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8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84화
고담 (2)
후우웅!
던전 내에 부는 바람에 전운이 감돌았다.
잠깐의 휴식 후.
동이 트자마자 병력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 병력의 총사령관이 누군지 묻는다면, 백이면 백 나라고 대답할 테지만.
「이담」의 병력을 세부적으로 지휘하는 것은 분명 블라디미르였다.
“원거리 딜러는 뼈오를 중심으로 뭉치고! 근거리 딜러는 각 측면으로 흩어져라!”
“자신이 탱커에 가깝다 하는 헌터는 모두 전방으로 모이도록! 방패 들고 있는 스켈레톤들과 힘을 합치면 된다!”
블라디미르는 각 조직 수장들의 도움을 받아 병력을 고유 능력별로 구분했다.
본래 비슷한 직업군은 모일수록 효율이 높기도 했고.
또 원래 전쟁이란 게 통제가 중요하지 않던가.
공동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였다.
[공간술사(Spacian) : 여어, 팀장.] [공간술사(Spacian) : 네 스켈레톤 중 카덴이라 했나? 그 녀석, 대단하던데?] [공간술사(Spacian) : 전쟁에 대한 식견이 남달라. 덕분에 엄청 편하게 통제할 수 있겠어.]그런 블라디미를 옆에서 돕고 있는 것은 바로 내 수하.
삐그덕!
카덴이었다.
“마스터의 친우시여. 힐러들은 다나의 통제를 받게끔 하고, 전쟁 외 특수 능력자들은 중앙 본부로 모이게 하면 됩니다.”
“전쟁 외 특수 능력자들?”
“당신과 같은 능력 말입니다. 마스터의 세계에는 참으로 다양한 능력이 존재하더군요. 그런 자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만 있다면, 전쟁이 더욱 쉬워질 겁니다.”
카덴이 참모로서 도움을 주자.
진열은 금세 갖추어졌다.
[인도자(引導者) : 블라디미르.] [인도자(引導者) : 각 진영 수장들을 위한 채팅창도 파서 초대해 뒀다.] [인도자(引導者) : 통제하는 데 조금 더 수월할 거다.]카푸 또한 한몫했다.
제2의 채팅창을 만들어 「이담」의 간부나 랭커들을 가입시킨 것.
멀리서도 한 번에 통제할 수 있게끔 해두는 장치였다.
그렇게 준비하며, 우리는 중앙 지역으로 행군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여기서 멈추세요.]내 간단한 명령에.
척! 처처척!
자로 잰 듯 깔끔하게 오와 열을 갖춘 스켈레톤 군단이 멈추어 섰다.
처억! 척!
블라디미르의 병력 역시, 채팅창을 확인했는지 따라 걸음을 멈추었다.
[물의 마녀(Water Witch) : 벌써 도착한 거예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심판창(審判槍) : 보지 말고 느껴 봐라. 분명, 아무것도 없는 건 맞지만,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가.]심판창의 말이 맞다.
당휘평의 진법인지 뭔지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진 않지만.
시련 내내 섀도우 셰퍼드들과 훈련한 나는 다르다.
‘느껴져.’
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보이진 않지만, 냄새가 났다.
어떠한 존재들이 뿜어내는 막대한 적의(敵意)가 마치 아지랑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끌끌, 이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구나.”
노인이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한데, 저놈들 말이다.”
‘예.’
“생각하던 것보다는 더 만만치 않은 느낌인데. 으음.”
‘그렇습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예전과는 다르다. 훨씬 더 발전한 느낌? 예전엔 기껏해야 삼류를 일류로 만드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일류를 절정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허어.”
노인이 짧게 한탄했다.
하지만 한탄과는 다르게 그 눈동자만큼은 초롱초롱 빛났다.
아니.
왜 좋지 않은 상황이라 말하시면서, 저렇게 기대하시는 건데?
“끌끌. 당휘평, 그놈이 아니었던 것인가? 아니면, 그놈도 세월이 흘러 발전한 것인가……. 뭐가 되었든. 빨리 구경하고 싶구나.”
‘혹여 제자가 질 수도 있는데, 너무 태평하신 거 아니에요?’
“그 제자가 이세계 용한테도 무작정 덤비는 놈인데, 걱정해야겠느냐?”
‘…….’
그건 할 말 없네.
여기서 아무리 빡센 상황이 와도.
거대마룡과 아란발론의 전투만큼 미친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 테니까.
쿵쿵!
두드드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군 병력이 바닥에 땅을 굴렀다.
각자 무기를 꺼내 들며, 혹시 모를 명령에 대비했다.
“이놈아. 걱정하지 말거라.”
노인이 어렴풋이 웃었다.
“저 악독고가 발전했으면 어떠냐? 그게 발전한 만큼…… 우리의 만술 역시 발전했거늘. 녀석아.”
‘예?’
“준비됐으면 풀거라.”
‘독무를 말입니까?’
