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6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66화
세계 랭커 발표식 (2)
……약 2분 전.
서울 오성(五星)과 잠깐 회포를 풀고, 드미르 공방으로 향하는 길.
기소율과 나는 빌딩 전광판에서 송출되는 이름 석 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랭킹 78위,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주동훈]“와.”
“허?”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이윽고 기소율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진짜예요? 동훈 씨? 진짜 78위라구요?”
“아하하. 그러네요?”
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랭킹 78위?
솔직히 나도 놀라웠다.
랭커가 될 줄은 당연히 알았다만, 이렇게까지 높게 오를 줄은 몰랐는데…….
“으하하핫, 과연 내 제자로구나! 축하한다, 이놈아!”
이를 기리기 위해 만술 어르신도 소환해 둔 상태였다.
“도대체 어떻게……?”
얼마나 놀랐는지.
기소율답지 않게 흥분해 있는 게 보였다.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은 건 알았지만…….”
“말했잖아요. 델라일라 시련에서 기록 전부를 갈아치웠다고.”
서울 오성(五星)에겐 시련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만 해둔 상태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에게 말하는 건 비밀 유지 위반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시련 당시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던 광전사가 500위대였어요. 아무리 동훈 씨가 대단하다지만, 78위는……. 이건 또 다른 문제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놀랍긴 하네요.”
“그……. 옆에 떠 있다는 그 어르신 덕분인가요?”
기소율이 넌지시 물었다.
아, 맞다.
그녀가 내 옆에 붙어 있었던 이유도 다 만술 노인 때문이었지?
“하하핫, 암살 처자가 이 스승의 공을 알아주는구나! 아함, 그래그래, 네 녀석이 그렇게 성장한 것도 다 내 덕이지, 암!”
노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뭐.
맞는 말이긴 한데.
본인의 입으로 본인의 공을 치하하니, 괜히 배알이 꼴린다.
그래서 기소율에게 답했다.
“그런 것도 있지만. 다 제가 노력한 결과긴 하죠.”
“예?”
“아무리 좋은 스승이 있다 하더라도 제가 안 하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요?”
“……그렇군요. 확실히 그렇겠어요.”
순진무구하게 눈을 뜬 기소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뭣이, 이놈아?!”
노인이 버럭 소리쳤다.
‘에이, 장난이죠, 장난. 당연히 어르신의 덕 또한 크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난 또 내 제자가 고얀 놈이다 못해 뇌가 오골계탕처럼 푹 고아져 버린 줄 알았지 뭐냐.”
‘하하하. 설마요.’
나는 애써 무시하며, 기소율을 바라봤다.
사실, 아까부터 느꼈던 건데.
그녀의 심장 속 갈무리된 기운이 범상치가 않았다.
“그러는 암제님도 예전에 비해 기운이 상당히 정갈해졌는데요?”
“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요. 저보다 랭킹이 높으시니. 이제 다 보이시겠군요.”
“뭐, 그렇다기보다는…….”
섀도우 셰퍼드들을 상대해 봐서일까?
아니면, 그림자술을 익혀서일까?
암제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은 성장을 이뤘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동훈 씨를 보내놓고 많이 노력했죠. 오빠도, 저도. 물론, 동훈 씨만큼 성장한 건 아니지만요.”
“그랬군요.”
사실.
나는 랭킹 78위보다 더 값진 걸 얻었다.
독무(毒霧)가 그렇고.
신살(神殺)급 무기가 그렇다.
솔직히 이런 생각도 했다.
이런 것까지 다 랭킹에 포함되었다면, 더 높은 등수에 오르지 않았을까?
‘하지만.’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아이템이 랭킹에 반영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랬다면 백돈의 랭킹이 고작 800위대가 아니었겠지.
‘더군다나.’
나는 정수를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제대로 다룰 수도 없으면서, 내 힘이라 우기는 것도 웃기는 일 아니겠는가?
사실, 평생 그려왔던 랭커가 되었음에도.
나는 의외로 무덤덤했다.
이미 될 걸 알았기도 했고.
목표가 세워졌으니까.
‘랭킹 1위라는 목표.’
물론,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오늘.
