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4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40화
무각 (3)
중앙으로 향한 지, 일주일 차.
우리의 커리큘럼은 이랬다.
– 하루에 마을 두 개 정리.
– 휴식은 4시간.
– 그 외에는 서로 각술과 권술을 훈련.
이곳의 세상은 확실히 넓었다.
걸어도 걸어도 빛기둥과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고.
일주일간 거의 1,000여 명의 싸움귀들을 만난 것 같은데도, 이렇다 할 인물이 없었다.
‘1년이라 그랬지?’
무각이 말했던, 중앙에 다다르는 기간.
솔직히 답답했다.
매개체 던전이 점점 빡세지는 건 이해하겠는데, 갑자기 들어와서 1년간 수행 길을 걸으라니.
“이놈아, 차라리 잘되었다.”
노인이 말했다.
“만술에 선행으로 배워야 할 술(術)은 없다지만, 각술과 권술은 곧 자신의 몸을 직접 사용하는 술법이니라. 그리고 모름지기 자신의 몸부터 완전히 다스릴 줄 알아야, 도구도 잘 다룰 수 있지 않겠느냐?”
‘…….’
“이번 기회에 한번 네 수준을 돌아보거라. 네 수준을 저 무각이란 아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네 만술도 최소 열 단계는 더 성장할 테니. 알겠느냐?”
‘무각과 같은 수준이요……?’
발을 쓰는 무각은 한 세계의 절대자다.
그것도 평범한 세계가 아닌, 싸움에 미친 놈들만 모아놓은 세계의 절대자.
그런 자와 같은 수준에 올라서라?
그것도 1년 만에?
꾸욱.
내가 주먹을 꽉 쥐었다.
“네놈 목표가 강해지는 것이지 않더냐. 사실 지금의 네 모습을 보거라. 뭔가 애매하지 않으냐?”
‘애매…….’
기분이 묘하게 상할 수 있는 단어이지만, 나는 침착하게 내 모습을 관조했다.
‘그렇긴 하죠.’
내가 강한가?
객관적으로 봤을 땐 강하다.
하지만.
나 자체가 강한가?
라는 질문으로 봤을 땐, 정말 애매해진다.
신살(神殺)급 무기.
절대자로 이루어진 수하.
노인의 도움.
이런 것들이 없다면, 말 그대로 딱 세계 랭킹 69위의 실력일 테니.
‘과연.’
내가 발을 쓰는 무각을 이길 수 있을까?
금서를 다루는 아린을 이길 수 있을까?
사막 지대의 태양이는?
숲에서 활을 쏘는 엘드린은?
‘솔직히 자신 없잖아.’
지구의 하이 랭커라 할지라도.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전성기 시절 수하들과 싸운다고 생각하면 숨부터 막혀왔다.
“내가 예전에 말하지 않았더냐. 수하들을 제대로 통제하려면, 수하를 다스릴 만한 힘과 실력,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그랬었죠.’
아아.
그런 건가?
노인은 이 수행 길을 무각의 각성보다는 오직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걸까?
[스테이지 : 권각대립.] [무각(武脚)은 오직 주먹만으로 투신(SSS급)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를 도와 ‘투신 세계’의 중앙으로 나아가세요.]투신(SSS급).
고대 마법(SSS급)과 동급에 있는 성좌.
‘그래.’
내가 침을 꼴깍 삼켰다.
그 투신의 인정이라는 거.
꼭 무각만 받아야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나도 받으면 되는 거잖아?
후웅!
내가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동시에 결연한 마음으로 다짐했다.
본래의 목적대로.
강해지는 데에만 신경 쓰기로.
* * *
중앙으로 향한 지, 한 달 차.
이제는 작은 마을이 아닌, 제법 큰 마을들이 보였다.
싸움귀들의 실력도 이전과 달리 제법 봐줄 만했다.
그래봐야 나와 무각에게는 밥이었지만.
나는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무각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휴식 시간마다, 스킬을 통해 무각의 과거를 읽었다.
‘감회가 새롭긴 하네.’
예전에는 통제할 수 없었던 이 스킬이.
좀 컸다고, 이제는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니…….
하여튼.
무각은 이곳 세계 기준으로 100년 전.
투신세계(鬪神世界) 1세대를 살았던 인물이었다.
후웅!
나는 주먹과 발을 동시에 사용하며, 상념에 빠졌다.
상념의 주제는 「무각은 왜 발을 사용하지 않는가?」.
‘좀 병신 같은 이유이긴 한데.’
나는 스킬을 통해 보았던 장면을 떠올리며, 각술을 연마했다.
* * *
과거.
1세대.
중앙 지역.
그곳에 두 사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무각 사형.”
자세를 고쳐 잡은 한 사내가 히죽거렸다.
“하하, 결국 여기서 만나네?”
우우웅!
주먹에 기운이 가득 담긴 그의 이름은 진권(進拳).
“우리가 강하긴 강한가 봐? 그 싸움에 미쳐 있는 영혼들만 모여 있는 이 세계에서 결국 우리 둘만 이곳에 도달한 걸 보면.”
