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6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67화
세계 랭커 발표식 (3)
나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플로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사람들은 뭔데?
가면라이더?
머드스키퍼스?
금사자? 그림 리퍼?
다 한 번쯤 머릿속에 넣어본 적 있는 인물들이다.
100위 안에 있는 랭커이니까.
“그동안 어디 세계 랭커들이랑 단체 단합회라도 다녀오셨어요? 이게 무슨…….”
김진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사실이면 진짜 대박이잖아요! 세상 모든 랭커들이 인정하는 랭커가 우리 공방주님이라니……! 으아아아, 이제 우리 드미르 공방의 입지와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거라고요!”
그녀가 양손으로 뺨을 부여잡고, [홀리!]를 외치고 있을 찰나.
“……동훈 씨. 심사위원들인가 봐요.”
기소율이 다가와 속삭였다.
김진아의 귀에 들리지 않게.
“저도 나중에 알았거든요. 우리 시련 과정의 일부를 심사위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
“아…….”
그랬었나?
그래서 저렇게 열렬히 응원해 줬던 건가?
“기록을 갈아치웠다더니, 진짜 인상적이긴 했나 보네요. 아무리 대단해도 랭커들이 저렇게 앞다투어 움직이는 건 본 적이 없는데.”
“허어, 저렇게 SNS에 대놓고 말하면…… 비밀 유지 위반에 안 걸린답니까?”
“걸리겠어요? 시련 내용을 말한 것도 아니고 그냥 칭찬한 건데.”
“하긴, 그렇겠네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이 칭찬이라…….
왜인지 모르게 낯뜨거운 느낌이었다.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도 그러하고.
그것에 신나서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것도 그러하다.
‘나 말고 동료들도 잘했는데.’
그러고 보니.
동기들의 랭킹도 이미 공개된 상태였다.
[랭킹 601위, 공간술사(Spacian) 블라디미르 로디긴] [랭킹 654위, 심판창(審判槍) 장웨이] [랭킹 740위, 물의 마녀(Water Witch) 올레나 젤렌스카] [랭킹 819위, 봄사도(春使徒) 묘이 하나] [랭킹 905위, 절대무쌍(絶對無雙) 막시밀리언] [랭킹 908위, 인도자(引導者) 카푸]화려한 이명.
그리고 갱신된 랭킹.
특히, 블라디미르와 심판창은 600위대에 올라섰고.
올레나가 740위, 묘이 하나가 819위였다.
또한, 막시와 카푸가 900위 극 초반대.
‘사실, 내가 대단한 거지.’
저것도 미친 성적이긴 했다.
보통 아무리 시련을 통과했다 해도.
8~900위대가 평균이라고들 하니까.
‘던전광 김혁선이 일반적이었던 거구나.’
문득, 나와 동갑내기 네크로맨서인 다크 로드(Dark Lord) 김혁선이 떠올랐다.
델라일라의 시련으로 따지면 나보다 한 기수 위인 선배.
‘입단 랭킹이 948위였었나?’
지금 생각해 보니, 진짜 별거 아니었다.
‘그땐 왜 그리 질투했을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
추악한 시기와 질투.
나는 그걸 온전히 인정하기로 했다.
‘그것 또한 나다.’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독기로 가득 찬 나도 있었던 거고.
거기서 만들어진 끈기와 행운이 나를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서게 만든 거다.
“돌불연불생연(堗不燃不生烟)이지.”
노인이 끌끌거리며 중얼거렸다.
‘……그게 뭡니까?’
“말 그대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세상에 까닭 없는 결과는 없다는 말이지.”
‘좋은 말이네요.’
내가 실수했든.
또는 부끄러운 행동을 했든.
그 또한 나이며, 그로 인해 성장한 것도 나이다.
적어도 부끄러움을 깨달았으면, 그 이후에 고쳐 나가면 되는 거다.
그게 나를 부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성숙한 선택일 터.
“으허허! 공방주님!”
김진아는 계속해서 신난 상태로 방방 뛰고 있었다.
나는 픽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우리 이제 당장 길드부터 출범시킬까요? 맥주! 아니…… 맥주로 안 되겠는데요?”
가족도 아닌데.
내 성과를 저렇게 기뻐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있을까?