그 누구보다 기뻤다.
행복했다.
“어쨌든, 이제 다 왔네요. 올라가 볼까요?”
「드미르 공방」.
건물 위 테라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 저 정도 높이는 단숨에 올라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누가 뭐래도.
이제 난 S급 헌터이자.
랭커이니까.
* * *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 공방주님! 제대로 된 말도 없이 뿅 사라지셔서 완전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예? 끅! 진짜 너무하다니까?”
김진아가 붉어진 얼굴로 열을 냈다.
딸꾹질까지 해가며.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일단 진정 좀 하시고요.”
“아니, 진정되겠어요? 일만 맡기고 먼지처럼 사라졌다가 갑자기 랭커 돼서 나타나면 다냐고요……! 끄윽! 아니, 뭐. 어찌 보면 다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요? 퇴근도 없이 사고 수습하랴, 아이템 팔랴, 광고하랴!”
나는 김진아를 충분히 이해했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정확한 설명 없이 간 건 맞으니까.
“제가 사정이 있어 말씀은 못 드리지만.”
그래서, 진중히 말했다.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꼭 모든 걸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미안해요.”
“후우…….”
그녀가 자리에 앉아서 심호흡했다.
계속해서 떨리는 오른손을 진정시키며, TV를 가리켰다.
“그래서. 저 빌어먹을 뉴스에 뜬 게, 사실이란 거죠?”
“예, 사실입니다.”
“……좋아요!”
“예?”
“좋다고요! 빌어먹게 좋다고요! 세상에. 내가 모시기로 한 분이 랭커라니! 그것도 랭킹 78위라니! 게다가 어어?”
TV를 가리키며 환호하던 김진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어어어? 잠깐만! 저기 봐요! 암제님도? 헐?”
“응?”
나도 함께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암제의 성적이 보였다.
[랭킹 151위, 암제(暗帝) 기소율]“와?”
내가 감탄했다.
기소율도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 암제님! 379위 아니었어요? 도대체 언제 151위로 올라간 거예요?”
김진아가 외쳤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완전 우리 드미르 공방 축제인데요? 아아, 이건…… 그동안의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야……!”
기소율이 노력했다는 말.
그건 절대 허언이 아니었다.
그녀의 성격상.
진짜 피가 흐르고, 실제 뼈가 깎였어야.
비로소 노력했다는 말을 꺼낼 테니까.
– 아아아! 또 하나의 희보입니다! 암제가! 암제의 랭킹이 급성장했습니다!
– 그렇네요! 그 누가 100위대에 암제가 올라올 줄 알았을까요!
– 인정합니다! 과연 명궁의 동생! 남매가 쌍으로 자랑스럽습니다!
“크,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나는 탁자 위에 늘어진 맥주 한 캔을 들었다.
“제가 음주는 즐겨 하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축하해야겠어요.”
따악!
가볍게 캔을 따, 암제에게 넘겼다.
“……감사합니다.”
그걸 받는 암제와.
“좋아, 좋아요! 마셔야지! 오늘 법카로 죽을 때까지 마셔보자고요!”
오늘 전 세계인이 즐기는 날인 만큼.
우리 드미르 공방도 회식이었다.
그때.
“주인! 주인! 마침내 왔는가?!”
2층에 있던 드미르가 기척을 듣고 달려왔다.
“오, 드미르.”
내가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을 잊고 있었구나.
“크하하, 주인! 역시 한층 강해졌구나!”
호탕하게 웃는 뼈다귀.
나는 녀석을 위해, 다른 절대자들도 소환했다.
[스킬,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태양창’이 등장합니다.] [스킬,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엘드린’이 등장합니다.] [스킬,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카덴’이 등장합니다.] [스킬,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다나’가 등장합니다.]“으허?”
드미르가 흠칫! 놀랐다.
“설마 뼈사와 뼈칠이? 녀석들이 각성한 게야?”
“새로운 친구들이다. 서로 반갑게 인사해라.”
나는 새로 각성한 카덴과 다나를 위하여 뼈다귀 간담회도 열어주었다.
“여기가 은인의 세계인가?”
“……전부 다 은인의 수하들이로군요!”
