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8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83화
SS급 (3)
소환 대기 상태의 어두운 의식 속에서.
아린은 엄청난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내가.’
온몸이 짜르르 떨리는 감각이었다.
‘고대 마법 님을 추종하던 이 내가……!’
마침내.
그 고대 마법을 몸에 담았다.
잠깐이나마 그분의 온전한 힘을 느꼈다.
그뿐이랴?
SSS급 마법을 직접 컨트롤해, 용의 심장에 꽂아 넣기까지 했다.
아아.
의식의 밑바닥에서부터 전율이 치밀어 올랐다.
교수님을 살려냈다는 기쁨과 고대 마법을 사용했다는 기쁨.
두 기쁨이 혼합되어 가슴을 콩닥거리게 했다.
‘빨리.’
빨리 나가고 싶어!
소환되어서 교수님께 자랑하고 싶어!
들뜬 마음으로 기다린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번쩍!
돌연, 암흑으로 물든 세상에 빛이 들었다.
[스킬, ‘로드&킹 소환’(SS급)을 사용합니다.]이것은, 교수님이 자신을 부를 때 나타나는 메시지!
“교수님!”
아린이 외쳤다.
너무 반가운 바람에 평소 등장과 동시에 사용하던 폴리모프조차 시전하지 않았다.
후두두둑!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관절을 느끼며, 병실에 앉아 있는 교수님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린아.”
와락!
“에?”
그녀는 갑작스레 자신을 끌어안는 교수님을 확인해야 했다.
자신은 교수님의 소환수.
교수님의 감정이 온전히 느껴졌다.
걱정, 안도, 그리고 고마움.
그래도.
삐걱, 삐그덕!
살짝 당황한 아린은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삐거덕거렸다.
왜냐.
옆에서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마왕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
“……과연 스켈레톤 엠페러라는 건가? 대단하군. 뼈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
하세라 역시 의외라는 눈빛으로 주동훈을 쳐다봤다.
마치 [이 사람, 스켈레톤에 정말 진심이구나?] 하는 표정.
언데드를 보는 일반적인 사람의 시선이었다.
‘에잇!’
퍼엉!
왜인지 모르게 그 시선이 싫은 아린이 곧바로 폴리모프를 펼쳤다.
하얀 관절을 새하얀 피부가 덮었고, 붉은 머릿결이 자라났다.
하지만, 그 순간 교수님이 포옹을 풀었다.
그리고.
“녀석, 무사했구나.”
토옥, 토옥.
대견하다는 듯 정수리를 건든다.
그 후, 안도하는 표정으로 응시하는 교수님의 따듯한 눈빛.
‘쩝, 이게 끝?’
뭔가 모르게 아쉬운 아린이 입맛을 다셨다.
* * *
‘휴.’
내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소멸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사실 소환이 안 될 때는 적잖게 놀랐었다.
근데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니, 정말 다행이었다.
이들은 내 소환수.
남들은 스켈레톤일 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가족과 다름없다.
“아, 스켈레톤이 접때 그 여자였군?”
그때 옆에서 감탄사가 들려왔다.
마왕의 음색이었다.
“거의 마탑주와 비슷한 이해도로 마법을 쓰던데, 신기하군. 스켈레톤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다니. 다른 마왕들이 알면 제법 놀라겠어.”
마왕.
마계를 지배하는 종족의 이야기에 아린이 귀를 쫑긋 세웠다.
언제나 다른 세계의 신비한 이야기에 호기심부터 가지는 그녀였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까부터 계셨는데.”
상체를 완전히 일으킨 내가 고개를 두 번 숙였다.
마왕에게 한 번, 천마에게 한 번.
“…….”
하세라는 아까부터 다채로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중이었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이런 기분일까?
“실례가 많긴. 나나 하세라나 그대에게 큰 빚을 졌는데 말이야.”
빚?
아, 용 안으로 들어가 쑤신 걸 말하는 건가?