신기한 기분이었다.
‘음, 이제 가족이나 다름없나?’
드미르 공방이라는 공동체로 묶인 가족.
“공방주님! 진하게 위스키 조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깔끔하게 발삼? 발삼은 블렌디드라 애호가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던데, 그냥 싱글 몰트로 가는 건 어때요? 고가 양주 정도는 손쉽게 먹어도 될 만큼 저 열심히 일해 놨습니다!”
“부공방주님……. 원래 술 좋아하셨나요?”
“저야 거의 중독자 수준이죠! 스트레스 달래는 데 이것만 한 게 없거든요! 끅!”
말하는 것만 보면 영락없는 드워프다.
그것도 음주에 미친 드워프.
허.
젊은 나이에.
저러다 췌장이라도 망가지면 어쩌려고.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진아를 바라볼 찰나.
– 어어, 방금 또 들어온 속보가 있습니다! 각종 랭커들에 이어……! 세상에 랭킹 5위도 미국 방송에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다는데요!
– 랭킹 5위면…… 신기루라 불리는 델라일라 아닙니까?
– 그, 그렇습니다! 마왕과 함께 미국 레전드 반열에 있는 그녀 역시 새로운 랭커 주동훈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 그게 정말입니까?
“흐어어어어?”
김진아가 턱관절이 빠질세라 입을 벌렸다.
“저건 또 뭐예요?”
“음?”
“어?”
나와 기소율 또한 벙찐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뭐야.
델라일라까지?
‘이분들이 정말.’
황당했다.
날 무슨 인기 스타로 올려두려고 작정했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델라일라, 당신까지 그러면 어떡해요?
“미친! 다, 당신 누구예요!”
결국, 김진아가 날 괴물, 아니, 외계인 취급하기로 작정했나 보다.
“당신 공방주님 아니죠! 무슨 해괴망측한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거예요?! 델라일라라니! 그 신비의 상징인 델라일라라니……! 그건 선 씨게 넘었잖아요! 어쩐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
“……끙.”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화면에는 또 다른 소식이 연달아 튀어 올랐다.
– 세, 세상에! 방금 영국 옥스포드에 소피아 실버스톤 마탑주의 입장 발표도 있었습니다!
– 실버스톤이면 랭킹 4위 아닌가요?
– 예, 그렇죠……?
– 무슨 입장 발표였죠?
– 그, 그러니까 번역하자면…… [주동훈 칭찬 릴레이가 유행인 것 같은데 동참할게, 주동훈은 우리 마탑이 먼저 초대했어. 침 바르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라는……데요?
– 예? 그게 무슨……?
– 도대체……. 주동훈, 뭐 하는 분일까요? 저 살짝 무서워지려 하는데요?
– 세, 세계 재벌 랭커들의 줄타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마치 스켈레톤 킹에게 서로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어 하는 느낌이랄까……? 이건 제 착각일까요?
– 아뇨, 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놀라워요! 놀랍습니다!
“끄에에엑!”
결국, 김진아가 입에 거품을 문 채.
우당탕!
뒤로 자빠졌다.
“…….”
[놀라 자빠진다]라는 문장의 실제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인데…….“많이 취한 것 같으니, 우선 내버려 두는 게 좋겠어요……. 숨은 쉬고 있으니까.”
그 모습을 보던 기소율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 역시 놀란 모습.
‘하.’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랭커들.
그냥 날 놀리고 있었구나.
머릿속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마탑주와 델라일라의 얼굴이 잠깐 스쳤다.
* * *
“와아아아!”
“하세라 만세! 주동훈 만세!”
“새로운 랭커! 주동훈! 주동훈!”
“스켈레톤 킹!”
대한민국이 환호했다.
새로운 랭커가 생겼다.
근데 그 랭커가 평범한 랭커가 아니란다.
랭킹 4위와 5위가 한 번에 지지하고, 수많은 100위권 랭커들이 지지하는 랭커란다.
근데 그게 우리나라 사람이란다.
그 사실은 국민들의 뽕을 한껏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가자! 드미르 공방으로!”
“이봐! 기자들 뭐 하냐! 방송인들 뭐 해! 당장 인터뷰 좀 하자! 먼저 찍으면 무조건 특종이야!”
