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5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58화
비나사의 알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좀 그렇긴 하다.
요새는 아무리 운동해도 잘 안 뛰는 심장이, 고작 상자 하나에 이렇게 뜀박질할 수 있다니.
‘나대지 마, 심장아.’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S급도 아니고, SS급도 아니고, 무려 SSS급이다.
정수 빨로 ‘투신’(SSS급)이라는 성좌를 잡아 얻은 소중한 보상.
“뭐든 나와봐라.”
내 시야 앞.
허공에 뜬 채로 환하게 빛나는 상자를 나는 가볍게 툭- 건드렸다.
[‘SSS급 랜덤 박스’를 개방하시겠습니까?]“개방한다.”
마치 이런 기분이다.
로또 번호 여섯 글자 중 다섯 개는 확실히 알아서, 2등은 확실한데.
나머지 하나가 불확실한 상황.
‘이왕 뜰 거면, 좋은 것……!’
2등보단 1등이 좋지 않은가!
우우웅!
상자의 포장이 자동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틈 사이로 적황녹청…… 등등 무지갯빛이 새어 나왔다.
[두근! 두근! 두근!] [‘SSS급 랜덤 박스’를 개방합니다!] [헌터님의 무운을 빕니다!]이윽고.
하늘로 솟구치는 빛과 함께.
상자가 완전히 개봉되었다.
* * *
“음.”
빛무리가 가신 후, 내가 눈을 좁혔다.
슈후우우우…….
옅게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눈부시게 빛났던 것들이 사그라들었고.
“으음.”
좁힌 눈에 잔뜩 힘을 주어 집중했다.
투욱!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가 보였기 때문.
저게 뭐지?
무언가 오묘하면서도 영롱한 생김새였다.
시커먼 기운과 새하얀 기운이 뒤섞인 동그란 물체는…….
“……알?”
그랬다.
알 주제에 무슨 내 가슴팍까지 올라올 정도로 거대했다.
아직 알인지 아닌지 확신을 할 수 없지만, 어쨌든.
“후우.”
옅은 숨과 함께 조심스레 걸어간 내가 ‘그 물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아이템 : 파괴룡 ‘비나사’의 알.] [등급 : SSS] [종류 : 알] [설명 : 전설 속 파괴룡이 낳은 알입니다.] [효과1 : 일정 기운 이상 머금었을 경우, 활성화됩니다.] [효과2 : 활성화가 되면 용족, ‘비나사’가 탄생합니다.] [효과3 : 비나사는 탄생 후, 처음 본 존재를 부모로 인식합니다.]“……미친.”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용?
용족?
그 엘드린이랑 드미르네 세상에서 봤던 그 용?
델라일라의 시련에서 봤던 그 용의 새끼?
‘이건 대박이잖아.’
파괴룡이 어떤 용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용족이 위대한 건 누구보다 잘 안다.
과거.
거대마룡과 아란발론의 혈투는 아직도 내 기억에 가장 끔찍하고 힘겨웠던 전투로 남아 있었으니까.
그런 용이.
가장 처음 본 존재를 부모로 인식한단다.
‘용과의 인연이라…….’
이건.
잘만 하면 SSS급 이상의 보상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뭐, 아직 파괴룡 ‘비나사’가 어떤 존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확신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설렜다.
생각해 봐라.
나를 따르는 수많은 스켈레톤과 내 곁을 보좌하는 10인의 절대자들.
거기에 더하여, 나를 태우는 용 한 마리까지.
“캬…….”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곳에 혼자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상상.
“으음, 그럼.”
이제 이 알을 어디다 두어야 하지?
게다가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된다.
활성화도 시켜야 한다.
스윽.
제법 무거운 알을 조심히 든 내가 주변을 둘러봤다.
‘저기가 낫겠네.’
뒤편은 아직도 까앙! 깡! 거리며 도시를 만드는 중이다.
나는 차라리 좀 더 앞으로 이동해, 새로운 산 쪽 정상에 두기로 했다.
어차피 이곳은 무릉도원.
내가 주인이며, 모든 땅이 내 소유.
내 허가 없이 저 산을 등반하는 자는 없으리라.
