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8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85화
고담 (3)
“음…….”
나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봉재영.
좀 답답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랭커다.
그것도 꽤나 수준급의 랭커.
그러한 자가 고작 악독고에 당해서 저렇게 붉은 안광을 내뿜고 있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려하게 등장한 쇠주먹 주변에는 총 네 랭커가 있었다.
막시, 임수진, 기소율, 플로아.
“어, 어떡하죠?”
권소예가 제일 먼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곧바로 표독한 목소리가 들렸다.
세계 랭킹 80위, 뇌명(雷鳴) 플로아였다.
“전쟁에서 얼타는 건 금물이야! 그냥 아군이 아니다 싶으면 죽여 버려!”
파즈즉!
온몸을 노랗게 물들인 플로아가 힘껏 땅을 박찼다.
“흐아아압!”
이명이 왜 뇌명인지 알려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폭음 소리와 함께, 플로아의 몸통이 쇠주먹에게 닿는 순간.
그 주변 일대가 하얗게 물들었다.
동시에.
– 키아아아아아!
도저히 인간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그러한 포효가 쇠주먹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끄으윽!”
“내 귀!”
카덴을 기준으로 좌측 진형이 혼란에 빠졌다.
한창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오던 병력이 눈을 잡고, 귀를 부여잡았다.
막대한 에너지의 부딪힘만으로 크나큰 충격을 입은 탓이다.
“이런, 씨발.”
플로아가 질린 듯 욕을 내뱉었다.
“저 괴물 새끼. 원래 101위라 하지 않았어? 뭐 이리 세?”
그녀가 주먹이 얼얼한 듯, 양손을 털었다.
느낌만으로 알았다.
방금 그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는 걸.
“다들 넋 놓지 말고 공격해! 비랭커들은 알아서 피해라! 저기 먹을 것들 많잖아! 다들 대가리 빠릿빠릿하게 굴려! 적극적으로 움직이란 말이야!”
과연 하이 랭커일까?
플로아의 카리스마는 병력의 혼란을 단숨에 잠재웠다.
“그, 그래, 맞아! 피하자!”
“차라리 우측으로 지원 가자!”
“딱 봐도 상대하기 힘든 것들은 랭커께 맡겨!”
각자 목소리를 쩌렁쩌렁 울리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 역시.
타앗!
땅을 박찼다.
플로아가 힘들 정도면, 나도 힘을 보태야 한다.
“으음.”
그런 내 뒤를 노인이 뒤따르며 중얼거렸다.
“아까 느꼈던 게 저놈의 기운이었나 보구나. 딱 절정 수준이긴 한데, 쯧, 저렇게 힘을 막 쓰다가는 생명력이 금방 소진되겠어.”
악독고는 숙주의 생명력을 빨아먹어 힘을 낸다.
‘잔혹한 방식이네요.’
“잔혹하다면 잔혹하지. 당휘평이 괜히 우리 세계에서 고금 악당 순위 2위로 뽑혔던 게 아니다.”
‘고금 악당 순위요……?’
그런 것도 있었어?
‘그럼 1위는 누군데요?’
“……1위?”
순간 침묵이 흘렀다.
동시에 살짝 상기되는 노인의 얼굴.
“이놈이! 그걸 알아서 뭣하느냐? 어차피 죽고 난 후에 잊은 세계이거늘.”
어어?
‘……설마 어르신, 악당이셨습니까?’
“이놈이! 스승을 도대체 뭐로 보는 게냐? 크흐음! 큼큼.”
괜히 발끈하시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집중이나 하거라! 저기! 이제 거의 근접하지 않았느냐!”
‘아.’
화르륵!
나는 손아귀에 생성된 창대를 꽈악 붙들었다.
동시에 고개를 털었다.
‘정신 차려야지.’
어르신이 악명을 떨쳤든 안 떨쳤든 그게 뭣이 중 하나.
다 과거의 일인데.
후우, 후우!
호흡과 함께 집중하자, 피가 끓었다.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심장을 물들였다.
‘이 기분은 뭘까……?’
본래.
전쟁은 두려워하는 게 맞다.
더군다나 수많은 랭커를 보유한 악당들과의 전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발끝 아래서부터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두려움?
솔직히 0.1%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싸우고 싶어.’
투지(鬪志).
나는 내 가슴을 잠식한 그 감정을 오롯이 느꼈다.
얼마나 많이 훈련했던가.
시련이랍시고 얼마나 많이 고생했던가.
그 성장의 결과를.
마침내 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거다.
내 힘을 마음껏 세상에 쏟아낼 수 있는 거다.
“끌끌, 신났구나.”
뒤따라오던 노인이 웃었다.
“그래, 이제 좀 사람다워졌다지만, 아직은 이제 갓 힘을 얻은 애송이일 뿐이니. 그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네 감정이 느끼는 대로 쏟아내 보거라. 그것도 다 경험일 게다.”
‘예, 어르신.’
