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3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39화
무각 (2)
“주인, 나는 주인이 주인의 세계에서 이 망령을 상대하는 걸 지켜봤었다.”
“그래? 저 더럽게 안 죽는 놈들이 여기 존재였구나?”
“정확히는 ‘존재’가 아니고, 여기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은 자들이다.”
망자들이 모인 세계에서 죽은 망자.
즉, 망자 of 망자.
그럼 망망자?
“투신께 가고자 하는 열망과 한이 뭉쳤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서 망령이라 불리지.”
무각이 씁쓸하게 웃었다.
“저들에게 과거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오직 광기로 휩싸인 투지뿐. 하지만, 저들을 상대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해.”
“……그래?”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번에 보니, 지독하게도 회복하던데.”
저놈들.
아무리 때리고, 터뜨리고, 태워도 꿋꿋이 부활하던 놈들이었다.
그야말로 무적이라 할 수 있는 놈들.
그런 녀석이 간단하다고?
“그건 주인이 무기를 써서 그렇다.”
스윽.
무각이 주먹을 쥔 채로 앞으로 나섰다.
– 크크… 맛…있어 보이는군….
– 너는… 강하냐? 강하면… 싸우자….
그런 그를 향해 쇄도하는 세 마리의 검은 괴수들을 바라보며.
무각은 여유롭게 웃었다.
한때 1세대 최강자라 불리던 존재에게.
이곳 세계의 생태계는 우스울 뿐이라는 걸까?
“저들은 이곳 세계의 법칙을 따르는 존재.”
무각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이야.
내가 감탄했다.
저렇게 보니까, 포스가 좔좔 흐르잖아?
“내가 훨씬 더 강함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오직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나 자신만의 힘으로.”
쿠구구!
무각의 주변으로 피어오르는 흙먼지와 올라가는 두꺼운 주먹.
“투지를 꺾어버리는 거지.”
아아.
이런 게 바로 절대자의 기세일까.
후웅!
무각의 주먹이 검은 괴수의 복부에 직격으로 꽂혔다.
뻐어어억! 소리와 함께, 한 녀석의 복부에 구멍이 뚫림과 동시에.
스윽.
몸을 오른쪽 아래로 굽혀, 검은 괴수의 시신을 흘려보냈고.
스뻐어억!
또다시 다른 놈의 복부에 스트레이트를 꽂았다.
그야말로 깔끔한 주먹.
강함이란 상대적인 거라 했던가?
분명 나와 싸울 땐 어색했던 주먹이, 망령을 상대로는 굉장했다.
‘그 말은.’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는 거잖아?
‘게다가.’
무각에게 한 방 맞은 검은 괴수는 지구에서와 달리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대로 바닥에 나뒹군 채 꿈틀거릴 뿐, 회복을 못 했다.
‘뭐야.’
해법이 그냥 주먹으로 싸우면 되는 거였어?
스슷!
내가 그림자를 밟아, 무각의 옆에 섰다.
이제 남은 괴수는 딱 하나.
“주인이 처리해 보겠는가?”
“응, 저놈들한테는 빚이 있어서 말이지.”
꾸욱.
주먹에 힘을 준 채, 양손을 올렸다.
왼손을 내밀어 거리를 잡고, 오른 주먹을 날릴 준비를 마쳤다.
“흡!”
힘찬 호흡 소리와 함께,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스트레이트.
콰아아앙!
주먹에 짜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휘몰아치는 기운이 상대의 피부를 뚫어버리는 느낌.
– 끄어….
쿠웅!
검은 괴수가 단 한 방에 쓰러졌다.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이거 생각보다 쉬운데?
부다페스트에는 내가 아니라 장대웅이 갔어야 했네.
– 키이!
– 저기… 강자가 있다….
– 놀러 가자…!
– 싸우러 가자…!
세 마리를 처리하자.
마을에 있던 다른 놈들이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어마어마한 투기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괴수들.
“주인.”
무각이 씩 웃었다.
“왜?”
“그럼 지금부터 배워보는 건 어떤가?”
“뭘.”
무각이 허벅지를 툭툭 두들겼다.
“뭐긴 뭐겠는가. 각술이지.”
* * *
수행(修行).