“나는 곧 마계로 떠야 하고, 천마도 다시 폐관 수련 해야 한다고 하니, 가기 전에 인사차 들른 거야.”
스윽.
마왕(魔王) 잭 스미스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다, 주동훈. 첫 정식 인사로군.”
“아.”
손을 살짝 비빈 내가 얼떨결에 손을 맞잡았다.
세계 랭킹 2위의 손이라.
이거.
한 달간 손 씻지 말아야겠는걸?
“만나서 영광입니다, 잭.”
마왕과는 악수했고, 하세라와는 눈인사했다.
보니까 세계 랭킹 7위로 올라 있던데.
감회가 새로웠다.
세계 랭킹 2위와 3위가 병실에 문안까지 와서 인사라니…….
문제는.
“그나저나 말이야.”
씩- 웃어 보이는 잭에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제길.’
알고 있네.
빚을 져서 인사한다는 게 완전한 핑계는 아닐 테지만, 분명 그들이 찾아온 데에는 다른 목적도 있었다.
바로 용의 사체에 관한 건.
“그대가 들어간 후, 멀쩡히 떨어지던 용의 사체가 사라지던데. 솔직히 우리도 델라일라에게 들어서 알고 있거든.”
어물쩍 넘어갈까도 생각하고 있던 터라 살짝 아쉬웠다.
“용의 뼈와 가죽은 그 어떤 금속도 넘보지 못할 만큼 강도와 탄력이 좋다지.”
꿀꺽.
내가 침을 삼켰다.
SS급이 된 지금.
마왕과 천마, 저 두 괴물은 괴물을 넘어버린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나 역시 태청심법이 성장했기에 느껴졌다.
조용히 갈무리하고 있는 그 기력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느끼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
“예, 뭐…… 그렇죠.”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사정을 설명하려 할 찰나.
휘리릭!
어느덧 검을 뽑은 하세라가 허공에 글자를 새긴 것은 그때였다.
– 네가 그렇게 무기를 잘 만든다며?
같은 한국인이 다짜고짜 반말이었지만, 대강 사정은 들었다.
트라우마로 말을 못 한다지?
– 델라일라가 그러던데. 업계에서 탑이라고.
그녀의 검격은 화려했다.
어쩌면 높은 랭킹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언어 장애여서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칼로 말을 하다 보면, 검술이 더 예민해지고 정교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응, 뭐. 내가 좀 잘 만들긴 해.”
나는 바로 반말로 응수했다.
정확히는 내가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드미르가 그 분야 탑인 거지만.
누군가 물을 수 있다.
왜 마왕한테는 존대하고, 천마한테는 반말하는 건지.
‘내 맘이지.’
무언가 마왕은 외국인이라 반말로 번역되어도 그러려니 하겠는데.
한국인은 그 느낌이 묘하다.
우린 역사적으로도 군자국(君子國)이라 불릴 만큼 예에 민감한 나라이니까.
– 멋있어. 그리고 궁금해.
하지만.
생각보다 하세라는 순수했다.
나이에 비해 사회의 때가 덜 묻었다고 해야 할까?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사람 만나는 게 익숙지 않은 방구석 찐따 냄새다.
좀 많이 예쁜 찐따.
그래도 내로남불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본인은 틱틱 반말하면서, 남이 반말하면 극대노 하는 자들도 몇몇 있던데…….
“하하, 5년 만에 지구에 오니, 많은 게 변해 있더라고.”
마왕이 입을 열었다.
“요즘 랭커들 사이에 이런 말이 돈다는군?”
“어떤 말이요?”
“세계 제일의 명품 무기를 얻고 싶으면, 대한민국, 드엘 공방 VIP 전시관에 이름을 새겨라.”
“아.”
그런 말이 돌아?
나도 랭컨데, 왜 처음 듣지?
“이해는 돼. 그대가 랭킹 7위 찍는데 2년이 채 안 걸렸지? 그런 성장 속도를 가진 자가 주기적으로 보강까지 해준다니, 크…… 무조건 얻고 봐야지.”
