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9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95화
마탑 (1)
퍼스트클래스.
그것도 헌터만을 위한 프라이버시 좌석으로 안내받은 나는.
“후우.”
자리에 앉아 호흡을 내뱉었다.
간만에 쇼핑…….
아니, 솔직히 이렇게 제대로 쇼핑해 본 적이 처음이라, 계획보다 조금 더 질러버렸다.
협회가 제공하는 연 한도 10억 무료분은 당연히 다 썼고.
추가로 10억 정도 더 쓴 것 같으니…….
‘남들이 보면 미쳤다 하겠지.’
고작 포션과 음식에 20억을 태우다니.
이게 상인들이 모여들고, 쿨하게 쓰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뭐,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애초에 결제 카드의 계좌가 길드 거였고.
김진아가 던전용 비품들은 한도 없이 마음껏 긁어도 좋다고 했으니까.
10억 정도야, 길드가 버는 것에 비하면 강물에 물 한 바가지 수준 아니던가.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고.
하지만.
“이 녀석아, 내 생에 먹을 거를 그렇게 많이 쟁여두는 놈은 또 처음 봤다.”
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쯧쯧, 어쩐지 네놈을 모시는 부하들이 걱정스럽더라니……. 단체를 운영한다는 놈이 초창기부터 그렇게 돈을 낭비해서야 쓰겠느냐?”
어이쿠.
어르신이 또 잔소리다.
이 제자의 과소비가 걱정되는 것일까?
‘다 먹으면 되지요. 어차피 가방에 넣어두면 신선한 상태 그대로 유지되잖아요.’
“그 많은 걸 다 먹는단 말이더냐?”
‘그럼요, 제 훈련량이나 던전 과정을 생각해 보세요. 솔직히 쓰는 열량만 따져도 일반인의 100배는 먹어야 몸이 유지될걸요?’
물론.
실제로 그렇게까지 먹진 않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많이 먹는 건 사실이니까.
‘게다가 길드 돈이야 뭐……. 다 저랑 제 드미르가 일해서 번 건데, 제가 쓴다고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돈은 쓰라고 있는 거죠.’
누군가 그랬다.
돈이란 쫓으면 도망가고, 가만히 있으면 다가온다고.
목표를 정해두고 정진하다 보면 돈은 따라오는 거다.
난 내 던전 준비를 위해서라면.
가진 전 재산에 더해서 빚까지 쓸 수도 있다는 마인드였다.
“크흐음.”
노인이 마뜩잖다는 듯 팔짱을 꼈다.
하지만, 그럼 어쩌나.
이미 구매해 버렸고, 과거는 지나갔는데.
위이이잉, 두드드드…….
하지만.
불만 있어 보였던 노인의 관심도 어느덧 사라졌다.
비행기가 뜨기 시작했기 때문.
“호오오오.”
언제 퉁명스러웠냐는 듯, 다시 활기 가득한 목소리로 흥얼거렸다.
“이 무거운 고철 덩어리가 또 뜨는구나!”
그게 얼마나 신기하신지.
노인의 눈동자가 어린아이처럼 맑아졌다.
이제 한동안.
창문에 보이는 구름과 수평선만 넋 놓고 바라보실 테니.
눈 좀 붙여볼까?
* * *
잉글랜드.
세계 초일류 명문이라는 옥스퍼드에 도착하면, 그 엄청난 크기의 학교에 압도된다.
과거 수십 개의 대학이 모여 이루어진 역사 때문에, 시 전체가 대학가라 해도 무방할 정도.
와글와글.
시에는 수많은 관광객과 학생들, 헌터들로 붐빈다.
대한민국도 그렇지만.
영국 또한 제3대 헌터 강국 중 하나.
그중 최고 명소는 단연 옥스퍼드다.
왜냐?
“미친.”
도시, 정중앙 하늘에.
엄청난 크기의 마탑이 허공에 뜬 채로 하늘 높이 치솟아 있었기 때문.
“와,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인데.”
내가 감탄했다.
놀라웠다.
건물 하나로 사람을 압도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저 커다란 건물이 물리법칙을 어긴 채 허공에 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허어.”
