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3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39화
2단계
그래.
델라일라의 시련이 그렇게 순탄할 리 없지.
마침내 도달한 2단계의 시작.
그것은 1단계와 비교했을 때, 지옥과도 같았다.
“씨발!”
누군가의 외침.
그리고.
“구체 대신 화살이 쏟아져요!”
“이건 맞으면 많이 아프겠는데?! 젠장, 이러면 적당히 놀다가 탈락하고 싶어도 못 하잖아?”
“블라디미르! 그게 할 소리예요?!”
팀원들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슝! 슈슝!
화살.
벽면 장치에서 쏘아진 것이 팀원들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그들의 낯빛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으아아! 으아아아!”
“젠장할! 아란발론의 병사 2탄이냐고!”
슈슝! 슝!
물론, 용아병(龍牙兵)들이 쏘았던 볼트만큼의 속도와 위력은 아니다.
하지만, 이 화살이 가지는 의미는 또 달랐다.
그때는 막을 수 있었고, 각도가 일정했다면.
지금은 피해야 하고, 각도도 제각각이었으니까.
“어이, 팀장! 뭐라도 좀 해봐! 이거 훈련이고 뭐고 조금 있으면 다 탈락하게 생겼어!”
“음.”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슈웅!
신속히 허리를 틀자, 그 사이로 화살 하나가 날카롭게 지나간다.
지독한 속도.
‘제길.’
24시간도 지났겠다.
훈련도 해야 한다면.
지금 생각나는 건 딱 하나.
‘노인.’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나는 노인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흐음.”
허공에서 백발의 어르신이 등장했다.
“네놈은 어째…… 점점 위기 상황에만 나를 부르는 것 같구나. 이번엔 또 뭐냐?”
‘죄송합니다, 어르신. 하지만, 하루하루가 위기인 걸 어찌합니까.”
나는 태청심법을 가동해 기운을 퍼뜨렸다.
슝! 슈웅!
눈으로 체크하기 애매할 정도의 속도라, 기의 힘을 빌리는 게, 훨씬 더 빈틈없이 피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본래 이런 상황일수록 좋아하는 거 아니셨습니까? 제 만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사실, 최근 들어.
마사지나 만술의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본래 같았으면 구시렁구시렁 투덜거렸을 테지만.
노인은 별말이 없었다.
오히려 흡족해했다.
자신이 하는 훈련보다 현재 상황이 훨씬 도움 된다고 판단한 거겠지.
“쩝, 어디 한번 보자꾸나.”
내 몸놀림을 지켜보던 노인이 태연자약하게 팔짱을 꼈다.
“대충 보아하니, 각자 화살의 운동량이 다 다른 게로군?”
역시.
절대자의 눈은 다른 걸까?
노인은 등장하자마자 이 던전의 본질을 단박에 캐치했다.
“딱 한계의 50% 정도 파워. 그러면서도 점점 빨라지고 있어. 하나를 피하면 그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화살이 날아온다.”
‘한계의 50%라고요? 이게요?’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말은 안 하지만, 지금도 몸이 굉장히 바쁘다.
쓔웅! 쓩! 쓩!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화살에 정신없이 움직이는 중인데.
이게 한계의 50%밖에 안 된다고?
“오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아. 사람의 잠재력을 우습게 보지 말거라. 특히 네놈 같은 경우는 다른 녀석들에 비해 그 잠재력이 더 높아. 다 만술의 훈련 덕이지. 암.”
‘좋은 소식 같으면서도, 좋은 소식은 아니네요.’
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냐.
잠재력이고 뭐고.
지금 당장이 너무 힘들어 죽겠거든.
“우선, 잘되었다.”
‘예?’
“잘되었다고. 네놈에게 전수해 줄 보법이 있었는데. 마침 딱 좋은 환경이 갖추어졌어.”
‘예에에?’
이 상황에.
또 훈련이라고?
‘어르신, 이거 실전인데요?’
슈웅! 슝!
저기 날아오는 화살에 옷깃만 스쳐도 탈락이다.
실패와 적응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훈련과는 맞지 않는 상황이라는 뜻.
“이놈아. 만술은 실전과 훈련의 경계를 가르지 않느니라. 그러니 만술인 거고, 그러니 최강인 게지.”
‘그, 그런가요?’
“이번에 전수할 기술은 그 이름하여,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 내가 만든 보법으로 하늘 아래 적수가 없는 보법이지.”
‘무, 무슨 이름이 그래요?’