* * *
“이게 뭐냐?”
노인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게…… 용의 알이라고요?”
폴리모프한 아린도 조심스레 알을 건드렸다.
“서적에서 본 적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 성좌에 가장 근접한 존재……. 다 큰 성체는 성좌 혹은 성좌 그 이상이라고도 하죠.”
그 외에도.
“신기합니다, 마스터.”
“제 두 눈으로 용족의 알을 보는 날이 오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주군.”
“용은 잘 싸우겠지, 주인? 사도 따위는 한 방에 발라버릴 정도로?”
태양이, 카덴, 다나, 무각 등등.
내 소중한 수하들에게도 알의 존재를 확인시켜 줬다.
산 정상 중앙에 거치된 알.
“흠, 여기다 기운을 넣으래. 넣어볼까?”
우우웅!
눈을 감은 내가 단전으로부터 기운을 끌어올렸다.
태청심법의 발현.
쿠구구구……!
산이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기운이 천천히 혈관을 타고 손아귀로 몰려들었다.
[기운을 머금습니다.] [아직 기운이 부족합니다.] [기운을 머금습니다.] [아직 기운이 부족합니다.] [기운을 머금습니다.] [아직 기운이 부족합니다.]…….
“흐음.”
부족하다고?
이 녀석, 좀 대식가 스타일인가 본데?
우웅! 우우웅!
내가 가진 기력이 다할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알에 기운을 흘려 넣었다.
1시간, 2시간, 3시간이 흐르도록.
그런데도 끝이 없었다.
혹시나 싶어, 수하들에게도 기력을 넣으라 해봤지만.
그들이 넣을 때는 기운을 머금는다는 상태창이 뜨지 않았다.
결국, 내가 다 해야 한다는 건데…….
“하, 진짜 많이도 잡아먹는구만?”
벌써 기력이 텅텅 비었다.
“파괴룡이 내 기운을 파괴했어!”
강물이 마르듯, 넘실거리던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기력을 빨려 버렸다.
“이놈아, 여유를 가지거라.”
노인이 빙긋 웃었다.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느냐. 그만큼 강한 놈이라는 거니.”
“후, 좀 휴식하고 싶었는데. 벌써 피로가 몰려오네요.”
얼마 만에 몰려오는 졸음일까.
특히 기력을 다 써버리니, 더 졸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네놈. 제대로 된 휴식은 취한 적 있느냐?”
‘휴식이요?’
“그래, 날 만난 이후로. 네놈이 쉰 것을 본 적이 없다.”
‘휴식이라…….’
하긴.
어르신을 만난 이후로, 던전을 쉬어본 적이 없지.
쉬는 날에는 빠짐없이 훈련했으니까.
내가 하이퍼 랭커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운이 좋아서도 있지만, 꾸준하게 단련한 나 자신의 힘도 분명히 있었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운이란 준비한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니까.
“차라리 이번 기회에 조금 쉬는 건 어떻느냐?”
‘쉬라고요?’
“그래, 훈련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게다. 딱 한 달간. 온전히 쉬라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저 알에다 기운은 퍼 넣어야겠지.”
‘음.’
쉬는 것.
사실, 쉬고 싶긴 했다.
특히 투신과 싸울 때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박혀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만 수백 번을 했다.
‘근데.’
무언가 좀 아쉽다.
이제 막 랭킹 10위가 되었다.
엄청난 성과임이 맞지만, 내 앞에는 아직 아홉이 더 있다.
더 노력하고, 더 훈련해야 그들을 넘어설 수 있다.
쉴 때가 아니라는 말.
그뿐이랴?
새로 얻은 매개체 던전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SS등급에 달성해야 한단다.
그게 활성화 조건이었으니까.
내 등급은 아직 S급.
어떻게 SS급으로 올릴 수 있는지.
아니, 그전에 SS급을 달성한 헌터가 있는 건지.
지금은 그것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놈아!”
버럭!
노인이 일갈한 것은 그때였다.
“뭔 그렇게 잡생각이 많느냐! 스승이 시키면은 아, 그렇구나! 하고 따르면 될 것을!”
‘그, 그렇습니까?’