노인도 혀를 내둘렀다.
“뭐 저런 것들이 다 있더냐. 네놈의 세계는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도다.”
“웃긴 건, 제가 사는 세계지만 저 역시 놀랍다는 거지요.”
무릉도원도 완성되면 저런 포스를 낼 수 있을까?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갈 만드는 거라면 그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는다는 드워프 일족.
그 일족 중 만드는 거로 절대자의 위치까지 올라선 드미르가 이를 갈며 야심 차게 준비 중이니까.
어쨌든.
과연 세계 최고 집단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거겠지?
왜 김진아가 마탑만큼은 꼭 가보라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확실히 기대 이상의 포스였다.
“어, 훈?”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그 가면, 훈 맞죠?!”
올레나의 음성.
내가 손을 들어 흔들자,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뛰어왔다.
그녀와는 오는 와중에 채팅창으로 소통했었다.
여기서 만나자고.
“와아아, 이게 그 실눈 가면이에요? 확실히 귀엽네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누구는 음흉하다 하던데.”
“헐,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 사람 심보가 참 못됐는데요?”
그녀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옆에 있는 노인의 인상은 반대로 구겨졌지만.
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여기. 저번에 말했던 마탑에서 보낸 초대장입니다. 이거면 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건가요?”
마탑 내부는 민간에 밝혀져 있지 않다.
모든 게 비밀.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거라고는 그냥 각국에서 보내온 마법 헌터들이 득실거린다는 것?
“아하핫, 사실 훈은 그런 거 없이도 들어올 수 있어요.”
“그래요?”
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네, 교수급 이상이 초대하면 되거든요. 그리고 며칠 전, 제가 정식으로 교수직을 달았답니다~”
올레나가 뿌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와, 벌써 교수예요?”
시련 초반, 첫 만남 때.
그녀는 수(水) 속성, 학생이라 했었다.
랭커가 된 만큼, 마탑에서도 대우해 주는 건가 보다.
“대단하시네요. 수석 입학에 이제는 교수라니.”
“하핫, 훈만큼 대단하겠어요?”
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이 좋은지,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앞장섰다.
“따라오세요. 교수 되고 좀 바빠지긴 했는데, 그래도 시련 동기가 왔으니 마탑 안내 정도는 시켜드려야죠. 후, 학생일 때도 할 일이 산더미긴 했지만, 교수 되니까 더 힘들다니까요?”
나는 올레나를 따라 도시를 걸었다.
한껏 들뜬 목소리의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얼마나 걸었을까.
도착한 곳은 마탑 정중앙 아래.
“여기가 마탑으로 입장할 수 있는 마법진이에요.”
올레나가 직원으로 보이는 자에게 눈인사하자.
“마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곧바로 알아봤는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몇 마디 주고받더니.
“훈.”
나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건넸다.
황금색 배지였다.
“이거 차고 다니세요. 마탑의 손님이라는 증표예요.”
“아, 이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증표를 건네받으며, 생각했다.
김진아가 말해달라는 게 이런 거겠지?
마탑에 입장하는 절차는 간단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마법진 위에 서면, 바닥에서 빛이 솟구쳐 오르고.
스륵! 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점멸.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마탑의 1층 「광장」이 나타난다.
마치 공상과학의 UFO를 연상케 하는 느낌이랄까?
‘괜찮은데?’
이런 것도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우리 별천지(別天地)도.
무릉도원에 입장하는 포탈을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 입장 인원 관리도 잘 될 테니까.
“자, 여기가 광장이에요. 생각보다 넓죠?”
“예, 이건 거의…….”
도시에서 봤던 마탑의 면적보다 약 10배는 더 큰 느낌?
“제 백 팩 같은 느낌이네요.”
보이는 공간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큰 공간.
그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직원과 마법 헌터들.
그리고 공간 외곽을 원형으로 크게 두르고 있는 계단까지.
“어때요? 처음 보는 마탑 내부의 모습이?”
“멋있네요. 나중에 올레나한테도 무릉도원 보여주는 거로 보답하고 싶을 정도로.”