카덴과 다나가 공방을 신비한 눈빛으로 둘러봤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드미르가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핫! 이거 후배들이 왔구만! 이리 오게! 내 말을 잘 들으면 주인을 어떻게 기쁘게 할 수 있는지 알려줄 터이니!”
“……정말인가? 은인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나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저 역시 모시는 은인께서 행복하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가슴에 새겨듣겠어요.”
카덴과 다나가 드미르에게 붙었으며.
“주군, 경하드립니다.”
“기뻐 보이는군요, 주인님.”
태양이와 엘드린이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야말로 개판이 아니라 뼈판.
‘좋네.’
이것이 바로 우리 드미르 공방의 파티였다.
– 계속해서 발표합니다!
– 아아, 흑검 이선아는 410위로군요! 이선아도 거의 100위를 올렸어요. 굉장한 성과입니다!
– 과연, 사람들이 왜 서울 오성(五星)이라 칭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
랭킹은 계속해서 발표되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그 순간을 즐겼다.
– 백돈은 840위네요!
– 백돈이 원래 828위였으니 12위 하락이면 그래도 나름 선방했네요!
– 맞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백돈은 상인입니다. 상인이 랭킹에 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거예요!
– 그렇죠. 그것도 그냥 상인입니까? 살아 있는 재벌 랭커이자, 상련회의 부회주 아닙니까!
백돈(白豚) 유상돈은 랭킹이 하락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뭐라 하지 않았다.
그가 무서운 이유는 그의 랭킹이 아닌 그의 재력 때문이니까.
– 아, 그리고 아까 알아봤던 랭킹 78위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도착했습니다!
음?
78위면 내 이야기?
우리는 자연스럽게 화면에 집중했다.
– 예, 협회에서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주동훈은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의 헌터가 맞답니다!
– 사실, 듣자마자 떠오르긴 했거든요. 최근에 화제였던 드미르 공방의 주인이요.
– 맞습니다! 그에 더하여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는데요!
– 새로운 소식이요?
– 예, 이번에 84위였다 80위로 올라선 뇌명(雷鳴) 플로아가 SNS에 올린 글이 화제 되고 있습니다!
뇌명 플로아?
아, 걔 이제 나보다 아래야?
“…….”
나.
짧은 시간에, 되게 많이 성장했구나?
아마 아래긴 아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비슷한 수준일 거다.
‘어쨌든.’
걔가 무슨 글을 올렸길래 저러는 거지?
– 해당 SNS에는 ‘스켈레톤 킹은 내가 인정하는 랭커다!’, ‘그는 곧 세계의 전설이 될 거다!’, ‘나 플로아는 그를 지지한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플로아면 독일의 영웅 아닌가요?
– 당사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일 아니겠습니까? 세계 100위권 랭커가 공식으로 인정함으로써 논란 자체가 생기기 전에 딱 틀어막히는 느낌이네요!
호오.
플로아, 이 녀석.
나한테 감명이라도 받은 건가?
말이 노예빵이지.
그냥 나중에 위험할 때 소원 한번 들어주는 정도로 퉁 치려 했었는데.
“아니, 공방주님?”
김진아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부른 것은 그때였다.
“예?”
“도대체 말 못 할 사정이 뭐길래 이래요……?”
그녀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거 보세요. 말이 안 되잖아요…….”
“또 왜요?”
내가 의아해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화면에는 올라와 있는 최신 특종 기사들로 가득했다.
[속보! 세계 랭킹 90위 가면라이더(Mask Rider), ‘주동훈은 세계의 역사를 다시 쓸 위대한 랭커.’] [세계 랭킹 39위, 머드스키퍼스도 SNS에 글 남겼다! 주동훈은 인류가 낳은 희대의 천재!] [세계 랭킹 50위, 금사자(金獅子) 라온 “주동훈? 그라면 나 정도는 금방 넘어설 것.”] [세계 랭킹 68위, 그림 리퍼(Grim Reaper) “주동훈의 위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갑작스러운 하이 랭커들의 주동훈 칭찬 릴레이? 도대체 무슨 일이?]…….
수없이 떠 있는 내 칭찬들.
뭐야, 이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