진권의 뒤에는 수백만의 미친놈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이겨라, 진권 대장!”
“여기서 이긴 사람이 진정한 투신의 사도다!”
“크으으으! 각자 세계를 넘어 우주 최고의 싸움귀가 되는 거야! 무조건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고!”
각자가 한마디씩 던지며 환호성을 내지르는 그 모습은 과연 장관이었다.
“진권 사제.”
무각이 왼발을 깔끔하게 접어 올렸다.
미동의 자세.
고작 다리 하나로 육체를 지탱하고 있음에도.
무각의 몸은 흔들림 하나 없이 정제되어 있었다.
“아직도 주먹이 최고의 술(術)이라 생각하는가?”
“물론이지, 사형.”
진권이 씩 웃었다.
무각(武脚)과 진권(進拳)은 본래 세계에서 같은 스승을 모셨다.
다리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제자의 이명은 무각.
주먹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제자의 이명은 진권.
그들의 하나뿐인 스승이 지어준 이름.
하지만, 서로는 서로를 인정하지 못했다.
이전 세계에서도 수없이 비무를 했으며.
– 도합 2,000전 2,000무.
둘은 승부를 내지 못했다.
“무가악! 이겨라아아!”
“진권은 또 어떤 개뼈다귀냐?! 우리 대장의 발이 세상에서 제일 세다!”
“맞아, 우리 대장만이 투신에 제일 근접한 인물이라고!”
각자 수하들의 응원을 받으며, 자세를 잡는 두 사내.
“진권.”
“왜.”
“기분이 어떠냐? 이제 진정한 승부를 걸 때가 온 것 같은데.”
무각이 피식 웃었다.
과거, 삶을 다하고 투신 세계에 도착한 사형제는 곧바로 약속했다.
이곳에서 각자 기술을 연마하고 연마해, 저 끝에서 만나자고.
만나서 전생에 못다 했던 승부를 가르자고.
“크크. 사형의 발과 내 주먹. 용호상박이란 말을 이런 데 두고 쓰는 거겠지?”
그리고 지금.
그 둘이 만났다.
“그럼 사정 봐주지 않고 먼저 간다?”
“와라.”
“흐아아아압!”
진권이 주먹을 들고 내달렸다.
바짝 독이 오른 살모사처럼 스텝을 밟으며, 질주했다.
이곳, 1세대 최강자를 가리는 결투의 서막.
콰아앙!
폭음이 터졌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진권의 손은 가벼웠다.
마치 산속 골짜기에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고 유려했다.
재빠르게 쏟아내는 주먹을.
콰아아앙!
무각은 다리로 쳐냈다.
“찬다.”
그의 발이 진권의 주먹을 찼다.
퍼버버버벅!
무각이 발로 연달아 참과 동시에 허리를 비틀었다.
동시에 다시 올라가는 접힌 발이 뻗어짐과 동시에.
“민다.”
진권의 복부에 발이 틀어박혔다.
“읏!”
발로 주먹을 쳐냄과 동시에 빈틈까지 노리는 수.
“과연.”
사형은 역시 강했다.
원래도 강했지만, 수행 기간 동안 더 강해졌다.
하지만.
다음 수가 무엇일지 훤히 보였다.
‘찍는다겠지.’
사형의 각술이 대단한 이유는 강하면서도 단순하다는 것에 있었다.
‘찬다’, ‘민다’, 그리고 ‘찍는다’.
오직 그것만 응용하여 진권의 주먹을 상대했다.
“나를 우습게 보지 마라, 사형!”
이윽고 쏟아지는 무각의 발이, 뻗어지기 전에 막았다.
다리와 주먹의 차이.
다리는 파괴력이 강한 대신, 주먹보다 속도가 느리다.
그렇기에.
파바바박!
발과 발의 연계가 이어지기 전에, 주먹 수십 대를 더 날릴 수 있다.
“크읏.”
발로 찍으려던 무각이 어쩔 수 없이 물러섰다.
“제법이구나!”
“사형도 참 억수로 독한데? 내 주먹을 받고 버티다니. 칭찬해.”
콰가가가강!
싸움이 지속됐다.
때로는 서로를 칭찬하고, 때로는 서로를 도발하며 수없이 몸을 섞었다.
휘이잉!
기세와 기세가 맞붙은 효과일까.
주변에는 태풍 같은 바람이 휘몰아쳤다.
땅이 뜨거워졌고, 공기가 데워졌다.
“와아아아아!”
“진정한 싸움이란 이런 것인가! 가슴이 웅장해지는구나!”
“대장! 조금만! 조금만 더 힘내라! 막지만 말고 때려!”
그에 맞추어 미친놈들도 더더욱 달아올랐다.
콰앙! 콰가강!
피가 튀고 살점이 까졌으며.
퍼억! 퍼버벅!
멍울이 생기고 상처가 흉으로 변했다.
누가 보면 철천지원수라도 되듯 부딪혔지만.
“크흐.”
분명 둘은 웃고 있었다.
무각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보였고.
입술을 깨문 진권의 눈도 반달처럼 휘었다.