투신 세계에 소환된 영혼들이 ‘싸움’을 통해 정신과 육체를 단련함으로써, 성좌급 존재인 ‘투신’(SSS급)과의 합일을 얻으려고 하는 행위.
“주인, 내 각술의 요체는 총 세 가지다. 찬다, 민다, 그리고 찍는다. 이 세 가지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던 나는 그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다.”
“그래? 한번 보여줘 봐. 보여주는 건 괜찮은 거야?”
“뭐, 허공에 사용하는 것 정도야. 게다가 애초에 주인의 명령이지 않은가? 법칙은 따라야지.”
우리의 수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마을 하나를 지날 때면, 또 마을이 나왔고.
그 마을을 지나면, 또 다른 마을이 나왔다.
마을과 마을과의 격차는 제법 길었고.
그 사이사이 나와 무각은 계속해서 서로를 가르쳤다.
“무각, 이는 타계에서 권신(拳神)이라 불리던 자가 사용하던 술(術)이다.”
“대단하군, 권신이라니. 주먹으로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인가?”
“암, 대단한 사람이지. 주먹 말고도 잡다한 것을 경지로 끌어올린 양반이니까.”
“그래, 가르쳐 봐라. 얼마나 대단한지는 배워보고 평가하겠다.”
콰아앙!
내가 발로 타 마을의 수장들을 꺾었다.
퍼억, 퍼어억!
무각이 주먹으로 도전자들의 턱과 명치를 후렸다.
간혹가다 보이는 검은 괴수들은 소중한 우리의 실험 상대였고.
나를 따르는 미친놈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갔다.
“후우, 이제 몇 명인지 셀 수조차 없네.”
“고작 저 정도로 그러는가, 주인?”
“고작?”
“그래, 고작이다.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실력자들이 많아지고, 그들은 저런 자들을 수만에서 수십만까지 이끌고 있지.”
“……미친.”
수십만이 한 사람을 따르는 광경이라.
거의 도시 자체가 옮겨 다니는 수준이겠는걸?
“그래서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대도시도 많이 보인다.”
“…….”
“한때 나를 따르던 녀석들 또한 거의 백만에 근접했었지.”
나는 걷다가 뒤를 힐끔 봤다.
대충 셈하니, 약 2,000명 언더 오버로 있는 것 같다.
“그렇다는 건…….”
“주인, 설마 벌써 중앙에 다다른 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
“아이고, 주인. 중앙은커녕 아직 10%도 채 못 갔다. 절반쯤 갔을 때부터는 이런 허접한 마을 따위 보이지도 않거든.”
이거.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삘인데?
“음.”
나는 뺨을 긁적였다.
“그럼 그 중앙이란 곳 언제쯤 도착할 것 같은데?”
“중앙?”
무각이 빙긋 웃었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최소 1년은 각오해야 한다, 주인. 최소가 1년이야. 혹여 그 길에 강자에게 진다면 평생을 이곳에서 썩을 수도 있어.”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갑자기 1년은 좀 빡센데?
아니, ‘좀’이 아니라 ‘많이’.
* * *
“하아.”
드미르 공방, 내부.
팔짱 낀 김진아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거, 진짜 어떻게 되신 거 아냐?”
몇몇 하이 랭커들은 말한다.
주동훈이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라고.
‘개뿔.’
그녀가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무조건 산다는 말은 아니지 않은가.
혹자는 말한다.
[랭킹 69위, 스켈레톤 엠페러(Skeleton Emperor) 주동훈]세계 랭킹 게시판에 아직 떡하니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아직 살아 있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상 대한민국의 여론은 반반이었다.
└ 아니, 살아 있으면 나와야지. 왜 자꾸 살아 있으니 믿으라고 하는 거?
└ 선동이냐 뭐냐. 아니면 뭐, 랭커들끼리만 알고 일반인들은 몰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 ㄹㅇ ㅋㅋ
└ 누가 그러던데. 그 순간에 던전을 열어서 그 사이로 들어갔다고. ㅋㅋ 그게 말이 됨?
└ 누가 보면 스켈레톤 엠페러가 던전 메이컨 줄 알겠어.
믿지 않는 사람들.
└ 당연히 랭커 말을 믿어야지.
└ 시스템이 거짓말하는 거 봄? 랭커 죽으면 바로 반영되고 그 즉시 기사 나잖아.
