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8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85화
비나사의 선물 (1)
별천지(別天地)로 인정받는 진정한 멤버는 모두 랭커다.
오직 하나, 부길마인 김진아 빼고는.
김진아는 그것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무릉도원에 적을 두고 일하는 수많은 직원이 있었지만, 그들은 별천지(別天地)의 멤버가 아닌 것이다.
그렇게 따지니, 총 20명의 별천지 멤버가 나왔다.
[‘채팅창’ 이름 – 별천지] [인원수(20/50)]‘드미르 공방’에서 ‘별천지’로 바뀐 채팅창 멤버가 20명이 된 것이다.
[김진아 : 자, 길원 여러분들.] [김진아 : 오늘부터 일주일간 친목입니다.] [김진아 : 매일 밤, 일과 마치면, 연회장으로 모여주세요.] [김진아 : 참고로 거절은 없습니다! 필참!]김진아는 우리가 모두 친해지길 원했다.
아니.
친해지는 것보다는 적어도 안면을 트길 원했다.
길마인 내가 원체 그런 것에 둔감하기도 하고, 랭커들 자체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보니 강제로 모임을 집행한 것이다.
[프라하의 시인(Poet of Praha) : 네, 부길마님!] [영비(影秘) : 하잇!] [쌍도(雙刀) : 넵!] [백마도사(White Magician) : 알겠습니다.] [용기사(Dragon knight) : 몇 시까지 가면 되는 겁니까?]…….
쭉쭉-
달리는 신입들의 채팅창.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했다.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잖아?’
맞다.
김진아가 유난을 떠는 게 아니었다.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일 뿐.
물론, 핑계 삼아 본인이 좋아하는 맥주를 양껏 들이켤 수 있다는 마음도 조금 있었겠지만.
“군소리 말고 가야겠네.”
그리하여, 나는 연회에 참석했다.
연회는 화려했다.
김진아는 길드 매출의 극히 일부분을 털어, 미쉐린 3성짜리 셰프를 출장 요리사로 초청했고.
병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하는 명품 주류들을 무한 리필로 제공했다.
거기에 드미르가 디자인한 초호화 샹들리에 및 각종 금속 조각품들까지.
보는 이가 다 황송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반갑습니다. 랭킹 72위, 용기사 맷 제랄듭니다.”
“허허, 약존 지도익이요.”
“우린 구면이죠? 도하랑이에요.”
멤버들은 각자 자유롭게 술과 안주를 즐기며, 랭커들과 인사하고 담소를 나눴다.
나 역시 다가오는 이들과 하나하나 안면을 익혔다.
맷 제랄드, 지도익, 도하랑, 에밀리, 프랭클, 묘이 하나, 로렌, 길리엄, 노아, 아녜스 등등등…….
당연히 하루 만에 다 인사할 순 없었고, 꽤나 시간을 소요했다.
내 일과는 이랬다.
아침에 훈련장에 출석해 몸을 풀면서, 수하들의 훈련을 봐주고.
밤까지는 만술 어르신의 마사지 및 개인 지도를 받는다.
그리고 새벽엔 연회장.
김진아의 말처럼, 그렇게 일주일을 반복하니 웬만한 팀원들의 얼굴과 대체적인 정보들을 익힐 수 있었다.
* * *
– 키루루루루……!
훈련장 너머 뒷산.
엘드린과 드미르는 그곳에 비나사의 거처를 만들어줬다.
용의 거처는 거대마룡(巨大魔龍) 드루건의 집을 만들어봐서 쉽다나?
오후 7시부터 8시까지는 비나사를 만나는 시간이다.
힘들었던 훈련을 털어버리고 잠깐이나마 힐링하는 나만의 시간.
– 크롸라라라라라!
녀석은 날 볼 때마다 저렇게 포효했다.
반갑다는 인사임과 동시에, 욕구 불만의 표시였다.
‘흠.’
사실, 이게 고민이 많았다.
아린이 말에 따르면, 파괴룡은 항상 일정 수준의 파괴욕을 충족시켜줘야 한단다.
성룡으로의 성장 이전에, 스트레스 문제라고 하던데…….
‘어떡하지?’
던전에 가도 문제였다.
웬만한 수준의 던전으로는 녀석의 파괴욕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 매개체 던전에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가 비나사의 어미 노릇을 하고 있지만, 녀석은 내 소환수가 아니다.
부르고 싶을 때 소환하는 게 아닌, 물리적으로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도 골치 아팠다.
– 키루룩, 키루루루!
그래도 녀석은 잘 견뎌줬다.
무릉도원 내부를 파괴하지 말라는 내 부탁을 잘 들어주었으며.
내가 방문할 때마다 다가와 이렇게 머리를 비비곤 했다.
“놀랍군요…….”
원래는 혼자 오던 이곳에.
오늘은 새로운 손님을 데리고 왔다.