“우리는 영웅의 얼굴이 보고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방 앞으로 모였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 인터넷 방송인들, 구경꾼들…….
압구정동 바닥이 순식간에 시끌시끌해졌다.
“크음. 큼.”
그 모습을 정신 차린 김진아가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뼈칠이, 아니, 다나가 힐링을 넣고 있었다.
“은인의 친우이시여. 조금만 지나면 정신이 개운해질 거예요.”
“아, 감사해요. 확실히 취기가 사라지는 느낌이네요. 후우.”
김진아가 기절한 지 약 30분이 되었을까?
나는 다나를 이용해 서둘러 그녀를 깨웠다.
“주동훈 만세!”
“스켈레톤 킹 만세!”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떤 기연을 얻었길래 단숨에 랭커가 된 겁니까?!”
저 몰려드는 사람들을 감당하려면, 나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러니까…….”
단숨에 상황을 파악한 김진아가 짧게 호흡했다.
“후, 공방주님께서는 저기 저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귀찮다는 말이죠?”
“솔직히 말할까요?”
내가 질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껏 상대했던 그 어떤 던전보다 귀찮고 어려워 보이네요.”
랭커가 되는 것만 생각했지.
쏟아지는 관심을 생각하지 못했다.
관심은 좋지만.
저렇게 열렬한 관심을 원한 건 아니었다.
관심에도 어느 정도의 거리감은 있는 게 좋았다.
‘나는 아직 목표를 달성한 게 아니니까.’
내 목표는 랭킹 1위인데.
저 사람들을 다 상대하려면 반나절로는 부족하다.
무수한 질문이 쏟아질 테고, 그에 맞추어 대응해야겠지.
오늘 하루를 넘기면?
내일도 있고, 또 수많은 기업과 방송사의 오퍼가 올 거다.
즉, 나에게는.
시간이란 게 필요했다.
오직 강해지는 데에만 신경 쓸 시간이.
“좋아요.”
김진아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말했다.
“이런 거 하려고 제가 부공방주 맡은 거니까요. 잘 말씀해 주셨어요.”
“방법이 있어요?”
“방법은 제가 고민하는 거고. 오히려 제가 부탁할게요.”
김진아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 것은 그때였다.
“우선. 사과부터 할게요.”
“예?”
“지난 3개월 동안 공방주님이 많이 미웠거든요? 제 선택을 원망하기도 했죠. 아아, 모실 마스터를 잘못 골랐구나. 이러면서…….”
“아…….”
“근데, 저는 공방주님이 그렇게 노력하신 줄 몰랐어요.”
김진아가 울컥한 표정을 지은 것은 그때였다.
“……방법이 어쨌든, 랭커가 되려고. 또 저 수많은 랭커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요.”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야 고마운데…….”
“그냥 공방주님은 쭈욱 이렇게!”
김진아가 양손을 앞으로 곧게 펼치며 외쳤다.
“존재 자체로 ‘빛’이어주시면 돼요! 훈련도 편히 하시면 되고요! 던전도 휙휙 다녀오세요! 휴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길드? 제가 알아서 키워 놓을게요!”
“…….”
“기자회견? 성명 발표?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왜, 천마신교도 그러잖아요? 천마 하세라가 어디 매스컴 나오는 거 봤어요? 문제 있으면 마교에서 알아서 처리하지. 그래도 욕하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맞죠.”
왜냐?
하세라니까.
하세라 그 이름 석 자면 범죄가 아닌 이상 뭔 짓을 해도 까방권이다.
“이제 공방주님도 그럴 자격이 있으신 겁니다! 암, 있고 말고요! 이미 전 세계 VIP로 국빈 대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신 건데! 그저 그 빛나는 실력 유지만 하십쇼!”
캬.
든든했다.
너무도 든든했다!
역시.
직원 하나는 기막히게 잘 뽑은 것 같단 말이지?
“딱 일주일만 주시면, 제가 다 알아서 정리해 놓겠습니다. 공방주님!”
“그럼.”
나는 테라스 밖을 슬쩍 바라봤다.
와글와글.
어째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인다.
“믿고 맡기겠습니다?”
스읏!
그림자술.
그렇게 나와 기소율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