“네놈이 쉬지 않고 훈련해서 강해지면 네놈만큼 좋아할 게 바로 나다, 이놈아! 근데 내가 왜 쉬라고 하는 줄 아느냐?”
‘왜요……?’
“당연히 그게 네놈에게 더 도움이 되니까다!”
노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네놈은 지금 한계 끝까지 도달했다. 정신도, 육체도. 누군가가 개조시켰다지만, 네놈의 영혼은 평범한 인간일 뿐이야.”
‘평범한 인간…….’
“모든 생명은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 없이 과열하는 자의 말로는 결국 붕괴 또는 죽음일 뿐이지. 이건 그동안 몇 번이나 강조했던 말 아니더냐?”
‘…….’
그런 건가?
하긴.
생명뿐만이 아니라 기계도 그렇다.
휴식 없이 과열하면 성능이 떨어지다가 점점 고장도 잦아지고 망가지게 되니까.
“그리고.”
노인이 이어 덧붙였다.
“네놈은 일평생에 모든 기운을 전부 비울 때까지 쓰는 순간이 몇이나 있다고 생각하느냐?”
‘으음.’
모든 기운을 다 쓴다라.
그건.
내 모든 것을 다 퍼부어야 간신히 이길 수 있는 적을 만났을 때 아닐까?
그 이상의 적을 만난다면, 다 쓰고 나서도 죽을 테니까 의미 없고.
“그래, 희귀하지.”
내 생각을 읽은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낼 수 있는 모든 기력을 다 쓴다는 것. 그것은 순환의 개념이니라. 죽은 피가 빠지고, 새로 만들어진 피로 몸의 내부를 깨끗이 하는 것처럼, 기운도 마찬가지다.”
‘…….’
“다 쓰고 다시 새로 만들어낼수록, 네놈이 평소 태청심법을 일주천 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단 말이다.”
‘……그럼.’
“그래, 저 알.”
노인이 알을 힐끔 바라봤다.
“저 알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 같구나.”
내가 멍하니 알을 바라봤다.
저게 그럼.
기연?
* * *
노인의 말을 들은 나는 임시 거처로 이동했다.
드미르가 임시로 완성시켜 놓은 건물.
그곳엔 내가 지낼 공간이 충분했다.
풀썩!
간만에 몸을 깨끗이 하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보드라운 촉감의 최고급 매트리스.
만지기만 해도 살이 녹아버릴 것만 같은 푹신한 베개.
스윽.
그 감촉을 따라 베개 밑으로 손을 넣어봤다.
원단이 손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게, 마음마저 편해지는 감각이 전신의 세포를 자극했다.
특히나 방금 목욕하고 와서 그런지 나른함이 더욱 증폭됐다.
근데, 무언가.
이 아늑함이 낯설었다.
낯설다고?
“하하.”
웃음이 나왔다.
돈을 많이 벌었다.
하이퍼 랭커.
누구나 부러워할 위치까지도 올랐다.
내가 가진 단체, 별천지는 어떤가?
상위권 다국적 기업들과 어깨를 마주할 정도로 높은 매출을 자랑한다.
매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 역시 국가 원수급이다.
아니, 국가 원수 그 이상이지.
세계 국가의 수가 대략 204개라고 하면, 나는 10명 중 한 명이니까.
‘그런데.’
이런 삶이 낯설다니.
웃기지 않는가?
게다가.
뭐 하고 쉬지?
생각해 보니, 난 쉬어본 적이 없다.
10살 때 아버지를 잃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생존의 연속이었기 때문.
유년기 시절에는 먹고살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해야 했으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스켈레톤을 통해 용병 생활만 주야장천 해야 했다.
막노동보다 훨씬 저렴한 돈을 받아 가며 용병질을 했던 것도.
‘혹시 기연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나도 던전 중독이긴 했다.
일당 4만 원 정도 받으면서 던전에 다닐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으니까.
그랬던 나보고.
쉬란다.
아무것도 하지 말란다.
나는 그게 더 힘들었다.
“어르신.”
그래서 조언을 구했다.
“저, 뭐 하고 쉬어야 합니까?”
“…….”
허공에 떠 있는 노인이 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