저들에게.
보여주겠습니다.
만술(萬術)의 위대함을요.
* * *
“흐아아압! 씨바아아알!”
쐐애애액!
미친 속도로 날아오는 주먹을 간신히 피해낸 플로아가 곧바로 허리를 틀었다.
파즈즉!
상대가 달려오는 힘을 역이용해 더 큰 데미지를 먹이는 카운터!
그녀의 발에서 깔끔한 회축이 펼쳐졌다.
콰아앙!
굉음이 하늘을 울렸다.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는지, 한 방 얻어맞은 봉재영이 튕겨 나가더니 바닥에 수십 바퀴 구르며 나뒹굴었다.
얼마나 강한 힘이었는지, 딱딱한 바닥이 마모되어 패일 정도.
“휴우”
단 한 방의 타격으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 플로아가 휘파람을 불었다.
“이제야 좀, 몸이 풀리는데?”
파즈즉!
그녀는 그 한 방으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대로 돌진해 엎어진 쇠주먹의 얼굴에 싸커킥을 갈긴 후.
360도 회전하는 그의 뒤통수에 몸을 던져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콰앙! 콰아앙!
엄청난 육탄전에 지켜보던 임수진이 경악했다.
“미, 미친! 개 멋있어!”
마치 왜 권소예가 뇌명에게 입덕했는지 알법한 얼굴로.
“전기 레슬러라니!”
“어이! 이상한 별명 붙이지 마!”
다 듣고 있었다는 듯 외친 플로아가 일어나, 다시 한번 주먹질을 하려 할 때였다.
– 크르륵!
엎어진 봉재영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뭐야, 씨발?”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당황한 플로아가 신속히 발을 빼내려 했지만.
쇠처럼 단단한 그의 손아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괴물 새끼가!”
퍽퍽퍽!
그녀가 다른 발로 거칠게 그의 이마를 밟았지만.
이내, 저항하기 힘든 거력이 그녀의 몸을 허공에 팽그르르- 돌렸다.
그 이후.
벌떡 일어선 봉재영이 있는 힘껏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이런, 씨…….”
콰아아앙!
마치 수류탄 터지듯 고막을 때리는 파공음과 함께, 그녀의 몸에 쇠주먹의 주먹이 연달아 꽂혔다.
쾅! 콰앙! 쾅! 쾅! 쾅!
“커, 커헉!”
몸을 웅크린 그녀가 내부가 진탕되는 고통을 견디고 있을 찰나.
“플로아!”
내가 도착했다.
도착한 나는 오른손의 창을 그대로 뻗었다.
쐐애애액!
뻐근해진 오른 어깨와 함께.
콰아앙!
둔탁한 충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히 통했다는 것도 느꼈다.
그럴 거야.
이거.
평범한 무기가 아니라, 신살(神殺)급 무기거든.
– 키아아아!
하지만, 튕겨 나간 쇠주먹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재차 일어섰다.
마치 고통을 느끼지 않는 좀비처럼.
“허어, 저거. 거의 금강불괴(金剛不壞) 급인데. 괜찮겠느냐?”
‘금강불괴요?’
“네놈의 만독불침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금강처럼 단단하여, 도검이나 수화가 육체에 침입할 수 없는 경지를 뜻하느니라.”
‘…….’
“뭐, 네놈의 무기는 도검을 상회하는 기물이니 상관없겠다만.”
역시 그렇겠죠?
나는 다시 돌풍처럼 내달렸다.
정신 차린 플로아와 함께 녀석을 향해 펼치는 연격(連擊).
내 창술은 틀에 박혀 있지 않다.
– 네가 생각하는 가장 멋지고 편한 자세로 휘두르고 찔러라.
쾅! 쾅! 쾅!
나는 단단한 녀석이 움직일 틈을 주지 않았다.
– 그 행동의 기저에는 네가 살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관념(觀念)이 들어가 있겠지.
지금껏 겪어왔던 내 경험이 담긴 창술.
내 눈이 부릅떠졌다.
‘창?’
꼭 창일 필요가 있는가?
만술(萬術)은 오직 창술만 다루지 않는다.
몸이 더욱 부드럽게 움직였다.
녀석이 근접했을 땐, 창이 칼로 바뀌었고.
도저히 움직임의 각이 보이지 않을 땐, 발차기와 주먹을 섞었다.
– 그래, 네 만술(萬術)에는 네 인생(人生)이 담겨 있는 거다.
매번 지속되었던 어르신의 가르침이.
괴물 화 된 쇠주먹을 상대로 터져 나왔다.
– 키아아! 키아아아!
쇠주먹이 답답하다는 듯, 괴성을 질렀지만.
녀석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딱히 없었다.
나에게 두들겨 맞는 것뿐.
“……미친.”
지켜보던 임수진이 입을 뻐끔거렸다.
“……저게, 네크로맨서?”
“이야하! 좋아! 역시 내 주인다워!”