연회에서 친해진 용기사(Dragon knight) 맷 제랄드가 그 주인공이었다.
“정말 초룡이라니…….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길마님…….”
30대 초반의 나이로, 용에 대해 진심인 그는 비나사의 모습을 황홀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사실, 맷은 본인의 드레이크도 데려오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산 초입부에서부터 끼잉거리며 등반을 거부했기 때문.
“한번 만져봐도 됩니까……?”
– 키아아아아아악!
어림없는 소리!
나에게 순종적이던 비나사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용기사를 향해 흉포한 괴성을 내질렀다.
비록 스킬을 쓴 건 아니지만, 오금이 저릴 만큼 맹렬한 포효였다.
“으헉!”
당황한 용기사가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 그.
넘볼 걸 넘보라는 비나사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한 것이다.
“후, 비나사? 착하게 굴어야지.”
– 끼루, 끼루루루!
용인지, 새인지.
바로 머리를 조아린 채, 꼬리를 흔드는 비나사를 바라보며.
“대, 대단하네요.”
맷 제랄드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초룡이라도 용은 용일 텐데, 자긍심 높은 용족이 저런 귀여운 행동을 한다니……. 길마님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따르나 봅니다.”
사실, 그는 이번 레이드를 통해 ‘드래곤 테이밍’ 스킬을 S급에서 SS급으로 올릴 수 있었다 했다.
SS 급부터는 낮은 확률로 초룡을 길들일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 지구에 초룡이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파괴룡을 내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도해도 실패할 게 뻔하지만, 만약 그러한 낌새라도 보이면 ‘용기사’는 내 적이 될 거다.
다행히도 용기사는 제 깜냥을 아는 랭커였다.
그 이후에도 몇 번 왔는데, 파괴룡을 위한 대용량 고기 등의 선물을 들고 올 뿐, 그 외 불순한 의도는 없어 보였다.
그는 그냥 진심으로 용빠였던 것이다.
그 마음을 비나사도 느꼈을까?
약 일주일이 더 지났을 때였다.
그때도 용기사와 함께 뒷산 등반을 했는데.
– 끼루! 크루루루!
녀석이 머리로 자꾸 내 몸을 툭툭 쳤다.
그러고는 맷과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응, 왜?”
나와 용기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 번도 이런 적 없던 애가 왜…….
“따라오라고?”
– 끼루!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등을 내밀었다.
맷과 시선을 잠깐 스친 나는 파괴룡의 등 위로 올라탔다.
– 끼루, 끼루!
비나사가 용기사를 보며 웅얼거렸다.
“저, 저도?”
“예, 타세요.”
“……제가 비나사를?”
감격 어린 표정으로 조심스레 용의 비닐을 쓰다듬는 그.
그리고 읏차! 하며 올라탔다.
“아아, 이건 성덕이야. 그래, 나는 비나사의 등에 올라타기 위해 랭커가 된 게 틀림없어……! 이건 정말 가문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길마님!”
용의 등에 타기 위해, 세계 랭킹 72위가 된 성공한 덕후.
그게 바로 맷 제랄드였다.
후웅, 후우웅!
– 크롸라라라라!
비나사는 힘껏 날갯짓하더니, 허공을 날았다.
산 아래, 도시를 지나.
과감하게 포탈에 들어섰고.
후웅, 후우웅!
의왕시 드엘 공방 밖으로 나가 그대로 동쪽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저랑 맷 씨를 데리고 어디 갈 곳이 있나 봐요.”
쑤아아아아……!
비나사가 날개를 쭉 펴더니, 엄청난 속도로 활공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경기도를 벗어났고, 동해가 보였다.
음속을 달린다는 전투기가 이러하지 않을까?
이미 태평양을 건너본 경험이 있기에, 나는 곧바로 카덴을 불러 주변에 실드를 쳤다.
역시 바람 저항을 막는 데는 카덴이 최고다.
* * *
세계 랭킹 72위.
용기사(Dragon knight), 맷 제랄드는 요즘 꿈같은 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공룡이 좋았던 그는 공룡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고.
그 꿈을 그대로 밀어붙여, 어느 미국 저명한 대학교의 지질학과에도 입학했었다.
그 와중에, 뒤바뀌어버린 세상.
헌터가 된 그의 직업은 놀랍게도 드래곤 테이머였고, 드래곤의 아류인 몬스터들을 길들일 수 있었다.
모든 이들의 꿈을 앗아갔던 대격변 이후에도.
그는 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그 결과 하이 랭커라는 결과를 달성한 거겠지.
그리고 그의 눈앞에.
“아아…….”
매끈한 용의 비늘이 있었다.
어찌 검은 비늘이 이렇게 아름답고 쌔끈하게 빠질 수 있는 걸까?
– 크롸라라라라라!
간혹가다 내뱉은 우렁찬 포효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더 황홀했다.
