가 제시한 여섯의 테마 중 고작 둘이 끝났는데, 무려 86%의 인원이 나가리 된 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말도 안 되는 난이도.
“우선.”
잠시 후, 뤼카가 말했다.
“세 번째 테마를 설명하기에 앞서, 그대들에게 개인적으로 존경을 표한다.”
스윽!
예를 갖추어 검을 허리춤에 세운 뤼카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대들은 시련 역사 통틀어 역대급 자원이다. 랭커 대다수는 구경도 못 해봤던 용을 잡아낸 드래곤 슬레이어이며, 이미 성과만 보면, 랭커의 반열에 올라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랭커.
나는 그 단어가 들리자, 괜스레 가슴이 뛰었다.
그냥 단순한 헌터가 말하는 랭커가 아니다.
최상위급 위치에 서 있는 랭커가 인정하는 ‘랭커’였다.
그야말로 진짜 랭커.
“…….”
무언가 뿌듯해졌다.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동안 얼마나 고통받았던가.
랭커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 결과가 이제 진짜 눈앞에 보이는 순간이라니!
손만 뻗으면 닿을 위치에 서 있다니!
“우리를 역대급 자원이라 높이신다면, 그건 전부 팀장님 덕이죠.”
묘이 하나가 자신 있게 대꾸했다.
“솔직히 팀장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업적이에요. 다들 인정하시죠?”
“음, 맞지. 인정한다.”
“동의해요, 거대마룡을 푼 것도 훈이었고. 전투에서 가장 높은 기여도를 차지한 것도 훈이었으니까요.”
“뭐, 너무 당연한 거라. 말해봐야 입 아프군.”
감돌던 침묵이 깨졌다.
어느덧 이들의 낯빛에 돌던 긴장감도 사라졌다.
나를 칭찬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겪었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슬며시 올라오는 긴장감을 떨쳐낸 것이다.
“에이, 다들 그러지 마세요.”
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누가 보면 저 혼자 다 한 줄 알겠어요.”
겸손이 아니다.
이들이 나에게 의지하는 만큼.
나 역시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하, 맞네. 생각해 보니, 우리가 굳이 쫄 필요 있어?”
블라디미르가 웃었다.
“그 끔찍하던 용을 잡았던 건 둘째 치고, 이미 심장까지 뚫렸다가 살아남았는데 말이야. 하하핫!”
그의 웃음과 함께.
점차 고조되던 공간이 순해졌다.
팀원들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음…….”
뤼카는 그런 팀원들을 둘러보더니 이내 슬쩍 미소를 머금었다.
“확실히 부러운 우정이로군. 맞다. 인정한다. 그대들의 스토리에는 분명 감동이 있었어. 멋졌지.”
항상 보여주던 딱딱한 표정이 아닌, 부드러운 표정.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시련의 길을 걸었던 선배로서, 감탄스러우면서도 대견하다는 감정이 든다. 그러하니.”
스슷!
뤼카가 예를 갖추어 잡았던 칼을 다시 옆으로 늘어뜨렸다.
후우웅!
그 가벼운 동작만으로 사방에 바람이 일었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며, 다음의 사항을 공지하겠다.”
“공지?”
블라디미르가 대꾸했다.
뤼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그대들은 이제부터 여섯 개의 모든 테마가 끝날 때까지 한 팀이다. 또한, 서로를 죽일 수 없다. 즉, 처음에 설정된 서로 죽여도 된다는 규칙 또한 폐지되는 거다.”
“이제는 죽이라 해도 못 죽이죠…….”
올레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경쟁시스템을 아예 배제한다는 말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테마가 랭커 후보를 뽑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랭커가 되는 과정.”
쿠궁!
그 순간, 공간의 하늘이 검게 일렁거렸다.
뤼카의 손짓 때문이었다.
쿠구궁!
블랙홀처럼 시커먼 구덩이가 점차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공간 전체를 집어삼켰다.
꾸욱!
나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시작인가?
‘아까 생각했었지.’