플로아 역시 고통을 잊고 신나게 외쳤다.
그러할 찰나.
“어이.”
불현듯 자못 불쾌한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처음 듣는 목소리.
“너, 너무 나대는 거 아니냐?”
동시에 사방에서 시커먼 무형의 기운이 들이닥쳤다.
마치 땅바닥에서 나타난 커다란 손아귀가 나를 움켜잡듯 다가왔다.
‘뭐야.’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파괴력에 눈살을 찌푸린 나는 재빨리 그림자를 밟았다.
스스슷!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공격이 콰드득! 부딪히더니 땅속으로 사라졌다.
‘이 기술은…….’
들어본 적 있었다.
마치 지옥에서 악마가 끌고 가는 듯한 형상의 공격을 하는 자.
세계 랭킹 79위, 포악자(The ruthless) 지마의 기술.
“후, 뭐야? 뇌명까지 납셨네?”
웬 러시아 청년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중얼거렸다.
“그럼, 여기 78, 79, 80위 다 모인 건가?”
그런 그의 뒤에는 무려 다섯 명의 인물이 더 있었다.
뿜어내는 기운만 봐도 하나하나가 다 상위 랭커.
“…….”
나는 공격을 멈춘 채 플로아의 옆에 섰다.
‘그래.’
차라리 잘 되었다.
나 역시 많은 랭커들이 나에게 집중하길 바라던바.
‘게다가.’
후웅!
본능적으로 창을 한 바퀴 돌려 늘어뜨린 채, 녀석을 바라봤다.
‘79위라고?’
나보다 아래인 건 살짝 아쉽다만.
보여줘야겠네.
랭킹이란 게, 왜 존재하는지.
* * *
전장 중앙.
블라디미르는 카푸가 띄워 둔 홀로그램들을 면밀히 살폈다.
인도자(引導者)의 능력은 과연, 전장에서 힘을 더 발휘했다.
전장의 모든 상황을 한 곳에서 화면으로 살펴볼 수 있었으니까.
“으음.”
블라디미르가 낮게 신음했다.
“전쟁이 막상막하로 보이지?”
“아니, 정확히는 우리가 살짝 불리하다.”
그의 옆에서 팔짱 낀 카푸가 고개를 저었다.
둘은 전쟁에 참여하기보다, 중앙에서 모든 병력을 컨트롤하는 중.
“훈의 스켈레톤들이 저 정체불명의 괴물들을 나름 커버해 주기에 이 정도로 버티는 거다. 그 외 모든 면에서 우리가 밀려.”
「이담」과 「고담」의 전력 차를 비교하면 이렇다.
먼저 「이담」은.
[졸개 스켈레톤 6,660구와.] [로드 급 스켈레톤 6구.] [500~1,000위권 랭커 다섯.] [카푸, 올레나, 심판창, 묘이 하나, 막시, 블라디미르.] [이담의 B~S급 헌터 7,000명.] [기소율, 권소예, 임수진.]마지막으로
[주동훈과 플로아.]반면, 「고담」은.
[변형된 쇠주먹.] [변형된 괴물, 대략 10,000개체.] [뢰보(雷步) 티마를 비롯한 100~500위권 랭커 열.] [500~1,000위권 랭커 다섯.]그리고, 하이 랭커인.
[안드레이와 지마.]나름 비슷해 보이는 밸런스였지만.
사실상 객관적인 전력은 「고담」이 조금 더 우세했다.
랭커의 수도 많고.
스켈레톤도 주동훈 자체의 것이니까.
카푸가 불안한 듯,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고담의 100~500위권 랭커 열 명도 변수야. 하나하나 어떤 고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파악도 안 되니까.”
“흐음.”
블라디미르가 카푸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확고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카푸.”
“어.”
“너도 알다시피, 결국.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 짓는 요소는 딱 정해져 있어.”
“…….”
“바로 하이 랭커들의 싸움.”
정확히는.
주동훈+플로아 vs 안드레이+지마.
“뭐, 그건 맞지…….”
카푸도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시대에 하이 랭커란 그런 존재이니까.
“그리고 잊었어? 상대는 우리 팀장이라고.”
블라디미르가 씩 웃었다.
그에게 팀장은 신과도 같았다.
용을 잡고, 모든 시련을 갱신했던 사상 초유의 헌터.
비랭커에서 단박에 하이 랭커로 뛰어오른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
그때였다.
“저길 봐라, 블라디.”
카푸가 손가락으로 홀로그램을 가리켰다.
“팀장이랑 뇌명 쪽에 지마가 붙은 것 같다. 뒤에 랭커도 다섯 있군. 다 100위권 아니면 200위권의 상위 랭커들이야.”
“곧 안드레이인가 하는 놈도 붙겠네?”
“정황을 보니, 그럴 것 같다.”
“흐음.”
“아무래도 저기가 격전지가 될 것 같은데?”
“오케이.”
블라디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도 저기다 전력을 집중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