태청공재만성대법(太淸工材萬成大法)도 그렇고.
이것도 그냥…….
좋아 보이는 거 다 갖다 붙인 느낌인데?
“어허. 이름이 뭐 그리 중하더냐? 어차피 삼류보법이든 이류보법이든 극(極)에 달하면 다 똑같거늘. 이름이야 붙이기 나름이니라.”
‘아, 예. 뭐…….’
그렇다고 치자고요.
“자.”
노인의 형체가 내 시야가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지금부터. 내가 움직이는 걸 천천히 따라 해보거라.”
저벅.
노인이 스텝을 밟았다.
내가 보기엔 살짝 엉성해 보이는 발걸음.
‘정말요?’
“어허, 고얀 놈. 이 스승에게 그렇게 믿음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아, 옙.’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어차피 노인은 나를 통해 본인의 ‘한’을 풀려 한다.
그런 상황에 득이면 득이었지, 실이 될 건 없을 테니.
“좋다. 계속 따라 하거라. 무조건 이 걸음으로 피해야 한다. 추후에 원하는 곳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걸음의 기초가 될 터이니.”
‘알겠습니다.’
나는 노인을 따라 움직였다.
슝! 슈웅!
이전보다 피하는 건 좀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집중해야 했다.
나에게 실수는 탈락이요, 탈락은 곧 죽음과도 같으니.
“어이, 팀장?”
팀원들이 일제히 나를 돌아다 봤다.
누군가는 의아한 얼굴로, 누군가는 다급한 얼굴로.
“훈? 괜찮아요?”
“뭐 하고 있는 거야! 이거, 어찌어찌 피하고는 있는데, 팀장 먼저 떨어지면 우리 다 멘붕이야! 알지?”
“알죠.”
나는 빠르게 말했다.
“급하니까, 각자 대처하는 거로 하시고! 혹여 여유가 되신다면, 제 걸음 따라 해보셔도 좋습니다!”
“그 걸음을……?”
“예, 뭐. 강요는 하지 않을 테니! 여유가 되는 사람만 하세요!”
“…….”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을 한다.
하긴, 어련할까.
당장의 나도 이게 맞나 싶은데.
‘그러니.’
선택권을 준다.
배울 테면 배우고 말라면 말아라.
만술은 일인전승(一人全承)이지만.
어차피 만(萬)개의 술(術)법 중 하나.
누군가가 전수받는다 해도, 만분의 일일뿐더러.
이거 하나 알려준다고 전부 마스터할 수도 없다.
‘또한.’
어떤 걸 배우든, 극으로 가면 다 똑같은 게 만술의 요체이니.
중요한 건 그 기술이 아닌, 배우는 사람이자 가르치는 스승이다.
그렇기에 노인도 간절하게 천재를 찾았던 것이고.
타앗! 탓!
노인 역시 보법을 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 동료들은 좋은 놈들이니, 가르쳐 주려면 성심껏 가르쳐 주거라. 살아보니 그렇다. 혼자 모든 걸 다 가진다고, 행복할 수 없어. 도움을 받고 도움을 내어준다. 그게 바로 인생이고 삶이니. 전부를 다 내어줄 순 없겠지만, 이 정도 융통성은 부려도 좋다.”
‘예, 어르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따라오는 사람들만요.’
이거.
웬만한 믿음이 없고서야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꼬락서니거든.
“……흠.”
팀원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몸짓이 많이 이상하긴 한데…….”
“훈이 하라고 하는 거면, 해야지.”
“몰라! 이 짓 하다가 탈락해도 나한테 뭐라 하면 안 된다! 팀장!”
그러고는 하나둘.
내 움직임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한 발짝, 두 발짝.
조금이라도 따라 하면서 화살을 피하려고 애썼다.
“……?”
의외였다.
이걸 따라 한다고?
진짜로?
그렇다면 저들은 자격이 있다.
저들도 나처럼.
강해지기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거다.
“후우, 후우!”
그렇게 일곱의 기행이 시작되었다.
쓩! 쐐액!
점점 더 빨라지는 화살 비와.
점점 더 거칠어지는 호흡 소리.
“후악, 후우!”
노인이 인도하는 움직임을 따라 했다.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움직임은 중요하다. 발걸음 하나에도 언제든 적의 암습을 대비해야 하며, 언제 어디서든 공격이 튀어 나갈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니라.”
노인이 취하는 자세는 총 열 가지였다.
팔방(八方).
그리고 상하(上下).
현재 위치에서 그 방향으로 가는 가장 효율적인 자세.