이제 곧 랭커가 된다고.
곧 꿈을 이뤄낸다고.
‘하지만.’
꿈은 갱신되는 것이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어차피 내 꿈은 이전부터 상향 조정되어 있었다.
[랭킹 1위, ???]지금은 물음표로 존재하는 그곳.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
무는 이미 썰렸다.
그럼 무만 썰고 내버려 둬?
아니지. 요리해야지. 그것도 굉장히 맛있고 달콤한 요리.
나에겐 그 요리가 바로 랭킹 1위다.
‘암. 나, 주동훈 님이 말씀하셨지.’
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생각해 보면.
나는 지금껏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법한 것들을 전부 이뤄냈다.
전승무패(全勝無敗).
어려운 길이 있으면 빼지 않고 도전했고, 견뎠고, 이겨냈다.
‘그러니 앞으로도.’
빼지 않는다.
과감하게 도전한다.
그리고 승리한다.
속으로 굳게 다짐하고 있을 찰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이제부터는 목숨을 잃을 정도의 위태로운 상황은 없을 테니. 물론, 그렇다고 시련이 마냥 쉽다는 건 아니다.”
쿠궁!
공간이 새로 짜이기 시작했다.
검었던 공간이 꿈틀꿈틀 일렁이며, 무언가를 다시 만들어냈다.
바닥이 생기고, 벽면이 생기고, 천장이 생겼다.
“그저 목숨이 위태로워질 상황에 부닥쳐지면, 델라일라께서 별도의 조치를 취한다는 뜻일 뿐이다. 인재는 보호하여야 하니.”
투두두두!
새로운 장소는 하나의 밀실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공간.
“그럼 무운을 빌겠다.”
테마3의 시작이었다.
* * *
“흠.”
뤼카가 사라진 밀실.
그 조용한 공간에서.
처음 입을 연 것은 바로 블라디미르였다.
“지금 이 상황. 테마1 때와 비슷한 거지? 심사위원은 대충 설명해 주는 척만 하고 사라지고. 메시지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불친절한 게임.”
“후우, 정확히 파악하신 것 같은데요?”
올레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게다가 이번엔 공간이 상당히 비좁네요. 뭐 조사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촤르륵!
그녀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물이 솟구쳤다.
솟구친 물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 벽면을 두들겼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냥 빈방이네요. 크기는 대충 넓은 공터? 우리 마탑 1층 크기가 이 정도 되는 거 같은데…….”
다시 긴장감이 맴돌았다.
꿀꺽.
모두가 침을 삼키는 게 느껴졌다.
원래 눈앞에 흉포한 몬스터를 두고 있는 것보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 할 때가 더욱 긴장되는 법.
“엥? 너희 마탑, 세계 1위 아니었냐? 그렇게 좁아?”
블라디미르가 입을 열었다.
팀원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소소한 대화였다.
올레나는 살짝 발끈했다.
“에이, 이 정도면 적어도 50평은 되어 보이는데……. 이 정도면 나름 넓은 거죠!”
“어이, 세계적인 마탑이 50평이면…… 그게 넓은 거냐……?”
“어허? 그 말. 저희 스승님 앞에서 할 수 있으세요?”
올레나가 양손을 허리춤에 올릴 찰나.
“잠깐.”
카푸가 말을 끊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오오.
과연, 카푸.
그의 눈이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번에 얻은 SS급 인공 렌즈를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왜! 왜! 뭐 보이는 거라도 있어요?”
올레나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이야, 카푸. 또 한 건 한 거야? 역시 답이 없을 땐 카푸를 찾아야지!”
막시와 블라디미르도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녹색 눈동자의 카푸는 이곳저곳을 돌아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그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서렸다.
“함정이다.”
뜬금없는 외침.
“응?”
“그게 무슨 말이야?”
“함정? 뭐 아무것도 안 했는데 함정이라고?”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했다.
뭐지?
나 역시 긴장하며 자세를 낮췄다.