의외로 그들은 용에 큰 관심이 없는 듯했다.
아니면, 현명한 걸 수도 있다.
내가 이미 저질러 먹었는데, 깽판 쳐봐야 얻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게다가 원래 무기란 게,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또 더 강한 무기를 찾게 마련이거든. 무기랑 달리 우리는 성장하니까 말이야. 보강은 생각보다 굉장히 매력적인 서비스야, 주동훈.”
나는 마왕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깨닫자마자, 하세라가 돌직구로 말했다.
– 용, 보상은 네가 다 가져도 괜찮으니까. 드미르 한정판, 우리도 줘. 대신 진심으로.
드미르 한정판이라.
지금 등록된 현황이…….
[1호 – ‘암살자를 위한 단검’(S급) / 주인 : 암제(暗帝) 기소율] [2호 – ‘거병신(巨兵神)의 주먹’(S급) / 주인 : 광전사(狂戰士) 장대웅]아직도 이렇게다.
3호부터 가봉을 해놓긴 했지만,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
‘조만간 구하려고 하긴 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왕과 천마.
저 둘이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오는 건 아닐까?
솔직히 따져보자.
드미르가 아무리 무기를 잘 만든다 해도, 그 가치가 고룡급 용의 사체만큼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드엘 공방 VIP관에 마왕과 천마가 등록한다면?
오히려 고마운 건 나다.
그것 자체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누릴 테니까.
세계 최강들이 믿고 사용하는 공방!
그것만으로도 전 세계 수많은 공방 브랜드를 제치고 압도적으로 일황(一皇)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거다.
“왜,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거지?”
내가 하세라를 응시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 호의가 아냐.
?
호의가 아니라고?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마왕이 씩 웃으며 나섰다.
“호의가 아니다. 탐욕이다.”
스윽.
그가 검 하나를 내밀었다.
묵빛이 진하게 흐르는 명검이었다.
아마 마왕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무기겠지.
“그대도 알지 않나. 좋은 무기만큼 헌터를 매혹시키는 건 없어. 우리는 진심으로 원하는 거야.”
“…….”
진심으로 원한다.
뭐가 어쨌든.
나는 좋다.
좋으며, 이들에게 감사한다.
오랜만에 내 신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떠올렸다.
호의를 받았으면? 당연히 열 배로 갚아줘야지.
“좋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 최상의 물품을 만들어드리죠.”
* * *
마왕과 천마를 보내고.
가장 먼저 한 것은 내 상태 파악이었다.
[축하합니다!] [미지의 힘에 의하여 각성합니다.] [등급이 한 단계 성장합니다.]SS급으로 성장하면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나를 관조했다.
먼저.
“교수님, 교수님!”
아린이 자랑할 게 있다는 듯, 흥분하며 외쳐댔다.
“저 고대 마법을 사용했어요! 아아, 생명력 없이 금서의 마법을 사용했다구요!”
그녀에게 호응해 주며, 상태창을 펼쳤다.
[이름 : 엘로이즈 아린] [기력 : 1,000/1,000] [고유 능력 : 스켈레톤 킹] [클래스 : 매지션] [등급 : SS] [힘 : 100] [민첩 : 102] [체력 : 107] [마력 : 151] [기술 : 112] [보유 스킬]-‘파이어 매직 마스터리’(Lv.Max)
-‘룬어 해석’(Lv.Max)
-‘고대 마법의 후계자’(Lv.1)
-‘스켈레톤 소환’(Lv.Max)
‘어.’
우선 기력이 700에서 1,000으로 300 늘었다.
그리고 아린의 등급도 SS급이 되었다.
그리고.
‘고대 마법의 후계자?’
원래의 ‘고대 마법의 추종자’ 스킬이 사라지고, 새로운 스킬이 생겼다.
추종자가 진화하면 후계자인 건가?
무심코 스킬을 시선으로 눌렀을 때.