‘근데.’
어디로 가는 거지?
혹시 자신이 잘못한 거라도 있나?
용의 등을 붙잡고 날던 맷은 골똘히 고민해야 했다.
자신이 사 왔던 대형 고기들이 어딘가 상한 게 아닌지, 혹시 투++ 등급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하지만, 그럴 리 없다.
하이 랭커답게 가진 게 돈밖에 없는 그는.
청정지역에 도토리와 목초만 먹여 키운 순종 이베리코 돼지만을 엄선해 그대로 가져다 바쳤다.
혹시나 편식할까 두려워 한우나, 양, 사슴, 말 등등.
‘살 수 있는 건 다 사서 가져다 바쳤는데…….’
그렇게 잘 먹던 용이 갑자기 자신을 핍박할 리 있을까?
하긴.
용이 자신을 해코지하고자 했으면, 굳이 주인과 함께 어디론가 갈 리 없었다.
무시하거나, 따로 불러서 처리했겠지.
‘헉, 무시라니……. 그건 너무 끔찍한걸?’
후웅, 후우웅!
용은 몇 시간을 계속 날았다.
그리고 이내.
비나사가 도착한 곳은 바로 유카탄반도, 복구 작업이 한창인 벨리즈 국가 위였다.
– 크롸라라라라라!
용이 포효한 곳 아래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레이드 사건 당시, 지하 밑에서 꿈틀거리던 지수룡이 뚫고 올라온 바로 그곳이었다.
구멍 주변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위험] 팻말이 달린 울타리가 쳐 있었다.
“비나사, 여긴 왜 온 거니?”
– 크루, 크루루……!
용과 엠페러가 무언가 대화를 나누더니.
“꽉, 잡으세요. 맷.”
입을 열었다.
“저 아래로 내려가고 싶나 봅니다.”
“아래요……?”
왜?
궁금했지만, 일단은 꽉 잡았다.
“흐읍!”
배에 알싸한 감각과 함께 엄청난 가속도로 내리꽂히기 시작했으니까.
콰가가가가가!
지하는 상당히 깊었다.
간혹가다 방해하는 지반도 있었지만, 가속이 붙은 비나사의 머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으깨졌다.
거의 올라온 만큼을 정신없이 내려온 비나사는.
– 키루, 키루루루!
어느 곳에서 멈춰 우리를 내려줬다.
화르륵!
스켈레톤 엠페러가 불을 피워 시야를 밝혔다.
“……!”
무슨 네크로맨서가 마법까지 쓰는 거지?
파도 파도 한계가 없는 젊은 길마의 능력에 놀라기도 전에.
“흐업!”
맷은 더 놀라운 무언가를 마주해야 했다.
“오.”
옆에서 길마님도 흥미롭다는 듯 눈을 확장했고.
– 키루, 키르륵!
비나사가 웃으며 용기사를 바라봤다.
“아아.”
털썩.
다리에 힘 풀린 용기사가 눈앞에 보이는 영롱한 ‘것’을 넋 놓고 바라봤다.
그래.
저것은 바로 알이었다.
용의 알.
어떻게 바로 아냐고?
보는 순간 눈앞에 정보가 떠올랐거든.
[아이템 : 지수룡 ‘브키아르’의 알.] [등급 : SS] [종류 : 알] [설명 : 고대 지수룡이 낳은 알입니다.] [효과1 : 일정 기운 이상 머금었을 경우, 활성화됩니다.] [효과2 : 활성화가 되면 용족, ‘브키아르’가 탄생합니다.] [효과3 : ‘브키아르’는 ‘드래곤 테이밍’ 관련 스킬이 있어야 길들일 수 있습니다.]“……!”
랭커가 된 이후, 그의 꿈은 언제나 일정했다.
바로 초룡을 길들이는 것.
자신이 길들이고 있는 드레이크에겐 미안하다만, 그의 머릿속엔 오직 초룡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비나사께서 자신이 바친 고기에 감읍하셨는지, 자신에게 이런 선물을 내려준 모양이었다.
두쿵, 두쿵!
맷의 심장이 거의 폭발하듯이 뛰고 있었다.
피가 끓었고, 흥분도가 극도로 치달아 올랐다.
세상 어느 누구를 데려다 놔도 이런 황송한 기연을 얻은 자는 없지 않을까?
“……비나사시여!”
저도 모르게 마치 파괴룡을 신처럼 격상시킨 맷이 알에 다가가려 할 때였다.
“잠깐만요.”
씩 웃은 주동훈이 손을 막았다.
“아직 건들지 말아보세요.”
“예?”
당황한 맷이 주동훈을 올려다봤다.
“기쁜 건 알겠다만, 소유권 문제는 확실히 해야겠죠?”
“……예?”
터질 것 같은 심장이 살짝이나마 가라앉는 소리였다.