“아! 무릉도원이면…… 그 카푸랑 막시가 극찬하던 곳 맞죠?”
“예.”
무릉도원도 멋지지만, 이곳도 멋지다.
두 공간 전부 각자의 매력이 있는 거니까.
광장 주변을 살피던 나는, 이내 하늘을 바라봤다.
얼마나 높은 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천장.
“참고로 마탑은 100층까지 있대요.”
“100층이요?”
“예, 층마다 활용처가 다르긴 한데…… 100층이 뭐 하는 곳인지는 저도 몰라요. 나름 교수인 저한테도 70층까지밖에 허용이 안 되거든요.”
“음, 빡빡하네요.”
“뭐, 마탑주님이 그렇게 설정한 거니까.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마탑주면 마탑의 주인.
주인이 맘대로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1층에서 10층까지는 학생들 기숙사랑 고객 전용 숙소예요. 중앙 카운터 가셔서 금색 배지 보여주시면 하나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어차피 마탑 놀러 오셨으니, 며칠 묵었다 가실 거죠?”
“으음, 그러지 않을까요?”
일단.
고대 마법의 파편을 찾기 전까지, 한국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럼 숙소부터 받아놓는 게 좋겠네요. 마탑주님은 학회 일정 때문에 아마 시간 좀 걸릴 거라…… 어?”
지이잉!
올레나의 주머니의 스마트폰이 진동한 것은 그때였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실험!”
“예?”
“아이고, 일정이 있었는데 깜빡했네요. 타 속성 교수님들과 연합 프로젝트인데……! 흐아아, 큰일이네.”
으음.
확실히 바쁘긴 바쁜가 보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일정이 있는 거 보면.
“일단, 숙소 받으시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계세요! 훈도 40층까지 열려 있을 거예요!”
발을 동동 구르던 올레나가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 예. 전 신경 쓰지 마시고. 얼른 가보세요.”
“나중에 연락할게요!”
슈웅!
쏜살같이 달려가는 그녀.
대학교수들이 그렇게 살인적으로 바쁘다더니.
확실히 그래 보였다.
* * *
“VIP실 확인했습니다. 5층, 5510호로 가시면 됩니다.”
올레나의 말처럼.
금빛 배지를 내밀며 방을 달라고 하자, 카운터 직원이 키를 하나 건넸다.
배지의 힘일까?
흑여우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음에도 신원 조회 한번 하질 않았다.
그만큼 프라이빗한 VIP 손님들이 많이 온다는 거겠지.
스슷!
주변 엘리베이터 형식의 마법진을 타고 5층으로 올라선 나는 5510호에 키를 댔다.
철컥!
열리는 문과 드러나는 고급 숙소의 광경은.
“와.”
오성 호텔 스위트룸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약 100평 정도 되는 넓이와 넓은 거실.
목욕탕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고풍스러운 화장실과, 아늑한 침실까지.
“좋긴 좋구나.”
고개를 끄덕인 내가 바로 채팅창을 열어서 적었다.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마탑 1~10층, 숙소로 사용.]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층마다 마법진 있음, 이동에 편리.]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숙소 별 등급이 정해져 있는 것 같음.]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굉장히 고급스러움. 넓이는 100평 정도?] [김진아 : 나이스! 좋아요!] [김진아 : 계속 볼 때마다 적어놔요!]마탑에 있는 모든 정보를 김진아에게 전달하는 거다.
그러면 현장에 있는 그녀가 드미르와 함께 이것저것 상의한다.
이미 설계의 얼개는 짰지만, 건축하면서도 계속해서 수정할 수 있다나?
과연 드워프만의 탈 인간급 기술이었다.
“어?”
문득, 내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중앙 탁자에 있는 팸플릿인데…….
펄럭!
다가가서 펼쳐보니, 초객을 위한 마탑 이용 가이드 같은 건가 보다.
‘김진아가 좋아하겠네.’
나중에 시간 나면, 요약해서 보내주기로 한 나는 다시 문밖으로 나섰다.
그럼, 마탑주님이 오기 전까지.
본격적으로 마탑 구경이나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