└ 솔직히 하이 랭커면 핵보다 강한 비대칭 전력임. 핵 맞았는데도 살아 있다 해도 믿을 수 있잖아?
└ ㅇㅈ. 솔직히 핵이 더 강했으면, 한국이 강대국 순위 2위로 오르는 일도 없었겠지.
그리고 믿는 사람들.
“지랄.”
김진아가 신경질적으로 댓글을 넘겼다.
당연히 그녀도 살아 있다고 믿고 싶었지만, 벌써 그 사건이 흐른 지 2달이 흘렀다.
뭐, 길마가 어디론가 말없이 떠난 게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랐다.
우선.
드미르, 엘드린이 없었다.
예전에는 소환수라도 남아 있어 불안해도 참아졌지만.
이제는 생사조차 확인할 수가 없었다.
‘세계 랭킹 게시판?’
헹.
김진아가 코웃음 쳤다.
원래 세상에는 ‘오류’라는 게 넘치고 흐른다.
기존 종족에서 돌연변이가 탄생하기도 하고.
코로나 같은 변종 바이러스가 돌연 탄생하기도 한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랭커들끼리의 싸움이 아닌, 핵으로 날아가 버리면 랭킹 게시판에 오류가 나는 걸지도.
‘아니, 애초에.’
이 세상에, 핵을 맞아본 랭커가 있던가?
“하아.”
김진아는 허탈했다.
무릉도원이 닫혔고, 사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드워프들이 만들던 기성품의 재고도 떨어져 가고 있었고.
마탑에 주던 서적 번역도.
아린이 없는데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벌컥!
초라하게 책상에 앉아 술을 들이켜는 것뿐.
– 허허, 젊은 처자가 뭔 술을 그렇게.
– 아쉽구먼. 내 몸뚱어리만 온전했다면 같이 대작해 주는 건데. 하하, 지금은 보다시피 뼈뿐이라.
가끔 들어와 허허거리며 웃던 드미르의 목소리가 울렸다.
핑!
살짝 눈가에 물기가 차는 건 왜일까?
살아 있어야 한다.
별천지는 이제 그녀의 인생이며.
이미 김진아는 주동훈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콸콸콸!
그녀는 다시 글라스에 독한 양주를 들이부었다.
“후.”
한숨과 함께 취기를 몰아내며 다시 상념에 잠겼다.
‘그동안 정신없이 움직이긴 했지.’
그녀는 별천지의 부길마로서 최선을 다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그리고 헌터 협회장과 합작하여 외교 관계를 무사 정리했다.
먼저, 헝가리.
핵과 괴물들로 인해 거의 무정부 상태와 다름없던 헝가리는 대한민국이 책임지고 투자를 약속했다.
차후, 산업 개발권과 토지 소유권을 대가로 국가를 살려주기로 한 것.
말이 그렇지, 사실상 식민지화와 다름없었다.
원체 1,000만 명 정도로, 인구가 없던 헝가리가.
괴수 참사에 핵까지 맞았다.
순식간에 집을 잃고 경제가 박살 난 마당에, 대한민국의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위기에 혼자 지원 온 스켈레톤 엠페러가 있는 나라.
명분 역시 충분했다.
물론, 김진아는 철두철미했다.
대한민국에 받는 조약의 절반을 ‘별천지’에게도 지급한다는 조약 역시 명시해 뒀다.
명분 자체를 주동훈이 전부 만든 셈이니, 대통령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다음, 루마니아.
전 대통령이자 세계적인 범죄자인 클라우스는 세상을 떠났다.
약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지속되는 김진아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급사한 것이다.
“…….”
김진아는 안타까웠다.
최소 길마님이 돌아오실 때까진 살려두려 했는데.
대한민국은 루마니아 정부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요구했다.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배상금은 약 20조.
들어주지 않으면 전쟁도 불사하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지에, 루마니아는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거절할 명분도 없었고, 힘도 없었으니까.
지도자가 싼 똥을 국민들이 치우는 꼴이었다.
물론.
김진아는 그 배상금의 권한 절반도 챙겨뒀다.
“후, 여기는 제가 알아서 잘 조지고 있으니.”
다시 글라스를 쥔 김진아가 시원하게 양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가슴에 이는 찌르르한 느낌과 함께 올라오는 취기.
“제발 좀 빨리 와주시라고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고 있는 김진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