“그래, 저 중앙 한가운데 보내는 게다. 그리하기만 해도 저놈의 진법은 순식간에 무너질 터이니.”
‘아, 옙.’
우우웅!
눈을 감은 나는 품었던 독무를 다시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스스슷! 스스스슷!
녹색 연기는 작은 점부터 시작해, 창졸간 몸집을 불려 나갔다.
울컥, 울컥!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바닥에 깔린 수풀과 골짜기, 계곡을 타고.
뱀처럼 밀려가는 독무(毒霧).
[물의 마녀(Water Witch) : 으으.] [물의 마녀(Water Witch) : 저 끔찍한 걸 여기서 또 보다니…….] [절대무쌍(絶對無雙) : 더군다나, 기존 것보다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로군.]스슷! 스스슷!
– 키이이이이!
부지불식간에 중앙에 도달한 독무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거칠게 퍼지며, 일렁이는 무언가와 격돌했다.
그리고 이내.
“보이네요.”
옆에서 기소율이 중얼거리기 무섭게, 내 시야에도 똑똑히 보였다.
적색 안광을 내뿜고 있는 수많은 괴물들이 크르르! 울부짖는.
보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광경.
“저, 저게 뭐야?”
“괴물. 소문 들은 적 있어. 고담이 인체로 실험을 해 키메라를 만든다는 소문.”
“……키메라?”
“이성을 상실하지만, 그 힘이 증폭되어 거의 두 배, 세 배 가까운 힘을 낸다나?”
“미친, 진짜 쓰레기 같은 놈들 아니야?”
그들이 잃었던 가족.
실종되었던 자녀들이 저기에 있다.
악마에게 몸을 저당 잡힌 채, 끊임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저기 숨어 있었구나. 저 씹어 먹을 새끼들이.”
사람들이 분노했다.
“나는 못 참아.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저 악마 새끼들과 싸울 거다.”
후우웅! 후웅!
뽑아 든 무기를 거칠게 휘두르며, 명령에 대기했다.
그러한 전장의 모습을 바라보던 내가 시야를 돌려 노인의 눈을 마주쳤다.
“끌끌, 느껴지지 않느냐? 네 녀석의 독무에 당황하는 저들이?”
‘그런가요?’
그래 보이긴 한다.
아무리 봐도, 저들이 펼친 진형이.
전면전을 하려는 진형은 아니었으니까.
“뭣하느냐. 정비하기 전에 가서 처리해야지.”
‘알겠습니다, 어르신.’
“하나, 방심하진 말거라. 네놈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할 수 있어. 우리 세계에서도 악독고는 끔찍했었으니.”
끄덕.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올리자.
모든 병력의 시선이 내 손끝을 향했다.
이윽고.
“흐읍.”
폐에 공기를 한가득 불어 넣은 내가.
팔을 내림과 동시에 거칠게 포효했다.
“돌겨어어억!”
전쟁의 시작이었다.
* * *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커다란 함성과 함께 다가오는 병력을 바라보며.
“어, 어이, 안드레이.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한 지마가 중얼거렸다.
“…….”
하지만, 안드레이는 입을 꾹 다문 채, 전방을 노려볼 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에 허공에서 불같이 흥분하는 당휘평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 어렵사리 만들어놓은 진법이 이렇게 쉽게 무너진단 말인가! 왜! 왜! 왜!”
항상 펼치던 가부좌도 풀은 채.
방방 뛰는 노인, 당휘평.
“그때랑 똑같아. 그 만술인가 뭔가 하는 그 빌어먹을 놈!”
당휘평은 과거를 떠올렸다.
천하통일을 위한 세력을 일구던 중, 청천벽력처럼 나타난 한 노인.
– 엥? 사람들 말이 맞네?
– 벌레가 벌레를 키우고 있었구나.
– 쯧, 해충은 박멸해야지.
본인을 만술이라 칭한 노인이 덤볐을 땐, 솔직히 그저 그런 놈인 줄 알았다.
자신의 계획을 막아왔던 수많은 인간 중 한 명일 줄.
실제로도 그랬다.
처음엔, 자신이 펼친 진법에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물러났으니까.
하지만.
‘그때도 그랬지.’
으득!
당휘평이 이를 갈며 회상했다.
독고의 가스가 독고와 상극인 줄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의 몸에 가스를 한가득 품고 와 진법을 뚫고 들어왔었다.
‘빌어먹을……!’
당휘평의 눈알에 핏발이 섰다.
그 당시 펼쳐졌던 악몽 같은 순간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펼쳐졌기 때문.
자신이 힘겹게 길러놓은 병력을 단숨에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다가오는 노인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스윽! 스윽!
손을 한번 휘저을 때마다.
콰앙! 콰앙!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가는 자신의 병력.
그 압도적인 무력 앞에.
세상을 공포에 물들일 만큼 지독했던 악독고도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렇게 찾아온 허무한 죽음.