싸움은 길어졌다.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았다.
“후욱, 후우!”
“하악, 하아!”
일주가 지나고, 한 달이 흘러도 싸움은 지속됐다.
무각은 다리 그 자체가 되었고, 진권은 주먹 그 자체가 되었다.
무한 연료를 공급받는 폭주기관차라도 되듯, 그들을 쉴 새 없이 서로를 향해 주먹과 발을 쏟아냈다.
원래 같았으면, 이쯤에서 그만뒀을지 모른다.
재밌었다며, 무승부로 기록했을 법한 시간이었으니까.
“…….”
하지만, 이제는 끝을 봐야 한다.
투신의 가호 아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이곳에 떨어진 영혼들의 최종 목적이자 꿈.
“후.”
어느 순간부터.
서로는 대화가 없었다.
구경하던 자들도 말없이 그들의 전투를 지켜봤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투욱!
누군가가 비틀거리더니, 무릎을 꿇었다.
마침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순간.
“……사형.”
진권이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지탱하며 무각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몸은 이미 성한 데가 없었으며, 당장에라도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위태로웠다.
“크흐흐, 역시 사형은 존나 강해.”
진권의 패배.
“퉤, 빌어먹을. 어렸을 때부터 대립해왔던 우리의 권각이…… 이렇게 끝을 맺는 건가?”
그가 다 죽어가는 쇳소리로 꿋꿋이 말을 이었다.
눈빛에는 아쉬움의 감정이 살짝 담겨 있었다.
“사제…….”
무각이 슬픈 눈으로 진권을 바라봤다.
같은 스승을 두고도 다른 길을 가던 사형제.
비록 서로의 의견은 달랐지만, 그들은 서로를 존중했기에.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제 진권은 죽는다.
아니,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엄청난 의지로 생을 붙들어 놓는 걸지도.
“쿨럭!”
억지로 참아내던 진권이 결국 피를 토했다.
시커멓게 죽은 피였다.
“크, 크큭.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사형. 원래 우린 죽은 목숨이었잖아? 단, 가기 전에 형의 입에서 나오는 인정이 듣고 싶긴 하네.”
“너는 강하다, 진권.”
진권은 그의 동생이었다.
강자를 위한 꿈과 삶을 함께해오던 사이였다.
아무리 싸움에 미친 영혼이어도.
목숨을 거두는데, 슬프지 않을 수 없었다.
“…….”
휘이잉!
다시 한번 바람이 휘몰아칠 때였다.
“……사형.”
진권이 입술을 열었다.
이미 몸에는 힘이 없었고,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입술이 시퍼레졌고, 뇌에는 산소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진권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꼭 말해야 할 것이 있다는 듯 입술을 움직였다.
“……진정한 강자라면, 발이랑 주먹 둘 다 극에 달해야 하는 거 아닐까?”
억지로 씩 웃으면서 하는 말.
진권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진심으로 아쉬웠다.
사형이라면.
사형이라면, 주먹과 발 모두 극에 달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이 세계, 그리고 투신 세계를 넘어.
더한 강자가 될 수 있을 텐데.
“크크, 그냥…… 해본 말이니 넘어가수…….”
난 이만 쉬어볼 테니.
죽음을 앞두고 시원하게 미소 짓던 진권의 신형이.
우뚝!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생기가 사라졌고, 근육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이내.
투욱!
차디찬 바닥에 쓰러졌다.
절대자, 진권(進拳)의 최후.
동시에.
번쩍!
지상으로부터 하늘을 꿰뚫고 있던 성스러운 빛이.
솨아아아!
이번엔 하늘에서 바닥을 내리쬈다.
정확히는 무각이 있는 자리를.
“우와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지켜보던 미친놈들이 마침내 환호했다.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투신의 인정을 받았다!”
“새로운 투신의 사도는 무각이다!”
“이곳에서 제일 강한 자! 아니, 세상에서 제일 센 놈!”
누군가는 부러워했으며, 누군가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저 자리에 위치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
하지만.
“…….”
후루룩!
표정 없던 무각이 넝마가 된 자신의 상의를 어깨에 걸었다.
그러고는.
저벅, 저벅.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던 빛 바깥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의 선택을 거부하기라도 하듯, 단호한 걸음으로.
“……잠깐?”
“대장, 어디 가?”
“어디 가냐! 대장!”
술렁술렁.
미친놈들이 술렁임에도, 무각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
무각.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제를 잃은 슬픔일까, 마침내 꿈을 이뤄낸 성취감일까?
놀랍게도.
무각은 설렜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뛰고 있었다.
-……진정한 강자라면, 발이랑 주먹 둘 다 극에 달해야 하는 거 아닐까?
진권이 했던 말.
‘맞아.’
사제는 강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조금이라도 계산을 잘못했다면.
저기 쓰러져 있는 건 진권이 아닌 본인이었을 터.
‘아직 나는 완전하지 않아.’
사제가 죽기 전에 했던 말.
그는 투신의 사도가 되기 이전에, 주먹으로 극에 달하고 싶었다.
그게 누군가가 보기에 미련해 보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