“보거라.”
노인이 걸었다.
지금껏 알려줬던 모든 걸음이 하나로 융합했다.
“기초가 된 상태에서 걸으면, 이렇듯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효율적인 힘의 사용으로 전방위의 공격을 피할 수 있으니.”
저벅.
노인이 걸음을 지속했다.
그 걸음의 형태는 절대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냥 평범했다.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걸음.
하지만, 그 결과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허.’
감탄이 나오는 움직임.
너무도 자연스럽게 화살 비를 지나간다.
나와 팀원들에게 쏘아지는 각각의 화살들을 쉽게도 걸었다.
“지금부터 넌 이 걸음을 익힐 것이니라. 네 한계를 넘어설 때까지.”
두근.
심장이 뛰었다.
전율이 일었다.
그래.
어르신!
진즉 이런 것부터 보여줬어야죠!
폼생폼사라고도 하지 않던가.
강해지고 싶은 나는, 남에게 보이는 태 역시 중요한가 보다.
기존보다 더 열의가 타오르는 것 보니 말이다.
* * *
[띠링!] [스킬,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C급)을 획득합니다.] [해당 스킬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후욱! 후욱!”
약 세 시간이 흘렀다.
온몸이 땀으로 적셔졌고.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이미 노인은 2시간 전에 사라졌다.
나는 그 잔상을 떠올리며 움직였다.
“헉헉, 팀장……?”
“훈? 이게 뭐예요? 천하제일보법? 훈의 움직임만 따라 한 건데! 이런 게 떴어요!”
“……천하제일? 나는 그냥 제일무적보법인데? 훅, 후욱!”
“나는 천하무적보법일세. 내 최고향검(崔高向劍)과 섞어 쓰기 딱 어울리는 보법인걸?”
하나, 둘.
팀원들도 나처럼 스킬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나와 같은 풀네임이 아니라 무언가 하나가 빠져 있다는 점.
노인의 형태를 직접 보고 따라 한 나와.
그런 내 엉성한 폼을 따라 한 팀원들과의 차이를 구별하기라도 하는 걸까?
정확히는 모른다.
나도 모르고 노인도 모른다.
오직, 시스템만이 알겠지.
“계속하세요! 아직 C급일 뿐입니다.”
내가 외쳤다.
“몸이 한계에 달해서 더는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본인이 생각하는 한계까지 멈추지 마세요!”
아직 2단계다.
이 시련이 몇 단계까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끝이 2단계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
왜냐?
‘점점 쉽게 느껴져.’
노인이 알려준 보법의 힘은 위대했다.
분명 점차 빨라지고 있는 화살 속도임에도.
움직임이 편해졌다.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피해졌다.
그러니, 아직 떨어질 수 없다.
“물론, 힘들면 먼저 가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제가 버틸 거니까.”
내 중얼거림에 블라디미르가 코웃음 쳤다.
“흥, 그럴 수 없지. 이거, 말은 팀전이지만, 사실 개인전이잖아?”
맞다.
이건 팀전이 아니다.
정확히는 개인전도 아니고, 그저 단련일 뿐이지만.
경쟁해야 할 자가 있다면, 바로 포기하고 싶어 하는 나 자신 아닐까?
“후윽, 후욱!”
올레나가 거칠게 호흡했다.
“네! 포기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죠! 후으윽……!”
그래, 이건.
우리 자신들과의 싸움이다.
“맞아! 다들 힘내자고 우리! 끝까지 같이 버텨보자, 씨발!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래요! 용과의 싸움을 생각해 봐요, 그때에 비하면 할 만하지 않아요? 하악, 흐억! 비록 심장은 터질 것 같지만……!”
각자 파이팅을 외치는 팀원들.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혼자 하는 행군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행군이 덜 힘들다.
같이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것.
그게 동료이고, 그게 전우이지 않던가?
이들의 존재는 확실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평소라면 지쳤을 법한 상황인데도 왜인지 모르게 힘이 났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띠링!] [스킬,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C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스킬,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B급)을 획득합니다.] [해당 스킬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후욱, 후욱!”
10시간이 흘렀을 때.
우리의 스킬은 B급이 되었고.
[띠링!] [스킬,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B급)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스킬,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A급)을 획득합니다.] [해당 스킬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하루가 흘렀을 때.
“후욱! 흐으욱!”
스킬이 A급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24시간이 지났습니다.] [3단계로 전환됩니다.]마침내.
뚝.
화살 비가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