“억!”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웬만큼 놀라도, 억! 소리까진 내지 않는데.
이번 건 진짜 놀라웠다.
[스킬 : 고대 마법의 후계자] [등급 : SSS] [효과1 : ‘고대 마법’(SSS급)의 힘을 느낍니다.] [효과2 : 그 누구보다 마법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집니다.] [효과3 : 연구 결과에 따라 스킬을 복합적으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4 : 페널티 없이 ‘고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하세요. 막대한 기력이 소모됩니다.]“SSS급?”
“헤헤헤헤.”
“어떻게 된 거야?”
약 1시간 정도.
조잘조잘 떠드는 아린의 무용담을 듣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제 생명력 조건 없이도 금서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단 거지?”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마력에 따라 쓸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겠지만. 나중에 같이 실험해 봐요.”
“……후.”
엘로이즈 아린.
녀석이 왜 이리 기특하고 대견해 보이는 걸까?
다시 한번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나머지 수하들 역시 소환했다.
모두들 대폭 성장해 있었다.
특히 등급이 전부 SS등급으로 올라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 한계가 올라가면서 수하들의 한계도 같이 올라간 모양이었다.
“주군, 이제 과거의 힘을 거의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태양이도.
“저도 마찬가지예요. 한 80% 정도는 낼 수 있겠는데요, 주인님?”
“주인, 고맙다. 이제 신들린 듯 망치질을 할 수 있겠군.”
엘드린과 드미르도.
카덴, 다나, 무각도.
전부 본신의 힘에 가까워졌다.
아마 본신의 힘이 SS급 중 최강 정도는 될 거다.
SSS급은 한 세계의 절대자 수준이 아닌 수많은 세계를 아우르는 성좌급이니.
그리고.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엠페러] [기력 : 6,220/6,220]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랭킹 : 7위] [등급 : SS] [효과]-당신은 죽은 영혼을 다루는 직업, 네크로맨서입니다. 무시무시한 악령과 독극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보유 스킬]-‘로드&킹 소환’(SS급)
-‘기억 재현’(S급)
-‘만술의 가르침’(SS급)
-‘고통 내성’(A급)
-‘태청심법’(S급)
-‘망자소생’(A급)
-‘망자포효’(A급)
-‘만독불침’(S급)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
-‘만술(萬術)’(S급)
-‘무음(無音)’(S급)
-‘독섬(毒閃)’(SS급)
-‘무진(武進)’(SS급)
오랜만에 보는 전체 상태창.
‘캬.’
내가 속으로 감탄했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랭킹 7위. 저 부분이 아주 감동적이었다.
어쨌든.
크게 바뀐 건 둘이었다.
첫째, SS등급 특전으로 기력이 2,000 늘어난 것.
둘째, 스킬, ‘로드&킹 소환’의 등급이 S에서 SS로 올라간 것.
그 외에도 기운의 질이나 느낌 자체가 달라졌다.
자고 일어나니, 하루아침에 힘이 무척이나 세진 느낌이랄까?
역시, 강해진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
정신 차린 나는 곧바로 퇴원 수속을 마치고.
경기도 의왕시, 드엘 공방에 도착했다.
공방은 건재했다.
분명 지진이 있었을 테지만, 그만큼 드미르가 튼실하게 만들어 놨다는 거겠지.
우우웅!
가면을 쓴 채로 신속하게 포탈에 들어서니.
– 끼루루루루!
어쩐지, 올 것을 알아채고 나를 반기는 파괴룡 비나사와.
이제 거의 윤곽을 갖춰가는 아름다운 도시의 정경이 보였다.
“후.”
손에 깍지를 낀 채, 스트레칭을 했다.
오랜만의 망치질.
이상하게 망치질할 생각만 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설렌다.
빨리 금속 냄새를 맡으며, 열기와 함께 시원하게 무기를 내려찍고 싶었다.
어쩌면.
난 본래 헌터가 아니라, 대장장이 체질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