“정확히는 함정이 아니라 트랩이야. 더 정밀하게 말하면 일종의 장치지. 일단, 그것보단 다들 방어태세 구축해!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카푸가 외쳤다.
다들 의문의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그의 말에 따랐다.
촤륵!
올레나가 워터 실드를 펼쳤고.
쿠웅! 쿵구구구궁!
나 역시 뼈사 군단을 소환해 일행들을 둘렀다.
다들 궁금해하는 표정이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각자 본능대로.
해야 할 일을 했다.
“카푸.”
중앙에 선 내가 말했다.
“준비는 끝났으니 천천히 설명해 봐요.”
“지금부터 대략 10초 후, 장치가 가동될 거다.”
“10초?”
“젠장, 보면 안다. 무언갈 쏘아낸다는데, 정확히는 나도 모르겠어. 너무 복잡하고 많아서!”
흠.
10초면 유예 시간이 굉장히 짧은데.
나는 혀를 찼다.
“우선, 각자 상황에 맞추어 센스 있게 대응하기로 해요.”
이젠 별수 없다.
무언갈 생각하고 전략을 수립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
그 순간.
[띠링!] [7명의 참가자들은 하나의 팀이 되었습니다.] [팀명 – ‘드래곤 슬레이어’] [델라일라가 설정한 이번 기수의 팀명입니다.]“팀명?”
“후, 뭔지 몰라도. 이번에도 협동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요?”
[임무가 도착합니다.] [스테이지 : 회피의 장.] [지금부터 ‘드래곤 슬레이어’ 팀은 서로 협동하여, 이 공간에서 최대한 버텨내야 합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각종 ‘물체’가 쏘아집니다.] [쏘아지는 ‘물체’에 몸이 닿는 순간, 해당 인원은 탈락합니다.] [전원이 탈락하면 해당 게임은 종료. 점수에 따라 팀 기여도가 산정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획득합니다.]“이건 또 뭐야.”
“그러니까…… 흠, 그냥 총알 피하기 게임 같은 걸까요?”
내가 중얼거렸다.
총알 피하기 게임.
미성년자일 당시 국내에서 잠깐 유행했던 게임이다.
닷지 게임이라고도 하는데.
사방이 막혀 있는 제한된 공간에서 오직 피지컬만으로 총알을 피해내야 하므로, 난이도가 굉장히 까다로운 걸로 알려져 있다.
“총알 피하기 게임? 그게 뭔데!”
“그런 게 있어요. 음, 아무튼…… 잠깐! 일단 다들 조심하세요!”
철컹!
그때였다.
하얀 공간에 있던 벽면의 일부가 뒤집혔다.
[1단계 시작.]동시에.
투웅! 퉁! 퉁! 퉁! 투웅! 퉁!
벽면에서 느린 속도의 ‘구체’가 발사되었다.
“어, 어어어?”
올레나가 당황하며 촤륵! 실드를 옮겼다.
그러나.
실드는 ‘구체’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저 느린 속도로 스윽! 하고 뚫은 채 그녀에게 직선으로 접근했다.
“꺄악!”
당황한 올레나가 뒤로 자빠졌다.
“정신 차려요!”
내가 외쳤다.
“다들 스킬 사용 자제하시고! 굳이 쳐내지도 마세요! 최대한 피지컬로 피하는 거예요! 오케이?”
“그냥 피지컬로 피하라고?”
“각자 거리 벌려요! 서로 엉키면 방해되니까! 1단계라 할 만할 때, 미리 자리 잡아놔야 해요!”
“아니, 나 원…… 이게 무슨 시련이냐.”
팀원들이 내 통제에 따랐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시련에 비하면 생뚱맞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쩌나.’
까라면 까야지.
우리는 참가자 입장일 뿐이고, 시련의 결정권은 델라일라에게 있다.
“일단 자리 잡고, 각자 잘 피하면서 생각해 보자고요.”
나 역시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걸리적거리는 뼈사는 이미 역 소환한 지 오래.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