심장에 박힌 차가운 날붙이의 향(香).
“이번엔 절대 그럴 수 없다……! 죽어서 다시 찾아온 기회를 이렇게 날릴 순 없어!”
당휘평에게는 두 가지 한이 있었다.
하나는.
대계(大計)를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함에 따른 억울함.
둘은.
그 대계를 망친 만술 노인에 대한 복수심.
그중 두 번째는.
죽었어도 이루지 못할 한이라 생각했었다.
‘설마.’
며칠 전부터 나던 고약한 악취가.
그 빌어먹을 노인네에서 나는 향이었나?
그 죽음의 향이었나?
그렇다면.
“그래.”
차라리 잘 되었다.
어차피 이런 상황이 올 것을 대비해.
악독고도 발전시켜 놓지 않았는가.
“안드레이, 이놈아. 뭣하느냐.”
당휘평이 전방에 달려오는 병력을 냉철하게 파악했다.
단순히 뿜어져 나오는 기운으로만 봤을 때의 전력은…….
무조건적인 안드레이의 우세.
“저기 다가오는 머저리들을 죽여 없애지 않고.”
당휘평의 명.
‘……진법 밖에서 싸워도 된다는 말입니까?’
“도망은 없다. 또한 방심도 없다. 네 온 힘을 다해, 저놈들을 말살하라. 그렇게만 해준다면…….”
당휘평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천하를 네게 주겠노라.”
* * *
“우와아아!”
“와아아!”
전쟁이 시작되었다.
진법이 사라진 상태에서 부딪치는 마초적인 전면전.
지형을 이용하거나, 게릴라를 펼친다거나 하는 것 따위는 없었다.
그냥 1만이 넘는 숫자를 내세워 성난 파도처럼 밀고 들어갈 뿐.
-크륵!
-크르르륵!
상대편 진영의 괴물들도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안광을 번뜩이며 먹이를 찾는 그 모습이 상당히 그로테스크했지만.
쿠웅!
최전방에 서 있는 카덴이 방패를 땅에 박았다.
그에 맞추어.
쿵! 쿵! 쿠구구구구궁!
일렬로 펼쳐져 있던 1,110구의 스켈레톤 방패병들이 바닥에 방패를 박은 채, 발을 지탱했다.
“방패를 넘어 발사하라!”
화르륵!
뼈오의 지팡이가 유려하게 움직였다.
역시, 1,110구의 스켈레톤의 지팡이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원거리 스킬을 날려라!”
슈웅! 슝슝슝! 슈웅!
수천 헌터들의 각가지 공격들과 뼈오의 불 마법이 융화를 이루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불덩이들이.
화마(火魔)처럼 괴물들을 덮치는 순간.
콰가가가강!
땅이 뒤흔들리는 폭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물의 마녀(Water Witch) : 이건…… 진짜 장관이네요.] [봄사도(春使徒) : 진짜요. 스켈레톤 킹이 아군이라 정말 다행이에요.]대략 만이 넘는 병력이 힘을 합쳐 펼치는 공격은 그야말로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시원하게 박히는 공격 마법과 화살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심판창(審判槍) : 나도 달리겠다.] [절대무쌍(絶對無雙) : 진정한 무술이 뭔지 보여줘야지!]장웨이, 기소율, 임수진이 이끄는 근접 병력이 방패병의 양옆을 우회하여 질주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다 죽여 버리자!”
“죽여어어어!”
속이 뻥 트일 정도로 시원한 외침을 질러대며 달려 나가는 병력.
– 키에에엑!
– 크르레렉!
원거리 공격에 맥을 못 추던 괴물들이 시원하게 썰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손쉬운 싸움에.
“와아아아!”
원거리 병력의 커다란 함성이 터졌다.
그 함성만으로도 전장이 떠르르 울릴 정도였다.
“최고다!”
“스켈레톤 킹! 만세!”
“우리가 고담을 이기고 있어!”
그 무섭다는 「고담」이.
러시아를 좀 먹던 마피아가 휩쓸려 나가고 있다.
모두의 가슴 속 한편에 숨겨두었던 긴장이 타악! 풀리며, 몸에 피가 끓었다.
전율이 일었다.
하지만.
그 함성이 그렇게 오래가진 못했다.
왜냐.
콰아아아앙!
기세 좋던 아군 근접 병력 사이로 무언가가 날아와 운석처럼 박혔으니까.
“끄아악!”
“으아아악!”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와 비명 지르는 병력들.
그 먼지 사이로.
살기(殺氣)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걸어오는 인영이 보인 것은 그때였다.
“저, 저건!”
“미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권소예와 임수진이 경악했다.
“…….”
나 역시 입술을 깨물었다.
– 키아아아아아!
단단한 주먹을 내세워 포효하는 인영의 모습이 굉장히 익숙했기 때문.
‘쇠주먹…….’
그렇다.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랭커.
세계 랭킹 101위의 쇠주먹, 봉재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